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75화 (58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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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전투, ‘차원의 거울’ (1)

띠링-!

-한국 서버 최초로 ‘용사의 마을’에 입장하셨습니다.

-용사의 마을에서는 외부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모든 아이템이 착용 해제됩니다.

-명성이 20만 만큼 증가합니다.

-‘영웅 점수’를 3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시야를 가리던 새하얀 빛이 조금씩 걷히자, 이안의 눈앞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몇 줄의 시스템 메시지였다.

그리고 그 메시지들을 읽어 내려가던 이안은 묘한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바깥의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다고?’

이어서 마지막 줄까지 확인한 이안의 표정은,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게다가 영웅 점수? 오호.’

이안의 정령의 도장을 트라이하면서 모아 두었던 특별한 포인트가 바로 영웅 점수.

곧바로 상태 창을 확인한 이안은, 방금 얻은 영웅 점수가 같은 개념의 포인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령계에서만 통용되는 포인트일 줄 알았는데…….’

이어서 이안의 머릿속에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혹시 이 영웅 점수라는 게 용사의 마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아닐까?’

모든 아이템 사용이 금지되면서 30이라는 영웅 점수가 지급되었다.

이 두 줄의 시스템 메시지가 담고 있는 기획 의도를 이안은 자연스레 읽은 것이다.

비록 ‘감’에 가까운 추측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이안이 해 온 게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이안은 이 감이 거의 맞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도장을 좀 더 열심히 돌아 볼 걸 그랬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안의 귓전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리번대는 꼴을 보아 하니, 새로 들어온 신입인가 보군.”

“……?”

이안의 시선은 자연히 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틀어졌고, 그곳에는 중갑으로 무장한 기사가 하나 서 있었다.

그리고 기사의 머리 위에는, 간결한 NPC 정보가 떠올라 있었다.

- ‘중대장 파커’/Lv. 20(초월)

이어서 멀뚱히 서 있는 이안을 향해 ‘파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훈련도 안 된 신입을 투입하긴 조금 걱정되지만, 어쩔 수 없지. 마을에 훈련된 신병이 아무도 없으니까.”

“예? 그게 무슨…….”

“전투 시작까지 30분도 남지 않았다네. 서둘러 준비를 하시게!”

아직 상황 판단이 안 된 이안은 살짝 당황하였다.

다짜고짜 말을 걸더니 출정 준비를 하라니.

당황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것이다.

‘아니, 무슨 전투인지는 알려 줘야 할 거 아냐?’

하여 ‘중대장 파커’를 향해 뭐라 물어보려던 이안.

하지만 그 전에, 시스템 메시지가 먼저 이안의 시야를 가렸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출정 준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출정 준비

용사의 길에서 인정받은 당신은, 무사히 용사의 마을에 도착하였다.

‘중간자’를 향한 첫 걸음을 무사히 뗀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중간자가 되기 위해선, 이곳 용사의 마을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인정받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공’을 세워야 한다.

마침 용사의 협곡 남부에서 ‘차원의 거울’ 전투가 시작되려 한다.

출정하는 천군을 따라 전장에 참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하자.

준비가 끝난 뒤 중대장 ‘파커’에게 찾아가면, 당신을 부대에 합류시켜 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없음

퀘스트 조건 : 고대 영웅들의 인정.

제한 시간 : 25분 32초

보상 : 영웅 점수 15

이안이 궁금했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친절한 퀘스트 창.

이 퀘스트까지 확인하자 이안은 처음에 했던 추측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영웅 점수로 템을 사는 거였어.’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은 이안은 가볍게 발을 떼었다.

마을은 무척이나 넓고 비슷하게 생긴 건물들도 많이 늘어서 있었지만, 표지판을 확인하면 어렵지 않게 장비 상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 그럼 템을 맞추러 가 볼까?’

쇼핑은 언제나 즐거운 법.

이안의 걸음걸이는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저기, 팀장님.”

“무슨 일이야 지연 씨?”

한창 보고서를 작성하던 나지찬은 김지연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긴장어린 목소리 톤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좋은 소식을 들고 온 것은 확실히 아닐 터.

나지찬과 눈이 마주친 김지연은 한차례 마른침을 삼킨 뒤 입을 열었다.

“그게, 방금 모니터링 팀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봐.”

“용사의 마을에 먼저 진입한 랭커들 중 세 명한테 차원의 거울 전투 퀘스트가 떴대요.”

“어……. 거울……. 차원의 거울?”

차원의 거울 전투가 뭔지 잠시 생각하던 나지찬은 잠시 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차원의 거울’ 맵 자체가 벌써 진입해서는 안 되는 맵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연 씨, 거울 전투가 갑자기 왜 시작된 거야?”

나지찬의 물음에, 김지연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오늘이 일요일이잖아요, 팀장님. 아직 12시 안 지났다고요.”

“음?”

“일요일 요일 퀘스트가 차원의 거울 전투였던 거, 잊으셨어요?”

“……!”

김지연의 말을 들은 나지찬의 머리가 팽팽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 걸리지 않아, 조금씩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만, 그러고 보니 요일 퀘스트 이벤트 발동 시간이 9~10시였지? 그렇다면 지금 시간이……?’

시계를 확인한 나지찬은 현기증인 날 것만 같았다.

스마트폰 상단에 떠 있는 시각은 정확히 오후 9시 45분이었던 것이다.

“하아…….”

용사의 마을에는 수많은 퀘스트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퀘스트가 바로 메인 퀘스트와 요일 퀘스트였는데, 이 퀘스트들이 중요한 이유는 ‘승격’시스템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승격을 마치고 ‘정예병’의 타이틀을 달아야 ‘중간자’의 위격을 얻게 되기 때문.

그리고 원래대로라면 이 요일 퀘스트들은 ‘기본 훈련’ 퀘스트가 끝나기 전엔 참여할 수 없다.

‘기본 훈련’을 마치고 ‘훈련된 신병’이라는 칭호를 얻어야만 ‘중대장 파커’NPC가 말을 거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용사의 마을에는 훈련된 신병이 아무도 없다.

때문에 ‘중대장 파커’가 일단 있는 병사들이라도 데려간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젠장…….”

나지찬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것은 사실, 알고 있으면서도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문제점이었다.

애초에 ‘영웅의 길’을 차근차근 클리어했더라면, 최소 반나절의 시간은 걸리니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서버가 오픈한 이 일요일 내로 유저가 용사의 마을에 입장할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심지어 10시 전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일곱 명이나 이렇게 빨리 통과할 줄은…….’

한손으로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은 나지찬은, 다시 자리에 앉아 용사의 마을 퀘스트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일단 상황은 이해했으니, 이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될지를 충분히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나지찬의 옆에 앉은 김지연은 그의 모니터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고, 잠시 후 두 사람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휴, 생각보다 꼬일 일은 없겠어.”

“그러게요. 다행이네요.”

“으으, 이안 하나로도 충분한데 콘텐츠 파괴자가 일곱이나 되다니…….”

랭커들의 명단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나지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향해, 김지연이 조심스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팀장님.”

“응?”

“팀장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 있잖아요.”

“무슨……?”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하는 나지찬을 향해 김지연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계획을 짜야 한다고요.”

“그, 그랬었지.”

그리고 나지찬이 대답하자, 김지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만약 차원의 거울 전투에서, 랭커들이 포함된 소대가 ‘승격’이라도 된다면요?”

“……!”

“그럼 저 그 소대에 포함된 유저는 메인 퀘스트에 합류하지 못할지도 몰라요.”

용사의 마을 메인 퀘스트는 ‘기본 훈련’을 받는 것으로 모든 연계 퀘스트가 시작된다.

하지만 이 기본 훈련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 유저가 ‘훈련병’ 계급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만약 랭커들이 포함된 소대가 전공을 세워 ‘승격’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들은 훈련병 계급에서 승격되어 ‘신병’계급을 달게 된다.

즉 중요한 콘텐츠 중 하나인 ‘기본 훈련’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흐으아…….”

맥이 풀려 버린 나지찬의 입에서 허탈함이 가득 담긴 탄식이 새어 나왔다.

물론 그렇게 될 확률이야 극히 적긴 하지만, 지금 저 안에 있는 유저들이 누구인가.

세계 최상위의 랭커들이다.

첫 번째 출정에서 승격을 해 버리게 될 상황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지연 씨.”

“예?”

나지찬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 보다 우울해졌다.

“이번 주도 야근이야.”

“…….”

“2팀이랑 1팀에도 이 기.쁜. 소식을 얼른 전달해 드리자고.”

그리고 나지찬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기획 3팀의 사무실에는 우울한 공기가 내려앉기 시작했다.

* * *

한편 기획 팀의 이러한 비극(?)을 알 턱이 없는 이안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쇼핑을 즐기는 중이었다.

“히야, 이렇게 단순한 옵션의 아이템들은 정말 오랜만에 보네.”

이안은 지상계에서, 거의 만렙에 가까운 레벨을 달성한 초 고 레벨 유저였다.

때문에 지금까지 그가 사용하던 아이템들은 화려한 옵션을 자랑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이 ‘용사의 대장간’에 진열되어 있는 아이템들은, 화려하지 않다 못해 초라한 수준의 옵션들을 가지고 있었다.

-견고한 용사의 철검

분류 : 한 손 검

등급 : 일반 (초월)

착용 제한 : 힘 50 이상 (초월)

‘훈련병’ 계급 이상

공격력 : 277~325

내구도 : 215/215

옵션 : 힘 +15 (초월)

대장장이 ‘티버’가 공들여 만든 철검이다.

‘용사의 대장간’에서 만들어진 무기 중에는 제법 좋은 품질을 자랑한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이안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뭐, 선택지가 없으니까…….’

썩 마음에 드는 아이템은 없었지만, 말 그대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지금 이안의 인벤토리에 들어차 있는 화려한 아이템들은, 전부 착용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 이제 픽스 해야지.’

퀘스트 완료까지 남은 시간을 확인한 이안은, 선택한 아이템들을 집어 들었다.

짐작했던 대로, 용사의 마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영웅 점수.

이안에게는 마을에 입장하면서 획득한 30점의 영웅 점수를 포함하여 총 150점 정도의 점수가 있었지만, 막상 사용한 것은 25포인트가 전부였다.

이안이야 당연히 더 좋은 아이템을 구매하고 싶었으나, 대장장이가 내어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훈련병에게 허용되는 무기들은 이것들뿐이라네.”

어쨌든 이러한 이유로, 이안이 구매할 수 있었던 장비는 한 자루의 활과 한 벌의 가죽 갑옷뿐.

정령마력을 올려주는 보주 같은 아이템은 애초에 대장간에 존재하지도 않는 듯했다.

-‘튼튼한 용사의 단궁’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견고한 용사의 가죽 갑옷’ 아이템을 착용하셨습니다.

“그럼, 건투를 비네 친구.”

“감사합니다!”

대장장이 ‘티버’에게 인사를 마치고 나온 이안은 느긋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출정 준비’ 퀘스트의 제한 시간은 아직 10분도 넘게 남아 있었으니 말이다.

‘자, 뭔가 정신없긴 하지만 이제 진짜 시작인 건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집결지를 향해 이동하는 이안.

하지만 이안은 알 수 없었다.

이안이 나온 대장간으로, 두 명의 유저가 허겁지겁 뛰어 들어갔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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