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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87화 (60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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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의 역습 (1)

요나스의 실수는 분명 크리티컬했다.

돌격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1킬도 따지 못한 채 사망했음은 물론, 조금의 피해조차 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피해를 못 입힌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대 중에 의무대장이 있었기 때문에 전투가 끝나기 전에 생명력을 전부 회복시켜 버렸을 뿐.

하지만 전반적으로 침울해진 천군 진영의 분위기와 달리, 이안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요나스라는 친구가 멍청한 짓을 하기는 했지만, 실수는 분명 저쪽에서도 할 거야.’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콘텐츠 중 ‘신의 말판’ 전장의 룰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복잡하다.

그리고 지금 이 전투가, 콘텐츠가 생긴 이후 첫 번째 벌어지는 전투이다.

때문에 이안은 요나스뿐 아니라 많은 랭커들이 분명 실수를 할 것이라 여겼다.

랭커라고 해서 전부 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인물들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대부분의 랭커들은 두뇌보다는 피지컬이 뛰어난 경우가 많았다.

전장을 침착하게 둘러본 이안은 속으로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나에겐 오히려 이게 기회일지도.’

이안은 천군 소속이다.

때문에 너무 당연히도 천군 진영이 이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천군 진영이 이기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본인의 공적치였다.

아무리 천군이 승리한다 하더라도 본인이 몇 턴 싸워 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면 의미가 없으니 말이다.

‘좌측에 포진해 있던 돌격대장이 비명횡사했으니, 분명 적들의 공격은 그쪽에 쏠리게 될 거야.’

방금 게임 아웃당한 요나스의 포지션은 좌측방의 중심부였다.

그리고 돌격대장이라는 강력한 포지션의 말이 사라졌으니, 마군 진영에서는 너무 당연하게도 그쪽에 공격을 집중시킬 터.

자연적으로 이안은 포커스 아웃되게 되는 것이다.

‘기다리면 기회는 분명 온다!’

이안은 머릿속으로 전장의 흐름을 계속해서 시뮬레이션 해 보았다.

요나스와 달리 이안은 모든 룰을 파악한 지 오래였지만, 파악한 것과 응용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이다.

어쨌든 이안도 이 전장은 처음이었고, 앞 턴에 있는 유저들의 움직임을 보며 좀 더 전장에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본인의 턴이 아니라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있다간, 결코 최고의 활약을 보이지 못하리라.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는 사이, 천군과 마군의 턴이 각각 열 턴 이상 지나갔다.

-전투가 종료되었습니다.

-‘천군’ 진영이 승리하였습니다!

-‘마군’ 진영의 병사가 전장 바깥으로 소환됩니다.

-‘마군’ 진영이 승리하였습니다!

-‘천군’ 진영이 승리하였습니다!

……후략……

그리고 전투의 양상은, 이안의 예상처럼 흘러갔다.

‘다행히 마군 진영에도 멍청이들이 좀 있군.’

힐러를 따겠다고 무리하다 비명횡사한 요나스처럼 마군의 돌격대장 중 하나도 허무하게 사망해 버렸다.

천군진영의 대장군을 공격할 기회가 보이자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뛰어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히 패배였다.

-‘천군’ 진영이 승리하였습니다!

-마군의 돌격대장 유저가 패배하였습니다.

심지어 마족의 유저는 요나스보다도 더 처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대대장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던 두 명의 보좌관까지 한 번에 상대해야 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리하여, 현재까지의 스코어는…….

-전투 현황

*천군

킬 포인트 : 260

생존 현황 : 대장군(1) 장군(2) 특수병(1) 장교(6) 병사(4)

비고 : 더블 킬 1회

*마군

킬 포인트 : 310

생존 현황 : 대장군(1) 장군(3) 특수병(1) 장교(5) 병사(5)

비고 : 없음

마군이 우세하긴 하지만 압도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황이 이렇게라도 흘러가게 된 데엔, 천군의 대장군인 ‘아르테스’ 유저의 활약이 컸다.

한 턴에 연속으로 2킬을 낸 데다, 비록 유리한 싸움이기는 했지만 적 돌격대장까지 아웃시켰으니 말이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이안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흐음…….”

고개를 돌려, 아군 진영과 적진을 번갈아 살피는 이안.

‘후, 이제 슬슬 내 턴이 올 때도 되었는데…….’

그리고 이안의 중얼거림이 끝나기가 무섭게…….

띠링-!

-‘천군’의 진영에 턴이 부여됩니다.

-‘천군’ 진영의 병사, ‘이안’ 유저의 턴입니다.

기다려왔던 이안의 턴이 돌아왔다.

* * *

‘대체 저 녀석이 왜 일반 병사인 거지?’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림롱은, 적잖이 당황했다.

못해도 장군 급에는 이름을 올리고 있을 줄 알았던 이안이 일반 장교 직책도 아니고 ‘병사’로 등장했으니 말이다.

‘다행……인 건가?’

림롱은 그 누구보다도 이안의 진가를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와 직접 검을 맞대 보기도 했을 뿐더러 누구보다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림롱 또한 뛰어난 게임 센스와 피지컬을 가지고 있기에 이안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다.

‘어째서 저 녀석이 병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이안이 호명되지 않는 것을 보고 림롱은 이안이 이 전장에 합류하지 못한 줄로 알았다.

하지만 이렇게 병사로 참전했다는 걸 알아챈 이상 이안은 최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할 척살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부터 처치해야겠어.’

림롱의 날카로운 눈빛이 이안을 향했다.

마군 진영에서 림롱의 직책은 돌격대장.

때문에 이번 턴은 비록 지나가 버렸지만, 다음 턴에는 이안을 향해 검극을 돌릴 것이다.

‘보자, 한 턴에 닿을 수는 없어도 두 턴이면 충분하겠군.’

수비대장의 움직임을 피해 천군진영의 의무대장을 처치해낸 림롱은 천군 진영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었다.

때문에 최전방에 있는 이안에게까지 한 번에 닿을 수는 없었지만, 이안이 어디로 움직이든 두 턴이면 충분히 그를 척살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두 턴이라면, 아무리 이안이라 해도 상위 직책으로 승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었다.

3킬을 올려야 장교가 될 수 있는데, 대장군도 아니고 두 턴 만에 그게 가능할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턴이 돌아왔을 때 유저에게 주어지는 시간은, 고작 10초뿐이다.

전략을 세우고 경우의 수를 따져 보기에는 분명히 촉박하기 그지없는 시간.

때문에 전장의 대부분 유저들은, 10초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아슬아슬하게 오더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이안의 경우에는 달랐다.

-천군 진영의 병사, ‘이안’유저가 이동합니다.

턴이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울리기 무섭게, 이안의 말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지? 쟤 지금 어디 가는 거야?”

전방을 향해 두 걸음 힘차게 움직이는 이안.

그리고 그 모습을 발견한 이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최약체인 병사들이 전장의 초반에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수비 모드’였고, 실제로 지금까지 턴이 온 병사들은 전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수비 모드를 택했으니 말이다.

“미친, 수비 모드 하고 말뚝이나 박아 놓지……. 지가 무슨 장군인 줄 아나?”

“그러게. 저렇게 앞으로 나가면 그냥 다굴 당해서 아웃될 텐데.”

처음에도 설명했듯, 상대진영의 병사와 사이에 둔 거리는 딱 세 칸이다.

그리고 병사가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두 칸.

그러니 이안이 두 칸 움직여 전진해 버리면, 상대 진영의 병사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비 모드로 스텟 보너스조차 받지 못한 채 차례차례 선공을 받을 테니 말이다.

“하, 다굴이 문제가 아니고, 첫 번째 공격이나 버틸 수 있을라나.”

“아마 못 버티지 않을까? 다들 실력이 비슷한 랭커들일 텐데……. 선공 버프 받고 들어오는 공격을 어떻게 이겨? 같은 병사라고 해도 말이야.”

하지만 다음 순간, 유저들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한 칸을 앞으로 움직인 이안이, 두 번째 이동을 대각선으로 뻗어 나갔기 때문이었다.

“……!”

심지어 이안이 움직인 자리의 측면에 위치한 상대는 마군 진영의 장교인 ‘기마대’유저.

“와, 저게 무슨 자신감이지?”

“아냐. 그래도 앞으로 두 칸 움직여서 가만히 있는 것 보단 나아.”

“어째서?”

“어차피 수비 모드도 할 수 없을 바엔, 선공 버프라도 받고 장교 공격하는 게 낫지.”

“그런다고 계급 차이를 커버할 수 있을까?”

“뭐 커버하기야 힘들겠지만……. 체력이라도 좀 깎아 놓으면 이득이잖아.”

“그건 그러네.”

전장에 참여하지 못한 양 진영의 유저들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전장을 구경하였다.

지금까지의 다소 평범한 양상 속에서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재밌는 유저가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천군 진영의 ‘이안’유저가, 마군 진영의 ‘메가론’ 유저를 공격합니다.

-‘이안’ 유저와 ‘메가론’ 유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간결한 두 줄의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이안과 메가론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선제공격을 감행하였으므로, 모든 전투 능력치가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선공 버프가 발동했다는 한 줄의 메시지와 함께 이안의 신형이 대전장으로 소환되었다.

위이잉-!

그리고 이안의 반대편에는, 이안이 전투를 신청한 마족의 유저 ‘메가론’이 소환되었다.

“후후,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제 발로 킬 포인트를 헌납하러 찾아와 줄 줄이야.”

이안과 눈이 마주친 메가론은 이죽거리며 그를 비웃었다.

그가 보기에 이안의 선택은, 너무도 멍청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선공 버프가 있다고 한들, 병사 직책과 장교 직책의 스텟 보너스 차이는 35퍼센트.

15퍼센트의 추가 스텟을 감안해도 20퍼센트나 되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메가론은 이미 1킬을 올린 상황.

이안을 손쉽게 처치한 뒤 1킬만 더 올린다면, 장군 직책으로의 승급도 노려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이안은 이안대로 충분한 계산이 서 있는 상태였다.

이안은 씨익 웃으며, 상대의 도발을 맞받아쳤다.

“글쎄. 킬 포인트 헌납이라…….”

“음?”

“난 그냥 네가 약해 보여서 공격한 것뿐인데?”

히죽히죽 웃으며 약 올리는 이안을 보며 메가론은 순간적으로 열이 뻗치는 걸 느꼈다.

“……!”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냉정을 찾은 메가론은 이안을 노려보며 냉소를 지었다.

“그래, 네가 틀렸다는 걸 곧바로 알려 주도록 하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안은 살짝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쩝, 도발이 안 먹히네.’

나름 세계적인 최상위권 랭커들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멘탈이 단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안은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멘탈이야 아무리 단단해 봐야 몇 대 맞다 보면 금방 무너질 텐데, 뭐. 매에는 장사 없지.’

그리고 그것은 결코 근거 없는 여유로움이 아니었다.

“후후.”

이안은 정말로 저 앞에 서 있는 마족 유저를, 속된 말로 ‘발라 버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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