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58화 (57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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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다의 화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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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기계 설비’의 수리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P-77호의 부탁 (히든)’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명성을 10만 만큼 획득합니다!

-초월 경험치를 500만큼 획득합니다!

-초월 레벨이 8로 상승하였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캘리클롭스와 싸울 때만큼이나 힘들었던 77호의 퀘스트.

온몸이 녹초가 된 이안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정도로 힘이 없었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했다.

77호까지 알뜰하게 부려먹은 끝에, 목표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흐흐, 상급 정수를 다섯 개나 건져 낼 줄이야!’

정령 콘텐츠에서 속성의 정수는 정말 여러모로 귀중한 자산이었다.

가장 중요한 정령의 정령력을 단숨에 채워 줄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했으며, 정령계의 화폐인 ‘아스테르’를 모으기 위한 가장 쉬운 수단이기도 했다.

‘어디 보자, 우리 마그비가 상급으로 진화하려면, 필요한 정령력이 몇이었지?’

-중급 정령 마그비 : 89/100,000

중급 정령인 마그비가 상급으로 진화하기 위해 필요한 정령력은 무려 10만.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적잖이 당황했다.

처음 진화했을 때는 전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필요 정령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이걸 언제 다 채워?’

같은 중급 정령인 짹이의 열 배가 넘는 무지막지한 필요 정령력.

물론 전투 스텟이 비교 불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이었다.

‘이러면 상급 정수를 대체 몇 개 잡아 먹는다는 거야?’

이안이 기억하기로, 상급 정수 한 개가 올려 주는 정령력은, 고작 686밖에 되지 않았다.

100개를 써도 아그비가 진화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거 좀 너무한데…….’

믿기 힘든 현실에 한숨을 푹 내쉰 이안이, 마그비의 정보 창을 다시 한 번 쭉 훑어 내려왔다.

그런데 다음 순간.

“어……?”

정보 창의 최하단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확대되었다.

*정령력이 Max가 되면 상위 정령으로 진화합니다.

-화염 속성을 필요로 하는 소환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일정량의 정령력이 차오릅니다.

-화염 속성의 정수(혹은 대자연의 구슬)를 사용하여 정령력을 채울 수 있습니다.

최하급 정수 : 6

하급 정수 : 42

중급 정수 : 294

상급 정수 : 2,058

최상급 정수 : 14,406

정수가 채워 주는 정령력의 수준이 이안이 기억하던 수치와 너무 크게 차이 났던 것이다.

‘대체 왜 이렇게 바뀐 거지?’

처음 아그비를 얻었을 때 확인했던 수치의 세 배가 되어 있었던 것.

이안은 정령술과 관련된 정보 창을 죄다 열어 구석구석 뒤지기 시작했고, 잠시 후 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정령술의 숙련도에 비례해서 정수로 얻을 수 있는 정령력 수치도 올라가는 거였구나!’

현재 이안의 정령술 숙련도는 갓 3레벨이 된 수준.

아그비를 처음 얻을 때만 해도 1레벨이었던 정령술 숙련도가 세 배 올라 있었고, 그에 비례하여 정수로 올릴 수 있는 정령력 수치도 함께 오른 것이다.

“오호…….”

이안의 게임 두뇌가 또다시 풀가동되었다.

‘정령술 숙련도가 몇 레벨까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10레벨이 만렙이라 해도 이거 엄청난데?’

이안이 알아낸 공식대로라면.

정령술 10레벨에 상급 정수를 사용할 시 거의 7천에 육박하는 정령력을 한 번에 채울 수 있다.

상급 정수 열네 개 정도면, 마그비를 단숨에 상급 정령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최상급 정수라면 두 개면 되고 말이지.’

이안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만약 이러한 사실들을 모른 채 정수를 전부 마그비에게 먹여 버렸다면, 아마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어쨌든 정령술 콘텐츠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아낸 이안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다.

“수고했어, 77호.”

“아니야, 난 괜찮아 이안. 네가 고생했지.”

대답과는 다르게, 한층 수척해져 있는 77호의 얼굴.

힘없는 77호의 목소리를 들은 이안이, 피식 웃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이제 오염된 광산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성소로 돌아갈 일만 남았지만, 77호에게 뭔가 더 뜯어 낼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77호,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제 너에게 명령을 내리던 찰리스도 사라졌고, 이 기계공장 운영을 더 할 필요도 없어졌잖아. 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니야?”

이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77호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렇긴 하지만……. 난 여기를 떠날 수 없어, 이안.”

“어째서?”

“이 광산 밖으로 나가면, 난 멈춰 버리기 때문이야.”

“……?”

“찰리스가 나를 그렇게 설계했거든.”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는 77호.

이안은 그런 그의 모습이, 측은하게 느껴졌다.

“혹시 내가 널 도와줄 방법이 있을까?”

77호와 눈이 마주친 이안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안의 호의에는 절반 정도의 사심과 절반 정도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또 다른 히든 연계 퀘스트에 대한 기대감 50%에, 77호를 돕고 싶은 순수한 마음 50% 정도랄까?

그리고 이안의 물음에, 77호의 눈망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정말……?”

이어서 퀘스트 냄새를 맡는 이안의 동물적인 감각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중하였다.

띠링-!

-P-77호의 우울 (에픽)(히든)

기계공학자 찰리스에 의해 창조된 로봇인 P-77호.

그는 찰리스의 기계 공장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렇기에 이 광산을 떠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광산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작동이 멈추도록 설계된 것이다.

하지만 77호는, 오래전부터 이 광산을 탈출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만약 당신이 77호를 도와 자유를 얻게 해 준다면, 그는 당신의 훌륭한 조력자가 되어 줄 것이다.

77호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자.

그를 돕겠다는 약속을 한다면, 광산의 기계공장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알 수 없음.

퀘스트 조건 : ‘P-77호의 부탁 (히든)’ 퀘스트 클리어.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알 수 없음.

* * *

LB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발표한 ‘용사의 마을’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

이것은 유저들의 피를 끓어오르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세계 통합서버’와 관련된 콘텐츠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첫 번째 업데이트임과 동시에.

‘중간계’에 걸려 있던 콘텐츠 제한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었으니 말이다.

-‘용사의 마을’ 대규모 업데이트 공지

A. ‘용사의 마을’로 가는 게이트가 활성화됩니다.

용사의 자격을 얻고 ‘중간자의 위격’을 얻기 위한 전장인, 용사의 협곡.

이 용사의 협곡 안에는, 용사가 될 준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인 ‘용사의 마을’이 존재합니다.

앞으로 전 세계 모든 서버의 유저들이 이 용사의 마을을 거쳐, 영웅으로서의 능력을 증명하고 중간자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며.

이 용사의 마을로 통하는 게이트는 ‘유피르 산맥’의 정상에 열릴 것입니다.

단, 유피르 산맥의 정상에 잠들어있는 ‘고대의 영웅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게이트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초월 10레벨을 달성한 유저만이 용사의 마을(협곡)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용사의 자격’을 얻어야만, 초월 11레벨 이상으로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용사의 자격’을 얻어야만, ‘중간자’의 위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용사의 자격’을 얻은 유저는, 용사의 마을에 더 이상 입장할 수 없습니다(‘용사의 협곡’에는 입장이 가능합니다).

B. 금년 12월 첫째 주를 시작으로 반년에 한 번씩, 용사의 협곡에서 ‘영웅들의 전쟁’ 이 열립니다.

‘영웅들의 전쟁’에서 공헌도가 높은 순으로 세계 랭킹이 매겨지게 되며(일반 레벨이나 초월 레벨은 랭킹과 무관합니다), 세계 랭킹 1위~100위로 선정된 유저들에게는 소정의 상금과 함께 ‘카일란의 밤’ 행사 초청장을 보내 드립니다.

*행사는 한국의 수도 서울시에서 진행될 예정이며, 해외 서버 랭커들에게는 왕복 비행기 표를 함께 발송할 예정입니다.

카일란의 밤 행사는…….

……후략……

당연한 얘기겠지만, 공지가 뜨자마자 각 상위권 길드에는 비상이 걸렸다.

첫째로 이번 업데이트가 ‘중간계 콘텐츠 선점’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될 것임이 자명했으며, 둘째로 ‘세계랭킹’에 길드원의 이름을 올릴 수만 있다면, 천문학적인 수준의 길드 홍보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었으니 말이다.

‘소정의’라는 말이 붙어 있는 상금의 규모가 500억에 육박하는 것만 봐도, 이것이 얼마나 큰 이벤트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비상이 걸린 것은, 로터스 길드도 마찬가지였다.

“와, 이거 방심하고 있다가 크게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인데요?”

길드 마스터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게요. 한 번쯤 대규모 업데이트할 때 됐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좀 핵폭탄급이네요.”

“이거 이렇게 되면, 사냥 접고 초월 레벨부터 올리러 가야하는 거 아닌가요?”

“아, 빨리 이안 님이 오셔야 뭔가 얘기가 진행될 텐데, 이 중요한 때에 이안 님은 왜 연락두절이신 건지…….”

이제 로터스 길드는, 명실공이 카일란 한국 서버의 랭킹 1위 길드였다.

그리고 한국은, 카일란을 개발한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이다.

로터스의 입장에서 이 업데이트, 그중에서도 ‘영웅들의 전쟁’ 콘텐츠는 카일란 종주국 랭킹 1위의 자존심이 걸린 이벤트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로터스 길드 대부분의 랭커들은, 이안의 지침 때문에 아직 초월 레벨 3조차 찍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지상계의 레벨만을 집중적으로 올린 탓이다.

때문에 로터스의 수뇌부는 마음이 조급했다.

헤르스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훈이가 입을 열었다.

“형, 다른 길드에 비해 우리가 초월 레벨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불리한 부분만 있는 건 아니야.”

“음? 타이탄 길드만 해도 상위권 평균 초월 레벨이 6이던데?”

“초월 레벨은 우리가 좀 부족하지만, ‘유피르 산맥’ 진척도는 우리가 제일 높잖아?”

“아, 그건 그러네.”

“아마 다른 길드들은 게이트까지 뚫는 데 최소 한 달 이상 걸릴 거야. 그동안 우리는 초월 레벨을 올리면 되겠지.”

훈이의 주장에 피올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언했다.

“훈이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우리가 과연 그 한 달여 만에 다른 랭커들의 초월 레벨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피올란의 말에 장내는 잠시 동안 정적에 휩싸였다.

로터스에는 아직 초월 레벨을 본격적으로 올려 본 유저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정령계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이안만을 제외하고 말이다.

“후, 역시 이안 형이 와야 뭐가 진행되겠군요.”

카노엘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모두의 시선이 회의실 구석에 앉아 있는 하린을 향해 모아졌다.

“하린 누나, 이안 형 좀 회의실로 불러 줘. 마냥 기다리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해.”

훈이의 말에 이어 레미르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하린 님. 이안이 무슨 퀘스트를 진행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보다 급한 퀘스트는 아닐 거예요.”

다른 수뇌부들도 전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고, 하린 또한 그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른 랭커들에 비해 콘텐츠 이해도가 부족한 하린이 보기에도, 이번 업데이트는 무척이나 중요해 보였으니 말이다.

“알겠어요. 그럼 지금 바로 로그아웃해서 이안이 캡슐에 벨 누르고 돌아올게요.”

비장한 표정이 된 하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접속을 종료했다.

그리고 남겨진 다른 유저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이안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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