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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28화 (54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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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콘텐츠, 정령술 (6)

* * *

모든 제약이 사라진다.

그 말인 즉, 지금까지 꺼낼 수 없었던 모든 소환수들과 모든 스킬들을 전부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메시지를 확인한 순간, 이안과 바네사는 마치 경쟁하듯 소환수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라이, 할리, 소환!”

“라쿠밍, 소환!”

“카르세우스, 소환!”

“코르투스, 소환!”

그러자 다소 초라했던 전장이 수많은 소환수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한 서버의 최고 소환술사 랭커답게 바네사 또한 수많은 소환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소환수의 소환이 끝나고 나자 이안은 살짝 입맛을 다셨다.

‘쩝, 루가릭스만 있었으면 중간계의 어지간한 구간은 전부 평정했을 텐데…….’

루가릭스의 초월레벨은 무려 45이다.

중간계에서만큼은 이안의 파티 전부가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상대가 루가릭스인 것이다.

이안은 어떻게든 빨리 ‘용사의 자격’을 얻고, 루가릭스를 테이밍하여 데리고 다니고 싶었다.

‘초월 레벨 10레벨 되는 순간, 용사의 마을인지 뭔지부터 찾아봐야겠어.’

그리고 이안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널찍한 던전의 바닥 전체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그런데 전투가 시작되기 전, 이안의 뒤로 슬그머니 바네사가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이, 이안.”

“왜?”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이안의 앞쪽으로 포진해 있는 소환수들을 보는 바네사의 동공은 가늘게 흔들리고 있었다.

“정체가 뭐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바네사는 손가락을 들어, 가장 오른쪽에 있던 뿍뿍이부터 가리키기 시작했다.

뿍뿍이는 푸른 빛깔의 비늘을 가진 거대한 드래곤으로 현신하여 있었다.

“쟤는 어비스 드래곤이고.”

“응.”

“옆에는…… 전쟁의 신룡?”

“맞아.”

“할리칸이야 그렇다 치는데, 소버린 펜리르에 그리핀. 거기다 피닉스까지……. 저기, 저 용처럼 생긴 거북이는 또 뭔데……?”

“쟤는 빡빡이야.”

“빡빡이?”

“무튼, 그렇게 알면 돼.”

“…….”

바네사는 독일 서버 랭킹 1위의 소환술사이다.

어지간한 소환수에 대한 지식이 빠삭할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 이안이 보유한 소환수들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어떻게 유저가 신룡을 둘이나 보유할 수 있는 거지? 이게 카일란 에피소드 진행상 가능한 얘긴가?’

그에 더하여,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해골전사와 발록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처음 보는 마수까지.

‘게다가 죄다 전설등급 이상인 것 같은데……. 대체 통솔력이 몇인 거지?’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정신이 멍해진 바네사의 귓전으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저기, 아줌마.”

“……?”

“난 왜 빼먹는 건데요?”

어느새 바네사의 앞으로 다가와 해맑게 웃는, 새하얀 옷을 입은 정체모를 여자아이.

아이와 눈이 마주친 바네사는 순간 온몸이 굳어 버렸다.

‘아줌마’라는 생전 처음 들어 보는 단어에 분노하고 만 것이다.

“뭐? 아, 아줌마?”

하지만 그녀의 분노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었다.

예쁘장한 여자아이의 몸이 하얗게 빛나더니, 점점 커지기 시작했으니까.

슈우우웅-!

그리고 잠시 후.

그 자리에는 새하얀 광채를 뿜어내는 순백의 드래곤 한 마리가 나타나 있었다.

어비스 드래곤과 전쟁의 신룡에 이은, 빛의 드래곤 엘카릭스의 등장.

“……!”

아예 할 말을 잃어버린 바네사의 귓전으로, 힘찬 이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마지막까지 힘내 보자고!”

바네사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 소환된 것인지, 수많은 오염된 정령들이 이안 파티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 * *

“랄프, 조금만 더 버텨 줘!”

“젠장, 기사 클래스 하나 있으면 딱 좋겠는데.”

“뮤엘, 힐 좀 빨리 돌려 봐!”

우락부락한 바윗덩이로 이루어진, 골렘 형태를 한 거대한 한 마리의 정령.

상급 대지의 정령인 ‘크루엘’을 상대로 네 명의 유저들이 무척이나 고전하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이안 일행보다 먼저 세 번째 관문에 도착한 ‘랄프’의 파티.

쾅-!

허공에서 무섭게 떨어져 내리는 바위 주먹을 겨우 피한 랄프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역시, 5인 트라이를 했어야 했나?’

던전의 NPC인 대두 거북이는 분명, 5인 파티로 트라이하는 것을 권장하였다.

하지만 랄프는 그 말을 무시한 채 던전 공략을 감행하였다.

그것은 몇 가지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로는 자신이 있었으며, 둘째로는 콘텐츠 선점을 위해 갈 길이 바빴고, 셋째로는 더 많은 유저와 콘텐츠를 나눠먹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던전을 클리어 할 때까지만 해도, 랄프는 자신의 선택이 옳다 생각하고 있었다.

파티원 ‘뮤엘’이 가지고 있던 아티펙트 중 최상위 티어의 이속 버프 고유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너무 쉽게 관문을 통과해 버린 것이다.

현존하는 최강의 생존기로 알려진 고유 능력인 ‘미로의 축복’.

바람의 신 ‘미로’의 축복이라는 이름답게 이 고유 능력의 효과는 대단했다.

버프가 지속되는 동안 적을 공격할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파티원 전원이 일시적으로 무적 상태가 되는 데다 이동속도를 300퍼센트나 증가시켜 주는 것이다.

물론 적을 섬멸해야 하는 전투에서는 큰 의미 없는 고유 능력이다.

하지만 두 번째 관문에서는 거의 치트키라 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 능력 덕분에 20층까지 단번에 도착할 수 있었고, 제한시간 안에 다섯 개 층만 뚫고 올라오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이니스코, 정령들부터 보호해! 정령 하나라도 죽으면 퀘스트 실패라고!”

“알겠어, 랄프!”

그런데 세 번째이자 마지막 관문인 이곳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관문에 입장한지는 벌써 세 시간 째.

적들은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생성되었으며,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 방금 처음으로 등장한 ‘상급정령’은, 상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파티원이 딱 한 명 정도만 더 있었더라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지금의 전력으로는 끝이 뻔히 보인다.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며 어떻게 버티고는 있지만, 이대로 딱 10분만 더 있으면 파티는 전멸할 것이다.

만약 누군가 집중력이 떨어져 실수라도 한다면, 그 순간 전멸이고 말이다.

“체스크, 정신 차려! 하마터면 뮤엘이 스턴 걸릴 뻔했잖아!”

“랄프, 저거 접근 못하게 좀 막아 줘!”

“으아아!”

그야말로 피 말리고 진땀이 다 빠지는, 지옥 같은 서바이벌 마라톤.

그런데 그때, 랄프 파티의 아래쪽에 녹빛의 마법진이 빠르게 그려지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랄프는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 이 타이밍에……!”

상급 대지의 정령 ‘크루엘’의 고유 능력인 ‘대지의 늪’이 발동된 것이다.

범위 내의 모든 대상을 지속 시간 동안 ‘석화’ 상태에 빠지게 하는, 강력한 범위 CC(crowd control) 고유 능력.

대지의 늪 고유능력의 유일한 단점은 캐스팅 시간이 5초나 된다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 단점이 의미 없었다.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한 이상 끊어 낼 방법은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쿠궁- 쿠구궁-!

순식간에 발아래 생긴 회백색의 기운들이 랄프 파티의 전신을 경직시키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그리고 발이 묶인 그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바위 주먹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한 랄프는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체크 메이트Checkmate.

더 이상 어찌해 볼 방법이 없는, 외통수였으니 말이다.

이어서 그들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띠링-!

-중급 불의 정령, ‘이그니스’의 생명력이 전부 소진되었습니다.

-파티원 ‘뮤엘’의 생명력이 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파티원 ‘체스크’의 생명력이 5퍼센트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중략……

-세 번째 관문 공략에 실패하셨습니다.

-서리동굴의 입구로 이동됩니다.

* * *

커다란 크리스털 앞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바윗덩이와 그 파편들.

부서져 여기저기 흩어진 대지의 정령 ‘크루엘’의 잔해가 초록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슈웅- 슈슈슝-!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공간 안에 쌓여있는 수 많은 정령들의 사체가 빛이 되어 흩어졌다.

우우웅-!

속성에 따라 오색빛깔을 뿜어내며 사방으로 흩어지는 수많은 빛줄기들.

하지만 그것들을 바라보는 바네사의 눈빛은 축 늘어져 있었다.

털썩-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은 바네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이걸……. 결국…… 깼다니…….”

서리 동굴 마지막 관문은, 그야말로 어지간한 에피소드 최종 전투와 맞먹는 괴랄한 난이도의 던전이었다.

물론 다섯 명 풀 파티를 이뤘다면 지금보단 훨씬 수월하게 클리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셋이서 트라이하는 것이 미친 짓이라는 것만큼은 확실한 사실인 것 같았다.

바네사의 옆에 주저앉은 사라 또한, 몸을 축 늘어뜨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진짜 괴물이었어…….”

그리고 바네사는, 그녀의 말에 맞장구쳤다.

“맞아. 상급 정령이라는 게 이렇게 강력한 줄은 몰랐네.”

하지만 사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옆으로 턱짓을 했다.

“아니, 그 괴물 말고.”

“응……?”

“내가 말한 건, 저기 있는 저 괴물이야.”

사라의 말을 곧바로 이해한 바네사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

사라가 턱짓으로 가리킨 곳에는 아직까지도 아주 쌩쌩해 보이는 한 남자가 서 있었으니까.

바네사는 뭐라 입을 열려 하였지만,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들의 눈앞에, 관문 통과를 알리는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띠링-!

-세 번째 관문을 성공적으로 돌파하셨습니다!

-공헌도가 산정됩니다.

-이안 : 1533 - S+

-사라 : 987 - B+

-바네사 : 1,025 - A-

-공헌도가 D이하일 경우, 관문에서 탈락합니다.

-공헌도 부족으로 탈락했을 경우, 재도전이 가능합니다.

바네사와 사라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후아아…….”

공헌도가 D 이하로 나타나는 건 아닌지 조마조마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만에 하나의 경우라도 두려웠던 것.

공헌도 때문에 관문에서 탈락한 이에 한해 재도전이 가능하기는 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다시 이 던전을 트라이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이안 없이 말이다.

-‘소환술사 판의 시험 Ⅲ (직업)(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초월 경험치를 200만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을 20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소모 시간 : 2시간 47분 52초.

-클리어 등급 : S-

-S이상의 등급으로 클리어 하셨습니다.

-정령 마력(초월)을 50만큼 획득합니다.

-소환 마력(초월)을 30만큼 획득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메시지들이 다 떠오르고 나자, 두 자매의 눈에도 천천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당장이라도 쉬고 싶었지만, 보상이 너무도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이안 파티의 앞에 떠오른 커다란 크리스털이 하얀 빛을 뿜어내며 포털을 생성하였다.

그곳에서는 낯익은 한 마리 거북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오고 있었다.

“수고했뿍. 너희들은 이로써, 내 친구 판이 남긴 모든 시험을 통과했뿍!”

일행을 던전으로 인도해 주었던 NPC, 예뿍이의 등장.

반가운 표정이 된 이안이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다 끝난 거지, 예뿍아?”

“그럼, 그럼. 이 정도면 너희들은 판이 남긴 유산을 얻어 갈 자격이 충분하다뿍!”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방으로 빛을 뿜어내던 크리스털이 하얀 가루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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