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44화 (55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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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왕炎王의 전설 (3)

* * *

“오, 이 울창한 숲 한가운데 이런 곳이……!”

온통 빼곡한 나무들로 가득한 정령의 성소.

그 안에 나 있는 좁은 길을 따라 10여 분 정도를 걸은 이안은 숲속에 숨겨져 있던 작은 마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을의 입구 표지판에는 ‘프뉴마’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마을 이름이 프뉴마인가 보군.’

이안은 두리번거리며 마을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프뉴마 마을은 명계의 에레보스에 있던 ‘타나토스 마을’보다는 훨씬 그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느낌이었다.

‘이 마을에서도 혹시 골드가 아닌 다른 화폐를 사용하려나?’

타나토스 마을에서는 모든 거래가 명계의 화폐인 ‘데스 코인’으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이안은 정령계인 이곳에서도 다른 화폐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하였다.

-정령의 도장/입장료 : 500아스테르

마을의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오두막.

그 입구에 붙어 있는 간판을 본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스테르가 여기의 화폐인가 보군. 그나저나 저긴 뭐 하는 곳인데 입장료까지 있는 걸까?’

일단 궁금증을 잠깐 접어 둔 이안은 그 옆에 있는 다른 오두막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이안이 들어간 문의 위에는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마법 상점.

* * *

프뉴마 마을은 정령의 성소 서쪽에 위치해 있다.

반면에 샬론으로부터 받은 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성소 북쪽에 있는 게이트를 통해 ‘정령산’으로 가야 한다.

그렇다면 이안은 왜, 굳이 멀리 있는 마을을 먼저 찾아온 것일까?

‘좀 괜찮은 화염의 정령 마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바로, 조금이라도 빨리 ‘아그비’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화염의 정령 마법을 배워서 전투에 최대한 많이 활용해야 아그비의 정령력을 더 빠르게 채워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인간계에 있는 소환술사의 탑에서도 화염의 정령 마법을 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환술사의 탑에서 구할 수 있는 정령 마법들은 대부분 희귀~유일 등급에 불과했다.

간혹 영웅이나 전설 등급까지도 나오기는 하지만, 그게 이안의 입맛에 맞는 마법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런 와중에 샬론으로부터 프뉴마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와 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정령계에 있는 마을에서 파는 정령 마법이, 소환술사의 탑에 파는 마법들보다 훨씬 좋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오호, 오랜만에 보는 인간 손님이로군.”

“안녕하세요.”

“그래, 어떤 물건이 필요해서 왔는가?”

마법 상점의 안쪽에 걸터앉아 있던 난쟁이 노인이 말했다.

-마법 상인 : 하르뉴

샬론과 비슷한 외모의 노인을 보며, 이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머리에 저렇게 뿔 달린 특별한 종족이 있는 건가?’

하지만 그에 대한 궁금증은 지금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기에, 이안은 용건을 말하였다.

“혹시 이 물건들……. 팔 수 있을까요?”

이안이 주르륵 하고 꺼내 놓은 아이템들은 다름 아닌 각종 속성의 정수들이었다.

오염된 정령들을 처치하고 얻은 정수들 중 화염과 전격 속성을 제외하고는 당장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탁자 위에 산더미같이 쌓인 정수들을 확인한 난쟁이 노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무, 물론일세. 이 많은 정수들을 대체 어디서 구한 겐가?”

“바람의 평원에 있는 오염된 정령들에게서 얻었습니다.”

“그……렇구먼.”

이안이 꺼내 놓은 정수들은 대부분이 최하급 정수들이었다.

때문에 흔하디흔한 물건이라 할 수 있었지만, 물량이 워낙 많았다.

마법 상인 하르뉴는 그 무식한 양에 놀란 것이다.

“최하급 정수는 3아스테르. 하급 정수는 30아스테르 쳐주겠네. 얼마나 팔 생각인가?”

하르뉴의 물음에, 이안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전부 다 팔겠습니다.”

“알겠네. 잠시만 기다리시게.”

하르뉴는 거대한 포대자루를 하나 가져와서 정수들을 전부 모아 담았고, 곧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최하급 물의 정수’ 아이템을 스물일곱 개 판매하여, ‘81아스테르’를 획득하셨습니다.

-‘최하급 바람의 정수’ 아이템을 열아홉 개 판매하여, ‘57아스테르’를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하급 심연의 정수’ 아이템을 네 개 판매하여, ‘120아스테르’를 획득하였습니다.

수백 개가 넘는 정수들을 전부 판매하고 나자, 이안의 인벤토리에는 제법 많은 아스테르가 쌓였다.

‘어디 보자……. 1,500아스테르 정도 벌었네.’

이안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직까지 ‘아스테르’라는 화폐가 얼마의 가치를 지녔는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제 더 팔 물건은 없는 겐가, 젊은 친구?”

“그렇습니다.”

“좋아. 다음에도 정수를 모으거든 꼭 나에게 가져와서 파시게.”

“알겠습니다, 하르뉴.”

대충 인벤토리를 정리한 이안이 하르뉴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하르뉴.”

“말씀하시게.”

“혹시 정령 마법 마법서를 판매하십니까?”

이안의 물음에, 하르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일세. 어떤 마법이 필요하신가, 친구.”

“화염 속성의 정령 마법을 구하고 싶습니다.”

“화염 속성이라……. 잠시만 기다리시게.”

상점의 구석에 있는 책장을 향해 뒤뚱뒤뚱 걸어간 하르뉴는, 사다리까지 동원해서 여러 권의 책을 뽑아내었다.

이어서 이안의 앞 탁자에 그것들을 올려놓았다.

“자, 지금 내가 가진 물건은 이 정도구먼.”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지. 천천히 보시게나.”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인 하르뉴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이안은 마법서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이안이 마법서를 펼쳐들 때마다, 해당 마법서에 대한 정보와 가격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름 : 화염 폭발, 등급 : 희귀(초월), 가격 : 520아스테르

-이름 : 화염 연사, 등급 : 일반(초월), 가격 : 195아스테르

……중략……

-이름 : 지옥의 화염시, 등급 : 희귀(초월), 가격 : 575아스테르

-이름 : 용암의 대지, 등급 : 유일(초월), 가격 : 1355아스테르

총 열권 정도 되는 화염의 마법서들.

그리고 이안이 가장 먼저 정독하기 시작한 것은, 마지막에 있는 ‘용암의 대지’ 마법서였다.

용암의 대지 마법의 등급이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어디 보자, 광역 화염 마법인 것 같고, 계수가 450? 역시 탑에서 살 수 있는 마법보다 훨씬 준수하군.’

‘용암의 대지’ 마법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스킬 자체의 매커니즘은 평범한 광역 마법이지만, 위력을 결정하는 공격계수가 상당히 높았으니 말이다.

당장 이안이 가진 영웅 등급의 정령 마법인 전류 증식의 계수와 비교해 봐도 거의 두 배 수준이었으니까.

‘그래도 일단, 다른 마법들도 읽어는 봐야겠지?’

이안은 화염 폭발부터 시작해서, 다른 정령 마법들도 차례로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잠시 후, 이안의 두 눈에 흥미로운 빛이 어렸다.

‘오호.’

이안이 펼쳐 든 마법서는, 희귀(초월)등급의 마법인 ‘지옥의 화염시’였다.

-지옥의 화염시

분류 : 액티브 스킬

스킬 레벨 : Lv.0

스킬 등급 : 희귀(초월)

숙련도 : 0퍼센트

소모값 : 100정령 마력(초월)

재사용 대기 시간 : 100초

화염의 정령의 힘을 빌려, 불타는 장궁을 소환합니다.

소환된 장궁의 손잡이를 쥐면 화살이 자동으로 생성되며, 적에게 명중시킬 시 소환 마력의 40퍼센트만큼의 화염 속성 피해를 입힙니다.

화살에 명중당한 적에게는 10초 동안 ‘지옥불’표식이 생성되며, 표식이 생긴 대상은 매 초당 소환마력의 4%만큼의 피해를 입습니다.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는 즉시, 새로운 화살이 다시 장전됩니다. (최대 20발까지 가능.)

*화살이 한 번이라도 빗나가거나 20발의 화살이 다 떨어지면, 불타는 장궁의 소환이 해제됩니다.

*표식은 최대 10회까지 중첩되며, 최대치까지 중첩될 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킨 뒤 소멸합니다.

(표식이 폭발할 시 쌓여 있는 표식들이 남은 지속 시간 동안 입힐 수 있는 모든 피해를 일시에 입힙니다.)

(표식이 폭발할 시 ‘지옥의 화염시’ 마법의 재사용 대기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스킬 습득 조건 : 패시브 스킬 ‘화염의 정령 소환술’을 배운 상태에서만 습득이 가능합니다.

*스킬 발동 조건 : 화염의 정령이 소환된 상태에서만 스킬 발동이 가능합니다.

*성장형 마법입니다. 조건을 충족할 시, 상위 마법으로 진화할 수 있습니다.

카일란의 스킬들은 높은 등급의 스킬일수록 발동 매커니즘이 복잡할 확률이 높다.

고급 스킬일수록 사용하기 까다롭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안이 발견한 이 스킬은 희귀(초월)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유일(초월) 등급보다 훨씬 까다롭고 복잡한 매커니즘을 가지고 있었다.

‘성장형 마법이라……. 이 옵션 때문인가?’

이안의 두 눈이 반짝였다.

‘성장형 마법’이라는 옵션이 마치 소환수의 ‘진화 가능’ 옵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희귀 등급이라 그런지 계수가 확실히 낮기는 하지만…….’

‘지옥의 화염시’ 마법의 공격 계수는, ‘용암의 대지’ 마법의 1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허접한 수준이다.

표식에 붙어 있는 지속 딜까지 감안해도, 화살을 여섯 번이나 맞혀야 용암의 대지보다 나은 위력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용암의 대지는 광역 스킬.

여기까지만 보면 ‘지옥의 화염시’는 별로 좋은 스킬이 아니다.

아니, 좋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최악의 스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달아 붙어 있는 부가 옵션들만 아니라면 말이지.’

부가 옵션들을 읽어 내려갈수록, 이안의 입꼬리도 점점 말려 올라갔다.

옵션의 기능들 하나하나가 전부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첫 번째 옵션부터가 이안의 취향을 저격했다.

‘계속 맞추기만 하면 마법 1회 발동에 20발까지 쏠 수 있다는 거 아냐?’

명중률이 100퍼센트라는 전제만 있다면, 말도 안 되는 폭딜이 가능한 것.

게다가 10초 안에 열 발의 화살을 연사하여 전부 맞힌다면, 세 번째 부가 옵션이 발동한다.

모든 표식이 폭발함과 동시에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 되니…….

‘이거다. 이거야!’

그야말로 유저의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스킬인 것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궁술 실력이 허접한 유저가 사용하면 100퍼센트의 계수조차 되지 않는 마법이 바로 이 ‘지옥의 화염시’ 스킬이다.

반면에 이론상으로나 가능한 ‘입카일란’ 플레이를 보여준다면, 몇천 퍼센트의 계수까지도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이 스킬인 것이다.

게다가 이안에게는 이 스킬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줄 친구가 있었다.

‘아그비! 이건 진짜 나와 아그비를 위해 만들어진 스킬이네.’

이안의 정령인 아그비의 첫 번째 고유 능력인 ‘불의 악마’.

이 능력과 함께라면, 표식이 쌓이는 속도가 두 배로 빨라질 테니 말이다.

‘지금 당장 사냥하러 간다!’

머릿속에 모든 그림을 그려 낸 이안은 마법서를 번쩍 치켜들며 하르뉴를 불렀다.

“하르뉴, 이걸로 할게요!”

새로 얻은 강력한 정령 아그비.

녀석과 완벽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정령 마법.

설렘으로 가득 찬 이안의 심장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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