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30화 (1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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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의 발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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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을 전부 클리어한 이후, 사라와 바네사는 이안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이안이 설명해 주기도 했지만, 사실 그게 아니라 하여도 모르는 게 이상한 상황이었다.

시스템 메시지 덕에 정령계가 서버 간 공유되는 차원이라는 걸 알게 된 데다, 이안이 너무 말도 안 되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다.

한 서버의 최고 랭커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보일 수 없는 전투능력을 보여 줬으니까.

그리고 이쯤 되자, 바네사는 거의 이안의 추종자가 되어 버렸다.

같은 서버의 유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나마 남아 있던 경쟁심까지 사라진 것이다.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고, 서리동굴을 나서는 길.

이안의 바로 뒤에 따라붙은 바네사는 연신 쫑알거렸다.

바네사는 이안에게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

“이안, 대체 신룡들은 어떻게 얻은 거야?”

“너도 한 마리 가지고 있잖아 바네사.”

“코르투스야 진짜 운 좋게…….”

“나도 운 좋게 얻은 것뿐이야.”

“칫, 너무해…….”

물론 이안 또한, 바네사를 통해 확인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한 것은 고유한 이름을 가진 소환수가 다른 서버에도 똑같이 존재하냐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카르세우스나 엘카릭스와 같은 신룡 말이다.

하지만 그런 궁금증들은 일단 뒤로 미뤄 두었다.

지금은 예뿍이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정령술이라……. 예상했던 것보다 재밌는 요소가 훨씬 더 많단 말이지.’

이안 일행이 예뿍이로부터 추가로 얻을 수 있었던 정보는, 하나같이 주옥같은 것들이었다.

심지어 그중에는 이안이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부분도 많았다.

이안은 예뿍이와 나눴던 대화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정령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그렇다뿍. 사대정령과 파생정령. 속성에 따라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뿍.”

“사대정령과 파생정령?”

“우선 사대정령이란. 물, 불, 바람, 땅. 이 네 가지 속성을 가진 정령들을 말한다뿍.”

“오호…….”

“그리고 이 네 가지 원소의 정령이, 모든 정령들의 근본이 되는 태초의 정령들이라 할 수 있뿍.”

“그럼 다른 속성의 정령들이, 파생정령인거야?”

“그렇뿍. 역시 똑똑하다뿍.”

“음, 그렇다면 그들과 사대정령과의 차이는 뭐지?”

“파생속성의 정령들은 고유한 이름을 갖지 않는다뿍. 그리고 아무리 정령력을 많이 모아도, ‘정령왕’의 단계까지 성장할 수 없뿍.”

이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부분이었다.

이제야 애정을 갖고 키워 보려던 우리 ‘짹이’가 정령왕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무척이나 중요한 내용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결국, 정령들 중에는 사대정령이 가장 강력하겠네?”

“꼭 그렇게 볼 수는 없뿍.”

“왜 그렇지?”

“정령왕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뿐, 오히려 파생속성의 정령만이 가진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뿍.”

“그건 무슨 장점인데?”

“사대정령의 경우 모든 능력치가 정해져 있는 반면, 파생속성의 정령들은 같은 속성의 같은 등급이라 해도 능력치가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뿍. 심지어 외형도 가지각색이다뿍.”

“그러니까……. 일반 소환수랑 비슷한 느낌이라고 보면 되는 건가?”

“그렇뿍. 떄문에 파생속성의 정령들 중 뛰어난 개채들은 최상급 정령이 되었을 때, 간혹 정령왕에 버금가는 존재가 나타나기도 한다뿍.”

“오호.”

“게다가 사대정령이라 하더라도, 정령왕이 되기 쉬운 게 아니다뿍.”

“뭐, 그거야 당연히 어렵겠지.”

“아니. 그냥 ‘어렵다’는 수준으로 생각하면 안된다뿍. ‘정령왕’은 각 속성당 오직 하나만 존재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미 정령왕이 존재하는 속성의 정령들은 정령왕으로 성장하는 게 불가능하다뿍.”

“아…….”

아마 일반적인 유저들이었다면, 예뿍이의 설명을 듣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버렸을 것이다.

설명이 너무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어 당장 와 닿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안은 달랐다.

이안은 이 이야기들을 듣자마자, 곧바로 질문 하나가 떠올랐으니까.

“그럼 예뿍아.”

“말 해 봐라뿍.”

“지금 정령계에는, 사대속성의 정령왕이 전부 존재하는 거야?”

“음, 그건 아니다뿍.”

“그럼?”

“내가 알기로 지금 정령계에는, 엘리샤 님과 트로웰 님. 두 분만이 정령왕으로 계신다뿍. 라그나로스 님과 에실론 님은, 기계문명과 싸우다가 소멸하셨다뿍.”

“엘리샤 님이 물의 정령왕이겠고…….”

“그렇뿍. 트로웰 님은 땅의 정령왕. 라그나로스 님은 불의 정령왕……. 에실론 님은 바람의 정령왕이다뿍.”

“그……렇군.”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안은 ‘사대정령’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중 하나 정도는 꼭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기왕 키울 것이라면, 정령왕을 목표로 키우는 게 당연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안은 ‘정령왕’으로 성장할 수 있는 속성의 사대정령을, 하루 빨리 얻고 싶어진 것이었다.

예뿍이의 말에 따르면, 바람의 정령이나 불의 정령 중 하나를 키워야, 정령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뿍아, 사대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소환 마법서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바람의 평원 너머에 있는 심연의 계곡에 ‘정령의 성소’라는 곳이 있뿍.”

“정령의…… 성소?”

“그렇뿍. 그곳에서 정령수호자 ‘샬론’을 찾아가면, 그가 방법을 알려줄 거다뿍.”

“고마워, 예뿍아. 역시 넌 예쁘고 똑똑한 거북이야.”

“뿌뿍! 역시 넌 뭘 좀 아는 친구다뿍!”

어느 정도 머릿속이 정리된 이안은 천천히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걸음을 옮길수록, 어두웠던 서리동굴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다.

입구와 가까워지면서 동굴 안으로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5분 정도를 더 걸었을까?

긴 통로를 지나자, 환한 빛이 쏟아지며 다시 동굴의 입구에 다다랐다.

이어서 이안의 시야에, 낯선 유저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 * *

걸음을 멈춘 이안은, 재빨리 파티 채팅을 열었다.

-이안 : 사라, 바네사.

-사라 : 응?

-바네사 : 갑자기 왜 그래?

-이안 : 저기 저 유저들……. 혹시 아는 사람들이야?

-바네사 : 아니, 난 몰라.

-사라 : 나도 모르겠어. 독일 서버 유저는 아닌 것 같은데……. 한국 서버 유저도 아니지?

-이안 : 맞아. 나도 모르는 얼굴들이야. 한국 서버 랭커는 확실히 아니야.

이제 사라와 바네사는, 이안과 한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예뿍이로부터 얻은 수많은 정보들까지 공유하였고, 함께 손발을 맞춰 보며 어느 정도 신뢰를 쌓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들은 아니다.

때문에 최대한 경계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저들은 중간계가 서버 간 공유되는 차원계라는 걸 모를 수도 있을 거야.’

이안은 두 자매와 입을 맞추기로 했다.

-이안 : 우리, 서버에 대한 이야기는 최대한 숨겨 보자.

-바네사 : 응?

-사라 : 그래, 좋아. 안 그래도 그 말 하려고 했어.

정보라는 것은, 소수가 쥐고 있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법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는, 더 이상 정보가 아닌 것이다.

모두가 아는 정보는 그때부터 ‘상식’이 되니까.

하지만 한 배를 탈 만한 유저들이라는 판단이 서면, 그때는 정보를 오픈할 수 있다.

바네사와 사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적어도 저들의 성향을 파악하기 전까진, 정보를 오픈할 수 없지.’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의문의 유저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이어 그들을 향해, 너스레를 떨며 입을 열었다.

“와! 역시 정령계라 그런지, 랭커분들이 많으시네요!”

그리고 이안의 첫 마디에, 바네사는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분명 저들을 모른다고 했던 이안이 아는 척을 하며 다가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라는 조금 묘한 표정이었다.

이안이 지금, 떡밥을 던진 것이라는 걸 느낀 것이다.

‘어쩌려는 걸까?’

흥미로운 표정으로 이안이 하는 양을 지켜보는 사라.

그리고 이안이 던진 떡밥을, 가장 앞쪽에 있던 중년의 사내가 덥썩 물었다.

“하핫, 그러는 그쪽은……. 처음 보는 얼굴이로군. 상위 랭커는 아닌 듯한데,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지?”

남자의 머리 위에는 ‘랄프’라는 아이디가 공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의 눈이 살짝 빛났다.

아이디 외에는 모든 정보가 비공개 되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기에는 충분했다.

이안의 말은, 그야말로 청산유수처럼 이어졌다.

“저기 저 친구가 좀 특별한 퀘스트를 얻었거든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네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이안.

바네사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지만, 이안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덕분에 정령계에 좀 일찍 들어와서, 초월 레벨을 좀 올릴 수 있었죠. 뭐, 판의 관문은……. 보다시피 실패했지만요.”

능청스레 거짓말을 하는 이안을 보며 사라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와……. 저 표정 봐. 나였어도 깜빡 속았겠어.’

이안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혹시 랄프 님은, 관문을 통과하셨나요?”

이안의 물음에 랄프는 잠시 멈칫하였다.

자존심 때문인지 관문에 실패했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안도 실패했다 이야기한 마당에 딱히 숨길 이유도 없었던 터.

곧 랄프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우리도 실패했네. 세 번째 관문은 역시 쉽지 않더군.”

“아, 그렇군요. 저희는 세 번째 관문 구경도 못 했는데, 그래도 대단하시네요.”

이안이 주도하는 대화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옆으로 이어졌다.

랄프의 옆에 있던 다른 랭커들도 스스럼없이 대화에 참여한 것이다.

“핫, 이거 랄프 형만 알아보시니 좀 서운한데요? 저는 궁사 랭커 체스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이니스코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뮤엘이라고 해요.”

이쯤 되자 이안의 뒤쪽에 멀뚱히 서 있던 쌍둥이 자매도 본인들을 소개하였고, 자연스레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안은 몇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소득은, 이들이 어디 서버의 유저들인지 알아냈다는 점이었다.

‘미국 서버의 랭커들이라……. 점점 재밌어지는데?’

미국 서버는 한국 서버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오픈한 초창기 서버였다.

게다가 이용자 규모로 따지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서버이기도 했다.

독일 서버의 랭커인 사라와 바네사에 비해 이들의 기대치가 더 높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안은, 전사 랭킹 2위라는 랄프의 실력이 가장 궁금했다.

‘아마 큰 이변이 없는 한 이라한이나 샤크란 아재랑 비슷한 수준이겠지?’

이안은 머릿속을 팽팽 회전시켰다.

그런데 그때, 랄프가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럼 너는 기사 클래스. 쌍둥이 아가씨들은 마법사, 소환술사인 건가?”

이안을 ‘기사’클래스라 칭한 것이다.

‘뭐지? 어째서 날 기사 클래스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안은 잠시 당황했지만, 금세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 갔다.

“그, 그렇죠.”

“좋아. 우리랑 함께 움직이자고. 어차피 목적지는 같을 텐데 말이야.”

오해야 나중에 한배를 탔을 때 풀어 주면 될 일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잘 좀 부탁드립니다. 어쩌다 보니 쟁쟁한 랭커분들 버스도 타 보네요.”

이안의 말에, 랄프의 옆에 있던 뮤엘이 대답했다.

그녀는 미국 서버의 랭커 사인방 중 유일한 여성 유저였다.

“별말씀을요. 정령계에 입성했다는 건, 여러분도 대단한 실력자라는 뜻일 텐데요.”

“하하, 아닙니다. 랭커분께 그런 말씀 들으니 민망하군요.”

체스크도 한 마디 거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탱커가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안 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안 일행과 랄프의 파티는 금세 친해졌고 그들은 곧 이동하기 시작했다.

랄프 일행은 이니스코의 ‘그리핀 킹’을 타고 움직였으며, 이안 일행은 바네사의 소환수인 ‘코르투스’를 타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들의 목적지는 ‘바람의 평원’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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