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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71화 (58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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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의 길 (2)

* * *

짹- 째잭-!

상쾌하기 그지없는, 맑고 청량한 새소리.

유피르 산맥의 아침은 오늘도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물론 ‘겉으로’ 볼 때만 그런 것이었지만 말이다.

“좋았어, 빡빡이 조금만 더 버텨 주고! 엘카릭스, 베리어!”

콰쾅- 쾅-!

유피르 산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모든 몬스터들의 레벨이 500이라는 것이다.

일반 등급의 몬스터부터 시작해서 영웅, 전설 등급인 보스몬스터들까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었다.

반면에 현재 한국 서버 최상위권의 레벨은, 아직 400대 중반 수준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 유피르 산맥은 사실상 솔로플레이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단 한 사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세리아, 타이밍 맞춰서 어비스 홀 띄워 주고. 헬라임, 마지막에 잔몹 정리하는 거 알지?”

“예, 폐하.”

“명을 받듭니다.”

이안의 오더에 맞춰, 소환수들과 가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잘 짜여진 톱니바퀴처럼, 착착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그워어어-!

커다랗게 포효한 떡대가, 세리아의 컨트롤에 따라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빡빡이의 도발 스킬이 풀리자, 그대로 어비스 홀을 집어넣었다.

콰아아아-!

어비스 홀이 발동됨과 동시에 커다랗게 생성된 심연의 소용돌이.

언제 들어도 강렬한 파동음을 내뿜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필드의 몬스터들이 속절없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어비스 홀의 범위 안에 들어온 이상, 아무리 만랩 몬스터들이라 하여도 벗어날 수 없다.

안티 CC계열의 스킬을 가진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게다가 필드에 깔린 몬스터들 중 대부분이 ‘하피’라는 이름을 가진 비행형 몬스터.

심연의 홀과 같이 인장력을 가진 군중제어 스킬은, 하피와 같은 공중 유닛들에게 더욱 강력하다.

대형 지상 유닛들의 경우 지형지물 때문에 쉽게 빨려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하피와 같이 작고 하늘을 나는 공중유닛은 어비스홀의 인장력을 이겨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피들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하자, 이안의 다음 오더가 떨어졌다.

“카카, 시작해!”

“알겠다, 주인아.”

이어서 익숙한 대사의 낮게 깔린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어둠이…… 내린다.

고오오오-!

카카의 작은 몸체가 허공으로 두둥실 떠오르며, 장내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그리고 이로써, 이안 파티가 본격적으로 날뛰기 위한 판이 완성되었다.

이안의 눈에 지금 전장의 모습은 마치 기름을 부어 놓은 화약고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심지에 불을 붙이는 일일 것이었다.

“까망이, 지금이야!”

푸릉- 푸르릉-!

이안의 오더와 함께 소환수 파티의 최종병기라고 할 수 있는 ‘까망이’가 등장했다.

그간 세리아의 밑에서 성실하게 레벨을 올려온 까망이의 레벨은, 어느새 400에 근접해 있었다.

-까망이(흑기린)/Lv. 398

쐐애애액-!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등장한 까망이는, 어비스 홀을 향해 맹렬히 쇄도하기 시작했다.

까망이는 마치 공간을 찢어발기기라도 할 기세로, 강렬한 파공성을 만들어 내며 전력으로 질주하였다.

“까망이, 어둠의 날개!”

푸릉-!

이안의 명을 들은 까망이가 차례 투레질을 하자, 그의 등위에 돋은 새카만 날개가 횡으로 펴지며 길쭉하게 늘어난다.

이어서 허공으로 뛰어오른 까망이의 신형이, 한 줄기 어둠의 칼날이 되어 하피들을 향해 쏘아졌다.

콰쾅- 쾅-!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어둠의 날개’가 발동합니다.

-몬스터 ‘하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하피’의 생명력이 4,980,982만큼 감소합니다.

-몬스터 ‘하피’가 2.5초 동안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적을 ‘공포’상태에 빠뜨려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초 감소합니다.

-적을 ‘공포’상태에 빠뜨려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초 감소합니다.

하피 무리들을 횡으로 타격한 까망이는 이제 비행 방향을 바꿔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이어서 충분한 높이에 올라서자, 커다란 어둠의 날개를 하늘 가득 펼쳐 내었다.

그러자 하피들의 머리 위로 까망이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소환수 ‘까망이’의 고유 능력 ‘마력 연쇄 폭발’이 발동합니다.

-대상이 ‘공포’상태에 빠져 있으므로, 강력한 추가 피해가 적용됩니다.

쾅- 콰쾅- 쾅-!

까망이는 어둠 속에서 태어난 신수이다.

하지만 까망이의 고유 능력인 ‘마력 연쇄 폭발’은 아이러니하게도 ‘빛’이 있어야만 발동시킬 수 있는 스킬이었다.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위해선 빛이 있어야 했고,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그림자가 있어야 하니 말이다.

-몬스터 ‘하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하피’의 생명력이 7,250,982만큼 감소합니다.

-‘하피’의 생명력이 6,982,450만큼 감소합니다.

넓게 드리워진 까망이의 그림자를 중심으로, 강력한 연쇄 폭발이 터져 나갔다.

그리고 한차례 어둠의 폭격이 지나가고 나자, 하피들은 어비스 홀의 중심을 향해 더욱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최대한 어비스 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하피들이 ‘공포’상태에 빠지면서, 아예 전의를 상실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많은 적들이 공포에 질릴수록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까망이.

수많은 타깃들을 공포에 빠뜨린 이상, 이제 이 전장은 까망이의 무대라고 할 수 있었다.

-적을 ‘공포’상태에 빠뜨려, 모든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1초 감소합니다.

이미 ‘공포’효과로 인해 모든 고유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쐐애액, 쐐액-!

공포란, 한번 뇌리에 각인되면 벗어나기 힘든 굴레와도 같다.

그리고 지금 까망이가 펼치는 스킬 연계들도, 당하는 몬스터들의 입장에서는 그와 비슷한 느낌이라 할 수 있었다.

공포에서 벗어나기 전에 또 다시 공포 상태에 빠지게 되고, 생명력이 다 닳아 사망하기 전까지는 스킬의 연계가 끝나지 않으니 말이다.

어둠의 날개와 연계되어 계속해서 터져 나가는 마력의 연쇄 폭발.

콰쾅- 콰콰쾅-!

여기에 다른 소환수들의 광역 공격까지 뒤덮이자, 아무리 500레벨의 몬스터들이라 해도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카르세우스, 엘카릭스. 브레스!”

캬아아오오!

여기저기서 브레스가 난무하기 시작하고, 그 속에서 신이 난 카이자르가 대검을 휘두르며 날뛰어 댄다.

그러자 정확한 개채수를 파악하는 게 힘들 정도였던 하피 무리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비스홀이 끝나고 군중 제어는 풀렸지만, 이미 하피들의 전력은 반의 반 토막이 나 버린 것이다.

‘더 연계할 필요도 없고, 이대로 마무리하면 되겠군.’

만약 이 시점에 몬스터들의 생명력이 절반 가까이 남았다면, 이안은 가면의 능력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바람의 능력으로 다시 한 번 하피들을 빨아들인 뒤, ‘무방비’상태가 된 녀석들에게 직접 뛰어들 생각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전투의 마무리는 헬라임으로 충분하게 되었다.

우우웅- 콰콰쾅-!

카카의 장판 스킬과 까망이의 광역 공격 마법들로 인해, 이미 모든 하피들에게는 ‘어둠’이 묻었다.

그리고 헬라임의 고유능력인 다크 비전은 그 어둠을 타고 다니며 적을 베는 스킬이다.

게다가 다크 비전으로 적을 처치하는 순간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어 버리니, 지금의 상황에 더없이 완벽한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만렙을 목전에 두고 있는 헬라임의 다크 비전은, 이미 생명력이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하피들을 처단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으니 말이다.

콰쾅- 콰콰쾅-!

어둠이 번쩍거릴 때마다, 하피들이 한 마리씩 까만 재로 변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까만 잿더미로 변한 하피들이 허공에서 투투툭 하고 쏟아져 내렸다.

막대한 양의 경험치와 함께 말이다.

띠링-!

-몬스터 ‘하피’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58,798,000만큼 획득합니다.

-몬스터 ‘하피’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58,798,000만큼 획득합니다.

……중략……

-레벨이 올랐습니다. 448레벨이 되었습니다.

* * *

남은 잔몹까지 말끔히 정리한 이안은 필드와 이어져 솟아있는 커다란 바위 봉우리를 향해 뛰어 올라갔다.

애초에 저 높다란 봉우리 또한, 이곳에 온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타탓- 탓-!

이안은 경쾌한 발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바위를 타고 뛰어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의 두 눈에 웅장한 자연의 경관이 펼쳐진다.

“크으!”

방금까지 하피를 사냥하던 이 필드가 바로 유피르 산맥의 최정상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안이 올라선 곳의 전망은 나쁘려야 나쁠 수가 없었다.

띠링-!

-‘유피르 산맥의 대자연’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1만 만큼 상승합니다.

소소하게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이안은 한차례 크게 심호흡했다.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자, 정신까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휘유, 여기가 마지막이었지 아마?”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친 이안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얹혔다.

이로써 업데이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세워 두었던 모든 목표를 달성했으니, 뿌듯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려워 보였던 목표인 초월 10레벨을 달성한 것은 물론, 이렇게 유피르 산맥 정복까지 성공하였으니 업데이트 전에 할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다 했다고 할 수 있었다.

1레벨이 오른 것은 덤이고 말이다.

“이제 유피르 산맥 봉우리들은 전부 파악한 것 같고…….”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선 이안은, 주변을 넓게 둘러보았다.

그러자 유피르 산맥에서 가장 높은 일곱 개의 봉우리가 이안의 눈에 하나씩 들어왔다.

이안이 밟고 있는 봉우리를 포함해서 말이다.

“업데이트가 끝날 때까지 체력이나 비축해 두면 되는 건가?”

이제 잠시 후면 서버가 닫힐 것이고, 대규모 업데이트가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토대로 유추해 보면, 이 일곱 개의 봉우리 중 한 곳에 ‘용사의 길’이 만들어질 것이었다.

‘용사의 길을 지킨다는 일곱 명의 고대 영웅들……. 아마 이 일곱 개의 봉우리와 관련이 있는 것이겠지.’

아마 영웅들의 인정을 받아야 용사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고, 그래야만 길의 끝에 있다는 게이트에 입장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사의 마을, 그리고 용사의 협곡이라…….”

바위에 걸터앉은 이안의 얼굴에 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제 바로 내일이면, 세계 각국의 랭커들과 제대로 경쟁하게 될 것이었다.

물론 최근에 정령계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타 서버 랭커들을 몇몇 겪기는 했지만, 당연히 그들로는 이안의 성에 차지 않았다.

특히 랄프가 전사 랭킹 2위라는 미국 서버의 상태는, 이안의 기준에서 조금 심각해(?)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흐흐, 용사의 마을엔 또 어떤 콘텐츠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이거 기대되는데?”

기획 팀이 봤더라면 기겁을 했을 만큼 음흉한(?) 미소를 지어 보인 이안은, 자신의 옆자리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어느새 이안을 따라 올라온 뿍뿍이가 걸터앉아 있었다.

뿍뿍이와 눈이 마주친 이안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뿍뿍아?”

“뿍?”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먼 산만을 응시하는 뿍뿍이.

그 모습이 어쩐지 쓸쓸해 보였지만, 이안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얘가 요즘 왜 이러지. 가을이라도 타는 건가…….’

피식 하고 실소를 흘린 이안은 바위에 그대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지금껏 미친 듯이 달려온 탓에 더 이상 움직일 힘이 없었다.

“흐아암!”

한차례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한 이안은 스르륵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렇게, 1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후, 클라이언트 업데이트를 위한 서버 점검이 시작됩니다.

-서버 점검은 1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며…….

눈을 감아 어두워진 이안의 시야 한편에 시스템 메시지가 한 줄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5초 후, 접속이 자동으로 종료됩니다.

-4초 후, 접속이 자동으로 종료됩니다.

-3초 후, 접속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 한 줄의 메시지가 이안의 시야에 가득 차올랐다.

-접속이 종료되었습니다.

-‘용사의 마을’ 대규모 업데이트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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