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78화 (59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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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파티 플레이 (1)

영웅의 마을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가 뜬 이후, 전 세계 카일란 유저들의 관심은 이 업데이트에 집중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일란 세계 서버가 열린 기념비적인 업데이트이기 때문이었다.

살짝 공개된 콘텐츠들의 내용 또한 흥미로웠던 것은 덤이었다.

하지만 막상 업데이트가 끝나고 서버가 오픈되고 나자, 불같이 타오르던 관심들은 살짝 사그라졌다.

아니. 사그라졌다고 하기보단,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용사의 마을 콘텐츠 자체가, 최상위 0.001퍼센트 유저들을 위한 것이었고, 때문에 일반 카일란 유저들은 접근조차 불가능했으니 말이다.

물론 본인이 직접 플레이할 수 없더라도, ‘스타 플레이어’들의 플레이에 열광하는 유저들은 많다.

상위 랭커들의 행보는 항상 모든 유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니까.

그러나 문제는, 유저들이 그들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도 아직 볼 수 있는 창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전 세계 모든 상위 길드에서 신규 콘텐츠와 관련된 정보를 전부 극비로 다루었기 때문에, 그 어떤 매체에도 업데이트와 관련된 내용들이 새어 나가지 않은 것이다.

물론 신규 콘텐츠에 대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커뮤니티에 불만어린 게시물을 올리는 유저들도 있었다.

-아, 거 참 대리만족이라도 좀 합시다. 분명히 영웅의 길 트라이한 랭커들 많을 텐데, 정보 좀 공유해 줘요!

-님, 님 같으면 정보 공유 하겠음? 지금 얼마나 중요한 시긴데……. 아마 상위 길드들 전부 콘텐츠 선점하려고 이를 악물고 게임하고 있을 걸요?

-맞아요. 지금은 좀 궁금해도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한국서버 길드들이 세계 랭킹 순위권 싹 쓸어 담길 기다려야죠.

-캬, 생각만 해도 짜릿하네. 국뽕에 취한닷……!

-하……. 그래도 콘텐츠는 궁금한데ㅠㅠ

-정 콘텐츠가 궁금하시면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카일란 본사를 쪼으러 가세요.

-네? LB사를요? 뭐라고 쪼는데요?

-빨리 YTBC같은 메이저 게임 채널에, 영웅의 마을 관련 콘텐츠 좀 오픈해 달라고요. 하다못해 전투 영상이라도 추려다가 방영해 주면…….

-오, 그거 괜찮네요.

-크으, 그럼 진짜 좋겠네요. 아예 정규 방송 코너로 편성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거 되기만 하면 아마 시청률 폭발할 듯.

뭔가 신규 콘텐츠에 대해 토론의 장이 열리려고 하다가도, 공개적으로 풀린 내용이 없으니 할 이야깃거리가 없는 상황.

그러나 정확히 업데이트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살짝 잦아들었던 대규모 업데이트의 화제성은 미친 듯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다름 아닌 LB사의 공식 홈페이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유저들과의 거의 모든 소통이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이어지다 보니 평소에는 방문자조차 얼마 되지 않는 LB사의 공식 홈페이지.

이 홈페이지의 구석에 작게 열린 하나의 임시 채널을 한 유저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다.

그 채널의 이름은 다음과 같았다.

-CH : 0025(임시)

-용사의 마을 요일 이벤트(일) : 차원의 거울 전장

* * *

전장에 입장한 후 3분이 지날 시점까지만 해도, 이안은 ‘차원의 거울’ 콘텐츠에 대해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막 쉬운 느낌이야 당연히 아니었으나, 이안이 중간계에 와서 상대했던 몬스터들 중에는 확실히 상대하기 쉬운 편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콘텐츠의 정체를 완벽히 이해하게 된 순간, 얼마나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지를 깨달았으니 말이다.

‘미친……! 이거, 그냥 한 놈 한 놈 처치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잖아?’

‘거울의 탑’ 중단에 걸려 있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상황판.

그리고 중대장 ‘파커’가 한 번씩 호통 치듯 내뱉는 대사들.

“제군들, 근본도 없는 마족 놈들 따위에게 밀려서 되겠는가!”

“악착같이 한 놈이라도 더 처치해!”

“차이가 벌어질수록 이기기 힘들어진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싹 쓸어다가 마족 놈들 진영으로 보내 버리라고!”

이안은 이 모든 정황을 통해, ‘차원의 거울’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설계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마족 진영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차원기병들과 싸우고 있고……. 여기서 한 놈 잡으면 그쪽에 한 놈이 생기는 방식인 거네.’

무척이나 간단하면서도,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신박한 방식의 전투.

콘텐츠의 구조를 이해한 순간, 이안은 지금부터 어떤 식으로 플레이해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차근차근 한 놈씩 줄여 가는 게 가장 급선무야. 이렇게 안일하게 싸워서는 승산이 없어.’

이안은 시선을 빠르게 돌려, 한창 전투 중이던 마크 올리버를 찾았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그에게로 다가가서,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니, 이안이 입을 열려고 한 순간, 올리버가 먼저 이안을 향해 물었다.

“이안 님, 혹시 콘텐츠 이해했어요?”

올리버의 물음에, 이안은 살짝 움찔했다.

이어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어느 정도는……. 이해한 것 같습니다.”

비록 함께 전투한지 아직 얼마 되진 않았으나, 이안은 마크 올리버의 게임 이해도가 뛰어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때문에 하려던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올리버의 말을 먼저 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올리버는 이안이 기대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느끼셨을지 모르겠지만, 광역 딜을 넣는 것 보다, 하나라도 빨리 처치하는 게 중요해요.”

“확실히, 그렇겠군요.”

“지금부턴 생명력 많이 깎인 개체 위주로 골라서 저격해 보죠.”

올리버의 말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습니다.”

하지만 이안은, 여기에 한 가지 의견을 덧붙였다.

올리버가 짚어 낸 부분도 분명 중요하기는 했으나, 더 중요한 게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올리버 님.”

“예?”

“혹시 회복이나 보호막류 스킬 운용 가능하신지요?”

올리버는 살짝 의아한 표정이 되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아군을 하나라도 더 지키는 데에도 신경 써 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음……?”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보존되어 있는 아군 병력의 숫자가 차원기병 처치 속도와 비례할 테니까요.”

그리고 이안의 말을 들은 올리버의 두 동공은 살짝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이안의 의견을 들은 순간 뒤통수를 강하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 내가 그 생각을 왜 못 했지?’

올리버는 지금까지, 본인이 하나라도 더 많이 처치하여 공적치를 올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함께 전투중인 천군들은 그저 NPC들일 뿐, 그들 하나의 목숨보다 공적치와 영웅점수를 1이라도 더 많이 올리는 게 중요했으니 말이다.

물론 같은 소대의 병력들을 도와주기는 했지만, 그것조차 어디까지나 ‘소대 승격’조건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안의 말을 듣고 나니, 생각이 짧았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이 전장은, 정해져 있는 시간이 없구나. 어차피 마계 진영을 이기지 못한다면, 승격 보상도 받을 수 없는 거였어.’

소대 승격을 하기 위해서는 소대원 전원이 살아남아야 한다.

그리고 소대원 전원이 살아남는 경우의 수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방법밖에 없다.

전투에서 패배했다면, 천군 진영의 모든 병력이 전멸 당했을 경우일 테니 말이다.

게다가 이안의 말처럼 결국 병력을 한명이라도 더 지켜낼수록 천군 진영의 전체 DPS가 올라갈 것이다.

이안의 의견을 완벽히 이해한 올리버가 고개를 끄떡이며 빠르게 대답했다.

“좋아요. 그럼, 방금 말씀하신 대로 마법을 운용해 보도록 하죠.”

“좋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서로의 의중을 확실히 이해한 두 사람은, 동시에 전장을 향해 뛰어들었다.

최전방에서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고 있는 리챠오도 있었지만, 그에게까지 전략을 전달할 여유는 없었다.

원거리 딜러인 두 사람과 달리 근거리 딜러인 그는, 이 전략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정령의 광산에서 돌덩이 부수던 때처럼……. 미친 듯이 활시위를 당겨야겠군. 그리고 엘이의 베리어랑 닉의 광역 보호기를 잘 활용해야겠어.’

이안은 상황판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슬쩍 옮겨 거울의 탑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상황판에 떠올라 있는 수치는, 쉴 새 없이 계속해서 변동되고 있었다.

-남아 있는 차원기병  : 102,  101, 103, 100, 102…….

-남아 있는 천군 : 91, 90, 90, 89…….

천군의 숫자는 계속해서 줄어들지만, 차원기병의 숫자는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지금도 천군의 진영에서 쉴 새 없이 차원기병을 처치하고 있지만, 그것은 마족 진영도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심지어 지금은, 차원기병을 줄이기는커녕 마족 진영에게 밀리는 상황.

‘우리 진영에 있는 차원기병의 숫자가 102이면, 저쪽 진영에는 98이겠지.’

그리고 이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줄이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 차이가 누적되며 눈덩이처럼 불어날 테니 말이다.

‘갈수록 뒤집는 게 힘들어질 거야. 어떻게든 지금 역전을 성공시켜야 해.’

전투가 시작된 지는 이제 10분이 갓 넘은 상황.

이안이 보기에 이 전투의 승부는 사실상 30분~50분 사이에 판가름이 날 것 같았다.

이안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최면이라도 걸 듯.

“지금 이 순간부터…….”

굳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 허락 없인, 아무도 죽을 수 없다.”

이어서 전장의 최전방에 ‘닉’의 고유 능력인 ‘태양신의 비호’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 * *

차원기병을 처치하는 것과 병력을 유지하는 것.

이 두 가지의 명제는, 사실상 경중을 따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굳이 중요도를 따져 보자면 그것은 유저의 전투력에 비례한다고 할 수 있었다.

전장에 있는 유저들의 전력이 강력할수록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며, 약할수록 병력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할 것이다.

유저들의 전투력에 따라 천군 병력의 DPS에 대한 의존도가 달라질 것이니 말이다.

때문에 이안은,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것보다 천군을 하나라도 더 살리는 데 비중을 두기로 했다.

현 상황에서 천군 두셋 정도가 모이면 이안보다 나은 DPS를 뽑기 때문에, 그들을 지켜 내는 게 더 나은 판단이라 여긴 것이다.

특히 소대장급 이상의 천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할 수 있었다.

“엘, 드라고닉 배리어!”

“알겠어요, 아빠!”

이안의 오더를 듣고 껑충 뛰어오른 엘이,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며 허공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러자 근방에 있던 대부분의 천군 주변으로, 하얗게 빛나는 배리어가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뿍뿍이의 고유 능력인 ‘심연의 축복’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우우웅- 쏴아아아-!

낮은 공명음이 울려 퍼지더니, 뿍뿍이를 중심으로 푸른 심연의 기운이 광원을 그리며 쏟아졌다.

그러자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천군진영의 NPC들이, 빠르게 생명력을 회복했다.

“오오, 힘이 솟는군!”

“지금이라면 더 용맹하게 싸울 수 있겠어!”

강력한 배리어와 힐을 동시에 받은 천군들이, 다시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안이 서포팅을 시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울어지는 듯 보였던 전세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남아 있는 차원기병 : 102, 100, 101, 99, 100…….

-남아 있는 천군 : 89, 89…….

이어서 익숙한 카카의 목소리와 함께, 전장에는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린다…….”

우우웅-!

이안이 자주 유용하게 쓰는 장판 고유 능력인 카카의 ‘꿈꾸는 악마’.

이 고유능력의 특 장점은 사실, 어둠속성에 대한 특화이다.

어둠 속성을 가진 아군 병력을 버프해 주며, 반대로 어둠속성을 가진 적들을 큰 폭으로 디버프해 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장판 버프 스킬에는, 깨알같이 5퍼센트라는 공격력 버프도 붙어 있었다.

이것은 특정 속성과 관계없이 모든 아군들의 공격력을 높여 주는 버프.

그리고 이 5퍼센트라는 수치가 수십 이상이 모이자, 그것은 적잖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차원기병’이 처치되었습니다!

-‘차원기병’이 처치되었습니다!

……중략……

-‘차원기병’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영웅의 마을 ‘공적치’를 1포인트만큼 획득하셨습니다.

-‘7소대’의 공헌도가 10포인트만큼 증가합니다.

-영웅 점수를 2만큼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카카의 장판버프가 채널링 스킬이라는 것을 알아챈 것인지, 마크 올리버는 재빨리 디텍팅 마법을 발동시켜 카카의 위치를 감추어 버렸다.

-파티원 ‘마크 올리버’의 마법, ‘디텍팅 일루젼’이 발동됩니다.

-지금부터 240초 동안, ‘카카’의 모습이 적들에게 노출되지 않습니다(적을 공격하거나 공격 모션을 할 시, 디텍팅이 해제됩니다).

카카의 고유 능력 ‘꿈꾸는 악마’는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는 도중 모션을 유지해야만 하는 ‘채널링’스킬이다.

꿈꾸는 악마가 발동되는 중에 공격을 받으면, 모든 버프 디버프 효과가 사라지는 것.

그 찰나지간에 이러한 사실을 캐치한 마크 올리버가 그에 알맞은 서포팅을 넣어 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두 사람의 노력이 하나씩 누적되기 시작하자, 전세는 급속도로 기울었다.

-남아 있는 차원기병  : 99, 97, 98, 95, 94…….

이안과 마크 올리버가 바랐던, ‘스노우 볼’이 제대로 굴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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