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99화 (5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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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의 목걸이 (2)

* * *

이안은 뮤칸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유저가 명계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아닌 오직 한 가지뿐이었으니까.

‘NPC야 죽으면 명계에 떨어지겠지만, 다시 태어나는 유저들은 명계에 갈 수 없잖아.’

때문에 이안이 명계에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뮤칸과 싸워서 이기는 것뿐이다.

이안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집어삼켰다.

‘저 녀석을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이안의 시선이 날카롭게 명왕을 살폈다.

-명왕 뮤칸 : Lv. 500

‘역시나 놈의 레벨은 500이고…….’

초월적인 존재인 뮤칸의 레벨은 역시 MAX 레벨인 500.

그나마 다행인 점은 여기가 인간계라는 것이었다.

만약 여기가 중간계였다면, 이안이 명왕을 이길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간계인 명계에서도 상위 실력자에 속할 것이 분명한 명왕을, 초월 2레벨에 불과한 이안이 이길 수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어쨌든 방법이 하나라면 머리를 더 굴릴 이유도 없었다.

부딪쳐서 돌파하는 수밖에.

저벅.

이안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으며, 정령왕의 심판을 앞으로 내밀었다.

척.

이어서 묵직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널 이기면, 명계로 가는 길을 열어 준다는 거지?”

이안의 물음에, 뮤칸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그렇다.”

“좋아. 그렇다면…….”

우우웅-!

이안의 몸에서 하얀 광채가 흘러나왔다.

이어서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금빛 창.

‘정령왕의 심판’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한번 놀아 볼까?”

* * *

‘초월의 힘’은 지상계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느냐?

그건 당연히 아니었다.

초월 레벨이 높을수록, 지상계에서의 전투력도 분명히 강해진다.

다만 중간계에서의 능력치가 10이라면, 인간계에서 1~2 정도만 발휘된다는 것일 뿐.

같은 500레벨의 존재들 사이에서도 전투력의 차이가 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다.

리치 킹 샬리언이 같은 레벨이었던 그의 부하들보다 훨씬 강력했던 것처럼 말이다.

해서 이 명왕 뮤칸은 분명 강력할 것이다.

적어도 리치 킹보다는 말이다.

“여기가 아무리 지상계라고는 하나, 감히 인간 주제에 날 이길 수 있다 생각하는 것인가.”

명왕 뮤칸의 우락부락한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떠올랐다.

가장 큰 감정은 생각지도 못했던 도전자에 대한 ‘흥미로움’이었으며, 거기에 약간의 괘씸함이 뒤섞인 것이다.

초월적인 존재.

그중에서도 최상위 존재인 자신에게 한낱 인간이 도전장을 내미는 날이 올 줄은 몰랐으니까.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것 아닙니까.”

“때로는 굳이 대어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차이라는 게 있지.”

쿠쿵!

뮤칸이 자신의 언월도를 바닥에 쿵 하고 내려찧었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까만 운무가 퍼져나가더니, 주변에 둘러 선 사람들을 밀어내었다.

“어, 어어?”

“이게 뭐지? 그냥 뒤로 밀리잖아?”

까만 구름과 수증기들은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안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힘은 유저들을 끊임없이 바깥으로 밀어내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런데 그때, 까만 안개의 안쪽에 우뚝 서 있는 그림자를 발견한 한 유저가 놀란 표정이 되어 입을 열었다.

“어, 그런데 이안 님은 저 안에 계시는데?”

“그러게? 뭐가 어떻게 되는 거지?”

안개가 퍼져 나간 자리에 널따란 공터가 생겨나면서, 그 안에 이안과 뮤칸, 둘 만이 남은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장내에 뮤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도전을, 받아들이겠노라!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하고 떠올랐다.

띠링-!

-명왕 뮤칸이 당신의 도전을 받아들였습니다.

-‘절대자의 권능’이 발현되었습니다.

-‘다크니스 필드’의 영역에 들어왔습니다.

-‘명왕 뮤칸의 시험’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명왕 뮤칸의 시험 (히든)

명부冥府를 다스리는 다섯 번째 왕이자, 생사의 길목을 지키는 염라대왕閻羅大王인 뮤칸.

명왕의 목걸이 파편을 전부 모은 당신은 결국 뮤칸을 소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모든 흑마법사들의 꿈인 ‘명왕의 힘’을 얻을 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그런데 흑마법사가 아닌 당신은 뮤칸에게 권능을 받지 못했고, 대신 명계로 가는 길을 열어 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 뮤칸은 본인과의 대결에서 이겨야만 명계로 가는 길을 열어 줄 수 있다 하였다.

명계의 왕에 대한 인간의 도전.

이것은 콜로나르 대륙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은 도전하였고, 뮤칸은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만약 당신이 뮤칸과의 대결에서 승리한다면, 뮤칸이 명계로 가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패배한다면, 뮤칸은 길을 열어 주지 않을 것이다.

또한 명왕의 권능에 도전한 대가로 ‘죽은 자’ 페널티를 받게 될 것이다.

뮤칸과의 전투에서 승리하여 그로부터 명계로 가는 길을 안내받자.

퀘스트 난이도 : ???(알 수 없음)

퀘스트 조건 : ‘명왕의 목걸이 파편’을 전부 모은 유저.

명성치가 3천만 이상인 유저.

‘초월 레벨’ 시스템을 오픈한 유저.

*퀘스트에 실패할 시, ‘죽은 자’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죽은 자’ 페널티 : ‘언데드’ 상태가 되어 사흘간 명계에 갇히게 됩니다(언데드 상태인 동안, 경험치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제한 시간 : 없음.

*보상 : ‘명계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 * *

“역시 이안. 곧바로 명왕을 소환하는군.”

짧은 휴가를 마치고 사무실에 출근한 나지찬은 출근하자마자 모니터링실로 향했다.

그가 모니터링실부터 들린 이유는, 이안의 개인 화면을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그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었다.

한국 서버의 유저가 최초로 중간계에 발을 들일지도 모르는 상황은 직접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명왕을 이길 수 있을까? 이안과 뮤칸. 둘 중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말이지.”

이번만큼은 나지찬도 100퍼센트 이안을 응원하고 있었다.

어차피 중간계의 콘텐츠는 이미 충분히 만들어져 있었고, 당장 이안이 중간계에 들어선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중간계의 난이도는, 그야말로 하드코어 그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이안이라도 최소 450~480레벨은 찍고 넘어가야 뭘 해 볼 수 있을 테니까.”

나지찬은 두 눈을 반짝이며, 뮤칸과 이안의 전투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이안이 새로 얻은 클래스인 ‘서머너 나이트’였다.

이안이 서머너나이트의 스킬들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 지켜보는 것이 지금 나지찬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었다.

* * *

후웅, 후웅, 콰콰쾅!

황금빛 장창이 허공을 휘저으며, 강력한 뇌전의 기운을 연신 뿜어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창을 쥐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창은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 듯 스스로 움직이며 명계의 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안의 새로운 히든 클래스.

서머너 나이트만의 고유 능력인 바이탈리티 웨폰 Vitality Weapon이 발동한 것이다.

쩌저정- 쩡-!

뮤칸의 묵빛 언월도와, 이안의 정령왕의 심판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그리고 합을 나누던 뮤칸의 두 눈에 한껏 이채가 어렸다.

“이것은 분명 지상계의 힘이 아닌데……. 인간, 네놈은 초월자의 힘을 사용하는군.”

뮤칸의 말을 들은 이안이, 그 말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짐작해 보았다.

‘서머너 나이트라는 클래스가 원래 중간계에서 얻을 수 있는 클래스인가?’

이안은 알 수 없는 카일란의 설정이었지만, 사실 4티어 이상의 클래스부터는 기본적으로 중간계에 가야만 얻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서머너 나이트처럼 특별한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4티어 클래스가 몇 개 존재하기는 했으나, 기본 베이스가 ‘중간계’에 있기 때문에 뮤칸이 초월자의 힘이라 한 것이었다.

어쨌든 이안의 짐작이 대충 맞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안은 뮤칸과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었다.

“아저씨, 좀 져 주면 안돼요? 나 명계 진짜 가고 싶은데.”

뮤칸을 향해 실없는 농담을 한 이안이 빠르게 전방으로 움직이며 소환수들을 소환하였다.

그러자 뮤칸 또한 씨익 웃으며 한쪽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뮤칸의 손에 소환된 수많은 망자들이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후후, 꼬마야. 명계에 가고 싶은 게 전부라면, 사실 이 전투는 의미 없지 않겠느냐.”

“음?”

“어차피 내 손에 죽어도, 네놈은 명계에 떨어질 테니 말이다.”

그 말에 반사적으로 반박하려 했던 이안은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퀘스트에 쓰여 있던 내용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퀘스트에 실패할 시 받게 된다는 ‘죽은 자’ 페널티.

‘그러네. 죽은 자 페널티를 받게 되면, 어차피 명계 구경은 할 수 있는 거잖아?’

이안은 피식 실소를 지으며 다시 전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죽어서 명계에 가는 것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경험치고 아이템이고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상태에서, 명계에 입성해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 이안이 뮤칸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아저씨, 나한테 이길 자신 없어서 그런 말 하는 건 아니죠?”

그리고 그 도발에, 뮤칸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놈, 제법 당돌하구나.”

“그런 게 아니라면, 피차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자고요.”

“……!”

뮤칸을 살살 약 올린 이안은 블러디 리벤지를 치켜들며 전방으로 뛰어들었다.

에고 웨폰인 정령왕의 심판은, 손에 쥐고 있지 않아도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안이 달려들자, 뮤칸의 언데드들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리치 나이트 : Lv. 500

-스켈레톤 워리어 : Lv. 485

-스켈레톤 나이트 : Lv. 490

이어서 언데드들의 레벨을 확인한 이안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젠 개나 소나 500레벨이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뮤칸보다 하위 레벨의 존재로 추정되는 리치킹의 부하들조차도 죄다 500레벨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에 대한 대책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안의 입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먼 밴Summon Ban.”

서머너 나이트만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특별한 고유 능력, 서먼 밴이 발동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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