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35화 (55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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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의 발견 (7)

* * *

“몇 분 지났어, 이니스코?”

“방금 17분 지났어!”

“으, 역시나 빠듯하군.”

돌풍의 협곡 세 번째 동굴로 들어간 랄프의 일행은, 목적지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미 길을 다 알고 있었고, 심연의 구슬이 있는 위치까지도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지 못했던 변수가 하나 있었으니, 원래라면 함께였어야 할 뮤엘이 없다는 점이었다.

“휴, 뮤엘 님만 있었으면 벌써 끝났을 텐데.”

“그러니까 말야. 뮤엘 님은 쓸데없이 너무 착하시단 말이지.”

이니스코의 투덜거림을 들은 랄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로서는 뮤엘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뮤엘 님이 저쪽으로 간 것도 사실 우리 입장에선 나쁠 거 없는 상황이긴 해.”

“그건 무슨 말이야, 체스크?”

“생각해 봐. 녀석들이 우리한테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면, 앙심을 품을 거 아냐.”

“그거야 당연하지.”

“하지만 뮤엘 님이 희생했기 때문에, 녀석들은 우리한테 이용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없을 거야.”

“흐음…….”

“물론 저들이 앙심을 품는다 해서 우리한테 큰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뒤는 깔끔할수록 좋잖아?”

“체스크 형 말도 일리가 있네. 뮤엘 님 덕에, 찜찜한 게 좀 사라질 수는 있겠어.”

체스크와 이니스코의 말에, 랄프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절반 정도는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그래.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쿵-!

심연의 골렘을 쓰러뜨린 체스크가 뒤쪽에 놓여 있던 구슬을 집어 들었다.

이제 이 녀석을 들고 북쪽의 제단을 향해 달리면 퀘스트가 마무리될 것이다.

“지금쯤 저쪽도 ‘괴물’녀석을 만났으려나?”

체스크의 말에, 이니스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 형. 뮤엘 님이 합류했다고는 하지만……. 그 전력이면 아직 동굴 중간도 못 갔을 걸?”

“그……러려나? 하긴, 만약 괴물 녀석이 날뛰기 시작했다면, 던전이 이렇게 조용할 리 없지.”

“큭큭, 체스크. 네가 녀석들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같은데.”

“아니면 던전 난이도를 너무 과소평가했거나.”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킬킬거렸다.

사실상 퀘스트를 클리어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자, 이니스코, 정령들 못 들어오게 후방 엄호하고.”

“알겠어, 형.”

이니스코의 소환수들을 후방으로 보낸 세 사람은, 재빨리 동굴의 안쪽에 숨겨져 있는 푸른 마법진 위로 걸음을 옮겼다.

이곳을 밟으면 바깥으로 바로 이동되는데, 정령들이 들이닥치면 마법진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위이잉-!

작은 공명음과 함께, 세 사람의 신형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쿵- 쿵- 쿵-!

고막이 울릴 정도로 거대한 굉음과 함께, 던전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 * *

‘돌풍의 협곡’ 던전은 포진되어 있는 몬스터가 많기는 하지만 몬스터 리젠 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던전에 진입한 지 거의 이십분이 지난 지금.

이제는 몬스터가 계속해서 생겨나는 것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돌풍 속으로’ 퀘스트에 붙어 있는 특별한 조건 때문이었다.

*퀘스트 진행 시간이 1분 지날 때마다 몬스터 리젠 속도가 10퍼센트만큼씩 빨라집니다.

눈앞에 나타난 정령을 처치한 이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 10분 정도만 더 지나면 처치하는 속도보다 생성되는 속도가 빨라지겠어.’

이안은 머릿속으로 대략적인 시뮬레이션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아무리 늦어도 20~30분 내에는 구슬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구슬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이안 일행은 더욱 빨리 움직여 동굴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제 동굴 안에 있는 정령들은 대부분 처치했기 때문에, 따로 움직이며 동굴을 탐색할 수 있었다.

“바네사, 그쪽에는 구슬 안 보이지?”

“응, 언니! 여긴 없어! 그쪽은 어때?”

“여기도 안 보여!”

“이안, 거기는?”

“이쪽에도 없어!”

하지만 이안 일행은 동굴을 샅샅이 뒤져 봐도 구슬 비슷하게 생긴 물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이거 어떡하지? 이제부터라도 소환수 전부 소환하고 다른 동굴 뒤져야 하나?’

랄프 일행이 들어간 세 번째 동굴과 이안이 있는 마지막 동굴을 제외하면, 남은 동굴은 총 두 곳이다.

동굴 하나를 전부 뒤지는데 20분 정도가 걸렸으니, 시간이 무척이나 빠듯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일단 빨리 다섯 번째 동굴로 이동하자.’

이곳에 구슬이 없다고 판단한 이안은, 마지막으로 뮤엘을 불렀다.

“뮤엘 님, 그쪽에도 없죠?”

그리고 동굴 구석에서, 살짝 당황한 뮤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네! 여기도 없어요, 이안 님!”

“……?”

이안은 눈치가 빠르다.

또, 뮤엘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상태였다.

때문에 뮤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지? 뮤엘 님이 뭘 숨기고 있나?’

이안은 대답 대신, 조용히 뮤엘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새카만 흑철로 만들어진, 커다란 철문.

그리고 그 앞에, 하얀 사제복을 입은 한 여인이 긴장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뮤엘.

‘절대 이 문을 열게 해서는 안 돼.’

뮤엘이 지키고 있는 문은, 랄프 일행이 말하던 ‘괴물’이 갇혀 있는 철문이었다.

이안 일행이 열지 못하도록 뮤엘이 일부러 철문 앞에 와 있는 것이다.

어차피 랄프 일행이 구슬을 찾아 제단에 올리면 철문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지만, 절대로 미리 열어서는 안 된다.

철문을 억지로 열면, 동굴에 설치된 기관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기관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정말로 끝이야.’

이곳은 던전 안에 있는 ‘함정’같은 것이었다.

마치 문을 부수면 구슬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문이 부서지는 순간 지옥이 펼쳐지게 된다.

괴물과 함께 던전에 갇히게 되니 말이다.

뮤엘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는 랄프 일행과 함께 이곳을 여러 번 트라이해 보았으니까.

그리고 그 여러 번의 트라이 중 단 한 번 전멸당한 적이 있었는데, 저 철문을 부쉈을 때였다.

‘후, 그때 생각만 하면…….’

다른 때는 괴물이 나타나도 미로의 축복을 이용해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었는데, 동굴에 갇히니 답이 없었던 것이다.

상념을 마친 뮤엘이 철문을 힐끗 응시했다.

철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곳을 빠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안과 바네사 자매를 찾아 함께 탈출할 것이다.

‘이제 슬슬 저쪽에서 구슬을 찾을 때가 됐는데…….’

처음 이안 일행을 돕기 위해 합류했을 때, 기꺼운 마음으로 온 것이기는 하지만, 그녀도 사람인지라 조금의 아쉬움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쉬운 것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안과 두 자매의 진면목을 봤기 때문이었다.

‘특히 블러드 스플릿 컨트롤은……. 정말 환상이었지.’

던전 안에 포진해 있던 수많은 정령들을 블러드 스플릿 연계로 썰어 담는 모습은, 그녀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겨줬다.

이안이 어떤 히든 클래스를 가진 기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조만간 10위권 안에 랭크될 슈퍼루키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지난다면, 미국 서버 기사 클래스의1,2위를 다툴 수 있을 만한 실력자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들을 도운 건, 최고의 선택이었는지도…….’

랄프와의 사이도 틀어지지 않는 선에서 이안이라는 새로운 실력자를 알게 된 것.

뮤엘은 자신의 선택이 그야말로 신의 한수라고 생각했다.

‘퀘스트야 다시 트라이하면 그만이지.’

“휘유.”

짧게 숨을 내쉰 뮤엘은, ‘미로의 축복’ 고유 능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았다.

그런데 그때, 그녀의 뒤편에서 사나운 파공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쐐애액-!

뮤엘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

강력한 뇌전을 머금은 금빛 창 한 자루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 안 돼!”

뮤엘은 자신도 모르게 단발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창은 그녀의 옆을 지나 철문을 향해 쏘아져 갔다.

이어서 장내에 울려 퍼지는 굉음.

콰아앙-!

그리고 어둠 속에서, 이안이 걸어 나왔다.

“뮤엘 님, 여기서 뭐하고 있어요?”

“그, 그게……!”

“혹시 저한테 뭐 숨기는 거 있으세요?”

뮤엘은 이안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안의 창이 철문에 틀어박힌 탓에, 상황이 급박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이다.

쿵-!

새카만 철문 너머에서, 묵직하고 커다란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철문 안쪽에 있는 괴물이, 깨어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이안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철문을 향해 움직였다.

“이게 무슨…….”

다급해진 뮤엘은, 이안의 손을 잡아끌기 시작했다.

“뛰어요!”

“아니, 무슨 일인지 설명이라도……!”

“이럴 시간이 없어요! 빨리 도망쳐야 해요!”

“……?”

고유 능력을 사용하여 정령왕의 심판을 회수한 이안은 얼떨결에 뮤엘의 손에 이끌려 도망쳐 나가기 시작했다.

무슨 영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네사 님이랑 사라 님도 빨리 이쪽으로……! 시간이 없어요!”

네 사람이 모이는 순간 ‘미로의 축복’을 발동시켜야 파티원 전원에게 버프가 걸리게 된다.

때문에 저 괴물이 철문을 뚫고 나오기 전, 전원이 모여서 탈출해야만 했다.

철문이 부서지면 기관이 작동할 테고, 모두가 여기에 갇히게 될 테니까.

하지만 그녀의 노력은, 전부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콰앙-!

네 사람이 미처 모이기도 전, 철문이 부서져 버리고 만 것이다.

“아……!”

뮤엘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제는 그녀로서도 어찌 할 방법이 없다.

이안 일행의 전력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저 괴물을 처치하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이다.

“왜 그래요, 뮤엘 님?”

“무슨 일이야, 이안?”

뒤늦게 이안과 뮤엘에게 달려온 쌍둥이 자매는, 커다란 눈을 꿈뻑이며 두 사람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띠링-!

네 사람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외부와 단절되었습니다.

-파티가 해체되어 재구성됩니다.

-현재 파티원 : 이안, 바네사, 사라, 뮤엘.

생각지도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의 내용에, 이안의 두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외부와 단절……? 게다가 파티가 재구성됐다고?’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숨겨진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이어서 처음 보는 퀘스트 창이, 주르륵 하고 펼쳐진 것이다.

-기계파수꾼 처치 (돌발)(히든)

기계문명은 심연의 계곡이 정화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계곡의 가장 깊은 곳에, 강력한 기계파수꾼을 남겨놓고 떠났다.

그런데 바로 지금, 당신들이 그를 깨우고 말았다.

파수꾼은 자신의 단잠을 깨운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당신들을 해치려 할 것이고, 당신들은 결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들이 그를 처치하고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기계문명의 숨겨진 유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날뛰는 기계파수꾼을 처치하고, 무너진 동굴에서 탈출하자.

퀘스트 난이도 : A+

퀘스트 조건 : 심연의 철문 파괴.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 설계도, 상급 정수(속성 : 랜덤), 상급 원소결정(속성 : 랜덤)

(23권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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