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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마수 연성 (2)
* * *
마계 107구역.
이곳은 원래, 다른 구역들과 별다를 것 없는 마계 유저들의 사냥터 중 한 곳일 뿐이었다.
하지만 몇 개월 전부터 이곳에는 수많은 유저들이 북적였다.
그들의 대부분은 마족의 소환술사 클래스인 ‘소환마’ 클래스의 유저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107구역의 외곽 쪽에 있는 세르비안의 연구소였다.
이안에 의해 ‘마수 연성’이라는 콘텐츠의 존재가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때문에 마수 연성을 하고 싶어 하는 많은 유저들이 세르비안의 연구소로 모여 든 것이다.
‘마수연성술사’가 아닌 일반 유저들은 세르비안의 연구소에 있는 장비들이 있어야만 마수 연성이 가능했기 때문.
그래서 세르비안의 연구소는 오늘도 활기 넘쳤다.
“으아앗! 또 실패했어!”
“헐, 이번에 마음먹고 하급 마령석까지 집어넣었잖아, 너?”
“그러니까 흑흑. 역시 손재주부터 좀 올려야 하는 걸까?”
“힘내, 짜샤. 나도 그저께 중급 마수 하나 날려먹었다고.”
마수 연성에 실패하여 슬픔을 나누고 있는 유저들이 있는가 하면…….
“아잣, 성공이다!”
“오옷, 뭐야? 중급? 상급?”
“크하하핫, 이 형님이 드디어 상급 마수 연성에 성공했단 말씀이야!”
“헐, 심지어 파이톤이잖아? 대박 레시피 공유 좀 해 봐.”
성공적으로 상위 등급의 마수를 얻어 기쁨에 찬 비명을 지르고 있는 유저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연구소의 주인장인 세르비안은 연구소를 가득 메운 손님들이 별로 반갑지가 않았다.
“어휴, 저 근성 없는 놈들. 제자로 받을 만한 녀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구먼.”
마수 연성에 열을 올리는 유저 하나하나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많은 고객들이 지불한 연성 비용으로 인해 연구소는 과거의 열 배 가까이 커진 상태였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방에 가서 내 연구나 해야지 원…….”
그렇게 투덜거린 세르비안은 연구소 가장 안쪽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걸음을 옮겼다.
요즘 세르비안은 이안으로부터 받은 한 가지 숙제에 꽂혀 있었다.
사실 그것은 숙제라기보다는 궁금증이었다.
연구실에 도착한 세르비안은 의자에 몸을 푹 묻은 채 상념에 빠져들었다.
-세르비안, 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
-오호, 우리 수제자님께서 오랜만에 질문을 하시는군. 그래. 한번 물어보시게. 내가 대답해 줄 수 있는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혹시 현존하는 마수들 중에, 가장 전투 능력이 뛰어난 녀석은 어떤 녀석일까요?
-음……? 그건 너무 애매한 질문이 아닌가?
-뭐가요?
-아니, 생각해 보시게. 자네도 알다시피, 마수의 전투력을 결정짓는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지 않나. 게다가 마수 사이에 상성도 존재하고 말이야.
-아하, 전 어떤 마수가 가장 센지를 물어본 게 아니에요, 세르비안.
-음? 그럼 뭘 물어본 겐가?
-말 그대로 ‘전투 능력’을 말하는 거예요.
-……?
-쉽게 말해서 깡 스텟이 가장 높은 마수를 알고 싶다는 거죠.
-아하.
-우리 카카처럼 지능만 말도 안 되게 높은 녀석도 상관없고, 스텟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녀석도 상관없어요. 그냥 제가 원하는 건, 모든 능력치의 합이 가장 높은 마수예요.
-흐음, 그거라면…….
이제 한 3개월 정도 지났을까?
세르비안은 과거 이안과의 대화를 회상하며 낮은 침음성을 흘렸다.
“흐음, 녀석은 대체 그게 왜 궁금했을까?”
모든 능력치의 합이 가장 높다는 것은 분명 의미 없는 지표는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스텟 자체가 실질적인 전투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스텟의 분포가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어야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세르비안의 상념이 다시 이어졌다.
-오, 세르비안, 알고 계신 거죠?
-후후, 자네 날 너무 고평가하는 건 아닌가?
-네?
-아무리 나라고 해도 현존하는 모든 마수들의 능력치를 전부 알고 있지는 못하다네.
-하, 그런가요?
-다만 확실한 사실 하나는 이야기해 줄 수 있지.
-음?
-자네, 일전에 ‘베히모스’를 상대해 본 적 있다고 했지?
-네. 그랬죠. 그 근육돼지 같은 녀석…….
-내가 가지고 있는 레시피가 하나 있는데, 이거라면 확실히 자네에게 도움이 될 것 같군.
-오오, 그게 뭔가요?
-잠시만 기다려 보시게. 사실 별로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레시피라 연구실 구석에 박아 놨었거든.
세르비안은 감고 있던 두 눈을 떴다.
그리고 책상에 올려 있던 하나의 양피지 조각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양피지 조각의 상단에는 검붉은 글씨로 한 줄의 글귀가 쓰여 있었다.
-‘자이언트 베히모스’ 마수 연성 레시피
“이안 녀석은 정말 자이언트 베히모스를 만들려고 하는 걸까?”
베히모스와 마찬가지로 ‘전설’등급의 마수 중 하나인 자이언트 베히모스.
이 자이언트 베히모스는 완벽히 이안이 원했던 마수라고 할 수 있었다.
연성에 성공하여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 현존하는 그 어떤 마수보다 스텟 총합이 높을 수밖에 없는 녀석이 바로 이놈이었으니 말이다.
“스텟 하나만큼은 진짜 이 녀석이 최강이지. 일반 베히모스의 한 배 반, 아니, 두 배 이상 될 테니 말이야.”
하지만 녀석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러면 뭐해? 둔해 터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녀석인데…….”
그 모든 스텟이 생명력과 힘, 그리고 ‘마기’에만 몰빵되어 있다는 부분이었다.
쉽게 말해 맷집과 공격력은 상당하지만, 민첩성이 너무 낮아서 실제 전투력은 일반 베히모스보다도 훨씬 낮은 녀석이 바로 이 자이언트 베히모스였다.
이안의 목표는 최강의 마수를 연성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세르비안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세르비안은 이안이 대체 왜 이 레시피를 가져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이언트 베히모스를 연성해서 만들어질 새로운 마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최강의 마수와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대체 뭘까? 궁금해서 잠도 오질 않는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세르비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피식 웃었다.
그의 수제자인 이안은 분명 이번에도 생각지 못했던 엄청난 것을 보여 줄 게 분명했다.
* * *
띠링-!
-중급 마수, ‘자이언트 코웰’을 포획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자이언트 코웰’ 마수를 지금까지 300마리 포획하셨습니다!
-‘코웰 전문가’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명성이 5만 만큼 증가합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을 보며, 이안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한차례 훔쳤다.
“휴우, 300마리라…….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자이언트 코웰은 마치 코끼리를 닮은 거대한 탱킹형 마수였다.
중급 마수들 중에서 탱커로서 가장 효율이 뛰어난 녀석이기 때문에, 상위권 소환마 유저들이 제법 선호하는 녀석이기도 했다.
녀석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통솔력 대비 효율이 좋은 탓이었다.
물론 지금 이안이 이 녀석을 잡고 있는 이유는, 녀석을 전투에 활용하려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말이다.
“흐음, 이제 어디 구석에 자리 잡고 분해 작업을 한번 시작해 볼까?”
이안은 벌써 이삼일 째, 마계 전역을 돌아다니며 마수들을 포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세르비안으로부터 얻은 ‘자이언트 베히모스 레시피’ 때문이었다.
이안이 생각하는 최고의 마수를 연성하기 위해서는 자이언트 베히모스가 필요했고,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 바로 그 레시피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얻기 위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마수 분해술! 마수 분해술!”
마수연성술사만이 가진 고유의 스킬.
‘마수 분해술’의 시동어가 이안의 입에서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에 따라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중급 마수 ‘자이언트 코웰’을 분해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마수 분해술의 숙련도가 0.02퍼센트 상승합니다!
-‘코웰의 단단한 상아’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하급 마정석’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경험치 구슬’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급 마수 ‘자이언트 코웰’을 분해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마수 분해술의 숙련도가 0.02퍼센트 상승합니다!
(중략)
-중급 마수 ‘자이언트 코웰’을 분해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희귀한 재료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코웰의 내단’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잣, 일단 한 개!”
자이언트 베히모스를 연성해 내기 위해 필요한 핵심 아이템 중 하나인 코웰의 내단.
하지만 내단의 드롭율은 거의 1퍼센트 수준이었고, 때문에 이안의 노가다는 끝없이 이어졌다.
총 다섯 개의 내단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코웰의 내단이 끝이 아니었다.
“파르프스의 심장. 다크골렘의 마력석……. 바쁘다 바빠. 이번 주 안에는 전부 다 모아야 하는데…….”
이안은 쉬지 않았다.
아니, 쉴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타이탄 길드와 샤크란은 명계에서 신나게 사냥 중일 테니 말이다.
‘어차피 다크 어비스에서는 사냥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지.’
이안에게 있어서 ‘노가다’는 지루하면서도 묘한 중독성이 있는 것이었다.
때문에 이 어마어마한 노가다 작업을 모두 마쳤을 때, 이안은 순식간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 *
“좋았어!”
척-!
로터스 왕국의 수도인 로터스 영지.
자신의 널찍한 집무실에 들어선 이안은 ‘자이언트 베히모스’를 연성하기 위한 모든 재료를 꺼내었다.
“일단 본체가 될 녀석부터 설정하고…….”
이안은 세 마리의 베히모스 주니어 중 가장 능력치가 훌륭한 녀석을 본체로 설정했다.
이어서 재료가 될 마수는…….
“짜식아, 이리 와.”
그 역시 세 마리의 베히모스 주니어 중 다른 한 녀석이었다.
이 ‘자이언트 베히모스’라는 녀석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두 마리의 베히모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우우웅-!
허공에 떠오른 마수 연성 마법진이 강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무려 두 마리의 전설 등급 마수가 들어가는 작업이다 보니, 마법진으로부터 강렬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마수 연성술’을 시작합니다.
-‘전설’등급의 마수, ‘베히모스’를 본체로 설정하시겠습니까?
“오케이.”
-‘전설’등급의 마수, ‘베히모스’를 재료 1로 설정하시겠습니까?
“그래.”
마수 연성의 기본이 되는 두 마리의 마수를 설정하고 나자, 추가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연성술에 필요한 아이템이나 마수를 추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떠오르는 이안의 인벤토리 창.
잠시 고민하던 이안은 아껴 두었던 최상급의 마령석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
‘세르비안의 말에 따르면 실패 확률이 크지 않은 레시피라고는 하지만…….’
실패 확률이 크지 않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작업은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된다.
마수 연성의 기본 성공 확률이 얼마인지 알았다면 그에 맞는 마령석을 집어넣었겠지만, 시스템 코드를 뜯어 보지 않는 한 그런 것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이안은 눈물을 머금고 최상급 마령석을 투하하였다.
-‘최상급 마령석’을 연성 재료로 추가하셨습니다.
-연성술의 성공 확률이 50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이어서 이안은 모아 두었던 레시피의 재료들을 차례로 마법진에 집어넣었다.
-‘자이언트 코웰의 내단×5’ 아이템을 추가합니다.
-‘파르프스의 심장’ 아이템을 추가합니다.
-‘다크골렘의 마력석×25’ 아이템을 추가합니다.
(중략)
-‘상급 마정석’ 아이템을 추가합니다.
모든 재료를 집어넣은 이안은 마른침을 한차례 꿀꺽 집어 삼키며, 천천히 마법진을 작동시켰다.
-연성술에 필요한 재료를 모두 설정하셨다면, 마수 연성을 시작합니다.
이안의 눈앞에 두 마리의 베히모스들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동시에 마법진 중앙에 빨려들어 간 최상급 마령석이 강렬한 광채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제발……!”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지금까지 이안이 해 왔던 연성술 중 가장 중요한 연성술.
이안의 양손이 허공으로 천천히 들렸고, 손에서 빠져나온 마기가 두 마리의 베히모스를 감싸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쿠오오오-!
붉은 기류와 하얀 빛이 합쳐지며 연출하는 신비로운 광경.
그리고 잠시 후, 하얀 빛이 허공에서 터져 나가며, 그 자리에 새로운 한 마리의 마수가 탄생했다.
띠링.
-‘마수 연성술’을 성공적으로 완료하셨습니다!
-‘마수 연성술’의 숙련도가 8.5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연성 등급 : C+
-연성 등급이 B등급 이하이므로 마수의 등급이 상승하지 않습니다.
-‘전설’등급의 마수 ‘자이언트 베히모스’가 탄생했습니다.
C+라는 연성 등급은, 분명 아쉬운 등급이다.
하지만 이안의 표정은 싱글벙글했다.
지금의 이 결과가 이안이 원했던 바로 그 결과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