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80화 (59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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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파티 플레이 (3)

용사의 마을이 업데이트된 이후.

유저들의 중간계 진입 난이도는, 이전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중간계라기보다는, 가장 잘 알려진 중간계인 ‘정령계’와 ‘명계’였다.(중간계가 몇 군데인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정령계와 명계로 갈 수 있는 포털이 유피르 산맥과 헤인츠 고원에 각각 열린 것이다.

물론 400레벨이라는 적지 않은 레벨 제한이 걸려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진입 장벽이 엄청 낮아진 것임은 분명했다.

본래는 특별한 히든 퀘스트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에, 최상위 길드 몇몇만이 이 중간계의 콘텐츠를 독점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정령계와 명계 중에서는, 정령계에 몰려 있는 유저들이 월등히 많았다.

중간자가 되어 아케론 강을 지나야 ‘마을’이랄 만한 공간이 나오는 명계와 달리, 정령계의 마을은 정령산에 진입하기 전에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수많은 유저들로 북적이기 시작한 정령계.

그리고 정령산 남단에 있는 마을인 ‘프뉴마’ 마을.

전 세계의 최상위권 유저들이 모여 있는 이 마을은 인간계의 여느 도시 못지않게 붐비고 있었다.

“바람의 평원 사냥 갈 기사클래스 구합니다! 한 자리 남았슴다! 빠르게 모셔요!”

“앗, 저 혹시 파티에 합류할 수 있을까요?”

“님, 혹시 초월 레벨이 몇이세요?”

“중간계 방금 입성했으니 당연히 1레벨이죠.”

“죄송합니다. 우리는 초월 레벨4 이상인 분만 받고 있습니다.”

“저 일반 레벨 430인데 껴 주면 안돼요?”

“일반 레벨 아무리 높아도 초월 1레벨은 안 돼요. 지송.”

“아놔, 중간계에 방금 입성했는데 일단 파티에 껴 줘야 4레벨을 찍든 말든 하지. 신입 사원 경력 보는 소리 하고 있네.”

“님, 순록의 숲 가는 파티 찾아보시면 많아요. 거기로 가셈.”

“에, 거긴 어디죠?”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면 있는 사냥터에요. 순록의 숲에서 2~3찍고 나서 그 안에 있는 서리동굴 들어가면 5레벨까진 금방 찍을 수 있을 겁니다.”

“앗, 그런 사냥터가 있는 줄은 몰랐넹. 감사감사.”

400레벨 이상의 랭커들만이 모였다고는 하지만 전 세계의 모든 서버에서 입장한 만큼, 프뉴마 마을 광장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초월 장비들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인 유저들이 단체로 자리를 잡았을 정도.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 광장만큼이나 수 많은 유저들이 바글대는 장소가 한 군데 더 있다는 것이었다.

-정령의 도장/입장료 : 500 아스테르

그곳은 바로, 이안이 히든 퀘스트를 클리어했던 곳인 정령의 도장.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500 아스테르를 기부(?)한 탓인지 이안이 처음 도장에 도전할 때는 작은 오두막 형태였던 정령의 도장이 거의 열 배가 넘는 규모로 확장되어 있었다.

한 번에 도전할 수 있는 유저 팀의 숫자도, 여럿으로 늘어나 있고 말이다.

-B구역의 도전 팀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였습니다.

-대기 팀 입장이 가능합니다.

“좋았어! 드디어 우리 차례군!”

“크크, 이번에는 분명 5층을 클리어할 수 있을 거야!”

“가자고, 친구들!”

긴 줄의 맨 앞에서 기다리던 한 팀이 한차례 의기투합한 뒤 B구역으로 입장한다.

그러자 그 뒤에 있던 다른 유저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리듯 대화했다.

“쯧쯧, 고작 5층에서 저렇게 쩔쩔매서야. 저 팀은 ‘통곡의 벽’에 가 보지도 못하겠군.”

“그러게. 5층 정도는 눈감고도 클리어해야 9층에 비벼 보기라도 할 텐데 말이지.”

‘음?’

정령의 도장에 도전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란콤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는 흥미가 동하는 것을 느꼈다.

‘9층? 통곡의 벽?’

란콤은 영국 서버 내에서 제법 유명한 랭커였다.

그는 영국 서버의 궁사 클래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으며, 호승심이 강하기로 유명해 싸움닭이라는 별명이 있는 자였다.

때문에 그런 그에게, ‘통곡의 벽’이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란콤은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 통곡의 벽이라는 것이 궁금해서 그러는데, 내게 설명을 좀 해 줄 수 있습니까?”

그리고 란콤의 목소리를 들은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그를 향해 돌아갔다.

이어서 그들의 말이 이어졌다.

“헛, 통곡의 벽을 모른다니. 방금 처음 오셨나 보군요.”

“그렇습니다.”

“통곡의 벽은 다른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 도장의 9층 관문을 통곡의 벽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게 오늘 반나절 만에 생긴 별명이죠.”

“음, 9층의 난이도가 상당한가 보죠?”

“상당한 정도가 아닙니다. 말 그대로 그냥 ‘벽’이죠.”

“그, 그래요?”

“여기 전 세계 랭커들이 다 모였는데도, 아직 9층을 깼다는 사람이 없어요.”

“……!”

“여기 우리만 해도 8층까지는 어렵지 않게 클리어했는데, 9층만 벌써 세 번째 트라이중이니까요.”

두 사람의 말을 들은 란콤은, 오랜만에 호승심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 누구도 클리어하지 못했다’는 타이틀은, 승부욕 강한 그에게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후후, 누구도 깨지 못한 층이라……. 그렇다면 이 내가 나설 차례인가.’

란콤은 9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얻기 위해, 두 사람을 향해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생판 모르는 타인에게 고급 정보(?)를 묻는다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혹시 9층에 대한 정보를 좀 더 물어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고 9층에 대한 정보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했다.

“뭐, 그거야 어려울 것 없죠.”

“……!”

“일단 9층을 지키고 있는 관문지기는, 아마도 소환술사 클래스인 것 같아요. 그리고 무기는 활을 쓰는 것 같은데, 어지간한 궁수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활을 잘 씁니다.”

“게다가 소환수들의 고유 능력도 엄청 다양해서, 우린 세 번째 트라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녀석의 공격 패턴을 반의반도 파악하지 못했어요.”

어지간한 궁수들보다 훨씬 활을 잘 쏘는 소환술사라는 말에, 란콤은 속으로 발끈할 수밖에 없었다.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 친구들, 분명 제대로 된 궁술을 본 적도 없는 게 분명해.’

하지만 발끈한 것과 별개로, 란콤은 그것을 티낼 생각은 없었다.

이들이 너무 친절하게 자신이 아는 것들을 세세히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설명을 다 들은 란콤은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귀중한 정보들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에이, 아닙니다. 한두 번 트라이해 보면 다 알 수 있는 정보들인 걸요, 뭘.”

“맞아요. 어차피 이런 정보 안다고 해서 클리어할 수 있는 관문도 아니고 뭐…….”

란콤이 절대로 클리어할 수 없다는 것을 거의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두 사람의 말투에, 란콤은 또 다시 속이 부글부글하는 것을 느꼈다.

‘나 란콤을 대체 뭐로 보고……!’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하자,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되었다.

‘하긴, 내가 벌써 초월 9레벨을 달성한 최상위 랭커라는 걸 이 친구들이 알 리 없으니까.’

하지만 란콤도 모르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째로는 지금 그에게 친절히 ‘통곡의 벽’에 대해 설명해 준 두 사람의 초월레벨 또한, 각각 8레벨과 9레벨이라는 것.

둘째로는 이 두 사람 또한 타 서버의 최상위권 랭커라는 것을 말이다.

* * *

카일란의 메시지 창은, 무척이나 스마트하다.

유저가 설정하기에 따라서, 보여 주는 메시지의 범위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안이 해 놓은 설정으로는, 현재 유저가 입장해 있는 맵에서 이뤄지는 일들만 메시지로 떠오르게 되어있다.

때문에 이안은, ‘지난 메시지 함’의 로그를 확인하고 나서야 메시지 창에 한가득 쌓여 있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정령의 도장’ 관문 도전자를 격퇴하였습니다.

-‘영웅 점수’가 9점 상승합니다.

-‘정령의 도장’ 관문 도전자를 격퇴하였습니다.

-‘영웅 점수’가 9점 상승합니다.

“크으, 이건 생각지도 못했던 꿀단지네?”

정령의 도장 9층에, 마치 말뚝처럼 박혀 있는 이안의 분신.

물론 이안은 이 분신이 어느 정도 영웅 점수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쭙잖은 도전자들 정도는, 분신만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 여겼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

몇몇 랭커들이 정령의 도장에 진입하면, 자신의 분신이 금방 패배당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이안 자신을 저평가했거나 랭커들을 고평가해서 나온 결론이 아니었다.

이안은 자신의 분신도 도전자의 숫자에 따라 스텟이 상승하게 된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었다.

“좋아, 잘한다 내 분신! 이대로 일주일만 버티면 영웅 점수 만 단위 이상은 쌓이겠어!”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 만에, 무려 천에 가까운 영웅 점수를 채굴한 이안의 분신.

이대로라면 정말 이안의 말처럼, 장비상자의 가격인 1만 포인트 이상을 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을 듯 보였다.

눈물을 머금고 훈이와 유신에게 기증한 초월 장비들을 떠올린 이안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장비 상자도 장비 상자지만, 이제 용사의 마을 쇼핑을 좀 즐겨 볼까?’

이제 ‘신병’계급이 되어, 용사의 마을 모든 상점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이안.

그리고 지금 이안이 보유하고 있는 1천 단위 이상의 포인트라면, 아마 이곳에서는 석유부자처럼 쇼핑을 즐길 수 있으리라.

우우웅-!

-‘용사의 마을’에 귀환하셨습니다.

간결한 메시지와 함께, 하얀 빛줄기가 이안의 귀환을 환영하듯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이어서 마을에 도착한 이안은 서둘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차원의 거울 전장에 들어가기 전, 미리 봐 두었던 몇몇 상점들에 얼른 들어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을의 공터를 채 벗어나기도 전, 이안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의 시야에, 흥미로운 광경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제군들. 이곳, 용사의 마을에 온 것을 환영한다네. 난 이제부터 그대들의 용맹을 단련시켜 줄 프라임 중대장일세.”

공터의 한 쪽 구석에, 대략 열댓 정도로 보이는 인원이 정갈히 도열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분명, 이안으로서도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게다가 이안이 보기에 이들의 정체는 분명 ‘유저’들이었다.

‘오호, 그 사이에 저만큼 많은 유저들이 용사의 마을에 입장한 건가?’

호기심이 생긴 이안은, 그들의 근처로 슬쩍 다가서 보았다.

이들이 정확히 뭘 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차원의 거울 전장은 요일 전투라서 이제 입장이 불가능할 텐데……. 이들에겐 어떤 식으로 퀘스트가 발생하게 되는 거지?’

상점에서의 쇼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퀘스트를 받는 것이다.

퀘스트를 받아야만 공적치를 쌓을 수 있고, 그것이 이 용사의 마을을 졸업하는 가장 빠른 길이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이들의 대화를 유심히 듣던 이안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제군들, 용사의 훈련 과정은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다들 마음의 준비는 단단히 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이 인원들은 이안의 예상대로 어떤 퀘스트를 하기 위해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얼른 여기 합류해야겠는데?’

‘훈련’이라는 것이 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공적치를 조금이라도 획득할 수 있는 퀘스트일 터였다.

이안은 가던 걸음을 돌려서, 망설임 없이 그들 일행에 합류했다.

아니, 합류‘하려고’ 했다.

“어이, 거기 신병!”

“예? 저, 저요?”

“그래, 여기 신병이 자네 말고 또 누가 있는가!”

유저들을 인솔하던 중대장 ‘프라임’이 이안의 합류를 가로막은 것이다.

“이미 훈련이 끝난 신병이 어찌 훈련소에 가려 하는가?”

“예에?”

“자네는 우리 중대에 합류할 수 없으니, 가던 길로 돌아가시게.”

“……!”

그리고 프라임의 말을 들은 이안의 동공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안은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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