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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509화 (52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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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마수 연성 (1)

“그러니까……. 정말 저승에 가서 베히모스를 잡아 온 거란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허헐, 그게 가능한 일이었다니…….”

“그리퍼가 알려 준 방법이었잖아요!”

“아니, 그게……. 그렇기는 한데…….”

“무슨 문제 있어요?”

“문제? 당연히 있지.”

“뭔데요?”

“네가 아직 인간이라는 거다.”

“……?”

“명계에서 베히모스를 잡아왔다면, 분명 에레보스에 들어갔을 터.”

“그렇죠.”

“중간자도 아닌 ‘살아 있는 인간’이,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던 것이냐는 말이지.”

“하핫, 그건 비밀입니다.”

“괴물 같은 놈…….”

마탑 꼭대기층에 있는 그리퍼의 연구실.

그 안에서는, 이안과 그리퍼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들이 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마법으로 꽁꽁 얼린 철판을 깔고 앉은 채, 어마어마한 불길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두 사람.

뭔가 아이러니한 모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리퍼.”

“왜. 이 괴물 같은 녀석아.”

“저 녀석들……. 무사히 부화할 수 있겠죠?”

“그야 네 녀석이 들고 온 물건이 확실하다면, 당연히 부화하겠지.”

“물건은 확실합니다.”

“그럼 기다려 봐.”

그리퍼의 연구실 전체를 마치 한증막처럼 후덥지근하게 만들었던 범인.

그것은 바로, 이안이 피워 놓은 극마염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안은 구해 두었던 극마염을 모조리 한 번에 사용해 버렸고, 덕분에 그리퍼의 연구실이 녹아내릴 듯 뜨거워진 것이다.

그리고 그 극마염의 안쪽에 나란히 놓여 있는 세 개의 푸른 알들.

“베히모스야, 어서 알을 깨고 나오렴.”

당연히 그 알들은, 이안이 고이 모셔두었던 베히모스의 알들이었다.

‘크, 생각만 해도 설레는구먼. 베히모스를 본체로 한 마수 연성이라니.’

이안은 베히모스를 사냥했던 당시, 솔로플레이를 했던 게 아니었다.

훈이와 카노엘까지, 셋이서 함께 베히모스를 사냥했던 것이다.

때문에 세 개의 알은 원래대로라면 각각 하나씩 나눠 가져야 했었다.

하지만 보다시피 세 개의 알들이 전부 이안에게 있는 이유는, 이안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가져왔기 때문이었다.

‘뭐, 훈이는 베히모스 가죽으로 만족했었고, 노엘이한테는 골드를 충분히 줬으니까.’

이안이 만약 베히모스를 그냥 육성할 계획이었더라면, 굳이 세 개의 알이 전부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안은 마수 연성을 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세 마리의 베히모스가 전부 필요했다.

‘어서 나오란 말이야, 어서!’

이안은 눈빛으로 알을 쪼개기라도 하겠다는 듯 쪼그려 앉은 채 뚫어져라 세 개의 푸른 알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쩌적- 쩌저적-!

세 개의 알들 중 가운데 있던 알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확인한 그리퍼 또한 탄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오!”

이안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전설의 마수 ‘베히모스’의 알이 부화를 시작합니다.

-‘베히모스 영혼마력 봉인석’ 아이템을 사용하시겠습니까? (Y/N)

세 개의 푸른 알의 앞에 보랏빛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영혼마력 봉인석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이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바로 사용한다!”

이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봉인석은 조각조각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새어나온 강력한 기의 파동이 세 개의 베히모스의 알들을 감싸며 포개었다.

우우웅-!

낮은 공명음이 울려 퍼지며, 이안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연이어 떠올랐다.

띠링-!

-전설의 마수 ‘베히모스’가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부화율 : 7퍼센트)

-전설의 마수 ‘베히모스’가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부화율 : 4퍼센트)

-전설의 마수 ‘베히모스’가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부화율 : 3퍼센트)

-성공적인 부화를 위해서는, 양질의 영혼 마력과 마계의 열기가 필요합니다.

이안은 마치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듯, 말아 쥔 주먹에 더욱 힘을 주며 시선을 떼지 않고 있었다.

그런 이안을 응시하던 그리퍼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안, 자네 혹시……. 지금 마령석 가진 거 좀 있나?”

“당연하죠.”

“혹시 최상급 이상의 물건인가?”

“최상급도 지금 두어 개는 있을 걸요?”

“오호.”

“갑자기 마령석은 왜요?”

이안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마령석은 본래, 마수연성의 성공률을 높여 주는 마계의 광물이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그리퍼가 언급한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의아한 표정의 이안을 향해, 그리퍼가 다시 말을 이었다.

“최상급의 마령석을 극마염에 녹인다면, 좀 더 건강한 베히모스가 태어날 확률이 높아질 걸세.”

“그, 그래요?”

“힘들게 명계까지 다녀왔는데, 그 정도 투자는 해 보는 게 어떻겠나?”

“으…….”

그리퍼의 입에서 나온 정보는, 생각지 못한 것이었지만 분명 유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안이 선뜻 실행할 수 없었던 이유는…….

‘최상급 마령석이 뉘 집 애 이름도 아니고, 얘들 건강해지라고 수천만 원을 투자하란 말이야?’

최상급 마령석이, 이안조차도 몇 개 가지고 있지 않은 어마어마한 고가의 물건이기 때문이었다.

경매장에는 올라와 있지도 않은 희귀한 물건이었지만, 굳이 가격을 책정해 본다면 개당 2~3천만 골드 정도는 책정될 물건.

‘어디보자, 지금 인벤토리에 세 개 있으니까 딱 숫자가 맞긴 한데…….’

그리고 문제는 가격뿐만이 아니었다.

이안이 이 마령석을 고이 모셔 뒀던 이유는, 마수 연성에 사용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때문에 여기서 세 개를 전부 다 사용해 버리면 곤란해지는 것.

물론 마계에 있는 이안의 광산을 좀 털면 한 개 정도는 더 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고민에 빠져 있던 이안의 귓전으로, 그리퍼의 음성이 다시 들려왔다.

“가지고 있는 마령석이 있으면 얼른 녹이시게. 알이 다 부화되기 전에 녹여야 효과가 있단 말이네.”

“세 개를……. 녹여야겠죠?”

“아니야, 한 개만 녹이면 돼. 여러 개 넣어 봐야 소용없을 걸세.”

그리퍼의 대답을 듣자마자, 이안은 냉큼 인벤토리에서 최상급 마령석을 꺼내어 들었다.

‘그래, 한 개 정도는 투자할 수 있지!’

이안은 수천 만 원짜리 광물을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던져 넣었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다시 떠올랐다.

띠링-!

-‘최상급 마령석’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최상급 마령석’이 극렬한 마계의 화염에 의해 녹아내립니다.

-강력한 마령의 힘이 허공에 퍼져 나갑니다.

-‘베히모스의 알’의 부화속도가 빨라집니다.

수천 만 원짜리 제물 덕에 힘이 세진 것인지, 세 마리의 주니어 베히모스들은 더욱 빠르게 알을 깨고 나오기 시작했다.

쩌적- 쩍- 쩍- 쩍-!

거의 5~10초에 1퍼센트씩 오르던 알의 부화율이, 세 배 이상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2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쩌어엉-!

가장 먼저 부화를 시작했던 가운데의 베히모스가, 드디어 알을 전부 깨고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띠링-!

-전설의 마수 ‘베히모스’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최초로 ‘전설의 마수’의 알을 부화시키셨습니다!

-명성이 25만 만큼 증가합니다!

-통솔력이 300만큼 증가합니다!

-마기를 3천 만큼 획득합니다!

(후략)

가운데의 베히모스 주니어가 부화를 마치자, 나머지 두 녀석들도 차례로 알을 깨고 모습을 드러낸다.

덕분에 이안의 시야는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로 도배되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크흐흐흐. 드디어……! 이제 마지막으로 세르비안을 찾아가면 되겠어!’

크릉- 크르릉-!

크르르륵-!

누가 맹수의 핏줄 아니랄까 봐 저마다 으르렁거리며 꿈틀거리는 세 마리의 마수들.

녀석들을 보는 이안은 싱글벙글한 표정이었고 그리퍼는 그 옆에서 부러운 표정으로 이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안 군.”

“네, 그리퍼.”

“나 한 마리만 주면 안 되겠는가?”

그리퍼는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이안을 응시했다.

하지만 이안은 대답 대신, 서둘러 차원 포털을 오픈하였다.

“그리퍼, 나중에 봐요! 오늘은 제가 좀 바빠서……!”

순식간에 세 마리의 베히모스와 함께 포탈 안으로 사라지는 이안을 보며, 그리퍼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치사한 놈, 우리 셀리파에게 친구가 하나 필요했었는데…….”

* * *

최강의 마수 연성.

이안이 지금껏 그토록 노래를 불러 왔던 ‘최강의 마수 연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면서도, 단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마수들의 장점만 모아, 최고의 마수를 만들어 내는 것.

바로 이것이 이안이 꿈꾸는 ‘최강의 마수’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최강의 마수 연성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물이 필요할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마수연성 시스템을 정확히 이해해야만 한다.

카일란에서는 ‘마수 연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마수 연성술

마수 연성술은 두 마리 이상의 마수를 연성하여 더 강력한 마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금단의 비술이다.

시전자의 손재주가 높을수록 연성된 마수가 높은 등급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아지며, 마수 연성의 성공률 또한 상승한다.

기본적으로 마수 연성을 위해서는 연성으로 태어날 마수의 본체가 될 메인 마수가 하나 필요하며, 추가로 재료가 될 하나 이상의 마수가 필요하다.

마수 연성에 성공한다면, 메인 마수를 베이스로 한층 강화된 마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체가 될 마수는, 항상 재료가 될 마수보다 등급이 높거나, 혹은 같아야만 한다.

*마수 연성술에 실패한다면, 재료가 될 마수는 사라진다. 하지만 본체가 될 마수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밖에 마수를 연성할 시, ‘마령석’이나 ‘마수 능력석’과 같은 특별한 재료를 첨가할 수 있다.

마수 연성술의 기본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 마수를 연성할 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베이스가 될 ‘메인 마수’이다.

그리고 이안은 ‘최강의 마수’를 만들어 낼 메인 마수로 ‘베히모스’를 선택하였다.

이안은 대체 왜, 많은 전설 등급의 마수들 중에서 굳이 ‘베히모스’를 선택한 것일까?

그것도 명계에까지 다녀오는 어마어마한 수고를 불사하고서 말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여기에는 ‘그럴 만한’이유가 존재했다.

이것은 이안이 수백, 수천 번 마수를 연성하는 과정에서 알아낸 첫 번째 비밀.

그리고 세르비안이 알려 준 하나의 ‘특별한 레시피’와 관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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