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14화 (53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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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의 신수 (1) (23권 시작)

수없이 보아 온 장면이지만, 결단코 이 광경을 보며 지금처럼 떨렸던 적은 없었다.

‘제발……. 제발! B등급 이상만 떠라 제발!’

정말 간절한 마음이 된 이안은 속으로 연신 ‘제발’을 외쳐 대었다.

지금 이안의 눈앞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마수 연성 마법진.

여기에는 그야말로 그간의 모든 연구와 노력의 ‘정수’가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A등급이나 S등급이 뜨면 더욱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어쨌든 B등급 이상만 뜨면 신화 등급의 마수가 나올 테니 말이다.

고오오-!

붉은 빛으로 빛나던 마법진이 가늘게 떨리며 진동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어서 마법진 위로, 재료가 될 두 마리의 마수들이 두둥실 떠올랐다.

“흐으읍!”

한차례 심호흡을 한 이안이 신중하게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마법진 중앙에 다른 재료들이 하나둘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마지막에 박혀 들어간 최상급 마령석이 강렬한 광채를 뿜어내었다.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돼.’

마수 연성은 그냥 마법진만 열어 놓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작업이 아니다.

복잡한 마법진에 맺힌 붉은 빛줄기를 따라, 실수 없이 마력을 조작해야 하는 난이도 높은 작업인 것이다.

게다가 연성될 마수의 등급이 높을수록 연성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지금 이안이 만들려 하는 마수는 말 그대로 ‘현존 최강의 마수’였으니, 마법진의 난이도도 극악인 것이 당연했다.

마법진 위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빛줄기를 따라, 이안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1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쿠오오오-!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기류와 그 주위를 맴돌던 하얀 빛이 합쳐지며 신비로운 광경이 연출되었다.

스하아아-!

이어서 이안의 입에서 짧은 단발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읍!”

지금껏 셀 수 없이 많은 마수 연성을 시도하였지만, 이렇게 강렬한 섬광이 터져 나온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망막에 쏟아져 들어오는, 눈이 멀어 버릴 정도로 밝은 어마어마한 광휘.

하지만 이안은 결코 눈을 감지 않았다.

이 섬광 속에서 탄생할 마수를, 조금이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하얀 빛이 허공에서 터져 나가며 그 자리에서 새로운 한 마리의 마수가 탄생했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가 줄줄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마수 연성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마수 능력석, ‘어둠의 모래시계’ 재료 아이템이 성공적으로 흡수됩니다.

-‘창조주의 지점토’ 재료 아이템이 성공적으로 흡수되었습니다. (마수의 전투 능력이 1.25퍼센트만큼 추가로 상승합니다.)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55.72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마수 연성술’의 레벨이 한 단계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마수 연성술’ 등급 : 마스터 3레벨

-연성 등급 : SS

-연성 등급이 더블S 등급 이상이므로, 마수의 등급이 두 단계 상승합니다.

-‘신화(초월)’등급의 마수, ‘흑기린黑麒麟’이 탄생했습니다.

-최초로 ‘신화’ 등급 이상의 마수를 연성하셨습니다.

-명성이 50만 만큼 증가합니다.

-통솔력이 1,500만큼 증가합니다.

-‘마기’능력치가 3,000만큼 증가합니다.

-‘항마력’능력치가 1.5퍼센트만큼 영구적으로 증가합니다.

……후략……

‘미쳤다. 미쳤어……!’

시스템 메시지를 읽어 내려가던 이안이, 주먹을 불끈 쥔 채 하늘로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지금 이안의 기분은,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나올 수준이었다.

‘더블S라니, 그런 등급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일단 이안이 집어넣은 모든 재료 아이템이 성공적으로 마수연성에 흡수되었다.

이것만 해도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었는데, 무려 SS라는 미친 연성 등급이 만들어졌다.

더해서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마수의 외형까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겁나 멋지게 생겼잖아?!’

공간을 가득 메우던 하얀 빛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등장한 한 마리의 늠름한 마수.

녀석은 온통 새카만 비늘로 뒤덮여 있었으며, 마치 하르가수스와 드래곤을 섞어 놓은 듯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몸을 한번 움직일 때마다, 사방에서 새카만 ‘흑염黑炎’이 피어올랐다.

‘하르가수스라기보단 유니콘인가? 이마에 솟아 있는 뿔이 진짜 간지 터지네.’

하지만 이안의 놀람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히이이이잉-!

녀석이 앞발을 치켜들며 길게 울음을 터뜨리자, 매끈했던 등 위에 커다랗고 시커먼 날개가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펼쳐졌다고 하기보다는 생겨났다는 표현이 더 맞는 듯했다.

보랏빛 광채가 일렁이더니, 어느새 날개가 펴져 있었기 때문이다.

감격스런 표정이 된 이안은, 천천히 녀석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멋들어지게 늘어져 있는 새카만 갈기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러자 녀석은 기분이 좋은지, 이안의 팔에 머리를 부벼 대었다.

푸릉- 푸릉-!

이안의 기분이 더욱 흡족스러워졌음은 물론이었다.

‘크, 진짜 지금만큼은 세상 다 가진 기분이군.’

하지만 마냥 행복에 벅찬 기분은 잠시일 뿐.

이제 이 녀석을 탐구해 볼 시간이었다.

‘그나저나 신화 등급이 끝일 텐데, 등급이 두 단계 상승했다는 건 무슨 말이지?’

눈을 빛낸 이안은 떨리는 마음으로 마수 정보 창을 오픈하였다.

그리고 그 안에서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는, 새로운 마수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흑기린

등급 : 신화(초월) Lv. 1

이안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초월? 초월이라고? 이게 두 단계 랭크 업과 관련이 있는 건가?’

이 새 친구에 대해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안은 서둘러, 새로운 마수 ‘흑기린’의 정보 창을 오픈해 보았다.

-흑기린

레벨 : 1

분류 : 마신수魔神獸

등급 : 신화(초월)

성격 : 덜렁댐

완전체

공격력 : 0

방어력 : 26

민첩성 : 61

지능 : 83

생명력 : 952/952

세부 능력 (펼쳐 보기)

고유 능력

*파멸의 눈빛(패시브)

눈이 마주친 대상을 0.2초 동안 ‘공포’ 상태로 만듭니다.

……후략……

언제나처럼 소환수나 마수의 정보 창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등급’과 ‘전투 능력’이었다.

하지만 정보 창을 열기 전부터 등급은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안이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된 것은 흑기린의 전투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공격력 수치였다.

‘크, 성공이야. 공격력 0이라니……. 뿌듯한데?’

마치 그간의 연구에 대한 보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이어서 나머지 능력치들을 확인한 이안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이게 1레벨 마수의 능력치라고?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괴물이네.’

지금까지 이안이 키워 왔던 소환수 중 1레벨 능력치가 가장 뛰어났던 녀석은 엘카릭스였다.

엘카릭스의 능력치 총 합이, 유일하게 세 자리 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방금 이안이 만들어낸 이 미친 녀석은, 지능 스텟 하나만 보아도 83이다.

‘생각난 김에 엘카릭스랑 한번 비교해 볼까?’

이안은 인벤토리 구석에 넣어 두었던, 작은 기록 수첩을 꺼내 들었다.

엘카릭스/흑기린

공격력 : 19/0

방어력 : 25/26

순발력 : 15/61

지능 : 45/83

총합 : 10/170

생명력 : 1,527/952

엘카릭스는 신화 등급의 소환수들 중에서도, 전투 능력치가 최상급에 속하는 녀석이다.

게다가 스텟 비율 또한, 방어력과 지능 위주로 아름답게(?) 구성되어 있는 소환수였다.

‘그런데 지능 스텟이, 엘카릭스의 거의 두 배 수준이란 말이지.’

심지어 더욱 놀라운 부분은, 비교적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방어력’조차 엘카릭스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이었다.

순발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생명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라이보다는 훨씬 튼튼하겠어.’

생각했던대로, 아니, 생각했던 그 이상의 결과가 만들어지자, 이안은 더욱 신이 나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고유 능력을 한번 볼까?’

이안의 시선이 정보 창의 아래쪽으로 움직였다.

* * *

푸른 초목이 우거진 평화로운 평원.

그 한가운데 공명음이 일더니,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우우웅-!

그리고 잠시 후.

파앗-!

푸른빛이 터져 나가며, 그 자리에 파란 포털이 오픈되었다.

이어서 파란 포털에서는, 얄쌍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기가……. 정령계란 말이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새하얀 은발에 짙푸른 에메랄드 빛깔의 로브를 두른 늘씬한 여인.

포털에서 빠져나온 여인은, 지면 위로 마치 미끄러지듯 날아들었다.

스르륵-!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여인 하나가 포털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 언니, 포털 못 탈 뻔했잖아!”

“시끄러, 바네사. 그러니까 누가 늑장 부리래?”

그런데 놀라운 것은, 두 사람의 외모였다.

두 사람은 마치 붕어빵 틀로 찍어내기라도 한 듯 너무도 똑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같은 장비를 두르고 있었더라면, 구분하기 쉽지 않았을 정도.

그들은 누가보아도 쌍둥이 자매였다.

두 사람은 티격태격 싸우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그나저나 사라 언니.”

“응?”

“언니 혹시, 최초 발견 보상 떴어?”

“어, 그러고 보니……!”

“그치, 안 떴지?”

“응. 안 떴어. 너도?”

“뭐지? 설마 우리보다 여길 먼저 발견한 유저가 있는 건가?”

“그게……. 그럴 수가 있나?”

당황한 두 쌍둥이 자매는 서로를 응시하며,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이어 갔다.

“만약 있다면 검공 미하엘이나 리퍼스 길마 리누스 정도일 텐데…….”

“아냐. 걔들은 지금 전쟁하느라 바빠서 다른 곳에 신경 못써.”

“그……렇겠지?”

“그럼 대체 누굴까?”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랭커?”

“글쎄. 별로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골똘한 표정으로 고민에 잠긴 두 사람.

하지만 잠시 후, ‘사라’라고 불린 여인이 다시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일단 움직이자, 바네사. 어차피 지금 생각한다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건 그래.”

“퀘스트 받고 컨텐츠 클리어하다 보면 결국에는 알게 되겠지.”

“좋아, 언니. 그럼 일단 ‘바람의 평원’으로 움직일까?”

말을 마친 여인, ‘바네사’는 오른손을 번쩍 들며 입술을 살짝 달싹였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한 마리의 커다란 드래곤이 소환되는 게 아닌가.

-불렀는가, 주인.

이안의 카르세우스나 엘카릭스만큼이나 커다랗고 웅장한 몸집을 가진 푸른 빛깔의 드래곤.

두 여인은 아주 자연스런 몸놀림으로 드래곤의 등에 올라탔다.

“가자, 코르투스. 바람의 평원으로.”

바네사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드래곤은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펼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했던 드래곤의 몸집이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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