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501화 (5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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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로 향하는 길 (1)

까만 창 자루의 끝에 달린 새하얗게 빛나는 묵직한 창날.

그리고 그 주변에 타오르는 강렬한 보랏빛의 화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강렬한 힘을 뿜어 내는 일곱 자루의 언월도가, 허공을 찢으며 이안을 향해 쇄도했다.

콰아아아!

심지어 언월도를 각각 감싼 보랏빛의 화염들은 공간을 전부 불태우기라도 할 듯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결계의 바깥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로터스의 길드원 하나가 낮게 탄성을 내지르며 눈을 감았다.

“아…….”

잠시 후 지옥의 겁화에 불타 바스라질 이안의 모습이 상상되어, 눈을 질끈 감아 버린 것이다.

반면 샤크란을 비롯한 타이탄의 길드원들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배리어? 아니면, 피닉스의 고유 능력? 뭐로 막아 낼 생각이냐, 이안.’

이안이 가진 스킬들을 줄줄이 꿰고 있는 샤크란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피닉스의 고유 능력은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

피닉스의 고유 능력인 태양신의 비호는, 순간적으로 전장에 존재하는 모든 투사체들을 지워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격 마법과 같은 스킬에 국한되는 것일 뿐.

화살이나 투창과 같은 실재하는 물체까지 지워 버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만약 일곱 자루의 언월도가 ‘실물’로 인식되어 버린다면, 태양신의 가호가 발동되더라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언월도를 감싸고 있는 보랏빛의 겁화劫火는, 지울 수 있겠지만 말이다.

‘배리어로 한 개는 막아낸다고 해도, 나머지 중 절반 이상 피하지 못하면 필사다.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겠지.’

그리고 모두의 이목이 이안에게 집중된 바로 그때였다.

후우웅-!

이안과 서먼 인카네이션으로 소환된 이안의 분신이 등을 맞댄 채 전방을 향해 양손을 활짝 뻗었다.

“……!”

전장에 있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이안의 돌발행동.

심지어 이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인 훈이조차도 두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설마 고작 방패 두 자루로 저걸 다 막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분신과 이안의 앞에 각각 한 자루씩의 ‘귀룡의 방패’가 떠올라 있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일곱 자루의 언월도를 막아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아무리 방패 막기 실력이 신의 경지에 달했다고 하더라도, 각기 다른 방향에서 날아드는 투사체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막아 낼 방법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잠시 후, 그렇지 않아도 커졌던 훈이의 두 눈이, 점점 더 크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오른 두 자루의 방패가 파랗게 빛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귀룡의 혼!”

이안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나직한 시동어와 함께 총 여섯 개의 반투명한 푸른 방패가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 훈이는 자신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맞다, 저게 있었지.”

후우웅-!

이안의 전면全面을 제외한 여섯 방향에, 푸른 등껍질들이 동시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그 위치는 정확히 언월도가 쏟아져 들어온 자리였다.

쐐애애액-!

사나운 파공성을 뿜어내며 방패를 향해 날아드는 언월도들.

하지만 커다란 폭발음 같은 것은 없었다.

대신에 무언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소리만이 울려 퍼질 뿐이었다.

스하아아-!

방패에 닿은 언월도들은 모든 힘을 푸른 기운에 빼앗긴 채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툭- 투투툭-

그리고 일곱 자루의 언월도 중 유일하게 방패에 막히지 않은 한 자루의 언월도는…….

콰아앙-!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이안이 들고 있던 ‘귀룡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그그그극-!

이어서 그 강렬한 힘을 막아 낸 이안의 신형이, 뒤로 1미터 정도 밀려 나갔다.

얼마나 강한 공격이었는지, 이안의 몸이 밀려 나간 자리를 따라 바닥마저 움푹 패여 있었다.

하지만 그뿐.

이안의 생명력 게이지는 멀쩡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이안의 눈앞에 떠올라 있는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들은 지금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귀룡의 방패’의 고유 능력 ‘귀룡의 혼’을 발동시키셨습니다.

-‘귀혼’의 생성 위치를 설정합니다.

-‘귀혼’이 생성됩니다.

-분신(A)가 ‘귀룡의 방패’의 고유 능력, ‘귀룡의 혼’을 발동시켰습니다.

-‘귀혼’의 생성 위치를 설정합니다.

-‘귀혼’이 생성됩니다.

-‘귀룡의 혼’이 ‘명왕의 창’을 막아 내었습니다.

-‘귀룡의 혼’이 ‘명왕의 창’을 막아 내었습니다.

-‘귀룡의 혼’이 ‘명왕의 창’을 막아 내었습니다.

(중략)

-‘방패 막기’가 발동합니다.

-‘명왕의 창’을 완벽히 방어하였습니다.(피해 흡수 95.57퍼센트)

-166,125만큼의 피해를 입으셨습니다.

* * *

라이브로 생방송을 하지 않는 모든 경우에, 이안의 개인 영상을 가장 먼저 보는 사람은 바로 소진이었다.

로터스 길드의 전속 영상 편집 디자이너이자 이안의 개인 엔지니어인 그녀에게, 이안의 모든 개인 영상이 즉시 송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일란 매니아인 소진에게, 이것은 소소한 즐거움이라 할 수 있었다.

카일란 한국서버에서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는 유저인 이안의 개인 화면을 날것 그대로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그녀였으니 말이다.

오늘도 소진은 작업실에 앉아 이안의 영상을 시청 중이었다.

물론 그냥 시청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상을 시청함과 동시에, 최고의 ‘상품’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작업 모니터에 이안의 개인 영상을 띄워 놓은 소진은, 순간적으로 영상을 멈춘 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렸다.

“헐……. 잠깐! 이 부분은 무조건 슬로우모션으로 처리해야 되겠어!”

개인 영상과 촬영 영상의 가장 큰 차이는 스킬 운용 과정의 노출 여부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염구를 날리는 간단한 논타깃 스킬을 발동시키는 장면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촬영 영상에는 그저 쏘아지는 화염덩어리만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개인 영상은 다르다.

유저의 편의를 위한 모든 인터페이스가 노출되는 개인 화면에는 화염구가 발사되기 전에 표시되는 예측 경로까지 전부 다 떠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안의 개인화면도 마찬가지였다.

이안이 가진 에고 웨폰중 하나인 귀룡의 방패.

이 방패의 고유 능력인 ‘귀룡의 혼’이 발동되는 과정도, 이안의 개인 화면에서는 전부 다 볼 수 있었다.

영상을 되감기하여 느리게 재생한 소진은 ‘귀룡의 혼’ 고유 능력의 상세 정보를 듀얼 모니터에 따로 띄워 보았다.

*귀룡의 혼

귀룡의 혼과 교감하여 원하는 위치에 즉각적으로 방패의 분신을 소환할 수 있게 된다.

소환된 분신은 3초간 모든 투사체를 흡수하며, 15초 동안 사라지지 않고 유지된다.

-한 번에 최대 세 곳에 분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장비하고 있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단, 인벤토리에 보유 중 이어야만 함.)

-귀룡의 혼이 유지되는 동안, 모든 소환수들의 생명력이 초당 1퍼센트씩 회복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10분

이제 소진이 해야 할 일은, 이안의 전투 화면이 최대한 화려하고 감탄스럽게 보이도록 편집하는 것.

그를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스킬 이해를 먼저 돕는 것이 필수였다.

“자, 정보 창의 중요한 부분부터 살짝 강조해 주고…….”

영상의 좌측에 ‘귀룡의 혼’ 스킬 정보를 띄운 소진이, 이번에는 영상의 재생 속도를 더욱 느리게 만들었다.

이안이 스킬들을 발동시키는 장면을 더욱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위잉- 위잉- 윙- 위잉-!

영상이 느려지자, 사운드 또한 느릿하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영상을 지켜보던 소진은 다시 한 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화면이 느려지자, 영상에서 놓쳤던 수많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헐, 이거 분신 위치까지 일일이 설정해야 되는 스킬이었어?”

빠른 화면으로 볼 때는 그저 한 번에 발동되는 것으로 보였던 스킬이, 알고 보니 복잡한 발동 과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본체의 스킬을 발동시키고, 세 곳의 좌표를 찍은 다음, 분신의 스킬을 발동시켜서 나머지 세 군데의 좌표를 찍은 거였구나. 세상에…….”

위의 스킬 정보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귀룡의 혼’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신은 세 개에 불과하다.

이안이 여섯 개의 푸른 방패를 소환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분신이 가지고 있던 방패의 고유 능력까지 동시에 발동시켰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이 일련의 과정을 플레이하는 데 걸린 시간은…….

-0.72 Sec.

정확히 0.72초.

영상의 재생 게이지 위에 떠오른 숫자를 확인한 소진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짧은 시간에 이걸 다 해내다니……. 게다가 좌표까지 전부 다 자로 잰 것처럼 정확하잖아!”

소진은 마치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영상을 반복해서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부분을 몇 번 돌려 본 소진은, 잠시 후 영상편집 작업 계획을 구상해 낼 수 있었다.

오늘 편집 작업이 끝나고 난 뒤 유캐스트에 올라가게 될 영상 말이다.

‘일단 제목은 이안vs명왕 정도면 괜찮을 것 같고…….’

소진은 그야말로 심혈을 기울여서, 영상 안에 담긴 모든 소스들을 쥐어짜 낼 생각이었다.

예상하는 완성 영상의 러닝 타임은, 대략 10여 분 정도.

하지만 사용할 원본 영상의 길이는 무척이나 짧을 예정이었다.

단지 전투 영상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2분 정도의 짧은 부분을 가지고, 최대한 강렬하게 편집할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래, 이 포인트만 잘 잡아도……. 충분히 백만 뷰 정도는 찍어 줄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야.’

소진이 생각하기에 이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려 여섯 개나 되는 방패의 분신들을 정확한 자리에 소환해 내는 이안의 반사 신경과 컨트롤 능력이었다.

어차피 이안의 당부 때문에 진행 중인 퀘스트와 콘텐츠에 관한 내용은 영상에 담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여긴 이렇게 강조하면 될 것 같고, 이 부분은 살짝 편집해 버리자.’

한 번 삘이 꽂히기 시작하자,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며 작업에 열중하는 소진이었다.

덕분에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예고편’ 같은 강렬하고 멋진 영상이 점점 완성되기 시작하였다.

딸깍, 딸깍.

적막한 소진의 작업실 안에서, 그녀의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그동안 중천에 떠 있던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갔지만, 컴퓨터 앞에 앉은 소진의 자세는 놀랍도록 한결같았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읏차!”

영상 편집에 몰입해 있던 소진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만족할 만한 퀄리티의 영상을 뽑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후후, 이 정도면 이안 님도 만족하시겠지?”

소진은 메일을 열어, 이안에게 편집된 영상을 전송하였다.

어쨌든 유캐스트에 업로드하기 전에, 저작권자의 허락은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회신이 올 때까지 남은 영상이나 계속해서 시청해 볼까?”

한차례 크게 기지개를 켠 소진이, 의자를 한껏 젖혀 몸을 파묻은 채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진의 모니터에서는 그녀가 편집한 영상의 뒷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안과 명왕의 전투 영상이 이어져 송출되었다.

“크, 뒷부분에도 쓸 만한 소스가 넘쳐나네. 역시 이안님 영상은 한 군데도 버릴 게 없단 말이지.”

동시에 여섯 개의 방패를 소환하여 언월도를 막아 내는 것만큼 이펙트가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화려하고 흥미진진했다.

소진은 마치 모니터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듯, 정신없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었다.

“오오, 라이! 역시 펜리르가 근접 공격력 하나는 어마어마하단 말이야.”

어지럽게 전환되는 이안의 개인 화면을 따라잡기 위해, 소진의 눈동자가 정신없이 사방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그렇게 15분 정도 영상이 흘러갔을까?

“뭐, 뭐지……?”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소진의 두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초점을 잃은 채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시선은 아직도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송출되는 화면은 까맣게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소진의 입에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안 님이…… 죽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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