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46화 (56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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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산의 오염된 광산 (2)

* * *

끼긱- 끼끼끽-!

끼르르륵-!

쇳덩이로 만들어진 원숭이 세 마리가 기분 나쁠 정도로 기괴한 소리를 내며 이안을 향해 다가왔다.

-카리오피테쿠스 : Lv. 11(초월)

이어서 녀석들의 초월레벨을 확인한 이안의 얼굴에, 약간의 긴장감이 어렸다.

‘여기부턴 확실히 만만한 난이도가 아니네.’

지금까지 이안이 경험했던 필드 중 두 자릿수의 초월 레벨이 등장하는 필드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에레보스의 두 번째 강인 코퀴토스에 가까워졌을 때, 이안은 필드에서 처음으로 두 자리 수 초월 레벨의 몬스터와 마주쳤었으니까.

물론 그때는, 제대로 싸워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었지만 말이다.

‘일단은 하나씩, 차례대로 잘라 내는 게 안전하겠지.’

주변 지형을 빠르게 살핀 이안은 가장 앞쪽에서 다가오는 놈을 향해 정령왕의 심판을 내던졌다.

쐐애애액-!

그러자 당황한 녀석이 허공으로 쏜살같이 뛰어올랐다.

끼긱- 끼끼끽-!

기계원숭이의 날랜 몸놀림으로 인해, 목표를 잃고 땅에 틀어박힌 정령왕의 심판.

얼핏 보면 이안이 맞추지 못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결코 그것은 아니었다.

이안은 애초에 녀석의 점프를 유도한 것뿐이었으니 말이다.

날지 못하는 몬스터는 허공에서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때문에 허공에 뛰어오른 지상몬스터야말로, 화살의 먹잇감이 되기에 가장 좋은 표적이었다.

화르륵-!

어느새 이안의 손에 들린 화염의 장궁에서 새빨간 불꽃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면, 불꽃으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쐐애액-!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화염의 화살이 공중에 떠오른 기계원숭이의 흉부에 정확히 틀어박혔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원숭이가 맞은 화살이 한 발이 아니라 두 발의 화살이라는 점이었다.

-‘지옥의 화염시’ 정령 마법을 발동시켰습니다.

-몬스터 ‘카리오피테쿠스’에게 치명적인 화염 피해를 입혔습니다!

-‘카리오피테쿠스’의 생명력이 454만큼 감소합니다.

-정령 ‘아그비’가 고유 능력 ‘불의 악마’가 발동합니다!

-몬스터 ‘카리오피테쿠스’에게 치명적인 화염 피해를 입혔습니다!

-‘카리오피테쿠스’의 생명력이 390만큼 감소합니다.

아그비의 고유 능력인 ‘불의 악마’는, 자신의 정령술사가 사용한 화염 속성의 정력 마법을 복제하는 능력이다.

즉, 이안이 화염시를 소환하여 원숭이를 향해 쏘자마자, 녀석의 손에서도 불꽃 화살이 쏘아진 것.

두 발의 화살이 틀어박히자, 당연히 표식도 두 개가 중첩되었다.

-몬스터 ‘카리오피테쿠스’에게 ‘지옥불’표식이 생성되었습니다. 지금부터 10초 동안, 초당 46만큼의 피해가 추가로 적용됩니다.(1중첩)

-몬스터 ‘카리오피테쿠스’에게 ‘지옥불’표식이 생성되었습니다. 지금부터 10초 동안, 초당 38만큼의 피해가 추가로 적용됩니다.(2중첩)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안의 공격이 여기서 끝날 리 없었다.

쐐애애액-!

전직 활쟁이 랭커 이안에게, 속사는 마치 숨 쉬는 것처럼 발동되는 패시브 스킬 같은 것이었으니 말이다.

팍- 파파파팍-!

허공으로 도약한 기계원숭이가 지면을 채 밟기도 전, 너댓 발의 화살이 연달아 허공을 가르며 녀석의 몸통을 고슴도치로 만들었다.

게다가 화살을 쏘는 게 이안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표식은 순식간에 10중첩까지 쌓여 올라갔다.

-‘지옥불’ 표식의 중첩이 Maximum이 되었습니다.

-표식이 강력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몬스터 ‘카리오피테쿠스’에게 치명적인 화염 피해를 입혔습니다!

-‘카리오피테쿠스’의 생명력이 2,110만큼 감소합니다.

화염시의 계수는 4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때문에 화살 한 발 한 발의 공격력은, 이안의 평타보다도 훨씬 약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표식이 쌓여 터져 나가자 얘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높은 공격 계수를 자랑하는 고유 능력 ‘블러드스플릿’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대미지가 터진 것이다.

끼기기긱-!

분노한 기계원숭이들이 더욱 난폭하게 이안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미 셋 중 하나는 빈사 상태가 되어 있었다.

피피핑-!

이어진 이안과 아그비의 합공에, 그대로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띠링-!

-몬스터 ‘카리오피테쿠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초월 경험치를 44만큼 획득하였습니다.

-6아스테르를 획득하였습니다.

동료 하나가 순식간에 삭제 당하자, 나머지 두 마리의 원숭이들은 좀 더 신중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안이 투사체를 발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무들을 엄폐물로 삼으며 영리하게 다가온 것이다.

지상계의 필드몬스터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수준 높은 AI.

하지만 이안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안에게는 아그비와 화염시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전류 증식!”

원숭이 한 마리가 머리를 빼꼼 내민 순간, 이안의 손에서 생성된 전류덩어리가 빠르게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그 전격의 구체는, 기계원숭이의 머리에 여지없이 틀어박혔다.

지직- 지지직-!

-‘전류 증식’ 스킬을 명중시켰습니다. ‘카리오피테쿠스’ 에게 679만큼의 전격 피해를 입혔습니다.

화염시보다야 한참 못하지만,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기계원숭이.

하지만 문제는 679라는 대미지가 아니었다.

전류 증식은 말 그대로 증식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고유능력이었고, 명중된 순간 네 갈래로 쪼개졌으니 말이다.

지지직-!

-증식된 전류가 ‘카리오피테쿠스’ 에게 196만큼의 추가 피해를 입혔습니다.

-증식된 전류가 ‘카리오피테쿠스’ 에게 234의 추가 피해를 입혔습니다.

심지어 녀석들이 숨은 곳은 울창한 숲이다.

그리고 전류 증식의 구체는 어딘가에 부딪치는 순간 계속해서 쪼개지고 튕겨 나가는 습성이 있었다.

때문에 옆에 있던 다른 원숭이까지도 그대로 감전될 수밖에 없었다.

-‘카리오피테쿠스’가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카리오피테쿠스’의 움직임이 30퍼센트 느려지며, ‘전격’속성의 공격에 50퍼센트의 추가 피해를 입습니다.

-‘전류증식’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타탓-!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낸 이안이, 빠르게 발을 놀려 녀석들의 측면으로 움직였다.

이어서 이안의 손에, 다시 화염의 장궁이 생성되었다.

피핑- 피피핑-!

그리고 두 기계원숭이들에게는, 이안의 화살 세례를 그리 오래 버텨 낼 맷집이 없었다.

화염시의 열기에 녹아내린 두 마리의 기계원숭이가, 힘없이 바닥에 녹아내렸다.

띠링-!

-몬스터 ‘카리오피테쿠스’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초월 경험치를 42만큼 획득하였습니다.

-8아스테르를 획득하였습니다.

-초월 경험치를 46만큼 획득하였습니다.

-6아스테르를 획득하였습니다.

보상을 확인한 이안의 입에서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확실히 두 배 보상이라 그런지, 초월 경험치의 양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마리당 거의 50이잖아? 던전 찾아서 중복 버프 받으면 거의 100 가까이 들어오겠는데?’

그리고 얼마 되지는 않지만, 몬스터들이 드롭하는 아르테르도 은근히 쏠쏠했다.

아마 퀘스트가 끝나고 마을로 돌아가면, 모아 놓은 아르테르를 사용해서 한차례 거하게 쇼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했어, 아그비, 짹이!”

기분이 좋아진 이안은, 아그비와 짹이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비록 맵의 초입에 등장하는 가장 약한 녀석들이라고는 하지만, 소환수 하나 없이 정령술만으로 사냥해 낸 것은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의 칭찬을 들은 아그비가 양손을 척 하고 허리에 걸 치며 말했다.

-난 원래 잘한다, 주인.

이어서 이안의 어깨에 앉은 짹이는, 부리를 치켜들며 울어댔다.

짹- 째잭-!

정령들이 왠지 모르게 좀 거만해 보이긴 했지만, 그런 것은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짜식들, 누굴 닮아서 그렇게 거만한 거야?”

-정령은 항상 진실만을 말한다, 주인아.

째잭- 짹- 짹!

“…….”

어쨌든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이안은, 계속해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기계 원숭이들 몇몇이 추가로 등장하기는 하였으나, 별다른 위협은 되지 않았다.

전류증식의 ‘마비’효과와 지옥의 화염시의 궁합이 생각보다 더 좋아서, 녀석들은 이안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한 것이다.

그저 이안은, 상승하는 정령술의 숙련도와 정령들의 정령력을 보며 흐뭇한 기분을 만끽할 뿐이었다.

“좋았어. 버프 끝날 때까진 일단 무한 노가다 확정이다!”

신이 난 이안은 정신없이 활질을 하며 북쪽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렇게, 10여 분 정도가 더 지났을까?

‘찾았다!’

이안의 눈앞에 드디어 오염된 광산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 * *

이안의 영상을 구경하던 나지찬은 입안에 있는 감자 칩을 씹는 것도 잊은 채 멍한 표정이 되어 버렸다.

“미친…….”

이안이 기계원숭이들을 순식간에 쓸어 담는 장면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기계원숭이 ‘카리오피테쿠스’들이 그리 까다로운 몬스터들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여도 초월 7레벨이 썰고 다닐 수준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다른 랭커였다면, 아마 한 마리 사냥하는 데 적어도 3~5분은 걸렸으리라.

그리고 나지찬이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그나저나 저 스킬은 또 어디서 찾은 거야?’

이안이 미친 듯이 쏘아 대는 화염의 화살, ‘지옥의 화염시’ 스킬을 한눈에 알아보았으니 말이다.

“저게 또 왜 하필 쟤 손에 들어간 거냐고…….”

지옥의 화염시 스킬은 딱히 사기적인 스킬이 아니다.

진화형 스킬이기는 하지만, 그런 스킬은 중간계에서 생각보다 구하기 쉬우니 말이다.

밸런스 테스트 데이터를 놓고 봐도, 평범하기 그지없는 스킬 중에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계수도 낮고 쓰기도 까다로운, 일반적인 유저였다면 기피할 만한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어중 띄게 활용했다가는 본전도 못 찾을 만큼 공격 계수가 낮은 스킬이었으니까.

다만 유저의 실력에 따라 증가하는 위력의 폭이 좀 괴랄한 감이 있었다.

이 스킬을 기획하던 때 김의환 팀장이 했던 말을 나지찬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한다.

-궁사도 아닌 소환술사 유저의 궁술 실력이 뛰어나 봐야 얼마나 대단하겠어? 게다가 이 계수에 이 정도 포텐도 없으면 이 스킬 누가 쓰겠냐? 그냥 이대로 픽스 해!

물론 김의환의 말은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였다.

나지찬이 생각하기에도, 조건부 발동 효과의 중첩이 이 스킬의 유일한 장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걸 사용하는 유저가 이안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자타공인 피지컬 최강인 데다, 전직 궁사 랭커 출신의 괴물.

이안은 절대로 ‘소환술사’의 범주 안에 있는 유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나지찬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안은 아직까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지만, ‘지옥의 화염시’ 정령 마법에는 또 하나의 특장점이 있었다.

만약 이안이 ‘그것’까지 알아낸다면, 기획 팀에는 재앙이 찾아오리라.

그리고 나지찬이 아는 이안은, 그걸 찾아내지 못할 인물이 아니었다.

“제발 적당이 합시다, 이안 형님.”

그렁그렁한 눈으로 스크린을 응시하는 나지찬.

피이잉-!

리모컨을 들어 스크린의 전원을 끈 나지찬은, 털레털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퇴근해서 눈을 붙이는 게, 정신건강에 여러모로 좋은 선택일 듯싶었다.

내일부터 야근을 하려면, 체력을 비축해야 하니 말이다.

“하, 본격적인 중간계는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연신 투덜거리며 모니터링실을 나서는 나지찬의 뒷모습은, 어쩐지 우울해 보이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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