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84화 (59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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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전장 (1)

대망의 수요일이 밝았다.

일요일의 요일전장인 차원의 거울 전투를 치를 뒤 사흘이라는 시간이 꼬박 걸려서 말이다.

그리고 그 사흘 동안 거의 잠을 안 자다시피한 이안의 두 눈은, 퀭하기 그지없었다.

‘으, 오늘 요일 전장만 치르고 나면 일단 눕기부터 해야지.’

정상적인 루트를 밟은 유저들이 훈련소에 들어간 지도 만으로 하루 이상이 훌쩍 지난 지금.

그렇다면 메인 퀘스트를 진행 중인 일반 유저들은 지금쯤 어느 정도의 공적치를 모은 것일까?

궁금해진 이안은, 곧바로 훈이에게 메시지를 보내 보았다.

-이안 : 훈이, 너 지금 계급 뭐냐?

그리고 이안에게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던 훈이의 대답은, 칼같이 돌아왔다.

-간지훈이 : 으흐흐, 크흐흐흣! 이 훈이 님이 너무 빨리 치고 나갈까 봐 두려운 건가?

-이안 :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계급이랑 공적치나 보고해 봐.

-간지훈이 : 쳇, 알겠어. 난 8시간 전쯤 전투병으로 진급했고, 공적치는 한 1,600정도 추가로 모았어. 아마 내일 정도면 정예병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퀘스트가 끊기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이안 : 다른 랭커들은?

-간지훈이 : 음, 내가 현재 보유중인 공적치까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대부분 나랑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될 거야. 비슷한 시기에 다 같이 전투병으로 진급했거든.

-이안 : 흐으음, 그렇군.

-간지훈이 : 어차피 곧 만나게 될 거야, 형. 우리도 이제 곧 요일 전장 참여하러 내려갈 테니까.

-이안 : 알겠다.

대화를 마친 이안은,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휴,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빠른데?’

현재 이안의 공적치 현황은 ‘전투병’까지 100정도를 남겨 놓은 상태.

훈이와 비교한다면 1,700정도의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후, 이번 요일 전장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역전은커녕 절반도 못 따라가겠군.’

어쨌든 이안은, 일요전장에서 최고의 공적치를 올렸었다.

물론 지금과 비교하면 허약하기 그지없는 스펙으로 전장에 참여했지만, 어쨌든 1위로 전투를 마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전투에서 이안이 얻은 공적치는, 고작 300정도.

요일전쟁마다 보상의 크기가 크게 상이하지는 않을 테니, 얻을 수 있는 공적치도 엄청나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스펙이 올라간 지금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한 500포인트나 얻을 수 있으려나…….’

이안이 500포인트를 얻는 동안, 다른 유저들도 놀고 있지는 않을 터.

아마 줄일 수 있는 격차는 더욱 적을 게 분명했다.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이안은, 천천히 수련장을 나섰다.

이제 요일전장 발동까지는 30여 분 정도가 남은 상태.

더 이상 수련장에 들어가기는 애매한 시간이었다.

‘낮은 등급으로 들어가서 빠르게 한 바퀴 돌면, 1스텟 정도는 더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공터 한편에 있는 바위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 1스텟을 위해 마지막 힘까지 쥐어 짜 내는 것은 효율이 너무 안 좋았으니 말이다.

‘후후, 그래도 이 정도면 하루 만에 올린 스텟 치고는 충분히 만족스럽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은 이안은, 자신의 특수 스텟 정보 창을 오픈해 보았다.

-영웅 능력치 현황

보유 능력치 : ‘전문성’

A. 전문성

현재 능력치 : 67

수련 진행도 : 37퍼센트

-모든 직업 능력치가 33.5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모든 전투 능력치가 16.75퍼센트만큼 하락합니다.

*‘전문성’을 훌륭하게 갈고닦으셨습니다.

당신의 전문 분야에서 더욱 대단한 힘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정보 창을 확인한 이안의 한쪽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크, 모든 직업 스텟 33.5퍼센트 상승이라니. 전투스텟 16퍼 정도는 충분히 희생할 만한 수치야.’

전투 스텟의 희생으로 인해 이안은 생명력과 방어력, 민첩성 등의 손해를 보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공격력이나 지능의 손해도 보기는 했으나, 이 부분은 수치상으로의 손해일 뿐, 실질적인 전투에는 큰 영향을 끼치기 않는 것이다.

지능 스텟이야 원래 마법사 계열의 유저가 아니라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능력치이며, 정령왕의 심판이나 블러드 리벤지와 같은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공격력 손실이 아쉽겠지만, 지금 이안이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는 ‘천룡군장’의 보주뿐이었다.

어차피 보주와 화염시를 주로 활용할 지금의 상황에서 일반 공격력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으읏차!”

크게 기지개를 켜며, 뭉쳐있는 근육들을 풀어주는 이안.

그리고 잠시 후, 수련장 안에서 익숙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차례로 걸어 나왔다.

그들의 정체는 당연히, 마크 올리버와 리챠오였다.

“오, 이안 님, 빨리 나와 계셨군요.”

“네. 마침 수련이 마무리되었는데, 한 번 더 돌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요.”

이안의 말에 올리버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뒤따라 걸어온 리챠오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이안을 향해 물었다.

“이안, 그대는 저 안에서 어떤 능력을 수련했소?”

리챠오의 물음에, 이안은 선선히 자신의 수련 능력에 대해 대답해 주었다.

딱히 숨길 이유가 없기도 하고, 이안 자신도 리챠오의 능력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전, 전문성 능력을 수련했습니다.”

“오오, 이유를 좀 여쭤도 되겠소?”

“뭐, 그야 간단하죠. 제 전투 방식이 소환술사 직업 능력치들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니까요.”

이안의 답변에, 리챠오는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옆에 있던 마크 올리버 또한 마찬가지였다.

올리버는 한쪽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며 살짝 생각에 잠겼다.

‘오호, 전문성 스텟이라……. 이안 님의 전투 방식이랑 매치가 잘 안 되는데.’

그가 이와 같이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올리버가 보아 온 이안의 전투 방식은 소환수를 운용한 전투만큼이나 이안 본인의 전투 참여가 비중이 컸기 때문이었다.

올리버는, 당연히 이안이 ‘용맹’이나 ‘폭주’능력을 개방했을 줄 알았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안 님이 날리던 불화살이 소환술사 직업 스텟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 되는군.’

세 사람은 요일 전장이 오픈되기까지 둘러앉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결과 이안도 나머지 둘이 선택한 특수능력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마법사인 마크 올리버가 선택한 특수 능력은 ‘과부하’였고, 전사인 리챠오가 선택한 특수 능력은 ‘폭주’였다.

둘의 특수능력 선택은 무척이나 스탠다드하다고 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슬슬 수요일 요일 전장이 열릴 때가 된 것 같군요.”

올리버가 운을 떼며 일어나자 이안과 리챠오 또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순간.

띠링-!

용사의 협곡에 입장해 있는 모든 유저들의 눈앞에 일제히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요일 ‘요일 이벤트’가 시작됩니다.

-요일 전장에 참가하실 분들은, ‘용사의 광장’으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

* * *

카일란의 공식 홈페이지에 잠시 노출되었던, ‘차원의 거울’ 토요일 요일 전장 방송.

그것이 노출된 시간은 단 10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그 10분의 시간 중 6분 정도를 중국 서버의 어떤 유저가 녹화해서 ‘유캐스트’에 올린 것이다.

용사의 협곡 콘텐츠가 궁금했던 일반 유저들에게는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영상이었다.

이것은 유캐스트에 올라가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엄청난 속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영상의 중심에는 이안을 비롯한 일곱 명의 랭커들이 존재했다.

더해서 영상의 하단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수없이 많은 댓글들이 달렸음은 물론이었다.

-와, 이게 진짜 세계 랭커들의 클래스!

-인간계 랭커들도 엄청나지만, 마계 랭커들 진짜 대박이네……! 이건 진짜 깔 게 없는 플레이야.

-그런데 저 특이한 형태의 광역마법은 대체 뭐지? 우리 미국 서버에는 저런 마법을 쓰는 랭커가 없는데?

-저 사람, ‘진법가’라는 클래스를 가졌다는 중국의 랭커인 것 같아. 크으, 저 광역 마법이랑 암살자의 공격 연계가 정말 예술이군!

-아, 저 마법사는 그럼 중국 유저군. 그렇다면 저 암살자는 어느 나라 유저지? 혹시 아는 사람 있어?

-저 유저는 ‘림롱’이라고, 한국 서버 유저야. 한국 서버 암살자 랭킹 1위 유저지.

-와, 암살자 진짜 멋지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영상에서 큰 이슈가 된 것이 마계의 랭커들이라는 부분이었다.

차원의 거울 전투는 인간계 유저들이 승리했는데, 대체 어째서 마계의 유저들이 더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 영상이 노출되었던 10분의 시간은, 인간계가 아닌 마계가 이기고 있었던 차원의 거울 전투 ‘초반부’였기 때문이었다.

초반에 다소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인간계의 랭커들은, 마계의 랭커들에 비해 비교적 조명받지 못하게 되었던 것.

물론 이안과 마크 올리버, 그리고 리챠오의 활약도 충분히 훌륭했지만, ‘비교우위’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 영상이 짧아서 너무 아쉽다. 이거 최소 1시간 넘는 전투였을 텐데.

-그러게, 이거 풀버전 영상 어디서 구할 수 없나?

-그게 있었으면 이미 퍼졌겠지.

-맞아. 이거 LB사에서 실수로 유출된 영상이라고 알고 있어.

-쳇, 치사하네. 기왕 유출된 거 풀 버전 공개 좀 하지.

-그나저나 이 전투는, 결국 마계가 이겼겠지?

-아마 그렇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생각해. 인간계는 유저 숫자도 하나 부족하고, 이거 전장 특성상 역전이라는 게 엄청 힘들어 보이는 구조였어.

-하긴, 그건 그래.

-으, 나도 어서 용사의 마을 들어가 보고 싶다.

-난 용사의 마을 가려면 최소 1년은 걸릴 듯 ㅋㅋ

요일 전장의 영상이 처음 유출된 것은, 용사의 협곡 콘텐츠가 오픈된 직후인 일요일 밤이었다.

그리고 이 유출 영상은 그로부터 나흘째가 되는 수요일까지도 수많은 유저들의 입을 오르내리는, 그야말로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감자였다.

그리고 이 열기가 채 식기도 전, 카일란의 공식 홈페이지에 사람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 공지사항이 떠올랐다.

-용사의 협곡 요일 전투 방송 안내

*금일 오후 9시부터 공식 홈페이지와 커뮤니티에서, 동시에 용사의 협곡에서 벌어지는 요일 전투가 방영됩니다.

영상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LIVE방송이며, 영상 방영과 관련하여 몇 가지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EVENT 1

전장의 승리 진영을 맞춰라!

수요일 요일 전장에서 승리한 진영을 맞춘 유저 전원에게, ‘용사의 무작위 상자’ 아이템을 선물로 드립니다.

‘용사의 무작위 상자’에는, 10~100만 사이의 골드가 무작위로 들어 있습니다.

-EVENT 2

전장의 최고 영웅을 맞혀라!

수요일 요일 전장에서 최고의 공헌도를 달성할 랭커의 이름을 맞춘 유저 분들 중 천명을 추첨하여, ‘용사의 칼자루’ 아이템을 선물로 드립니다.

‘용사의 칼자루’ 아이템은 ‘신화’ 등급의 액세서리 아이템이며, 옵션은 차후에 공개됩니다.

“이야!”

모니터를 지켜보던 세미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신화 등급의 액세서리라니……. 이거 대박인데?”

애초에 액세서리 아이템들은 전투력에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

옵션 자체가 최대 세 개 이상 붙지 않을뿐더러, 그 수치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액세서리의 장점은, 레벨 제한이 없다는 것과 희귀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이벤트로 뿌리는 액세서리의 경우 한정판 아이템일 확률이 높았다.

“이건 당첨만 되면, 최소 천만원대부터 시작이야.”

주먹을 불끈 쥔 세미는 곧바로 이벤트 페이지에 접속하였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A : 인간계 진영

-B : 이안

답안지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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