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52화 (56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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뿍뿍이의 슬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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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차원계와 완벽히 단절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모든 종류의 ‘소환’스킬이 제한됩니다.

-지금부터 모든 종류의 ‘귀환’스킬이 제한됩니다.

보스 페이즈가 시작되며 등장한 세 마리의 몬스터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사라지자, 녀석들의 머리에 간결한 정보 창이 떠올랐다.

-캘리클롭스 : Lv15(초월)

-마칸하운드 : Lv14(초월)

-어스기간트 : Lv14(초월)

녀석들은 각기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왼쪽의 녀석, ‘마칸하운드’는 머리가 두 개 달린 사자의 형상을 한 괴수였고, 오른쪽의 ‘어스기간트’는 떡대를 연상케 하는 골렘의 형상이었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캘리클롭스’라는 녀석은. 처음에도 언급하였지만, 이안이 처치했던 ‘기계파수꾼’과 무척이나 흡사한 외형이었다.

녀석들을 한차례 훑어본 이안은 더욱 신중한 표정이 되었다.

‘우선 속성이 뭔지부터 확인해 볼까?’

오염된 광산에 등장하는 기계몬스터들의 가장 큰 특징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속성의 비중이 원소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정령과 맞먹을 정도로 높다.

그리고 지금 등장한 이 녀석들에게도 분명 속성이 부여되어 있을 것이다.

때문에 전투에 앞서 속성을 파악해 내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한 과제였다.

‘왼쪽의 사자 같은 녀석은 화염 속성인 것 같고, 골렘 녀석은 땅 속성이군. 그런데 가운데 있는 저 녀석은…….’

왼쪽의 사자와 오른쪽의 골렘은 속성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사자의 경우 갈기에서 대놓고 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골렘은 온몸이 흙으로 만들어져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몬스터의 정보를 확인하니, 친절하게 속성 정보까지 확인이 가능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가운데 있는 녀석이었다.

가운데 녀석의 속성 정보에는 ‘???’라는 문구만 띄워져 있었다.

‘뭐지? 이럴 수도 있는 건가?’

이안이 상대했던 기계파수꾼과 거의 흡사한 외형을 가진 고릴라 녀석.

하지만 녀석을 뒤덮고 있는 쇳덩이의 질감은, 시온속성이었던 기계파수꾼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기계파수꾼의 몸 전체를, 용광로에 한 차례 담갔다가 꺼낸 느낌이랄까?

거뭇거뭇한 얼룩과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이가 섞인 그 모습은, 마치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을 연상케 하였다.

‘이렇게 되면 화염 속성이 아니라는 건데…….’

처음 녀석을 발견했을 때, 이안은 당연히 녀석의 속성이 화염이라 생각했었다.

외형이 마치 용암덩어리 같은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화염 속성이라면, 속성 정보가 블라인드 처리되어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안은 더욱 흥미가 동하는 것을 느꼈다.

“여기가 네 녀석 연구실이라고?”

-그렇다, 인간. 여기가 어딘 줄도 모르고 들어온 것인가?

“처음 와 봤는데 어떻게 알아, 멍충아.”

-이이익! 버릇없는 인간, 죽어라!

이안이 살살 약을 올리자, 기계괴수들이 일제히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첫 번째 페이즈 만큼이나 하드코어 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그래서 예뿍이가 기다리는 그 거북이는 지금 어디에 간 건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뿍. 이미 그녀의 마음엔 다른 거북이 들어 있다뿍…….”

당장이라도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릴 것만 같은 표정.

초점 없는 눈으로 먼 산을 바라보는 뿍뿍이.

그런 뿍뿍이를 측은한 표정으로 응시하며, 하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야?”

“뿌욱?”

“미트볼이 중요해 예뿍이가 중요해?”

“그, 그야 당연히…….”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차례 꿀꺽 침을 삼킨 뿍뿍이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당연히 예뿍이가 중요하다뿍!”

“방금 좀 고민한 것 같은데…….”

“아니다뿍! 고민 같은 거 한 적 없다뿍!”

고개를 홱홱 저으며 하린의 말을 부정하는 뿍뿍이.

피식 웃은 하린이 말을 이었다.

“너 미트볼 없이 살 수 있어?”

뿍뿍이는 단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없뿍.”

“그럼 예뿍이 없이도 살 수 없는 거겠네?”

“그, 그게 그렇게 되나뿍?”

“당연하지! 미트볼보다 예뿍이가 중요하다며!”

뭔가 혼란스러운 표정이 된 뿍뿍이를 향해 하린이 빠르게 쏘아붙였다.

“예뿍이보다 예쁜 거북이가 없다면, 다른 선택지는 없어.”

“뿌욱?”

“사랑은 쟁취하는 거야.”

주먹을 꼭 말아 쥐는 하린을 보며 뿍뿍이도 덩달아 비장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니까 뿍뿍아, 예뿍이가 기다린다는 그 거북이에 대해 아는 거 있음 다 말해 봐.”

“그게 중요한 거냐뿍?”

“당연하지!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은 법.”

하린이 뭔가 그럴싸한 말을 하며 전의를 불태우자, 뿍뿍이의 힘없던 표정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뿍!!!”

“그러니까 얘기해봐. 일단 이름은 알아?”

잠시 생각에 잠긴 것인지, 뿍뿍이의 눈꺼풀이 지긋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잠시 후, 뿍뿍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름은 모르겠뿍. 하지만 그가 왜 돌아오지 않는지는 알고 있다뿍.”

“오호?”

재미난 것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하린의 두 눈동자.

그녀와 눈이 마주친 뿍뿍이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거북이는, ‘찰리스’라는 나쁜 인간에게 잡혀 갔다고 했었뿍.”

* * *

카일란의 퀘스트 창에서, 난이도 산정은 완벽히 절대적인 수치가 아니다.

물론 베이스는 절대적인 난이도를 바탕으로 하지만, 여러 가지 상대적인 요인에 따라 변동 폭이 생기니 말이다.

퀘스트를 받을 당시의 파티전력과 플레이어의 전투력 등.

여러 가지 상대적 수치로 인해, 퀘스트에 표기되는 난이도는 가변적일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안이 받은 퀘스트를 한번 생각해 보자.

이안이 지금 진행 중인 ‘찰리스의 연구실’ 퀘스트.

이 퀘스트의 난이도는 A++이다.

그리고 이안이 과거에 클리어했던 퀘스트.

‘기계파수꾼 처치’ 퀘스트의 난이도는 A+였다.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난이도는 분명 ‘찰리스의 연구실’이 더 높다.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첫째, 기계파수꾼 퀘스트를 받을 당시 이안에게 세 명의 파티원이 존재했다는 것.

둘째, 기계파수꾼 퀘스트를 받았을 때보다 지금 이안의 초월 레벨이 훨씬 높다는 것.

그리고 두 가지의 변수를 전부 감안했을 때, 찰리스의 연구실 퀘스트의 실질 난이도는 살짝 내려간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이안의 초월 레벨이 올라가긴 했지만, 그 차이가 파티원 셋의 차이를 메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안은, 이 퀘스트가 기계파수꾼 퀘스트랑 큰 차이 없는 난이도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리고 보스 페이즈에 등장한 세 녀석들의 전투력은, 오히려 기계파수꾼보다 약할 것이라 생각했다.

기계파수꾼 퀘스트는 보스 몬스터는 하나이지만, 여기 등장한 이놈들은 세 녀석이었으니까.

그리고 까다롭기 그지없는 ‘시온’ 속성이었던 기계파수꾼과 달리, 여기 이 녀석들 중에는 시온 속성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안의 예측은, 완벽히 빗나가고 말았다.

‘후우……. 무슨 공격력이 이렇게 무식해?’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 낸 이안의 시선이, 시뻘건 고릴라를 향해 고정되었다.

셋 중에서도 특히 이 녀석의 전투력은 당초 이안이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었다.

물론 ‘시온’속성이었던 기계파수꾼만큼, 괴랄한 회복력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투력, 특히 그중에도 마법 공격력만큼은 기계파수꾼보다 훨씬 강한 수준이었다.

콰콰쾅-!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굉음이 연속해서 울려 퍼지며, 이안의 주변에 연달아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안은 재빨리 그 사이로 몸을 날려 피한 뒤, 침음성을 집어삼켰다.

‘제기랄.’

폭발 자체는 피했지만 스플래쉬 대미지에 적잖은 피해를 입은 것이다.

-보스 몬스터 ‘캘리클롭스’로부터 피해를 입었습니다.

-생명력이 2,908만큼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3,102만큼 감소합니다.

이안은 재빨리 남아 있는 생명력을 확인해 보았다.

정령왕의 심판에 붙어 있는 초월 옵션을 이용해 여러 번 생명력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생명력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에 캘리클롭스의 남은 생명력은 아직도 70퍼센트가 넘는 수준이었다.

‘역시 한 놈이라도 먼저 처치하고 생각하는 게 맞겠어.’

이안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여, ‘마칸하운드’와 ‘어스기간트’를 향했다.

마칸하운드의 생명력은 거의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으며, 어스기간트의 생명력도 30퍼센트 남짓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그비, 이놈 먼저 점사하자!”

-알겠다, 주인.

이안은 허공으로 신형을 튕겨 올리며, 연속으로 활시위를 당겨 대었다.

그러자 너댓 발의 불화살이 허공에 한 줄기의 붉은 곡선을 그려 내었다.

워낙 빨리 쏘아 낸 탓에, 마치 화살들이 이어져 나가는 듯한 착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파파파팍-!

갑자기 이안이 타깃을 바꾸자 놀란 하운드가 좌측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안의 화살을 피하는 것이 그리 쉬울 리 없었다.

-몬스터 ‘마칸하운드’에게 치명적인 화염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칸하운드’의 생명력이 209만큼 감소합니다.

-‘마칸하운드’의 생명력이 221만큼 감소합니다.

……중략……

-‘지옥불’ 표식의 중첩이 Maximum이 되었습니다.

-표식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몬스터 ‘마칸하운드’에게 치명적인 화염 피해를 입혔습니다!

-‘마칸하운드’의 생명력이 2,245만큼 감소합니다.

-표식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마칸하운드’의 생명력이 2,245만큼 감소합니다.

바위속성의 탱킹형 기계 괴물이었던 리프로봇을 공격했을 때보다, 거의 세 배 수준의 파괴력을 보여 주는 지옥의 화염시.

물론 다른 두 녀석의 방해가 있었지만, 이안은 집요하게 하운드를 점사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

쿵-!

이안은 드디어, 셋 중 하나를 넉 다운 시킬 수 있었다.

-‘마칸하운드’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마칸하운드’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안은 별로 기쁘지 않았다.

한 녀석을 다운시키는 동안에도, 이안의 생명력은 더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클리어가 불가능할 수도 있겠는데…….’

바위의 방도 충분히 어려운 난이도였지만, 그것은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는 각이 보였다.

어쨌든 리프로봇들은 무척이나 굼뜬 녀석들이었고, 한계치의 컨트롤로 극복이 가능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보스 페이즈는 좀 경우가 달랐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광역 마법을 계속해서 뿌려 대니 아무리 이안의 컨트롤이 좋다고 한들 스플레쉬 대미지까지 전부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선의 플레이를 하기 위한 컨트롤의 난이도는 오히려 바위의 방보다 낮았지만, 최선의 컨트롤을 해냄과 관계없이 클리어가 간당간당한 상황인 것.

이 보스 페이즈를 클리어하기 위해서는, 방법이 딱 하나뿐이었다.

그건 바로, 이안의 전투 스텟 자체가 높아지는 것이다.

생명력이 전부 깎여 나가기 전에, 더 강력한 공격력으로 녀석들을 처치해 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후우, 그래도 아직 포기하긴 이르니까……!’

마른침을 삼킨 이안은 화염장궁의 활대를 다시 고쳐 잡았다.

아무리 어려워 보이더라도 포기하는 건 이안의 성향과 맞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쿠구궁-!

한차례 굉음이 울리더니, 이안에게 달려들던 캘리클롭스가 갑자기 멈춰 섰다.

“……?”

이어서 예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제법이군, 인간. 하지만 재롱도 여기까지다.

이안의 귓전으로,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대사가 끝난 순간…….

위잉- 철컥- 그그긍-!

요란한 기계음과 함께, 캘리클롭스가 신체를 벌떡 일으켰다.

크워어어-!

조금이라도 딜을 더 넣고 싶었던 이안은 계속해서 화살을 날려 대었지만 소용없었다.

녀석의 주변으로 퍼져 나오는 붉은 기운에 막혀, 화살이 전부 소멸되었기 때문이다.

‘페이즈가 전환되는 건가?’

이안은 더욱 긴장한 표정으로 녀석을 응시했다.

여기서 녀석이 더 강해진다면, 이제 승산은 제로에 수렴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녀석을 응시하던 이안의 두 눈이 순간 커다랗게 확대되었다.

쓰러진 하운드의 사체와 그 옆에 서 있던 기간트의 몸이 붉게 빛나더니, 허공으로 떠올라 분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

수십, 아니, 수백 조각의 작은 부품들로 분해된 두 괴수의 몸체.

그것은 곧 ‘캘리클롭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철컹- 철컹- 처처척-!

던전 전체에 커다랗게 울리는, 커다란 쇳소리들.

이안은 이제 곧 녀석과 싸워야 한다는 사실도 잊은 채,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건 무슨 합체 로봇도 아니고…….’

분해된 두 괴수의 부품들이 캘리클롭스에게 빨려 들어가면서, 녀석의 신체가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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