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55화 (57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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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의 노가다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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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게 다 뭐야?’

눈이 핑글핑글 돌아갈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진 수많은 기계들.

마치 현실 세계의 자동차 조립 공정을 보는 듯한 거대한 공장의 등장에, 이안의 눈이 커다랗게 확대되었다.

“이게 기계몬스터들을 생산하는 공장?”

잠시 공장의 내부를 훑어본 이안은, 잽싸게 공장의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 복잡한 구조물들 안에서, 뭔가 얻을 수 있는 콘텐츠가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샬론은 이걸 파괴하고 오라고 했지만, 그냥 부숴 버리기엔 아까운데…….’

방대하고 짜임새 있는 세계관을 가진 카일란의 특성상, ‘기계문명’또한 중요한 콘텐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단지 ‘정령계의 적’ 정도에서 끝나는 단발성 콘텐츠가 아닐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였다.

‘이 안에서 어쩌면, 설계도의 봉인을 풀 만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아직까지 사용법을 찾지 못해 인벤토리의 구석에서 잠들어 있는 기계소환수 설계도.

그것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이안은 또다시 설레기 시작했다.

“후우, 가까이서 보니 더 복잡하네.”

기계설비들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이안은 표정까지 찡그린 채로 세밀하게 그 구조들을 뜯어 보았다.

하지만 기계공학적 지식이라곤 쌀알 한 톨 만큼도 없는 이안이, 그것들을 보는 것만으로 뭔가를 알아낼 수 있을 리는 없었다.

결국 뭔가 알아내기를 포기한 이안은 넓은 공장 전체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으음……. 인벤토리에 주워 갈 수 있을 만한 잡템이라도 없을까?’

그렇게 10~20분 정도가 지났을까?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넓은 공장을 정말 이 잡듯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뭔가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던 그로써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정발 그냥 파괴하라고 만들어 논 건가? 이렇게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물을?’

미간을 살짝 좁힌 이안은 화염의 장궁을 소환하였다.

어쩐지 찜찜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퀘스트를 위해서라면 여기를 파괴해야 하니 말이다.

끼이익-!

활시위를 끝까지 잡아당긴 이안이, 기계설비의 중심부를 향해 화살촉을 겨누었다.

중심부의 커다란 기둥을 시작으로 지지축을 하나씩 파괴하면, 기계설비는 금방 무너져 내릴 것이다.

“으음…….”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당긴 활시위를 쉽게 놓지 못하는 이안.

그런데 그때, 이안의 시야에 뭔가 이질적인 것이 들어왔다.

“……?”

이안의 눈이 살짝 빛났다.

기계설비 전체를 받치고 있는 중앙부의 거대한 철제기둥 하단에, 뭔가 ‘문’처럼 생긴 작은 피팅 라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이라기에는 좀 많이 작기는 하지만……. 한번 열어 볼 가치는 있겠어.’

장궁을 소환 해제한 이안이 재빨리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앞까지 다다르자, 이안의 표정은 더욱 환해졌다.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 문 손잡이 같은 것도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았어!’

기분이 좋아진 이안은, 문고리를 잡고 냅다 옆으로 밀었다.

그 안쪽에 숨겨져 있을 히든피스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안은 히든피스 대신 저릿저릿한 충격을 돌려받았다.

“으아앗!”

문고리를 돌린 순간, 문이 열린 게 아니라 강력한 전류 같은 것이 손바닥을 타고 흘렀기 때문이었다.

-전격 속성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192만큼 감소합니다.

-감전되었습니다.

-일시적으로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

생각지 못했던 함정(?)에 당황한 이안.

하지만 당황도 잠시, 이안의 눈에는 다시 이채가 어렸다.

손잡이에 어떤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이 안에 뭔가 들어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이안은 손잡이를 다시 잡는 대신, 그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생각 같아서는 화염시로 외벽을 부수고 안쪽을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런 경거망동을 할 수는 없었다.

잘못해서 구조물 전체가 무너져 버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에너지 충전식 기계장치입니다.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소량의 정령력이 필요합니다.

“음……?”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살짝 당황했다.

뭔가 함정 같은 것이 설치되어있는 기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친절히(?) 사용법을 알려 주는 메시지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정령력이라고? 정령력을 어떻게 충전해 주지?’

이안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령력이라면, 정령이 진화할 때 필요한 게 정령력인데…….’

정령의 정령력을 채우기 위해서는, 해당 정령의 힘을 빌어 정령마법을 구사해야 한다.

그리고 해당 속성의 정수나 대자연의 구슬을 사용하여, 정령력을 채워 주는 방법도 있다.

‘그래, 속성의 정수!’

이안의 시선이, 문고리의 바로 위쪽에 나있는 주먹만 한 홈을 향했다.

그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미약한 빛이 깜빡이는 게 느껴졌다.

“느낌 왔어!”

모아 두었던 정수 몇 개를 종류별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이안이, 하나씩 홈의 크기와 대조해 보았다.

그리고 그것들 중, 홈의 크기와 꼭 맞는 하나의 정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최하급 전격의 정수

이안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정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홈에 끼워 넣었다.

그러자 미동조차 없던 커다란 철제 기둥의 표면에, 순간적으로 새하얀 빛이 지나갔다.

-‘전격의 힘’을 충전하였습니다.

-기계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우우웅-!

고막이 아플 정도로 커다랗게 울리는 진동음.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은 다시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것을, 옆으로 있는 힘껏 밀어 젖혔다.

촤라락-!

어린아이나 겨우 드나들 법한 작은 철문이 경쾌한 쇳소리와 함께 시원스레 열렸다.

이안의 시선은 당연히 그 안쪽으로 향했고, 잠시 후, 뭔가를 발견한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콜록콜록! 구해 줘서 고마워, 친구.”

짤막한 팔다리에, 이안의 허리쯤에 불과한 작은 키.

커다란 머리와 그에 비해 왜소한 체구의, 다소 특이한 외모를 가진 소년의 등장이었다.

마치 SD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비율을 가진 NPC의 등장에, 이안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소년은 한눈에 보아도 이 기계설비들과 관련된 인물인 것 같았는데, 이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였으니 말이다.

‘뭐지? 그 찰리스라는 놈과 한통속이 아닌가?’

이안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주변을 살폈다.

이것조차 혹시 함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기관 장치들은 고요하기 그지없었고, 이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넌 누구지?”

“콜록, 콜록. 나에게 물어본 거야?”

“그래. 여기 너 말고 누가 있어?”

이안의 물음에 주변을 휙휙 돌아본 소년은, 철문 안에서 폴싹 뛰어나왔다.

그리고 이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P-77. 이곳, 기계공장의 관리자야.”

“뭐?”

“그러는 너는 누구야?”

“나? 음, 나는 이안이야.”

“정말 고마워, 이안. 네가 아니었다면 난 이곳에서 소멸했을 거야, 아마.”

이안은 잔뜩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P-77이라는 녀석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머릿속이 무척이나 복잡해진 것이다.

‘기계공장의 관리자라면 당연히 기계문명과 한통속일 텐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하지만 이안의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갑자기 기계설비의 한쪽에서, 듣기 거북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끼긱- 끼기깅-!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소년이 다급한 목소리로 이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안, 미안한데, 나를 좀 더 도와줄 수 있겠어?”

“음……?”

“이 기계설비들이 폭파되기 전에, 메인 회로를 수리해야 돼.”

“수리?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안은 이 이상한 녀석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다.

뭐하는 녀석인지 아직 정확한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히든 퀘스트’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안의 짐작은, 곧바로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띠링-!

-숨겨진 퀘스트가 발동됩니다.

경쾌한 시스템 메시지에 이어,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P-77호의 부탁 (히든)

기계설비의 관리자로 만들어진 로봇, P-77호.

당신은 붕괴되기 직전의 기계설비 속에서 갇혀 있던 그를 구출하였다.

하지만 아직 P-77호는 완벽하게 안전해진 것이 아니다.

관리자 로봇은 기계설비와 함께할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기계설비가 붕괴되는 순간, 함께 작동이 멈춰 버리도록 설계된 것.

때문에 P-77호는,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붕괴 직전의 기계 설비를 수리하려면, 몇 가지 재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부탁을 들어주고, 기계설비 수리를 도와주자.

그를 도와 구해 준다면, 그가 고마움의 표시를 할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없음

퀘스트 조건 : ‘캘리클롭스’와의 전투에서 승리.

‘기계 설비 관리실’ 발견.

제한 시간 : 3분

보상 : ???

퀘스트 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이안의 시야 한쪽 구석에 작은 메시지가 생성되었다.

-남은 시간 : 00:02:59

그것을 발견한 이안이, 77호를 향해 재빨리 물었다.

“그래, 도와줄게.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그리고 이안의 말에 77호는 반색하였다.

“고마워, 정말! 내가 보답은 꼭 할게!”

“시간 없으니까, 빨리 해야 될 일부터 말해 봐.”

“알겠어, 그럼…….”

잠시 부서진 기계 설비를 살핀 77호는, 이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안, 혹시 속성의 정수 가진 거 있어?”

“응, 있어.”

“그럼 그것들 좀, 이쪽에 끼워 줄래?”

“……?”

이안이 던전을 돌파하면서 얻은, 피 같은 속성의 정수들.

뭔가 그것들을 강탈당하는 기분이기는 했지만, 이안은 우선 시키는 대로 하기로 했다.

‘후, 히든 퀘스트니까 내가 참는다.’

재빨리 최하급 속성의 정수를 꺼낸 이안은, 77호가 말한 위치에 그것을 끼워 넣었다.

그러자 새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 자리에서 속성의 정수가 소멸되었다.

띠링-!

-‘최하급 화염의 정수’를 사용하셨습니다.

-기계 설비의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P-77호의 부탁 (히든)’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6초’만큼 늘어납니다.

“어?”

메시지를 확인한 이안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시야 구석을 향했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에 떠오른 것처럼, 퀘스트의 제한시간이 정말 늘어나 있었다.

‘이런 퀘스트는 또 처음 보는데?’

아직까지 정확한 퀘스트의 방향성을 이해하지 못한 이안은, 이번엔 같은 위치에 하급 정수를 끼워 넣어 보았다.

그러자 종전과 비슷한 메시지가 떠오른다.

-‘하급 화염의 정수’를 사용하셨습니다.

-기계설비의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P-77호의 부탁 (히든)’퀘스트의 제한 시간이 ‘42초’만큼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런 이안의 귓전으로, 77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안, 아직 부족해. 수리가 끝날 때까지, 에너지를 충전시켜 줘!”

당황한 이안이 77호를 향해 반사적으로 물었다.

“다 하는데 얼마나 걸리는데?”

이안의 물음에, 잠시 생각에 잠긴 77호.

이어서 들려온 77호의 대답은, 이안에게 충격을 안겨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무리 빨라도 3시간은 걸릴 것 같아!”

그렇게 77호는, 이안에게서 삥(?)을 뜯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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