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22화 (53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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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술이란? (3)

* * *

‘실프? 근데 뭔가 좀 이상하잖아?’

나뭇잎을 연상케 하는 모양에, 반투명한 네 개의 날개.

두 돌 정도 지난 어린아이와 비슷한 몸집.

귀여운 외모를 가진 작은 요정은, 분명 바람의 정령인 ‘실프’와 흡사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실프와 ‘이 녀석들’ 사이에는, 너무도 큰 차이점이 있었다.

바네사가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에……. 남성체인 실프도 있었어?”

그것은 바로 성별이었다.

여아의 모습을 가진 실프와는 달리, 관문에 등장한 몬스터들은 남아의 형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세히 보니 쥐고 있는 무기도 다르네.”

사라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안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실프의 무기는 완드. 마법형 정령이고……. 저 녀석은 길쭉한 창을 들고 있는 걸 보니, 물리 공격형 정령인가 보군.’

휘이이잉-!

거센 바람소리와 함께, 통로 안쪽에서부터 일곱 마리의 정령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모든 바람결이 잦아들자, 정령들의 머리 위에 간략한 정보가 떠올랐다.

-실피드 : 바람의 최하급 정령

그것을 확인한 이안 일행은, 저마다 한마디씩 입을 열었다.

“역시……. 실프랑 다른 개체였군.”

“그러게. 아예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네.”

“그런데 언니, 얘들 왜 레벨이 안 뜨는 거지? 초월 레벨이라도 떠야 하는 거 아니야?”

“바보야, 정령은 원래 레벨이 없잖아.”

“아, 맞다!”

“…….”

바네사를 보며, 이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맹한 친구가 어떻게 독일 서버 소환술사 랭킹 1위를 찍은 거지?’

소환술사는 결코 피지컬만으로 강해질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다.

소환수와 고유 능력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가 없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이안은, 백치미 넘치는 바네사의 랭킹이 정말 의아하였다.

‘모든 단점을 커버할 만한 엄청난 피지컬을 가지기라도 한 건가?’

이안의 시선이 바네사를 향해 슬쩍 움직였다.

이제부터 그녀의 실력을 실컷 볼 수 있을 테니, 잠시 후면 그에 대한 비밀을 알 수 있게 되리라.

“자, 다들 준비하시고…….”

“좋았어. 첫 번째 관문 정도는 쉽게 통과해 보자고.”

바네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안이, 두 자매의 바로 뒤쪽에 포지션을 잡았다.

이안은 일단 두 사람을 서포팅하며 그들의 활약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이 구간이 딱이야. 이 정도는 나 없이도 충분히 돌파가 가능할 테니……. 한 발 물러서 둘의 실력을 파악해 봐야겠어.’

지금 시작될 전투는, 첫 번째 관문의 첫 번째 전투다.

때문에 난이도가 가장 쉬울 게 분명한 데다, 적들의 속성이 전부 바람 속성이다.

이안 파티의 주딜러인 샐러맨더가 ‘화염의 정령’인 것을 감안하면, 난이도가 쉬울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모든 전투 준비가 끝나자 사라가 자연스레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바네사, 일단 네가 어그로 전부 다 가져와!”

“알겠어, 언니!”

사라의 오더에 대답함과 동시에, 바네사는 들고 있던 활을 들어 속사를 시작했다.

핑- 피핑- 핑-!

뒤에서 그 모습을 보던 이안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오호, 일단 활 실력은 제법인데.’

소환술사 클래스의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 중 하나인 활.

바네사의 활 솜씨는, 어지간한 궁사 랭커 못지않게 빠르고 정교했다.

퍽- 퍼퍼퍽-!

순식간에 시위를 떠난 일곱 발의 화살이, 각각 목표했던 실피드에게 명중한 것이다.

그러자 중구난방으로 다가오던 실피드들이 일제히 바네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쉬이익- 쉬쉭-!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사라가, 마법을 캐스팅했다.

물론 사라가 쓸 수 있는 마법은 단 하나.

‘땅의 지팡이’의 고유 능력인 ‘대지의 기둥’ 이었다.

*대지의 기둥

(재사용 대기 시간 75초)

(캐스팅 시간 5초)

원하는 위치의 지면을 솟아오르게 하여, 주변의 적들에게 땅 속성의 마법 피해를 입힙니다.

연속으로 다섯 군데의 좌표를 지정할 수 있으며, 다섯 개의 기둥이 전부 솟아오르고 난 뒤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됩니다.

대지의 기둥은 소환된 좌표를 중심으로 반경 30센티미터의 범위에 피해를 입힙니다. (마법 공격력의 150~200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입힙니다.)

대지의 기둥에 피해를 입은 대상은, 피해를 입은 반대방향으로 50센티미터만큼 밀려납니다.

생성된 대지의 기둥은 10초 동안 지속됩니다.

우우웅.

사라의 지팡이 끝에 맺히는 녹색 빛깔의 마력을 보며, 이안은 흥미로운 표정이 되었다.

‘어그로를 바네사에게 전부 모았으니 저 앞으로 실피드들이 모일 테고……. 기둥으로 벽을 만들어 모아 놓은 실피드를 가둘 생각인가 보군.’

적들을 한 지점에 모아 놓을수록, 샐러맨더의 고유능력인 ‘작은 불꽃’의 위력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만약 다섯 마리 이상의 적에게 작은 불꽃을 맞춘다면, 그 즉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될 테니 말이다.

그리고 두 자매는, 정확히 이안의 예상대로 움직였다.

“바네사, 조금 더 왼쪽으로 몰아 봐!”

“알겠어!”

가장 선두에 있는 실피드를 향해 화살을 날리며, 일곱 마리 실피드들이 한데 뭉치기를 유도하는 바네사의 컨트롤.

피핑- 핑-!

결국 통로의 한쪽 구석으로 일곱 마리의 실피드들이 전부 모여들었고, 그 순간 사라의 지팡이가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대지의 기둥!”

쿠쿵- 쿠쿠쿵-!

사라의 마법이 발동하자마자, 실피드 무리의 측면에 커다란 기둥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솟아오른 기둥의 넉백Knock-Back 효과 때문에, 실피드들은 더욱 좁은 공간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파티원 ‘사라’의 고유 능력 ‘대지의 기둥’이 발동되었습니다.

-속성의 상성 관계로 인해 마법의 위력이 감소합니다.

-최하급 바람의 정령 ‘실피드’의 생명력이 225만큼 감소합니다.

-최하급 바람의 정령 ‘실피드’의 생명력이 209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대지의 기둥’ 마법은 비교적 낮은 공격 계수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땅’속성의 공격 마법이기 때문에, ‘바람’속성을 가진 실피드에게는 그다지 큰 피해를 입힐 수 없었다.

‘하지만 소환 좌표는 정말 예술인데?’

이안이 씨익 웃으며 감탄하는 사이, 다섯 개의 바위 기둥이 차례차례 솟아올랐다.

쾅- 쿠콰쾅-!

그리고 그 기둥들은, 일곱 마리 실피드들을 완벽히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마법사 클래스 최상위 랭커답게 사라의 컨트롤은 놀랄 만 한 수준이었다.

‘이제 샐러맨더가 활약할 차례겠지?’

이안의 시선이, 바네사의 앞에 자리 잡은 샐러맨더를 향해 움직였다.

그의 예상처럼, 샐러맨더의 입에서는 커다란 화염덩어리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화르륵-!

그리고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작은 불꽃이라기엔 제법 웅장한 크기잖아?”

헬스장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커다란 짐 볼 크기의 화염의 구체.

이 화염이 실피드들의 위에 작열하는 순간 샐러맨더는 또 하나의 구체를 소환해 낼 것이다.

‘두 번째 구체가 떨어질 때까지 실피드들이 흩어지지 않는다면, 세 번째 구체도 바로 소환되겠지.’

그리고 화염의 구체를 세 번 연속해서 뿌린다면 실피드들은 거의 빈사상태에 빠질 게 분명했다.

즐겁게 자매의 활약을 구경하던 이안은 그들이 보여 준 파티 플레이에 점수를 매겼다.

‘음……. 대충 100점 만점에 70점 정도는 줄 수 있겠군.’

만약 쌍둥이 자매가 이안의 이 생각을 알았더라면, 무척이나 억울한 표정이 되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플레이는 잘 짜인 톱니바퀴처럼 맞아 들어 갔고, 백점을 줘도 아깝지 않다 할 만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안 또한 아무 이유 없이 칠십 점을 준 것은 아니었다.

이안의 날카로운 시선이, 실피드의 주변에 피어오르는 바람결을 향해 움직였다.

“실프, 돌개바람!”

휘잉-!

이안의 오더가 떨어지자마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실프가 돌개바람을 소환하였다.

그러자 실피드가 모여 있는 위치를 중심으로 커다란 회오리가 생성되기 시작하였다.

휘잉- 휘이잉-!

무려 반경 5미터라는 넓은 범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일곱 마리의 실피드들은 전부 그 범위 안에 빨려 들어갔다.

-파티원 이안 유저의 정령 ‘실피드’가 고유 능력 ‘돌개바람’을 소환하였습니다.

그와 동시에, 실피드들의 주변에 생성되던 바람은 허공으로 흩어져 버렸다.

이어서 바네사의 샐러맨더가 소환한 ‘작은 불꽃’또한, 돌개바람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르륵-!

-파티원 바네사의 정령 샐러맨더가 ‘작은 불꽃’ 고유 능력을 발동합니다.

-속성의 상성 관계로 인해, 마법의 위력이 증폭됩니다.

-최하급 바람의 정령 ‘실피드’의 생명력이 597만큼 감소합니다.

-최하급 바람의 정령 ‘실피드’의 생명력이 621만큼 감소합니다.

(중략)

-샐러맨더의 고유 능력 ‘작은 불꽃’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전부 회복되었습니다!

작은 불꽃이 일곱 마리의 실피드를 전부 맞추는 데 성공한 것이다.

대지의 기둥까지 활용해 구석으로 몰아넣은 데다 돌개바람으로 빨아들이기까지 했으니, 사실 못 맞추는 게 이상한 상황이기도 했다.

신이 난 바네사는 작은 불꽃을 연속으로 쏘아 내기 시작했다.

-최하급 바람의 정령 ‘실피드’의 생명력이 559만큼 감소합니다.

-최하급 바람의 정령 ‘실피드’의 생명력이 571만큼 감소합니다.

(후략)

쏘아 내는 족족 재사용 대기 시간이 줄어드니 불꽃을 계속해서 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마지막 실피드까지 전부 처치하고 나자 바네사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잣, 시작 좋고!”

띠링-!

-최하급 바람의 정령 ‘실피드’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초월 경험치가 11만큼 증가합니다.

처음부터 깔끔하게 파티 플레이가 맞아떨어지니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이안에게 다가온 바네사가 기분 좋게 입을 열었다.

“이안, 봤지? 우리 실력이 이 정도라고!”

이안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말에 동조해 주었다.

“그래. 역시 랭커라 그런지, 컨트롤이 정말 대단하더라.”

“그치, 그치!”

기분이 더욱 좋아진 바네사는, 우쭐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안, 네 돌개바람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어. 덕분에 작은 불꽃을 세 번까지 전부 맞출 수 있었으니 말이야.”

“하핫, 뭐……. 사실 그 정도야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깔끔하게 첫 번째 적들을 처치한 이안 일행은 곧바로 통로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선두에 있는 바네사는 무척이나 신난 표정이었다.

“언니, 빨리 움직이자! 클리어 타임이 짧을수록 추가 보상이 좋아질 수도 있잖아!”

“알겠어, 바네사. 우린 잘 따라가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지만 신이 난 바네사와 달리 사라는 뭔가 묘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이안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그 타이밍……. 우연일까?’

화염의 구체가 떨어지기 직전에 이안이 소환한 실프의 돌개바람.

사라는 그때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실피드들은 고유 능력을 발동시키려 했었고……. 그 타이밍에 이안이 돌개바람으로 캐스팅을 끊지 않았더라면, 뭔가 변수가 생겨났을지도 몰라.’

이안이 소환한 돌개바람은 얼핏 보면 그저 ‘작은 불꽃’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컨트롤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사실 돌개바람이 아니었더라도 화염의 구체는 충분히 다섯 이상의 실피드에게 명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네사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이안이 돌개바람을 발동시킨 것은 실피드들의 고유 능력 캐스팅을 끊는 데 목적이 있었던 것이다.

사라와 살짝 눈이 마주친 이안은, 속으로 실소를 지었다.

사라가 돌개바람 소환의 의도를 알아챈 듯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사라가 바네사보단 좀 나은 것 같네.’

이안이 두 자매의 파티플레이에 70점을 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두 자매의 파티 플레이에는 ‘상대 몬스터인 실피드도 고유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이 고려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실피드가 실드 계열 고유 능력이라도 발동시켰더라면 전투 양상이 꼬여 버렸을 수도 있다.

적에게 피해를 입히지 못한 화염의 구체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지 않을 테고, 대지의 기둥까지 써 버린 이안의 파티에게는 돌개바람뿐이 남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안이 생각하는 100점짜리 플레이는 어떤 것이었을까?

‘사라는 다섯 개의 기둥 중에 한 개를 남겨놨어야 했고, 바네사는 활을 쏘는 게 아니라 겨누고 있었어야 했어.’

사라는 다섯 개의 기둥을 차례로 소환하여 실피드들을 완벽히 구석에 가두었다.

하지만 굳이 다섯 개를 전부 소환하지 않았더라도, 실피드들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만약 나였다면……. 남겨 둔 마지막 기둥을 실피드의 고유 능력이 발동하는 순간 소환했을 거야.’

기둥의 넉백 옵션을 이용해 실피드들의 고유 능력 발동을 끊어 냈더라면, 이안의 돌개바람 없이도 전투를 마무리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넉백의 범위를 벗어난 개체가 있다 하더라도, 바네사의 속사 실력이면 한두 마리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고 말이다.

“읏차-!”

정령왕의 심판을 고쳐 잡은 이안은, 사라와 바네사의 뒤를 빠르게 따라붙었다.

이제 두 자매의 실력을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직접 활약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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