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73화 (58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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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길 (4)

* * *

-System : 동시접속인원 과다로 인해, 접속이 일시적으로 지연됩니다.

-System : 잠시만 대기해 주시길 바랍니다.

-System : 대기열 178,490

-System : 예상 대기 시간 : 95초

……중략……

-System : 대기열 7

-System : 예상 대기 시간 : 1초

-홍채 인식 완료.

-‘이안’ 님 카일란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파아앗-!

셀 수 없이 들어온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어두웠던 이안의 시야가 하얗게 밝아졌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는 새파란 하늘이었다.

“휴, 분명 시간 맞춰서 바로 클릭한 것 같은데……. 대기 열이 무슨 10만 단위야.”

바닥에 누운 채 한차례 투덜거린 이안은 묘기라도 하듯 순간적으로 몸을 퉁기며 일어섰다.

탓-!

마지막 순간 이안이 로그아웃한 곳은 바로 유피르 산맥의 일곱 봉우리 중 한 곳.

이안은,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규모 업데이트 패치가 전부 끝났으니, 아마도 이 주변 어딘가에 ‘용사의 길’로 통하는 입구가 만들어졌을 것이었다.

‘자, 어디냐?’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이안의 두 눈에 이채가 어렸다.

업데이트 전에는 없었던 자욱한 운무雲霧가, 봉우리 사이사이에 가득 들어차 있었던 것이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용사의 길’이 생긴 것과 연관성이 있을 터.

이안은 곧바로 핀을 소환하여 올라탄 뒤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하얀 운무 때문에 육안으로는 도저히 ‘용사의 길’을 찾아낼 수 없는 탓이었다.

쐐애액-!

오랜만에 소환된 핀은 물 만난 고지처럼 안개를 헤치며 빠르게 비행하였다.

‘조금이라도 빨리 찾아야 해……!’

이안이 파악하기로, 지금 유피르 산맥에는 이안 한 사람뿐이다.

아마 어지간해서는, 한국서버 인간계 유저들 중 이안이 가장 먼저 용사의 길에 들어갈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한국 서버’의 ‘인간계’ 유저들 끼리만의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계에 유피르 산맥이 있다면 마계의 용사의 길이 열리는 파칼리오 협곡이 있으며, 서버 또한 한국 서버뿐만 아닌 세계 전 서버 간의 경쟁이다.

스무 개도 넘는 각국 서버의 랭커들이 전부 새 콘텐츠에 혈안이 되어 달려들 터이니, 방심은 금물인 것이다.

때문에 이안을 태운 핀은 쉼 없이 유피르 봉우리들을 휘저으며 날아다녔다.

그리고 그렇게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

뭔가를 발견한 이안이, 돌연 핀을 멈춰 세웠다.

이안의 눈에 들어온 것은, 며칠 동안 유피르 산맥을 뒤지면서 단 한 번도 본 일 없었던 거대한 크기의 웅장한 석상이었다.

‘아니, 석상이라기보단 바위봉우리를 통째로 조각해 놓은 느낌인데…….’

족히 수십 미터는 됨직한, 커다란 거신족의 석상.

재미있는 것은, 거인이 한쪽 팔을 하늘 높이 치켜 올려,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것은 커다란 타원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타원의 주변에는 마치 물이 흘러내리듯 새하얀 기운이 반짝이며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쏟아 내린 그 하얀 기운들이 허공에서 부서지며, 지금 유피르 산맥을 뒤덮고 있는 운무를 만들어 낸 듯했다.

이안은 핀의 고삐를 잡아당겨 빠르게 그 위로 날아올랐다.

그의 직감이, 그곳에 용사의 길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사실 이안의 직감이라 말하기도 민망했다.

아마 누가 보았더라도, 이안과 마찬가지의 판단을 했을 테니까.

쐐애애액-!

바람을 가르며 수십 미터의 높이를 수직으로 솟아오른 이안과 핀.

타원의 위까지 솟아오른 이안은 자연스레 시선을 내려 그 위를 확인하였고, 이어서 핀의 등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의 그림자가 새하얀 빛에 휩싸이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 * *

이안이 뛰어내린 곳은, 하나의 거대한 포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진입하자마자 예상대로 용사의 길에 입장할 수 있었다.

띠링-!

-‘용사의 길’에 입장하셨습니다.

-차원 이동으로 인해, 소환수 ‘핀’이 역소환되었습니다.

-한국 서버 최초로 ‘용사의 길’에 입장하셨습니다.

-명성이 20만 만큼 증가합니다.

입장하자마자 떠오른 간단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뭐지? 한국 서버 최초라…….’

지금껏 최초 발견 보상을 받을 시 ‘한국 서버’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수식어가 붙었다는 말은, 이미 이곳이 통합 서버 안에 있는 공간이라는 뜻이며 이안이 한국 서버 최초일지언정 세계 최초는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시작부터 재밌는데?’

씨익 웃은 이안이, 전방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이안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무척이나 신비로웠다.

새파란 하늘에 끝없이 이어져 있는 구름길.

길의 주변으로 피어오르는 은은한 황금빛의 아지랑이까지.

이안은 망설임 없이 발을 내디뎠다.

길은 하나였고, 서둘러 그 길을 가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안은 다시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커다란 공명음과 함께, 이안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기 때문이었다.

-초월의 길에 발을 들인 자여…….

머릿속에 울리는 중후한 음성.

그리고 이안의 앞을 막아선 하얀 날개를 가진 전사.

그런데 놀랍게도, 이안은 이 남자를 보자마자 생각난 것이 하나 있었다.

“천룡군天龍軍?”

과거 마계와의 차원 전쟁 당시, 이안이 불러내었던 천신天神의 군대인 천룡군.

갑주의 색상이 황금빛이 아닌 새하얀 순백의 색이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남자는 당시에 보았던 천룡군과 거의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안의 중얼거림을 들은 남자는, 순간 멈칫하며 하던 말을 멈추고 이안의 앞에 다가섰다.

이안은 긴장하며 한차례 마른침을 삼켰고, 남자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대는…… 천룡군에 대해 어찌 알지?

남자의 물음에, 이안은 곧바로 대답했다.

“과거에 성왕의 군대가 인간계를 도우신 적이 있습니다.”

-오호, 차원 전쟁에 참여했었나 보군.

“그렇습니다.”

-하긴……. 그쯤 되니 이 용사의 길에 오를 수 있었던 거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남자를 향해, 이안이 재차 물었다.

“당신 또한 천룡군입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피식 웃었다.

-아니, 나는 천룡군이 아니다. 뭐, 조금의 관계는 있지만 말이야.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이안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그보다 나를 좀 따라와야겠어.

“예?”

-이 길의 끝에, 그대를 기다리는 분이 계시거든.

“저를 왜……?”

-그야 나도 모르지. 나는 단지 그분의 시종일 뿐이니 말일세.

말을 마친 남자는 이안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이안은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그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다음 순간…….

우우웅-!

잡은 손을 중심으로 하얀 빛의 기운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결정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이안의 시야에 짧게 떠오르는 두 줄의 메시지.

그와 동시에, 이안과 남자의 신형이 증발하듯 어디론가 사라졌다.

* * *

용사의 협곡으로 가기 위한 ‘관문’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인 ‘용사의 길’.

이곳에는 원래, 총 일곱 개의 관문이 존재했다.

일곱 개의 관문을 통과하여 ‘결정의 방’에 도착한 유저들의 자질을, 일곱 명의 고대 영웅들이 심사하여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한 번에 이 관문에 통과하지 못하면 한 달 동안 도전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관문을 통과하는 도중에 실수라도 하여 자격이 미달되면, 한 달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안이야 무조건 통과했을 난이도지만, 저렇게 프리패스하는 걸 보니 뭔가 배가 아픈데…….”

대규모 업데이트가 끝나고 서버가 열린 직후, 곧바로 이안의 개인 영상을 모니터링하기 시작한 나지찬의 표정은 진작부터 구겨져 있었다.

모니터링을 시작한지 20분도 채 지나기 전에, 이안의 플레이 방향이 예측을 벗어나 버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지찬은 한국 서버에서 용사의 마을에 가장 먼저 도착할 유저가 이안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때문에 이안의 모니터링을 시작한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과는 별개로, 기분이 언짢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획 팀이 날밤을 새 가며 기획해 놓은 영웅의 길을, 이안은 몇 걸음 밟지도 않고 통과해 버렸으니 말이다.

“휴우.”

짧게 한숨을 내쉰 나지찬이 옆에 앉아 있던 김지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지연 씨, 상황판 좀 띄워 줘 봐.”

“예, 팀장님.”

이어서 그녀가 태블릿을 가볍게 조작하자, 이안의 영상이 떠 있는 스크린의 한쪽 구석에 작은 표가 띄워졌다.

-System Table

Server name : The Brave Road 001

Server class : World

Condition : Well

맵 : 용사의 길

동시 접속자 수 : 27

최대 진척도 : 99.25퍼센트

버그 리포트 : 0

……중략……

그리고 상황판을 확인한 나지찬의 표정은 또다시 일변했다.

“어? 그 잠깐 사이에 열 명도 넘게 늘었네?”

“그러게요. 방금 하나 또 늘었어요.”

상황판에 작은 글씨로 기재되어 있는 동시 접속자 수는, 말 그대로 이 용사의 길 안에 들어와 있는 유저들의 숫자였다.

물론 스물일곱 명이라는 숫자는 전 세계 유저들의 숫자였지만, 나지찬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안이 처음 입장했을 때 동시 접속자 수는 다섯 명뿐이었으며, 불과 30초 전만 해도 열 명이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안은 어째서, 단 한 명의 유저도 만나지 못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용사의 길’맵은, 유저끼리 만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용사의 길에서 유저끼리 마주칠 수 있는 곳은 ‘결정의 방’이 유일했다.

“한국 서버에선 몇 명 들어간 거야?”

“음……. 이안, 림롱, 샤크란까지. 총 셋이네요. 이라한도 곧인 것 같고요.”

“오호.”

김지연의 보고를 들은 나지찬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이안이 괘씸한 것과는 별개로, 한국 서버의 유저들이 기대했던 것만큼이나 강세였기 때문이다.

‘스물일곱 안에 세 명이나 들었으면……. 확실히 훌륭하지.’

그런데 다음 순간, 뭔가를 확인한 두 사람의 동공이 급격히 확대되었다.

“……!”

“어?”

-동시 접속자 수 : 24

용사의 길은, 한번 들어오면 관문 끝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조금 전까지 ‘27’이었던 동시 접속자 수가 갑자기 ‘24’로 줄어들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나지찬과 김지연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지?”

“벌써 세 명이나 통과한 건가요?”

접속자 수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나지찬의 입에서, 작게 침음성이 새어 나왔다.

“크흠…….”

기획 팀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이 훨씬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부랴부랴 데이터를 확인한 김지연이 다시 한 번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맞네요, 팀장님. 용사의 마을……. 지금까지 세 명 입장했어요.”

그리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문 나지찬이 김지연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모니터링 팀 전부 대기하라고 해.”

“벌써요?”

“지연 씨도 알잖아. ‘첫 번째 팀’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

“아, 알겠습니다, 팀장님.”

고개를 끄덕인 김지연이 다급히 스마트폰을 꺼내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고, 나지찬의 시선은 스크린 구석에 떠올라 있는 차트에 고정되어 움직이질 않았다.

아직 ‘23’이라는 숫자에 변동은 없었지만 말이다.

“앞으로 두 명……. 얼마나 걸릴까?”

용사의 길을 두 명 더 통과하게 되면, 마을에 다섯 명의 인원이 모이게 된다.

그리고 ‘다섯’이라는 숫자는, 용사의 마을에서 무척이나 중요했다.

그것이 퀘스트를 발생시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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