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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령을 얻다 (3)
* * *
-뿍뿍이/어비스 드래곤.
작은 거북의 위에 떠올라 있는 정보를 확인한 뮤엘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대두 거북이의 모습은 그녀가 알던 어비스 드래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비스 드래곤이라면, 분명 차원전쟁 마지막에 등장했던 그 멋진 군청빛의 드래곤을 말함일 텐데…….’
하지만 전투가 시작되자, 그녀의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뿍뿍거리며 이안과 실랑이를 벌이던 녀석이 푸른 빛에 휩싸이며 근사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였기 때문이다.
“……!”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뮤엘의 귓전에 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뮤엘 님, 어서 버프!”
“아, 네네!”
뮤엘은 서둘러, 발동시킬 수 있는 모든 버프를 녀석에게 쏟아부었다.
“빛의 방벽! 여신의 축복!!”
그러자 거대한 어비스 드래곤의 전신에, 새하얀 빛이 스며들었다.
위이잉-!
그리고 버프를 발동시킨 것은 뮤엘뿐이 아니었다.
“속성 강화!”
“용맹의 빛!”
바네사와 이안 또한, 가지고 있는 모든 버프 스킬을 발동시킨 것이다.
정확히는 두 사람이 가진 버프 스킬이 아닌, 이안의 소환수 엘카릭스와 바네사의 소환수 코르투스의 마법이었지만 말이다.
우웅- 우우웅-!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라의 마법이 캐스팅되었다.
“마력의 벽!”
마력의 벽은, 7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가진 최상위의 유틸성 마법이다
-마력의 벽
분류 : 보조 마법
클래스 : 7클래스
소모 마력 : 4,500
지정한 좌표에 ‘마력의 벽’을 생성하여, 벽을 통과한 모든 공격 스킬의 위력을 증폭시킵니다.
*시전자의 지능에 비례하여 증폭률이 증가합니다.
현재 증폭률 : 219퍼센트
*시전자의 숙련도에 비례하여 지속 시간이 증가합니다.
현재 지속 시간 : 3.6초
시전자의 수준에 따라 최대 200퍼센트도 넘는 위력을 증폭시켜 주니, 정말 어마어마한 계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짧은 지속 시간 때문에 활용하기 까다롭긴 했지만, 사라 정도의 랭커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
사라의 캐스팅이 완료되는 순간, 뿍뿍이의 앞에 보랏빛의 반투명한 타원이 생성되었다.
위잉-!
그리고 그 바로 앞에 입을 쩍 벌린 뿍뿍이가 용의 숨결을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
-소환수 ‘뿍뿍이’가 ‘드래곤 브레스’ 고유 능력을 발동합니다.
-대상과의 상성 관계로 인해 위력이 증폭됩니다.
-‘속성 강화’ 버프 효과로 인해 위력이 증폭됩니다.
-‘기계파수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5,798만큼 감소합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4,989만큼 감소합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5,370만큼 감소합니다!
어림잡아 30만은 됨직한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껏 어떤 공격에도 멀쩡하던 거대한 쇳덩이가 붕괴된 것이다.
-그롸롸롸! 이놈들!
순식간에 10만이 넘는 생명력을 잃은 기계파수꾼이, 포효하며 뿍뿍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괴랄한 생명력 회복 능력으로 피해를 복구하고는 있었지만, 워낙 입은 피해가 큰 탓에 금세 메워지지는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다른 소환수들의 총공격이 시작되었다.
콰득- 콰콰쾅-!
이안과 바네사의 소환수들이 기계파수꾼을 정신없이 밀어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회복할 시간을 줘서는 안 돼!’
어느새 마법 캐스팅을 전부 끝낸 엘카릭스도 빛의 신룡으로 현신하여 브레스를 차징했다.
그리고 그것은 카르세우스와 코르투스도 마찬가지였다.
콰아아-!
연이은 드래곤들의 브레스 난사.
물론 상성관계에 버프까지 몰아 받은 뿍뿍이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무시할 만한 위력은 결코 아니었다.
정신없이 소환수들을 컨트롤하던 이안이 기계파수꾼의 생명력 게이지를 힐끗 응시했다.
어느새 절반 넘게 깎여 나간 생명력 게이지는 천천히 깜빡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쿵-!
바닥에 발을 힘껏 찍어 내린 기계파수꾼이 커다랗게 포효했다.
크아아아-!
‘파수꾼의 함성’이 발동된 것이다.
디버프와 함께 모든 액티브 스킬이 잠겨 버린 것.
‘쳇, 아직 못 쓴 스킬들이 많은데…….’
이안은 입맛을 다셨지만, 별로 당황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가장 강력한 액티브 스킬인 브레스를 전부 박아 넣은 이상 아쉬울 것은 없었다.
이제 믿을 것은, 뿍뿍이의 육탄전뿐이었다.
“뿍뿍아, 앞으로!”
“알겠다, 주인!”
오랜만에 드래곤의 형상으로 현신한 뿍뿍이가 정상적인 어투를 사용하자,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엄습했다.
‘역시 뿍뿍거릴 때가 귀엽긴 한데.’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쓸 틈은 없었다.
바로 다음 순간, 기계파수꾼의 다음 동작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몸을 잔뜩 웅크리며 허리를 숙이는 기계파수꾼.
겉으로는 날아드는 공격들을 막아 내려는 동작처럼 보였지만, 이미 모든 보스 패턴을 파악한 이안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바닥에 잔뜩 웅크렸던 녀석은 곧 벌떡 일어날 것이고, 킹콩처럼 가슴을 두들겨 댈 것이니까.
이안은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닉의 고유 능력 재사용 대기 시간은 돌아왔는데…….’
가슴을 두들기며 쇳덩이를 사방으로 폭사시키는 기계파수꾼의 고유 능력은, 사실 닉의 고유 능력으로 흡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고유 능력을 뿜어내는 동안 기계파수꾼은 거의 무방비 상태가 되며, 그때가 대미지를 넣기 가장 좋았으니 말이다.
닉의 고유 능력으로 쇳덩이들을 전부 지워 버리면, 녀석의 고유 능력이 발동되는 동안 오히려 극딜을 넣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닉의 고유 능력을 아껴 보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보스 몬스터들은, 생명력이 30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을 때 가장 강력한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기 때문이었다.
그게 어떤 능력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닉의 ‘태양신의 비호’를 아껴 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계파수꾼의 고유 능력을 그대로 맞아 줄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뿍뿍아, 날려 버려!”
캬아아오-!
이안의 오더를 받은 뿍뿍이가 오른쪽 발을 들어 웅크린 파수꾼의 앞에 찍어내렸다.
쾅-!
그러자 돌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쇠기둥같이 묵직한 뿍뿍이의 발이 바닥에 발목까지 틀어박혔다.
이어서 뿍뿍이는 오른발을 축으로 해서 몸을 강하게 비틀어 돌렸다.
그리고 뿍뿍이의 묵직한 꼬리가 웅크린 기계파수꾼을 향해 틀어박혔다.
쐐애애액- 콰쾅!
-소환수 ‘뿍뿍이’가 ‘기계파수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3,980만큼 감소합니다.
단단하여 꿈쩍도 하지 않을 것 같던 기계파수꾼의 몸체가, 옆으로 휘청거렸다.
그와 동시에, 파수꾼의 심장으로 모이던 하얀 빛이 허공에 흩어졌다.
발동되려던 고유능력이 이안의 의도대로 캔슬된 것이다.
‘됐다.’
타탓-!
핀의 등에 올라탄 이안이 가벼운 몸짓으로 도약하였다.
이어서 이안은 들고 있던 정령왕의 심판을 강하게 내리 던졌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이안의 신형도 쇄도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안은 블러디 리벤지를 꺼내 들고 있었다.
우우웅.
검에서부터 붉은 빛이 새어 나오더니 이안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안의 신형은 점점 핏빛 안개가 되어 균형을 잃은 기계파수꾼을 향해 쏘아져 내려갔다.
쐐애애액!
황금빛 뇌전에 핏빛 안개가 휘감기며, 기계파수꾼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콰콰쾅!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고유 능력 ‘블러드 스플릿’을 발동합니다.
-‘기계파수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1,420만큼 감소합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1,798만큼 감소합니다.
* * *
기계파수꾼의 디버프로 인해 모든 공격 스킬들이 잠겨 있었던 상황.
이 상황에서 이안은, ‘블러드 스플릿’을 대체 어떻게 사용했던 것일까?
이안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라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저걸 쓰기 위해서, 일부러 착용을 해제했던 거였어?’
이안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사실이었지만, 그는 포효가 발동하는 순간 블러디 리벤지를 착용 해제하였다.
때문에 블러드 리벤지는 디버프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블러드 스플릿은 사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된 것이다.
‘이 난전 중에 그런 생각을 대체 어떻게 떠올리는 거지?’
사실 이론 자체는 너무도 단순한 것이었다.
광역 디버프가 발동하는 순간 장비를 착용 해제해 놓으면, 당연히 해당 장비에 붙은 고유 능력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안이 대단한 것은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 그런 부분까지 계산해 냈다는 것이었다.
사라는, 이안의 뇌구조가 분명 일반인들과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콰쾅- 콰콰쾅-!
어느새 생명력이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져 내린 기계파수꾼이 발광했다.
사전 동작조차 없이, 뾰족한 쇳덩이를 무작위로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핀의 ‘태양신의 비호’ 고유 능력을 아껴 뒀던 이안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위이잉.
황금빛의 물결이 퍼져 나가면서, 모든 투사체가 싸그리 지워졌기 때문이었다.
“뿍뿍아, 마무리하자.”
“그러도록 하지.”
어비스 드래곤답게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한 뿍뿍이는 날뛰는 기계파수꾼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어서 입을 쩍 하고 벌리더니 파수꾼의 목덜미를 사정없이 물어뜯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득-!
그리고 거의 빈사상태가 된 기계파수꾼이, 그 무자비한 공격을 버텨 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륵- 그드득- 내가 당하다니…….
힘 빠진 기계음을 뱉어내며,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파수꾼의 몸집.
쿵-!
이어서 뿍뿍이의 커다란 발톱이 쓰러진 파수꾼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콰콰콱!
그것은 이 치열했던 전투의 마침표였다.
-소환수 ‘뿍뿍이’가 ‘기계파수꾼’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2,561만큼 감소합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3,038만큼 감소합니다.
-‘기계파수꾼’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기계파수꾼’을 성공적으로 처치하였습니다!
-초월 경험치를 579만큼 획득합니다.
-초월 레벨이 7로 상승하였습니다.
-‘기계파수꾼 처치’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습니다!
이안 일행의 눈앞에, 수없이 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펼쳐졌다.
이어서 기계파수꾼의 사체가 하얀 빛에 휩싸이며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고대의 쇳조각’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기계소환수 설계도’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화염의 상급 정수’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물의 상급 원소 결정’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모든 보상 목록을 확인한 이안의 눈이 더욱 밝게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