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29화 (54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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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문명의 발견 (1)

서리동굴과 관련된 모든 퀘스트가 완료되며, 이안 일행의 눈 앞에 보상 세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초월 경험치부터 시작해서, 정령술과 관련된 많은 스텟들.

거기에 ‘정령술’이라는 소환술사의 새로운 컨텐츠 오픈까지.

이안과 바네사의 양쪽 입꼬리가 귀에 걸렸음은,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띠링-!

-‘판의 비술서’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초급 정령술’을 습득합니다.

-새로운 컨텐츠 ‘정령술’이 오픈되었습니다. (카일란 한국 서버에 한합니다.)

-이제부터 ‘소환술사’ 클래스에 한해 정령계에 있는 모든 정령의 성소에서 ‘정령술’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카일란 한국 서버의 유저에 한합니다).

-고대의 정령술을 개척하셨습니다.

-명성이 50만 만큼 증가합니다.

-정령마력(초월)을 100만큼 획득합니다.

-소환마력(초월)을 60만큼 획득합니다.

-‘친화력(초월)’ 직업 능력치가 15만큼 증가합니다.

-‘통솔력(초월)’ 직업 능력치가 17만큼 증가합니다.

정령술이 오픈되자, 이안의 주변에 오색빛깔의 기운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강렬한 이펙트와 함께 모든 빛줄기가 이안의 가슴으로 빨려 들어갔다.

중간계에서 오픈한 첫 콘텐츠인만큼, 보상부터 시작해서 이펙트까지 화려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이안은 마냥 헤실거리고 있지 않았다.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들을 통해, 유추해 낼 수 있는 정보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역시……. 한 번 실패하면 다시 도전할 수 없는 퀘스트라더니. 이유가 있었어.’

사실, 실패 시 재도전이 불가능하다는 패널티는 엄청난 것이었다.

얼핏 봐서는 한 번이라도 실패하면 ‘정령술’이라는 신규 콘텐츠를 영원히 얻을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니 말이다.

그래서 이안은 처음에 이 ‘판의 관문’의 난이도가 어렵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었다.

한 번의 퀘스트 실패로 영원히 ‘정령술’을 얻을 수 없다면, 유저들의 박탈감이 어마어마할 것이니까.

하지만 이안의 예측은 보란 듯이 빗나가 버렸다.

퀘스트 난이도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웠던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 세 번째 관문은, 아무리 이안이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클리어할 수 없었을 난이도였다.

그래서 이안은 ‘정령술’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서리동굴의 퀘스트 말고도 또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또 다른 퀘스트가 주어지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다른 어떤 방식으로든 정령술을 얻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방금 확인한 메시지들에서, 본인의 짐작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서버 당 한 사람만이라도 이 퀘스트를 클리어 한다면, 그 서버의 소환술사 유저들 전원이 정령술을 습득할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었던 것이다.

이안 덕분에 한국서버의 소환술사 유저들은, 정령계에 입성만 할 수 있다면 정령술을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다.

‘뭐, 그렇다고 억울할 건 없지. 능력치 보상이 말도 안되는 수준이니 말야.’

정령 마력부터 시작해서 통솔력까지.

능력치 보상을 확인한 이안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친화력과 통솔력의 증가수치 자체는 15와 17로,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었지만,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중간계와 지상계의 직업능력치 배율은, 100:1이었으니 말이다.

통솔력 1,700이라는 수치는 400레벨 이상 신화 등급의 소환수 한 마리를 추가로 부리고도 남을 만한 수준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이 메시지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정보가 있었다.

‘한국 서버의 유저가 뚫은 콘텐츠는 한국 서버에 한해서 오픈해 준다라…….’

이안은 이 정보를 통해, 카일란 기획 팀의 ‘중간계’기획방향성을 추측할 수 있었다.

‘서버 간의 경쟁을 유도하려는 것 같은데.’

콘텐츠 오픈 속도에 따라, 해당 서버 유저들의 발전 속도가 좌우될 것이다.

그리고 카일란의 서버는 국가별로 쪼개져 있다.

이안이 파악한 대로라면 머지않아 국가 간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곧 PK가 가능한 중간계도 열리겠지.’

분석을 끝낸 이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바네사와 사라를 슬쩍 응시했다.

단순한 바네사는 그저 헤헤거리고 있을 뿐이었으나, 사라의 표정은 제법 심각해 보였다.

이안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후후, 사라 정도의 게임 이해도라면 지금쯤 내가 독일서버 유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아차렸겠지.’

이안이 독일 서버의 유저가 아닐 것이라는 추측 정도는…….

‘카일란 00 서버의 유저에 한합니다.’라는 메시지가 뜬 순간,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유추해 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라와 눈이 마주친 이안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녀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서리동굴을 나가서 해도 될 일이었고, 지금 이안에게는 더 중요한 게 하나 남아 있었다.

새로 얻게 된 콘텐츠,‘정령술’을 확인할 시간이었다.

-초급 정령술

분류 : 패시브

스킬 레벨 : Lv.0

숙련도 : 0퍼센트

마력 소모 : 없음

정령을 소환하고 교감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정령술’의 스킬 레벨과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소환한 정령과 정령 마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입니다.

정령의 전투 능력이 소환술사의 ‘친화력’ 스텟에 비례하여 강해집니다.

정령 마력의 위력이 소환술사의 ‘친화력’ 스텟에 비례하여 강해집니다.

*현재 추가 능력치. (스킬 레벨0 기준)

소환된 정령의 전투 능력이 ‘친화력’ 능력치의 (1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소환된 정령 마법의 위력 계수가 ‘친화력’에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

‘초급 정령술’의 스킬 정보 창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정령술의 정보창에 쓰여 있는 내용을 통해, 지금껏 갖고 있던 의문점 중 하나가 풀렸기 때문이었다.

‘역시! 지금까진 소환술사 직업 스텟 중에 친화력 스텟의 비중이 너무 낮다 생각했었는데…….’

소환술사의 직업 능력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통솔력과 친화력, 그리고 조련술이다.

스텟 정보창에도 가장 상단에 떠 있는, 세 개의 능력치이기도 하고 말이다.

통솔력이야, 누구나 알다시피 그 어떤 스텟보다도 소환술사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치라고 할 수 있었다.

통솔력이 높을수록, 더 높은 등급의 소환수를 더 많이 부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조련술의 경우에는 소환수 ‘컨트롤’과 관련이 있으니, 이 또한 무척이나 중요한 능력치였다.

조련술이 높을수록, 소환수들이 오더에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하니 말이다.

낮은 등급, 낮은 레벨의 소환수야 낮은 조련술로도 최대치의 동화율이 나오지만, 운용할 소환수의 등급이 높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높은 조련술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두 가지 스텟과 달리 친화력은 뭔가 애매한 감이 있었다.

이제껏 친화력 스텟의 역할은 소환수의 포획을 좀 더 쉽게 해 주는 것과 소환수와의 친밀도를 더 빠르게 올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이 두 가지뿐이었는데, 사실 필요한 능력치이기는 하지만 통솔력이나 조련술처럼 필수적인 능력치는 아니었던 것이다.

친화력이야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최대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소환수 획득이야 포획 말고도 다른 루트가 얼마든지 많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령술’이라는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 친화력 스텟의 중요도가 엄청나게 올라가 버린다.

친화력이 높아질수록, 정령들과 정령 마법의 위력이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질 테니 말이다.

‘역시……. 카일란에서 중요하지 않은 스텟은 없었어.’

친화력의 전환 계수를 대충 계산해 본 이안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지상계 기준으로 지금 이안의 친화력이면, 최하급 정령을 꺼내도 어지간한 300레벨대 소환수 이상의 힘을 낼 것이다.

생각에 잠겨있는 이안 일행을 향해, 예뿍이가 다가왔다.

“놀랐냐뿍. 내 친구 판은 정말 대단한 소환술사였다뿍. 특히 판의 정령술은, ‘중간자’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뿍.”

판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지, 아련한 표정이 된 예뿍이.

그런 그녀를 향해, 이안의 시선이 움직였다.

‘저 녀석에게 더 뜯어낼 수 있는 정보는 없을까?’

이제 ‘정령술’ 콘텐츠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은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첫 발을 내디딘 것일 뿐, 이안은 궁금한 게 너무나도 많았다.

이안은 예뿍이를 향해 슬쩍 입을 열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NPC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을 뜯어내기 위해서는 비위를 맞춰 주는 것이 필수였다.

“그래, 확실히 판은 대단한 소환술사였던 것 같아. 고대의 정령술을 이렇게까지 완벽히 보존시켜 놓다니 말이야.”

“뿍- 뿌뿍!”

“이런 대단한 소환술사를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니, 반성해야겠어.”

“괜찮뿍! 이제라도 알았으니 됐뿍!”

신이 난 예뿍이와 아무런 위화감 없이 장단을 맞추는 이안.

둘의 대화를 보며, 두 자매는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언니, 쟤 이상해.”

“그, 그러게. 확실히 정상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다음 순간, 두 자매는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었다.

둘의 대화 속에서, 정령술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 * *

“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랄프.”

“어쩌긴 뭘 어째. 이제 여기선 더 볼일 없으니 바람의 평원으로 가야지.”

“하……. 아쉽다. 한 명만 더 있었으면 무조건 깨는 거였는데.”

“너무 아쉬워 하지 마, 이니스코. 서리동굴 말고도 정령술 얻을 수 있는 퀘스트가 분명 있을 거야.”

“그래, 랄프의 말이 맞아. 연계 퀘스트 깨다 보면, 분명히 다시 기회가 올 거야.”

새파란 냉기가 휘몰아치는 서리동굴의 입구.

그 앞쪽의 작은 공터에, 거의 누더기 꼴이 된 네 명의 유저들이 망연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판의 마지막 관문에서 좌절한 랄프의 파티였다.

파티의 유일한 소환술사 유저인 이니스코가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휴우,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뮤엘. 하지만 우리가 연계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누군가는 판의 관문을 클리어 하겠지.”

이니스코의 말에, 뮤엘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미 후발주자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마당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음…….”

이니스코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내가 아쉬운 건, 콘텐츠를 선점할 기회를 놓쳤다는 거야.”

대화를 듣던 체스크가 이니스코를 위로하였다.

“그렇지 않아, 이니스코. 우리가 못 깼다는 건, 사실상 누가 와도 쉽게 정복할 수 없는 난이도라는 거야. 분명 다른 파티도 쉽게 클리어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체스크의 말에도 이니스코의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사실 판의 관문은 소환술사에게 가장 중요한 던전이었고, 지금 가장 우울한 것은 이니스코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러나 더 아쉬워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알겠어, 체스크. 그러길 빌어야지.”

“걱정하지 마, 이니스코.”

가만히 있던 뮤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힘 내, 이니스코. 이러고 있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빨리 바람의 평원으로 가서, 연계 퀘스트 클리어하는 게 이득이야.”

“그래, 뮤엘 말이 옳아. 그래도 우리 중 게임아웃 당한 사람은 한 명도 없잖아?”

“하긴, 누구 하나 죽었으면 바람의 평원에 갈 엄두도 못 냈겠지.”

잠시 후, 퀘스트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난 랄프의 일행은 빠르게 전력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판의 관문 클리어에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얻은 게 없지는 않았다.

관문 클리어에 실패했는데도 불구하고 연계 퀘스트가 생성되었으니 말이다.

바람의 평원을 넘어 ‘정령의 성소’라는 곳에 도착하면, 분명 선점할 수 있는 다른 콘텐츠가 있을 것이다.

“자, 출발할까?”

랄프의 말에, 파티원들은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이니스코의 비행형 소환수인 ‘그리핀 킹’을 타고 이동한다면, 바람의 평원까지는 금방일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콘텐츠를 생각하자, 파티에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그리핀 킹’을 소환하려던 이니스코가 순간 멈칫 하였다.

“뭔데?”

“왜 그래 이니스코?”

파티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이니스코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을 들어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으로 시선을 옮긴 나머지 세 사람 또한, 순간 굳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서리동굴의 안쪽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세 명의 유저가 걸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네 사람 중, 가장 놀란 것은 랄프였다.

그와 눈이 마주친 남자가 바로…….

‘두 번째 관문에서 봤던 그 기사 놈!’

홀로 두 번째 관문을 뚫고 있었던 의문의 ‘기사’ 유저였기 때문이었다.

랄프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저놈이 왜 이제야 저 안에서 나오는 거지?’

그가 예상했던 대로라면, 저들은 두 번째 관문에서 실패했어야 할 파티였다.

그리고 그랬더라면, 이미 몇 시간 전에 던전 밖으로 나왔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밖으로 나왔다는 것은…….

‘설마……. 클리어했다는 건가?’

랄프의 동공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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