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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88화 (60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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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의 역습 (2)

* * *

이안은 ‘메가론’ 유저에 대해 잘 모른다.

오늘 바로 이 전장에서, 처음 만난 유저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메가론의 첫 번째 전투는 똑똑히 보았다.

제법 치열했던 메가론의 첫 전투.

메가론은 이 전투에서 자신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고, 때문에 이안은 그의 클래스와 전투방식을 빠삭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소환형 흑마법사라니……. 이거 첫 번째 재물로는 아주 안성맞춤이잖아?’

흑마법사 클래스는, 유저의 성향에 따라 다양하게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 다양함 속에서도 두 가지의 큰 줄기는 존재했으니, 바로 마법형 흑마법사와 소환형 흑마법사였다.

말 그대로 흑마법을 주로 운용하는 전투 방식을 가진 흑마법사와 언데드 소환을 주로 활용하는 전투 방식을 가진 흑마법사.

그리고 이 중 ‘소환형 흑마법사’ 유저들은 말 그대로 이안의 밥이었다.

이 카일란의 모든 클래스 중에서, 이안에게 가장 상성이 좋지 않은 유저라는 말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이안은 자신보다 스텟이 두 배 가까이 높은 소환형 흑마법사도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우우웅-!

-3초 후, 전투가 시작됩니다.

-2초 후…….

전투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가 떠오르면서, 이안과 메가론은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세계 최고의 랭커들이 모인 전장이었고, 두 사람 모두 그에 걸맞는 실력자들이다.

아무리 상대를 이길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이었다.

특히 메가론은 이안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었다.

만약 이안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가 소환술사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겠지만, 이안과 마찬가지로 메가론 또한, 이안이라는 유저를 오늘 처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줄의 메시지가 떠오르기가 무섭게.

화르륵-!

화염장궁을 소환한 이안의 신형이, 전방으로 빠르게 튀어나갔다.

타탓- 탓-!

그리고 선 자리에서 그 모습을 관찰한 메가론은 예리하게 눈을 빛냈다.

‘뭐지? 궁수 클래스인가? 아니면 마법사?’

이안의 손에 들려 있는 화염장궁만으로 메가론은 아직 그의 클래스를 완벽히 확신할 수 없었다.

육안으로는 이안의 손에 들려 있는 화염 장궁이 마법 장궁인지 아이템인지 확인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메가론은 적잖이 안심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안이 ‘암살자’클래스와 같은 근접 클래스는 아닌 것 같았으니 말이다.

‘원거리 딜러라……. 그에 맞춰서 상대해 주도록 하지.’

이안의 움직임에 맞춰 빙그르 신형을 돌린 메가론은, 자신의 장기인 소환마법을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나 궁사와 같은 원거리 딜러를 상대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를 확보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흑마법사 또한 원거리 딜러였지만, 메가론은 조금 달랐다.

그는 훈이처럼 소환 마법과 공격 마법을 함께 운용하는 하이브리드가 아닌, 소환마법에 몰빵한 극단적인 클래스였으니 말이다.

그가 운용하는 흑마법들은 전부 보조 형 스킬들이었고, 그의 주 전력은 강력한 언데드 소환수들이었으니까.

스하아아-!

스산한 소리와 함께, 메가론의 주위로 피어오르는 잿빛의 아지랑이들.

이제 2초만 지나면 메가론이 자랑하는 최고의 언데드 소환수인 ‘본 나이트’가 소환될 것이고, 그것은 저 이안이라는 녀석에게 지옥을 선사할 것이었다.

어둠의 기운을 타고 순식간에 공간을 이격해 움직이는 본 나이트의 추격은, 원거리 딜러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재앙이니 말이다.

‘건방진 졸병 녀석. 참교육이 뭔지 보여 주도록 하지.’

잠시 후 벌어질 상황에, 절로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 메가론이었다.

하지만 메가론의 그 여유 넘치는 미소는 금방 지워질 수 밖에 없었다.

우웅- 우우웅-!

어디선가 공명음이 울려 퍼지더니, 믿을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안’유저의 고유 능력 ‘서먼 밴’ 스킬이 발동합니다.

-모든 소환 계열 스킬의 사용이 금지됩니다.

-‘본 나이트 소환’ 마법의 캐스팅이 캔슬됩니다.

“……!”

이안은 소환술사이지만 그와 동시에 소환마법을 사용하는 모든 유저들의 천적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서머너 나이트’의 고유한 능력인 ‘서먼 밴’ 때문이었다.

-서먼 밴

서머너 나이트는, 일시적으로 모든 소환수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머너 나이트의 용맹이 발현되면, 그 강력한 권능 앞에 모든 소환수가 무릎을 꿇습니다.

물론 서먼 밴이 만능은 아니다.

서먼 밴을 걸기 위해서는 대상과의 거리를 제법 근거리까지 좁혀야 했으며, 안티 매직 등의 해제 종류의 스킬로 밴 상태를 풀어 내는 방법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미 서먼 밴 상태에 빠져 버린 메가론에겐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그를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으니 말이다.

“이게 무슨……!”

산전수전을 다 겪어 가며 랭커의 반열에 오른 메가론은, 어지간해선 평정심을 잃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메가론이 아니라 그 누가 와도 멘탈이 흔들릴 만한 상황이었다.

‘젠장, 뭐 이딴 마법이 있어?’

당황한 메가론은, 빠르게 마법을 캐스팅하며 이안과의 거리를 벌렸다.

어떻게든 서먼 밴의 지속 시간 동안, 이안의 화살 속에서 버텨 내며 살아남아야 했으니 말이다.

“어둠 속으로……!”

메가론이 발동시킨 마법은 흑마법사 클래스 최고의 생존마법 중 하나인 그림자침투술이었다.

그림자침투술은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모습을 감추는 마법이었고, 메가론이 자주 애용하는 마법이었다.

캐스팅 시간이 무척이나 짧은 디텍팅 마법이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여벌의 목숨과도 같은 마법인 것이다.

심지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마법까지 캐스팅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최고의 생존기였다.

하지만 그런 그의 노력은, 금방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메가론의 귓전을 향해, 어디선가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으니 말이다.

-어둠이…… 내린다.

묵직하게 깔리는 누군가의 낮은 목소리와 함께 전장에 끈적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 숨었던 메가론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군의 어둠을 극대화시킴과 동시에, 상대의 어둠을 무력화시키는 카카의 고유 능력 ‘꿈꾸는 악마’.

“……!”

메가론은 이제 당황을 넘어서 허탈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피핑- 피피핑-!

그리고 그런 그의 면전으로, 시뻘건 불화살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퍼어엉-!

그리고 모든 클래스 중 가장 허약한 유리 몸, 흑마법사 클래스인 메가론의 생명력은…….

“크아아악!”

게이지에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듯,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었다.

* * *

“크으, 지려 버렸다.”

“봐봐, 내가 뭐랬어? 스텟 버프고 나발이고, 진성 선배 앞에선 무용지물이라니까?”

“하, 이러다가 정말 3킬 따고 승격이라도 하는 거 아냐?”

“왜 아니겠어. 이안갓이라면 분명, 연달아 랭크 업 하고 대장군 목까지 따 올 테니까 두고 보라고.”

시끌벅적한 가상현실과의 대강의실.

강의실 안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한일전 축구경기를 보기라도 하듯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있는 가상현실과의 학생들.

그리고 맨앞에 앉아 있는 세미와 영훈도 당연히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와, 대체 어떻게 된 거지? 흑마법사 랭커가 뭘 해 보지도 못했잖아?”

멍한 표정으로 연신 중얼거리는 영훈을 향해 세미가 피식 웃으며 핀잔을 주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아 뭐해?”

“……?”

“이안갓은 신이요, 이안교는 종교일 뿐이니.”

세미의 말에, 영훈이 주먹을 불끈 쥐며 동조한다.

“그저 믿음만이 있을 뿐!”

“바로 그거지!”

“크으으!”

세미와 영훈은 번갈아 북 치고 장구 치며, 더욱 흥을 돋우며 이안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좋았어! 이대로 연속 킬 따는 거야!”

그리고 흥이 난 것은, 이 가상현실과의 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스크린 속에서 방송을 생중계중인 YTBC의 캐스터들도 목이 터져라 이안을 외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야, 역시 이안입니다! 세계 최정상급의 흑마법사 랭커를 이렇게 무력화시키다니요!

-진짜 엄청납니다, 이안! 저기 불화살 쏘고 바로 무기 스왑해서 근접전으로 달려드는 거 보세요. 메가론이 다음 마법 캐스팅할 기회 자체를 안 주겠다는 거거든요.

-정말 그러네요. 이안이 순식간에 거리 좁히고 들어와 버리니까, 흑마법사인 메가론이 할 수 있는 건 맞는 것밖에 없었네요.

-으, 그나저나 메가론 저 친구도 참 불쌍하네요. 저렇게 연속으로 얻어터지면 아마……. 게임 속이라도 엄청 아플 겁니다.

-그런데 하인스 님, 이안은 왜 처음부터 근접 무기를 들지 않은 걸까요? 애초에 화살은 다섯 발도 채 쏘지 않았는데 말이죠.

-그,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스크린 속에는 이안의 전투 장면이 느린 화면으로 여러 번 재 방영되었다.

이안의 턴이 끝남으로 인해, 방송 진행에 잠깐의 여유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화면을 응시하던 세미가 영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영훈아, 근데 너…… 그거 알아?”

“뭐?”

세미의 뜬금없는 말에 영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그런 영훈을 향해, 세미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안갓은 아직, 소환수 한 마리조차 소환하지 않았다는 거.”

“……!”

* * *

메가론을 무력화시킨 이안은, 단숨에 그에게 달려들어 근접딜을 퍼부어 대었다.

그리고 그때 사용했던 무기는, 장비 제작을 할 때 한 자루 만들어 두었던 전투병 등급의 장창.

이안이 굳이 근접무기로 스왑하여 싸운 이유는, 하인스가 해설했던 것처럼, 메가론의 다음 마법 캐스팅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활만 사용해서도 이길 수 있었겠지만, 메가론으로부터 단 한 번의 공격조차 허용하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이안의 궁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근접 딜보다 명중률이 나을 수는 없었고, 조금이라도 틈을 준다면 메가론은 분명 뭐라도 하려 했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안이 처음부터 근접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여기에는 무려, 한 가지도 아니고 두 가지나 되는 이유가 있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적 진영에 혼란을 주기 위함이었다.

‘아마 지금쯤 당황한 친구들이 많을 테지.’

애초에 이안을 잘 알고 있는 림롱 같은 유저는 전혀 당황할 이유가 없었다.

이안의 클래스는 물론, 어떤 스킬들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해외의 랭커들은 달랐다.

그들 중 몇몇은 메가론과 마찬가지로, 이안이라는 유저가 있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았다.

또, 이안에 대해 알고 있었던 유저들조차도 그에 대한 정보까지 빠삭하게 알지는 못했다.

해외 랭커들이 아는 것은, 끽해 봐야 이안이 한국 서버의 랭킹 1위라는 것과 그가 소환술사 클래스라는 것 정도.

이런 상황에서 이안이 보여 준 방금 전투는, 그들에게 혼란을 심어 주기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활을 쏜 데 이어 창질까지 해 댄 데다, 소환술사인 줄 알았던 녀석이 소환수는 쓰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메가론에게 ‘방심’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조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이안이 거리를 좁히려 할 리 없다는 데에 대한 방심이었다.

이안은 처음에 활을 보여 줌으로써 자신이 원거리 딜러라는 것을 어필하였고, 그것을 확인한 메가론은 무의식중에 이안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에 대한 경계를 느슨하게 한 것이다.

덕분에 이안은 어렵지 않게 ‘서먼 밴’을 발동시킬 수 있었으며, 빠르게 그에게 접근하여 전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후읍…….”

이안은 살짝 거칠어진 호흡을 고르며, 한차례 전장을 훑어보았다.

이어서 그와 한 칸 떨어진 거리에 있는 마군 진영의 병사를 응시하였다.

‘다음 차례는 분명 이 녀석이겠지.’

천군 진영이 먼저 턴을 시작하였으니, 턴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마군’의 진영에 턴이 부여됩니다.

-‘마군’ 진영의 병사, ‘크리스’ 유저의 턴입니다.

턴이 돌아온 마군 진영의 병사 ‘크리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채 이안을 마주보았다.

방금 이안의 예상치 못했던 활약에 적잖이 당황한 것이다.

‘후후, 지금쯤 무척 혼란스럽겠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될 거야.’

지금 크리스의 상황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이안을 섣불리 공격할 수도, 그렇다고 공격하지 않고 수비모드로 턴을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이 어떤 방식으로 메가론을 처치한 것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했으니 그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턴을 넘긴다면 고작 한 칸을 사이에 두고 있는 이안에게 선공권을 뺏기게 되니 말이다.

‘선택하기 힘들다면, 조금 도와줘 볼까?’

고민하는 크리스의 면면을 살핀 이안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이, 설마 선공 버프까지 있는데 턴을 넘기는 건 아니겠지? 심지어 난 지금 수비 모드도 아니라고.”

수비 모드가 아닌 이안에게 선공을 가하면 30퍼센트의 스텟 버프 격차가 만들어진다.

그 말인 즉, 같은 계급이라 할지라도 한 계급 차이에 버금가는 버프 격차가 생긴다는 말.

이안의 조언(?) 덕분에 선택장애를 극복한 크리스는, 곧바로 이안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놈, 그 말,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그리고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 이안은 그저 히죽히죽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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