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39화 (55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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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령을 얻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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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대륙, 시카르 사막의 북부 지역에 있는 유피르 산맥.

과거 리치 킹의 권역이었던 이곳은 이제 완전히 새로운 지역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만년설이 쌓여 있던 삭막한 풍경에서 다양한 초목이 자라는 아름다운 초원과 숲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언데드들로만 이루어져 있던 필드 몬스터들 또한 맵에 어울리는 종류의 녀석들로 바뀌어 있었다.

그야말로 평화롭기 그지없는 아름다운 풍경.

하지만 그 속사정은 결코 평화롭지만은 않았다.

“레미르 님, 광역 슬로우 좀 걸어 주세요!”

“유신, 후방 차단해 주고!”

“피올란 님, 마무리 좀!”

그워어어어-!

스무 명이 조금 못 되어 보이는 로터스 길드의 길드 파티가 거대한 골렘을 사냥하고 있었다.

그리고 골렘의 머리 위에는 녀석에 대한 간단한 정보가 떠올라 있었다.

-자이언트 포레스트 골렘 : Lv. 500

“조금만 더! 거의 다 잡았어!”

“노엘아, 브레스 쿨 아직이야?”

“이제 곧 돼!”

“헤르스 형, 엄호 좀!”

겉으로 보이는 무식하기 짝이 없는 레벨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위압감을 주는 거대한 골렘.

하지만 로터스의 길드 파티는, 어렵지 않게 녀석을 사냥해 내었다.

쿵-!

-파티원 ‘간지훈이’가 ‘자이언트 포레스트 골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자이언트 포레스트 골렘’의 생명력이 1,598,039만큼 감소합니다.

-‘자이언트 포레스트 골렘’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자이언트 포레스트 골렘’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98,047,982만큼 획득합니다.

“좋았어, 훈이!”

“크, 마지막에 커버 좋았어, 헤르스 형.”

“별말씀을.”

리치 킹 에피소드가 끝난 이후 유피르 산맥은 무척이나 한산해졌다.

죽은 자들의 권역은 사라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저들의 발길이 더욱 뜸해진 것이다.

물론 이곳이 처음부터 한산했던 것은 아니다.

리치 킹의 군대가 사라진 직후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산맥을 탐험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인파들이 전부 사라지기까지는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필드에 등장하는 몬스터들 때문이었다.

“휘유, 유피르 산맥도 언젠간 다른 사냥터처럼 사람이 넘칠 날이 오겠지?”

훈이의 말에 카노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글쎄. 적어도 1년은 지나야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긴. 상위권 평균 레벨이 450쯤 되려면, 1년 이상은 걸리겠지.”

유피르 산맥의 필드 몬스터 평균 레벨은, 정확히 500이었다.

산맥에 등장하는 모든 몬스터의 레벨이 죄다 500레벨인 것이다.

때문에 현재 카일란 한국 서버에서 유피르 산맥을 사냥터로 쓸 수 있는 파티는 손가락에 꼽을 수준이었다.

최강의 전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로터스 길드도 유피르 산맥 원정이 가능한 파티는 두 파티 이상 만들 수 없었으니 말이다.

카일란 공식 커뮤니티에 등재되어 있는, 유피르 산맥의 사냥 권장 레벨은 450.

지금 랭커들이 죄다 모여 있는 로터스의 파티의 평균 레벨이 430정도였으니, 이것만으로도 그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휴식! 다들 정비하고, 5분 뒤에 다시 사냥 시작하도록 하죠.”

헤르스의 말에, 피올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요. 1시간 쉬지 않고 달렸더니 진이 다 빠지네.”

그리고 옆에 있던 카노엘이 밝은 표정으로 한마디 덧붙였다.

“맞아요. 전 지금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고요.”

이어서 훈이는 하린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하린 누나, 도시락 좀 열어 줘!”

맵 구석에 자리 잡은 로터스의 파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도시락을 까먹기 시작했다.

사실 하린의 레벨은 아직 유피르 산맥에 올 만한 수준이 아니었지만, 그녀를 항상 파티에 모셔오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사냥 중에 간식 시간은 그야말로 달콤했으니까.

고급 요리의 부가 효과로 인한 스텟 상승은 덤이고 말이다.

“그나저나 누나.”

“응?”

“이 형은 정령계에서 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훈이의 물음에, 하린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나도 모르겠어. 어제는 뭐라더라? 무슨 기계소환수 설계도인지 뭔지 찾았다고 좋아하던데…….”

하린의 말에, 레미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하린 님. 이안 님이랑 같이 사시는 거 아니에요?”

“맞아요.”

“그런데 이안 님 근황을 잘 모르면 어떡해요.”

하린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우린 캡슐 밖에 있을 때 게임 얘기 안 하기로 약속했거든요.”

“……?”

“하루 24시간 중에 거의 20시간을 캡슐 안에 있는데 밖에서까지 게임 얘기만 하면 너무 삭막하잖아요.”

“아…….”

어쩐지 슬픈(?) 하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씩 하였다.

“하긴,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네요.”

“크, 반박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힘내요, 누나. 파이팅.”

그리고 잠시 후, 레미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이안 님이 연애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잘못 들은 줄 알았어요.”

“왜요?”

“왜긴요. 평균 플레이 타임이 일반 사람 깨어 있는 시간보다 긴데, 연애할 시간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

“하린 님 아니었으면, 이안 님은 아마 평생 솔로였을 거예요.”

“동의.”

“나도 동의.”

“나도.”

“…….”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로터스 길드 파티의 휴식 타임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다시 사냥이 시작되기 전, 카노엘이 문득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만약 여기 이안 형 있었으면, 이런 쉬는 시간도 없었겠지?”

그 말을 들은 훈이가 부르르 떨며 노엘에게 한마디 했다.

“그런 무서운 소리 함부로 하는 거 아냐, 노엘 형.”

하린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 파티에 진성이 오면 나부터 탈퇴하면 안 될까?”

“…….”

그런데 바로 그때, 파티원들의 귓전으로 무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 사냥들은 잘 되가시나?”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움직였고, 놀랍게도 그곳에는 이안이 서 있었다.

* * *

이안이 오랜만에 인간계에 나타난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잠재력 훈련을 위해 조련소에 맡겨 두었던 까망이.

드디어 녀석이, 레벨 업을 할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스킬 생성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

이안은 정령계의 퀘스트를 수행하는 중에도 차원의 포털을 이용해 조련소에 여러 번 왕래했었다.

까망이의 잠재력이 100이 될 때마다 스킬 부여를 사용하기 위해 갔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일곱 번 정도의 시도를 거쳐서, 마음에 드는 스킬을 얻을 수 있었다.

-어둠의 마력탄

분류 : 기본 공격 마법

재사용 대기 시간 : 없음

캐스팅 시간 : 1초

어둠 속성의 마력의 구체를 생성하여 전방으로 빠르게 발사합니다.

마력탄은 적에게 명중하는 즉시 폭발하며, 반경 2미터 이내의 적들에게 지능에 비례하는 어둠 속성의 피해를 입힙니다.

*폭발 지점에서 멀어질수록 피해량이 줄어듭니다.

*어둠의 마력탄에 피해를 입을 시 어둠 속성 저항력이 3만큼 감소합니다. (중첩 불가)

‘캐스팅 시간이 좀 더 짧았으면 좋았겠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하지 뭐.’

‘기본 공격 마법’ 분류를 가진 고유 능력은 마법사들에게 일반 공격과 비슷한 것이었다.

위력은 다른 공격 마법들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재사용 대기 시간과 마력 소모가 없거나 적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때문에 이 ‘기본 공격 마법’은 캐스팅 시간이 얼마나 짧으냐가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였다.

캐스팅 시간이 곧 공격 속도를 의미하니 말이다.

그리고 1초라는 캐스팅 속도는 기본 공격 마법들 중에서 충분히 빠른 편에 속했다.

‘까망이를 중간계에서 써먹으려면, 최소 350레벨 정도는 되어야 하겠지?’

중간계에서는 초월 레벨이 적용되지만, 그렇다 해서 인간계의 레벨 업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초월 1레벨의 능력치가 인간계에서의 능력치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하여 이안은 잠시 정령의 성소 입장을 미뤄두고, 인간계에 내려온 것이었다.

이안을 발견한 훈이가 쪼르르 달려와 입을 열었다.

“형, 정령계 콘텐츠는 얼마나 진행한 거야? 퀘스트 하다가 막혀서 온 거지? 역시 내가 필요하지?”

오랜만에 만난 이안이 반가웠는지 속사포처럼 떠들기 시작하는 훈이였다.

이안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훈이를 향해 씨익 웃어 주었다.

“너 지금까지 내가 퀘스트 막히는 거 본 적 있냐?”

그리고 이안의 말에, 훈이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이어서 이안을 향해 모여든 로터스 길드원들이 하나 둘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나타난 이안의 근황과 정령계에 대한 정보들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정령계는 난이도 어때? 진행할 만해?”

“혹시 상급정령에 대한 단서는 찾은 거야, 형?”

“명계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정도 이안의 답변이 이어지고 나서야, 일행은 이안을 놓아주었다.

때문에 진이 빠진 이안은 한숨을 푹 쉬며 중얼거렸다.

“어후, 다들 궁금한 게 엄청 많네.”

그에 훈이와 레미르가 동시에 투덜거린다.

“그러니까 우릴 같이 데려갔어야지.”

“맞아. 혼자 콘텐츠 다 독식하려고. 치사해.”

이안은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500레벨 찍으면 다 같이 데려가 준다니까? 지금 다들 몇 랩인데?”

“나는 439.”

“나는 445.”

“뭐야, 아직까지 내 레벨도 못 따라 잡은 거야?”

“그, 그런가?”

“…….”

이안의 현재 레벨은 447이다.

지난 몇 주 동안 중간계에 있었음에도, 아직까지 랭킹 1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

물론 이안의 레벨을 바짝 추격하고 있던 샤크란과 같은 랭커들이 모두 이안처럼 중간계에 들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할 말이 없어진 훈이와 레미르가 입을 다물자, 이안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겨 보았다.

‘이 정도 속도라면 보름 정도 뒤엔 다들 내 레벨 앞지르겠어.’

현재 카일란 한국 서버의 상위 랭커들은, 죄다 명계에 들어가 초월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새로운 콘텐츠가 발견되었으니,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로터스 길드는 인간계에서의 레벨 업에 전력을 쏟고 있었다.

심지어 이안의 가신들까지도 말이다.

하여 처음 등용할 때부터 470레벨이었던 헬라임의 경우 벌써 490레벨이 넘어 만렙을 바라보고 있었고, 카이자르 또한 470레벨이 훌쩍 넘었다.

그리고 이것은, 이안이 로터스 길드 전체에 내린 지침이었다.

‘빨리 지상계의 만렙부터 찍는 게, 여러모로 고효율일 테니까.’

이안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어차피 ‘용사의 마을’에 대한 단서를 찾기 전까지 초월 레벨을 올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용사의 마을에 가 시험을 치르고 징표를 얻어야만, 대부분의 중간계 콘텐츠가 풀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징표가 없이는, 초월 10레벨 이후부터 레벨 업조차 불가능하니 급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둘째, 대부분의 상위 랭커들이 초월 레벨 업에 혈안이 되어있는 지금, 인간계의 사냥터가 무척이나 널널하다.

특히 유피르 산맥같은 경우, 로터스 길드가 아예 전세 내고 들어와 있는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사냥터의 환경이 무척이나 쾌적하단 이야기다.

셋째, 인간계의 레벨이 높은 상태에서 중간계 필드에 가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인간계의 레벨이 높을수록 초월 1레벨의 스텟이 높아지니, 초월 10레벨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더 줄어들 것이다.

반면 초월 레벨은 아무리 높아 봐야, 인간계의 능력치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안은 어째서 정령계에 들어가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나 하나 정도는 콘텐츠를 싹 파악하고 있어야 길드원들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

이안의 모든 움직임은 언제나 그랬듯 치밀한 계산 안에 있었다.

다른 길드원들과 달리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헤르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는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진성이 너, 갑자기 여긴 왜 온 거야? 지상계 내려올 때까지 한두 달 정돈 더 걸릴 것 같다더니.”

그리고 헤르스의 물음에 이안은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아, 떠들다가 잊고 있었네. 뭐 하나 맡기러 잠깐 내려온 거였거든.”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린 이안은, 파티의 구석에 있던 가신 세리아를 찾아 불렀다.

“세리아.”

“예, 폐하.”

“이 녀석 맡길 테니까, 잘 좀 키워 줘. 내가 아끼는 녀석이니까 말이야.”

이어서 이안은, 새까만 마수 한 마리를 소환하였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 위에는 간단한 정보 창이 떠올라 있었다.

-까망이(흑기린)/Lv.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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