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15화 (53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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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의 신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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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 기대했던 대로, 아니, 그 이상으로 만족스런 능력치를 갖고 태어난 흑기린.

이안의 옆에 있던 세르비안도 침을 튀겨 가며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크으, 정말 엄청난 녀석이 만들어졌어!”

“제 말 맞죠, 세르비안?”

“맞네. 맞고말고. 진짜 자네는 엄청난 천재일세. 그 누구도 몰랐던 마수 연성의 비밀을 알아내다니 말이야!”

“후후, 제가 바로 이안 아닙니까.”

“찬양하네. 이렐루야!”

그런데 만족스러운 것은 능력치만이 아니었다.

‘이렇게 고유 능력이 많은 소환수는 처음 봐…….’

녀석은 무려 여섯 개나 되는 고유 능력을 갖고 태어났으니 말이다.

게다가 고유 능력 하나하나 버릴 것이 없는 수준이었다.

-고유 능력

*파멸의 눈빛(패시브)

눈이 마주친 대상을 0.2초 동안 ‘공포’ 상태로 만듭니다.

*어둠의 날개 (재사용 대기 시간 25초)

흑기린의 등에 거대한 어둠의 날개가 생성되며, 그 즉시 전방으로 빠르게 비행합니다.

흑기린의 비행경로에 있는 모든 적에게 마법 공격력의 350퍼센트만큼의 강력한 피해를 입힙니다.

피해를 입은 모든 대상은 2.5초 동안 ‘공포’상태에 빠집니다.

*마력 연쇄 폭발 (재사용 대기 시간 1분 30초)

흑기린의 그림자를 중심으로 반경 15미터의 범위에 강력한 마력 폭발이 일어납니다.

마력 폭발의 범위 안에 있는 적에게 마법 공격력의 350~750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입힙니다.

(‘공포’상태인 적에게는 300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추가로 입힙니다.)

*그림자 회피 (패시브)

흑기린은 적의 공격을 5회 회피할 때마다 5초 동안 ‘어둠’ 상태가 됩니다.

(맵이 어두울 경우 ‘어둠’ 상태의 지속 시간이 최대 10초까지 증가합니다.)

‘어둠’ 상태 에서는 적의 시야에 노출되지 않으며, 모든 어둠 속성 고유 능력의 공격력이 10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어둠’ 상태에서 적을 공격할 시 대상을 2.5초 동안 ‘공포’ 상태에 빠지게 합니다.

(공격을 당하거나 적을 공격할 시 어둠 상태가 해제됩니다.)

흑기린은 어둠 속에 머무는 동안 매 초당 지능의 375퍼센트만큼의 생명력을 회복합니다.

*공포의 군주(패시브)

흑기린은 적을 ‘공포’ 상태에 빠지게 할 때마다 모든 고유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을 1초만큼 회복합니다.

*어둠의 모래시계 (재사용 대기 시간 40분)

아군의 시간을 3분 전으로 되돌립니다.

모든 아군의 생명력과 고유 능력의 활성화 상태가 3분 전으로 되돌아갑니다.

3분 이내에 사망한 모든 아군이 부활합니다.

(모든 소환수, 가신에게 적용됩니다.)

(파티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마계의 근원이자 마계를 담고 있는 그릇인 마해魔海.

그곳에서 탄생한 마계의 신수입니다.

초월의 힘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로, 모든 이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공포의 군주입니다.

‘이 녀석의 콘셉트가…… 공포인가?’

게임 이해도 하나만큼은 자타공인 최고인 이안.

그는 이 스킬들을 한번 쭉 훑은 것만으로 흑기린의 활용법을 9할 이상 파악하였다.

‘크, 역시 스킬에는 조건부 발동 옵션이 붙어 있어야 연구할 맛이 난다는 말이지.’

이안은 흑기린의 여섯 가지 고유 능력들 중 ‘공포의 군주’와 ‘그림자 회피’ 능력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하였다.

‘공포 스텍을 쌓아 어둠의 날개랑 마력 연쇄 폭발을 무한 난사하는 게 흑기린이라는 녀석의 기획 의도겠군.’

사실 흑기린의 공격 스킬인 ‘어둠의 날개’와 ‘마력 연쇄 폭발’은 공격 계수가 높은 편이 아니다.

심지어 이안의 다른 신화 등급 소환수들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부족해 보이는 수준.

하지만 두 공격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척이나 짧은 편이었다.

거기에 ‘공포’ 스텍을 쌓을 때마다 1초씩 재사용 대기 시간이 줄어드니, 컨트롤하는 유저의 역량에 따라 끊임없이 광역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녀석도 적이 많을수록 미쳐 날뛰는 스타일이겠어.’

고유 능력들의 매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한 이안은 머릿속으로 전투 장면을 시뮬레이션해 보기 시작했다.

이안이 상상한 전장은 흑기린이 활약하기 좋은, 대규모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이었다.

‘전투의 시작은 어둠의 날개로 적진 한복판에 진입하고, 회피 5스텍 쌓아서 그림자 회피를 발동시키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지.’

흑기린의 탱킹 능력은 신화 등급 소환수들의 평균보다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얼핏 보면 ‘어둠의 날개’ 스킬로 적진에 진입한다는 발상은 무모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흑기린에게는 ‘그림자 회피’라는 또 다른 패시브 스킬이 있었다.

적의 공격을 다섯 번 회피할 때마다 흑기린을 ‘어둠’ 상태로 만들어 주는 최고의 생존 기술.

그림자 회피가 발동하면 흑기린은 ‘어둠’상태가 될 것이고, 그 순간 흑기린에게 집중되었던 어그로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디텍팅 능력 없이는 ‘어둠’상태인 흑기린을 볼 수 없고,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포커싱이 풀리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마력 연쇄 폭발로 최대한 많은 적을 맞추면, 어둠의 날개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다시 돌아오겠지.’

흑기린이 ‘어둠’ 상태에서 적을 공격하면, 대상은 ‘공포’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 말인 즉, 스물다섯 마리 이상의 몬스터에게 어둠폭발을 맞출 수만 있다면, 재사용 대기 시간이 25초인 ‘어둠의 날개’를 다시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한 스무 마리 정도만 맞춰도, 재사용 대기 시간이 거의 돌아오긴 할 거야.’

게다가 이안이 고생하여 집어넣은 ‘어둠의 모래시계’ 고유 능력은 또 어떠한가.

타르베로스를 상대할 때 이미 겪어 보았던 이 괴랄한 고유능력은, 따로 설명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전투 장면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이안은 더욱 신나기 시작했다.

‘크으, 몸이 또 근질거리는데……?’

이안은 새 식구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이안이 데리고 있는 다른 소환수들과 전투 콘셉트가 전혀 겹치지 않는다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이안이 ‘흑기린’에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공격 스킬을 발동시킬 때를 제외하면 딜이 0에 수렴한다는 것이었다.

공격력이 0이기 때문에, 일반 공격 시 대미지가 들어가질 않는 것이다.

‘일반 공격을 대신 쓸 수 있는 간단한 공격 마법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이안이 원하는 스킬은 아이러니하게도 최하위 티어의 공격마법들이었다.

예를 들면 ‘매직 애로우’ 같은 스킬.

공격력은 약하더라도 재사용 대기 시간 없이 상시 발동시킬 수 있는 그런 기초 마법 스킬 말이다.

‘오랜만에 소환수 스킬 부여를 쓸 때가 온 건가?’

이안은 소환술사 초보 시절에 유용하게 사용했던 ‘소환수 스킬 부여’ 능력을 떠올렸다.

-소환수 스킬 부여

분류 : 액티브 스킬

스킬 레벨 : Master

숙련도 : 100퍼센트

재사용 대기 시간 : 24시간

소환수에게 랜덤으로 하나의 스킬을 부여합니다.

한 번 스킬 부여를 사용할 때마다 대상 소환수의 잠재력을 20 소모하며, 한 번 스킬이 부여된 소환수에게 다시 스킬 부여를 사용할 경우 기존에 부여되었던 스킬이 새로운 스킬로 변환됩니다.

*스킬 부여의 레벨과 숙련도가 높을수록 소환수가 고급 스킬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Master 등급의 숙련도입니다. 최대 3티어의 고유 능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소환수 스킬 부여’는 소환수의 잠재력을 20만큼 소모하여 새로운 고유 능력을 부여해 주는 꿀 같은 스킬이다.

하지만 이안은 이 스킬을 활용한 지 무척이나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유는 간단했다.

스킬 부여로 얻을 수 있는 고유 능력들이, 이안의 소환수들이 기존에 가진 능력들에 비해 성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마스터 등급의 ‘소환수 스킬 부여’로 얻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고유 능력은 3티어.

그리고 3티어의 고유 능력들은, 유일~영웅 등급의 소환수들이 갖고 있는 스킬들이었다.

4티어 이상의 고유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이안의 소환수들에게는 별 의미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쓸 만한 패시브 스킬이 생성된다면, 없는 것보다야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패시브 스킬이 두세 번 안에 뜬다는 보장도 없었다.

운이 나쁘면 열 번 이상 쓸모없는 스킬이 생성될 수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20이나 되는 잠재력을 계속해서 소모하는 것은, 이안이 생각하기에 너무 큰 낭비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아니지. 막말로 아무 공격 마법만 생성되면 되니 말이야. 심지어 흑기린에겐 가장 낮은 티어의 공격 마법이 필요한 거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낮은 티어의 고유 능력일수록 생성될 확률이 높다.

때문에 이안은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녀석 잠재력이 현재 98이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잠깐만요, 세르비안. 지금 좀 중요한 생각을 하는 중이거든요.”

스킬 부여를 발동시킬 수 있는 횟수는 총 4회.

네 번의 시도 안에, 기초 공격 마법 중 아무거나 생성되면 된다.

그리고 이쯤 되자 올려놓은 숙련도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만약 숙련도가 0인 상태였다면, 무조건 최하 티어의 고유능력이 생성될 테니 말이다.

“자, 우리 기린이 착하지. 이리 와 볼래?”

푸릉- 푸르릉-!

흑기린을 쓰다듬어 앞으로 데려온 이안은, 비장한 표정으로 ‘소환수 스킬 부여’를 발동시켰다.

소모된 잠재력이야 이진욱 교수에게 맡겨 놓으면 다시 올릴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원하는 능력을 띄워야 했다.

“스킬 부여!”

이어서 흑기린의 몸에 일순간 새하얀 빛이 맺혔다가 사라졌다.

-‘흑기린’에게 ‘소환수 스킬 부여’를 사용하셨습니다.

-‘흑기린’의 잠재력을 20 소모합니다.

-소환 마수 ‘흑기린’이 ‘광폭화’ 스킬을 획득합니다.

“…….”

이안은 어이없다는 표정이 되어 버렸다.

‘이거 뭔가 데자뷰같은데…….’

광폭화 스킬은 라이가 한동안 가지고 있던 고유 능력이었다.

이안이 ‘소환수 스킬 부여’능력을 처음 얻자마자, 라이에게 부여하였던 스킬인 것이다.

‘아오, 그 많은 스킬 중에 왜 떴던 스킬이 또 뜨는 거냐?’

방어력을 낮추어 공격력과 민첩성을 올려 주는, 흑기린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버프 스킬인 광폭화.

이안은 눈물을 머금고 스킬 부여를 재차 사용하였다.

“스킬 부여!”

하지만 연속으로 스킬 부여가 발동될 리 없었다.

-‘소환수 스킬 부여’ 능력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24시간이나 되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걸림돌이 된 것이다.

이안의 입에서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휴우, 한 번에 뜰 거라곤 생각지 않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한시라도 빨리 로터스 영지로 이동해야 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올 24시간 동안 조련소에 맡겨서 잠재력을 회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24시간 만에 20의 잠재력이 전부 회복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가만히 두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직접 ‘훈련’스킬을 쓰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훈련’상태를 유지하려면 녀석을 소환해 놓아야 하는데, 1레벨인 녀석을 소환해 둔 채로 다른 퀘스트를 진행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킁, 이 녀석은 우선 교수님께 맡기고, 그동안 정령계 퀘스트나 진행해야겠어.’

이안은 오매불망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물의 정령왕, ‘엘리샤’를 떠올렸다.

‘미안해요, 아줌마. 할 일이 많아서 좀 많이 늦어 버렸네.’

이안의 레벨은 어느새 430이 훌쩍 넘은 상태.

원래의 계획은 400레벨이 되자마자 정령계부터 가는 것이었지만, 뜻밖의 에피소드들로 인해 많이 늦어지고 말았다.

‘뭐, 좀 늦었지만 상관없겠지. 어차피 나보다 먼저 거기 들어갈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야.’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안은 흑기린을 이진욱 교수에게 맡겨 놓은 뒤, 곧바로 차원의 마탑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정령계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정령왕의 목걸이를 가지고 그리퍼에게 가야 하니 말이다.

“자, 기린아. 얼른 움직이자. 형이 좀 바쁘거든!”

이안은 흑기린을 소환 해제하려 하였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이안은 살짝 당황하였다.

하지만 베테랑 소환술사답게 그 이유를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맞다! 이름을 아직 안 지어 줬구나.’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기 때문에, 녀석이 떼를 쓴 것이다.

“음……. 그래. 예쁜 이름이 하나 필요하겠지.”

이안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세르비안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록시Roxy.”

“네?”

“록시, 어떤가?”

“그게 무슨 뜻인데요?”

“‘빛나는 새벽’ 이라는 뜻이지. 어둠 속에서 태어난 이 친구에게 정말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본인이 말해 놓고도 만족스러운지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세르비안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대번에 고개를 저으며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싫어요.”

“왜?”

“입에 착착 안 붙어요.”

“…….”

우울한 표정이 된 세르비안을 외면한 채, 이안은 살짝 눈을 감았다.

‘흠, 뭔가 귀여운 이름이면 좋겠는데.’

생각에 잠진 이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언제나 그렇듯, 창작의 고통은 힘든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10여 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이안은 드디어 흑기린의 이름을 지을 수 있었다.

“자, 오늘부터 네 이름은 까망이다.”

푸릉-?

“예쁜 이름이지, 까망아?”

푸릉- 푸릉-!

이름이 제법 마음에 드는지, 까망이는 이안의 팔에 머리를 부볐다.

-‘까망이’가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까망이’와의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까망이의 충성도가 5 만큼 올라갑니다.

물론 언제나처럼 이름에 담긴 의미는 별거 없었다.

‘그냥 온몸이 다 까마니까…….’

어둠 속에 들어서면 실루엣조차 찾기 힘들 정도로, 녀석의 전신이 칠흑같이 새까맣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세르비안은 어이없는 표정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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