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43화 (55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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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왕炎王의 전설 (2)

* * *

“자네, 혹시 염왕의 전설에 대해 알고 있는가?”

뜬금없는 샬론의 말에, 이안은 정수 사용을 멈추고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아뇨, 처음 듣는데……. 염왕이 뭐죠?”

마른침을 살짝 삼킨 샬론이, 다시 말을 잇기 시작했다.

“염왕. 말 그대로, 화염의 제왕일세. 그리고 염왕의 전설이란…….”

“……?”

“화염의 정령들 중, 가끔 한계 이상의 화기를 머금고 태어나는 아이가 있는데……. 녀석이 정령왕으로 성장하면 ‘염왕’이 된다는 전설이지.”

샬론의 말에, 이안의 두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호, 이거 뭔가, 히든피스의 냄새가 나는데?’

샬론이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러한 얘기를 꺼냈을 리는 없다.

때문에, 이안의 마음속에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혹시 이 홍염의 알이, 염왕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그리고 샬론의 대답은, 이안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였다.

“그렇다네. 일반적인 정령은, 저렇게 알에서 태어나지 않거든.”

“아……!”

“게다가 지금 느껴지는 이 화염의 기운……. 이건 적어도 중급 이상의 정령에게서나 느껴질 만한 기운일세.”

이안은 점점 더 흥미진진한 표정이 되었고 잠시 뜸을 들인 샬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정령이 이만한 화기를 가졌다는 건…….”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홍염의 알을 향했다.

이안이 화염의 정수를 죄다 먹여서인지, 알은 처음 나타났을 때 보다 더욱 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분명해. 이 녀석은 분명 염왕의 재목이야.”

“크!”

이안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화염의 제왕이라니! 이름만 봐도 간지가 철철 넘치잖아?’

실실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은 이안은, 품 속에서 대자연의 구슬을 꺼내어 들었다.

이어서 샬론을 향해 말했다.

“샬론 님도 어떤 녀석이 나올지 궁금하시죠?”

“물론이지.”

“그럼 지금 한번, 부화시켜 보겠습니다.”

샬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모르긴 몰라도 그 대자연의 구슬이라면, 녀석을 부화시키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겠지.”

그는 이어서 한마디를 덧붙였다.

“하지만 너무 기대하지는 마시게.”

“……?”

“녀석이 염왕의 씨앗인 것은 분명하나, 진짜 염왕이 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대 정령들보다 딱히 대단하지 않기 때문일세.”

“그, 그렇군요.”

이안은 살짝 아쉬운 표정이 되었다.

당장에 써먹을 전력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뭐, 정령왕까지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평범한 불의 정령보다야 훨씬 낫지.’

이안의 시선이 다시 홍염의 알을 향한다.

“후우……!”

이어서 한차례 심호흡을 한 그는, 대자연의 구슬을 천천히 알의 앞으로 가져다 대었다.

“자, 부화해라!”

그와 동시에, 대자연의 구슬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띠링-!

-‘대자연의 구슬’ 아이템을 사용하였습니다.

-최하급 정령 ‘홍염의 알’의 정령력이 6,000만큼 증가합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홍염의 알’이 깨어납니다.

쩌적- 쩍- 쩍-!

흡사 바위가 쪼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타조알 만한 크기의 홍염의 알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구슬에서 나온 빛이 알에 스며들수록 알은 점점 더 붉게 타올랐고, 균열은 점차 알의 표면 전체로 퍼져 나갔다.

쩌저정-!

이어서 커다란 파열음과 함께, 갈라진 틈 사이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잠시 후.

퍼엉-!

알의 껍질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작은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띠링-!

-화염의 최하급 정령, ‘아그비’를 획득하셨습니다.

-최초로 ‘사대 정령’을 획득하셨습니다!

-초월 경험치를 500만큼 획득합니다.

-명성을 15만 만큼 획득합니다.

-정령 마력(초월)을 100만큼 획득합니다.

-소환 마력(초월)을 70만큼 획득합니다.

-이제부터 화염 속성의 정령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염 속성 저항력이 +3만큼 증가합니다.

-화염 속성 공격의 위력이 2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주르륵 하고 ‘아그비’의 정보 창이 떠올랐다.

-아그비(화염의 정령)

정령력 : 5,925/10,000

속성 : 화염

등급 : 하급 정령

소환 지속 시간 : 225분 (재소환 대기 시간 : 300분)

공격력 : 1,225

방어력 : 717

민첩성 : 937

생명력 : 15,750

*고유 능력

-불의 악마

정령술사가 사용한 화염 속성의 공격 마법이 치명타로 적중할 시 아그비가 해당 마법을 한 번 더 시전합니다.

-도깨비불

아그비가 던지는 불꽃이 적에게 적중할 시 주변에 있는 다른 적에게로 튕겨 나갑니다.

튕겨나간 불꽃은 최초 피해량의 80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입히며, 최대 다섯 번까지 튕길 수 있습니다.

*정령력이 Max가 되면 상위 정령으로 진화합니다.

-화염 속성을 필요로 하는 소환 마법을 사용할 때마다 일정량의 정령력이 차오릅니다.

-화염속성의 정수(혹은 대자연의 구슬)를 사용하여 정령력을 채울 수 있습니다.

최하급 정수 : 2

하급 정수 : 14

중급 정수 : 98

상급 정수 : 686

최상급 정수 : 4,802

*소환술사의 소환 마력이 높을수록 정령의 소환 지속 시간이 길어집니다.

‘아그비’라는 이름의 작고 귀여운 정령.

녀석의 외형은 작은 뿔과 뾰족한 꼬리가 달린 인간의 형태였고, 그것은 마치 꼬마 악마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오!”

그리고 다른 사대 정령들보다 딱히 대단하지 않다는 샬론의 얘기와 달리, 이안은 이 녀석의 상태 창을 읽어 내려 가면서 충분히 놀라는 중이었다.

‘이거 재밌는데……?’

우선 이안이 가장 처음 놀란 부분은, 아그비의 고유 능력이 두 개나 된다는 점이었다.

이것은 짹이랑 비교했을 때, 엄청나게 우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짹이의 경우 하급 정령일 때 아무런 고유 능력이 없었고, 중급 정령이 되고 나서야 하나가 생겨났다.

한데 이 아그비라는 녀석은, 하급 정령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두 개나 되는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는 말은, 이 녀석이 중급 정령이 되었을 때 고유능력이 세 개가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지.’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투 능력 또한, 이안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났으니 말이다.

아그비의 전투 능력은, 하급 정령임에도 불구하고 중급 정령인 짹이보다 뛰어났다.

심지어 공격력의 경우는 이안이 가진 어떤 소환수보다 뛰어났으니, 이것은 이안이 기대했던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이 녀석이 다른 사대 정령보다 딱히 대단하지 않다는 건……. 사대 정령들은 다 이 정도 능력치를 가지고 있다는 걸까?’

물론 긍정적인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짹이보다 우월한 반면, 진화하는 데 필요한 정령력의 수치가 어마어마하게 높았으니까.

짹이가 중급 정령이 될 때 필요했던 정령력이 1,000이니, 이 녀석은 그에 열 배에 해당하는 정령력을 필요로 했다.

쉽게 말해, 진화시키기가 열 배는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긴 이안이, 샬론을 불렀다.

“샬론님.”

“말씀하시게.”

지지직-!

짹이를 소환해 낸 이안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가 데리고 있는 소환수인데, 중급 전격의 정령이거든요.”

짹짹거리며 날아다니는 짹이를 한 번 응시한 샬론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구만.”

“한데 이 녀석과 아그비의 전투력 차이가 너무 심해요. 예뿍이의 말에 의하면 사대 정령이나 일반 정령이나 전투력 차이가 크지 않다고 했었는데……. 아그비가 염왕의 씨앗이라 특별히 강한 걸까요?”

이안의 질문에 샬론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닐세.”

“음……?”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아마 아그비의 전투력은 다른 사대 정령들과 비슷할 거야.”

“그럼, 예뿍이가 했던 말이 틀린 건가요?”

샬론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그 또한 아닐세.”

“……?”

“단지 자네가 가진 전격의 정령이, ‘고속 성장형’이기 때문이지.”

“고속…… 성장형……?”

샬론의 말에 의하면, 사대정령이 아닌 일반적인 정령들의 경우 능력치가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짹이의 경우 전투력이 낮게 설정되어 있는 대신, 성장하는데 필요한 정령력이 무척이나 낮은 케이스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이안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어쩐지……. 필요 정령력 차이가 너무 크다 했어.’

진화하는 데 필요한 정령력 차이까지 계산해보면, 아그비의 전투능력은 확실히 납득되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이안은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령 컨텐츠는, 정말인지 까도 까도 끝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확실한 것은.

이번에 얻은 ‘아그비’라는 녀석이, 무척이나 특별한 정령이라는 것이었다.

“후후.”

이안은 한 시라도 빨리, 녀석을 실전에서 써 보고 싶었다.

또, 얼른 키워서 정령왕으로 진화시켜 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화염 속성의 정령 마법을 배워야겠지.’

기분이 좋아진 이안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아그비를 슬쩍 응시하였다.

그리고 녀석의 아담한 등짝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앞으로 잘해 보자 꼬마야.”

그런데 그때, 녀석의 입이 열리면서 불쑥 말이 튀어나왔다.

-반갑다, 주인아.

“……?”

놀란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너……. 말을 할 수 있네?”

지금까지 이안은 말을 할 수 있는 정령을 본 적이 없다.

때문에 정령인 아그비가 말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신기한 것이었다.

옆에서 이안을 지켜보고 있던 샬론이 슬쩍 끼어들었다.

“후후, 정령이 말하는 것을 처음 본 겐가?”

“그렇습니다.”

샬론은 한차례 껄껄 웃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모든 정령은 원래 말을 할 수 있다네.”

“예?”

“다만 급이 낮은 정령들은, 인간과 소통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이지. 최하급 정령들도, 정령끼리는 대화를 할 수 있다네.”

“아, 그렇군요!”

샬론은 아그비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보통 정령이 인간과 소통하려면 상급 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확실히 이 녀석이 물건이긴 하군.”

샬론의 말을 들은 이안은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새로 얻은 정령이 뛰어나다는데,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안은 아그비를 쓰다듬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잘 키워 보겠습니다, 샬론.”

“후후. 꼭 그래야만 하네. 염왕의 씨앗은, 정말로 귀한 녀석이니 말이야.”

“꼭 정령왕으로 성장시켜 보이겠습니다.”

“기계파수꾼을 처치한 자네라면 믿어도 되겠지.”

이안과 눈이 마주친 샬론은, 인자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그리고 이안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말씀하시죠, 샬론.”

“혹시 내 부탁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샬론의 말을 들은 이안의 눈이 다시 빛나기 시작했다.

퀘스트가 발동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숨겨진 퀘스트라는 게 드디어 나오는 건가?’

이안은 재빨리 샬론의 말에 대답하였다.

“물론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요.”

이안의 흔쾌한 대답에, 샬론은 기분 좋은 표정이 되었다.

“허허, 고마우이. 오래 전부터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었는데, 믿을 만한 친구가 없어서 아직까지 맡기질 못했다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 한 줄이 떠올랐다.

띠링-!

-‘정령산의 오염된 광산 (에픽)(히든)’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 * *

‘이건 내 기억에 분명 중간자 타이틀을 달아야 진행 가능한 퀘스트인데…….’

나지찬의 시선은, 회의 내내 태블릿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안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너무 궁금해서, 도무지 회의 내용에 집중이 되지를 않았다.

‘오염된 광산의 위치는 분명 정령산 안쪽이야. 대체 이 퀘스트가 어떻게 발생한 거지?’

정령계의 맵 중 하나인 정령산은, 정령의 성소 북쪽과 이어져 있는 맵이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가려면, ‘용사의 자격’을 획득해야만 한다.

한데 나지찬이 알기로, 아직 전 세계의 어떤 서버에도 용사의 자격은커녕 용사의 마을조차 발견한 유저가 없었다.

아직 열릴 수가 없는 콘텐츠라는 이야기다.

‘대체 뭘까? 설마 버그는 아니겠지?’

나지찬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마음속에, 은근한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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