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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63화 (57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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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도전자 (1)

정확히 5분.

정령의 도장 1층부터 5층까지, 이안이 클리어하는 데 걸린 시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분이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라 할 만한 클리어 속도였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부분이었다.

정령의 도장 각 층에는, 층수와 같은 레벨의 수련생이 등장하니 말이다.

현재 초월 레벨이 9인 데다 지금까지 13~14레벨의 몬스터를 사냥하던 이안에게, 5층까지의 난이도는 너무도 쉬울 수 밖에 없었다.

띠링-!

-수련생을 상대로 승리하셨습니다!

-정령의 도장 6층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중급 바람의 정수’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영웅 점수 5점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정령의 도장 7층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정령의 도장 8층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8층까지도 연달아 클리어한 이안은,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층별 보상이 은근히 짭짤하네. 오염된 광산 퀘스트 하기 전에, 여기부터 와 볼 걸 그랬었나?’

이안이 입맛을 다시는 이유는 간단했다.

도장을 깨면서 올라가도, 최초 보상을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정령산 퀘스트를 하느라 바쁜 사이 다른 누군가가 이곳 콘텐츠를 선점했으리라.

만약 최초 클리어였다면 도장의 짭짤한 보상들을 두 배로 얻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이안은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으, 어떤 유저가 먼저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15층까지는 아직 클리어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안의 목표이자 퀘스트 달성 조건인, 15층의 도장 사범 격파.

이 15층의 보상인 ‘장비 상자’만큼은, 최초 보상을 적용받아 더블로 획득하고 싶은 이안이었다.

“흐흐흐.”

이안의 입에서 탐욕스런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얻을 새로운 수호자의 장비와 함께 두 개의 장비 상자를 오픈할 상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이안은 얼른 걸음을 놀려 다음 층으로 이어지는 게이트에 들어섰다.

그러자 예의 그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다.

띠링-!

-정령의 도장 9층에 도전하시겠습니까?

‘9층부턴 나와 같은 레벨의 수련생이 등장하겠지. 슬슬 긴장해야겠어.’

마음을 다잡은 이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안의 신형이, 게이트 안쪽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 * *

위이잉-!

낮은 공명음과 함께 게이트가 열리며, 고요했던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헉헉, 허억.”

“와, 진짜 아슬아슬했네.”

“야, 체스크, 네 실수 때문에 하마터면 13층에서 미끄러질 뻔했잖아!”

소란스런 목소리들의 정체는 바로, 방금 도장의 13층을 다시 클리어하고 올라온 랄프 일행들.

13층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들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되어있었다.

“형이 마비 화살 못 맞추는 바람에 저 아웃당할 뻔했다고요!”

“미, 미안해. 하도 오래 게임을 해서 그런지 팔이 저리네.”

13층을 클리어하고 대기실에 모인 랄프 일행은,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 내었다.

만약 14층도 아니고 13층에서 미끄러졌다면, 정말 의욕이 완전히 상실되었을 터였다.

띠링-!

-정령의 도장 13층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영웅 점수 13점을 획득하셨습니다.

-생명력이 전부 회복됩니다.

-대기실에 입장하셨습니다.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랄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벌써 수십 번이 넘게 보는 이 메시지들이, 이제는 지겨운 수준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무조건 클리어하는 거야. 14층 깨고 15층의 사범인지 뭔지 까지……. 한 큐에 클리어하고 말겠어.’

이를 앙다문 랄프는, 빠르게 상태를 점검하였다.

대기실에 들어오면 소모된 모든 생명력과 스킬이 복구되지만, 전투 직후 정비하는 것은 모든 랭커들의 습관이라 할 수 있었다.

간단히 정비를 끝낸 랄프는, 굳은 표정을 유지한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사흘 내내 탑에 오르느라 온몸이 피폐해져 있었지만, 한계의 정신력으로 버텨 내는 중이었다.

저벅- 저벅.

무거운 발걸음으로 게이트 앞에 도달한 랄프가, 파티원 두 사람을 한 번씩 돌아보았다.

이어서 나직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 어쨌든 방금 이니스코의 정령도 진화했으니 이번에야말로 무조건 클리어해 보자고.”

“알겠어, 랄프.”

“좋아요, 형.”

랄프의 시선이, 체스크를 한차례 더 흘겼다.

“체스크, 이번에는 그런 어이없는 실수 용납하지 않을 거야.”

“알겠어. 정신 차릴게.”

비장한 표정이 된 세 사람은, 서로를 번갈아 응시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지체 없이 게이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슈웅- 슈웅- 슝!

게이트가 파란 빛을 뿜어내며, 세 사람의 신형을 집어삼켰다.

그러자 아무도 남지 않은 대기실에는, 고요한 적막이 감돌았다.

랄프 일행이 사라진 뒤로부터,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우우웅-!

그들이 나타났던 게이트에서, 새로운 공명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랄프 일행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13층을 클리어하고 올라온 것이다.

이어서 게이트를 타고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후, 쉽지는 않았지만, 여기까진 어찌어찌 클리어 했고…….”

저벅- 저벅-!

느긋한 걸음걸이로 게이트 밖에 걸어 나오는 그림자.

그의 정체는, 당연히 이안이었다.

놀랍게도 이안은, 랄프 일행 3인방이 수없이 고생하며 올라온 13층까지를 단 한 번의 트라이로 올라선 것이다.

“이제 도장사범을 만나기 전, 마지막 관문만 남은 건가?”

장비를 툭툭 털며 정비를 마친 이안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다음 관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13층까지 올라오는 데 꼬박 두 시간 정도가 걸렸지만, 랄프 일행에 비하면 아직 쌩쌩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읏- 차.”

14층으로 향하는 게이트 앞에 선 이안이, 망설임 없이 그 안쪽으로 걸음을 떼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안으로서는 생각지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다른 도전자가 도전중인 관문입니다.

-도전을 강행할 시 다른 도전자를 먼저 상대하게 됩니다.

-도전을 진행하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이안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오호, 늦지 않은 건가?”

물론 14층에 있다는 도전자가 유저가 아닌 NPC일 확률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안의 촉은 이 안에 다른 유저들이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13층까지의 최초보상을 가로채 간 바로 그들 말이다.

그리고 이안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어째야 하나…….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도전을 강행해야 하나?’

지금 이안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 먼저 도전 중인 도전자들의 전투가 끝날 때까지 대기실에서 대기하며 기다린다.

둘째, 어떤 도전자들이 안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도전을 강행하여 그들을 먼저 격파한다.

너무도 당연한 얘기겠지만, 두 번째 선택지에는 적지 않은 리스크가 있다.

14층에 먼저 들어가 있는 도전자들이, 이안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가졌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대일로 이안보다 강한 유저가 있을 확률은 정말 희박했지만, 둘 이상의 파티가 공략 중일 가능성이 제법 높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이안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둘 이상의 타 서버 랭커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하는 것은 오만인 것이다.

그러나 이안의 결정은, 리스키Risky하기 그지없는 두 번째 선택지였다.

“리스크가 있다고는 해도……. 무조건 질러 봐야 할 상황인 것 같으니까.”

이안은 만약 다른 도전자들에게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이 도전을 강행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패배해 봐야 죽는 것도 아니고 도장의 밖으로 튕겨나갈 뿐이니 말이다.

반면에 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하여 그들로부터 승리를 따낸다면, 14층부터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최초 버프를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 정도의 리턴Return이라면, 이안은 해볼 만한 배팅이라고 판단하였다.

“자, 어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려나…….”

마음을 정한 이안은, 씨익 웃으며 발을 떼었다.

그러자 이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연달아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도전을 강행하였습니다.

-14층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전 중이던 도전자와의 결투에서 승리해야만 합니다.

-다른 도전자와의 결투가 성사되었습니다.

-‘결투의 방’으로 이동합니다.

이어서 이안의 시야는, 온통 새하얀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 * *

꿀꺽.

고요한 적막 속에서, 누군가의 마른침 넘기는 소리가 작게 울려 퍼졌다.

팽팽하기 그지없는, 날카로운 긴장감.

널찍한 결투장에 대치한 네 사람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로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결투장에서는 상대의 모든 정보가 블라인드 처리 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떤 종류의 장비를 착용했는지 정도가 다였다.

심지어 외모조차 검정색 가면으로 가려지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도 알아볼 수 없다.

‘젠장, 하필 이 중요한 순간에……!’

결투장의 반대편에서 자신들을 응시하고 있는 남자를 보며, 랄프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사실 그는 이 결투장이 처음이 아니었다.

사흘 내내 도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도전자 NPC를 몇 번 만났던 것이다.

때문에 ‘도전자가 난입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확인했을 때, 딱히 놀라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똥이라도 밟은 양 표정이 썩어 들어갔을 뿐이었다.

‘10층 이상에서 도전자를 만난 건 처음인데……. 이길 수 있을까?’

랄프는 애초에, 도전자가 유저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근거 없는 추측이 아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만약 상대가 유저였다면, 최소한 ‘혼자’ 나타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생각해 보라.

3인까지 파티가 가능한 도장에 혼자 올라오는 것부터가 넌센스인데, 몇 명인지 조차도 모르는 상대에게 겁 없이 결투까지 신청한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거나 두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거나.

도전자가 둘 중 하나의 케이스가 아니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만약 도전자가 정상적인 유저였더라면, 최소한 먼저 입장한 도전자의 결투가 끝나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특별히 초월 레벨이 높은 NPC가 아니라면, 셋이서 하나 못 잡을 일은 없을 거야.’

전투 방향을 정한 랄프는, 파티 채팅으로 빠르게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랄프 : 포위하면서 천천히 거리를 좁히자. 체스크는 활 계속 겨누고 있다가, 마법 캐스팅하는 낌새 보이면 바로 쏴서 끊어주고.

-체스크 : 알겠어, 랄프.

-이니스코 : 오케이, 형!

‘보주’ 형태의 무기를 장비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녀석은 마법사나 흑마법사 클래스일 확률이 매우 높다.

때문에 랄프는, 상대와의 거리를 좁히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거리를 좁힌 뒤 안정적으로 캐스팅만 끊어준다면, 탱킹 능력이 약한 마법사 클래스 정도 처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생명력이 좀 많이 빠진 상태로 들어오긴 했지만……. 체스크가 캐스팅만 잘 끊어 준다면 마법에 맞을 일은 없을 테니까.’

계산을 마친 랄프는, 그대로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녀석이 캐스팅할 시간조차 주지 않기 위해서, 한 박자 빠른 타이밍에 돌진 스킬을 발동시킨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랄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방금까지 보주 외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던 상대의 손에, 어느새 활활 타오르는 장궁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 짧은 시간 동안, 남자는 벌써 한 발의 화살을 쏘아 내고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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