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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86화 (50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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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 킹과의 조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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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란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방어 타워들이 존재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성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지을 수 있는 방어 타워의 종류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성 주변에 어떤 자원이 존재하느냐에 따라서도 지을 수 있는 건축물들의 종류가 달라지니, 타워의 종류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규칙없이 중구난방으로 방어 타워가 개발되는 것은 아니었다.

카일란에서 타워를 분류하는 기준은 세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기준은 ‘공격 타입’에 따른 분류.

타워의 공격 속성이 물리 속성이냐 마법 속성이냐에 따라, 분류가 나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이 모든 카테고리 중 가장 큰 범위의 분류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기준은 ‘역할’에 따른 분류이다.

광역 공격에 특화된 타워가 있는가 하면, 단일 대상에 강력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타워도 있고, 공중공격이 불가능한 대신 지상에 막강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타워가 있는가 하면, 아예 대공 능력에 특화된 타워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디텍팅 능력이나 서포팅 능력을 가진, 특별한 타워들도 있었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기준은 바로 타워의 성능에 따른 분류였다.

이것은 편하게 ‘티어’로 표시되는데, 티어 앞에 붙은 숫자가 높을수록 고급 타워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리치 킹 에피소드의 마지막 ‘고지’라고 할 수 있는 팔카치오 성.

팔카치오 성에는 ‘마법’속성의 타워들이 가장 많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법 속성 중에서도 ‘어둠’타입을 가진 타워들이 대다수다.

이안은 이러한 특징을 잘 활용해 볼 생각이었다.

‘마법 속성 타워들의 특징은 에너지 코어가 필요하다는 거지.’

마법 속성의 타워들은 대체로 물리 속성의 타워들에 비해 공격력이 강력하고 공격 가능 범위가 넓다.

대신 물리속성의 타워들에 비해 명중률이 떨어지고, ‘에너지 코어Energy Core’가 없으면 작동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에너지 코어란, 쉽게 말해 마법 속성 타워들에 마력을 공급해 주는 시설이다.

이 시설이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어야, 타워가 작동하는 것이다.

에너지 코어 또한 ‘티어’가 존재했고, 코어의 티어가 높을수록 마법 타워들의 성능이 좋아지는 것 또한 당연한 이야기다.

때문에 마법 속성 타워들이 주력 방어 시설인 ‘팔카치오성’과 같은 곳에서는, 이 에너지 코어가 무척이나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에너지 코어들은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최대한 ‘안전한’곳에 있다.

타워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가장 후방인 지역에, 코어를 설치해 놓는 것이 정석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로터스와 타이탄의 정예병력들이 위치한 곳이…….

“역시, 이쪽에 없을 리가 없지.”

바로 그 ‘후방’지역이었다.

“진짜 귀신이 따로 없네.”

시야에 드러난 수많은 에너지 코어들을 보며, 헤르스가 혀를 내둘렀다.

복잡한 구조를 지닌 요새 안에서 에너지 코어가 숨겨진 곳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이안이, 무척이나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피올란도 감탄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거 대체 어떻게 찾은 거예요? 혹시 이안 님이 여기 설계하신 거 아니에요?”

피올란의 질문 아닌 질문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공성전 한두 번 해 봅니까? 이 정도야 껌이죠.”

그리고 뒤늦게 로터스의 병력을 따라온 타이탄의 유저들도, 감탄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햐, 여기만 털면 진짜 외성 방어선은 그대로 무너지겠는데?”

“에이. 여기 있는 코어 다 부숴도, 아마 금방 다른 코어들에 연결될걸? 이만한 크기의 대규모 요새에, 그만한 대비책도 세워 놓지 않았을까?”

“어, 그런가? 듣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는데?”

“휴, 누가 공성전 뉴비 아니랄까 봐 티내기는.”

몇몇 유저의 대화를 들은 이안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 유저 말이 맞아. 여길 전부 파괴해도, 금방 스페어 에너지코어로 연결되어 버리겠지.’

게다가 이 코어들이 파괴되는 순간, 내부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리치 킹이 알게 될 확률이 높았다.

마법 타워에 에너지 공급이 끊어진 것을 하수인들이 알아차린다면, 곧바로 보고가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안은 지금의 상황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방법은 단 하나. 수성병력이 정신을 못 차리게, 한 번에 몰아쳐야 돼. 스페어 에너지 코어들이 작동하기 전에……. 양쪽에서 덮쳐서 방어선을 허물어 버리면 되겠지.’

전략의 큰 틀 자체는 단순했으나,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세부적인 전략들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서문 밖에 주둔해 있는 병력들과 이안의 정예병력들의 합이, 완벽히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이안의 옆으로 다가온 샤크란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꼬마, 왜 멈춰 있는 거냐? 저것들, 싹 다 부숴 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

샤크란의 말에, 이안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아재. 그렇게 단순히 생각할 일이 아니니까.”

“건방진 꼬마 녀석…….”

이안의 핀잔을 들은 샤크란은 얼굴을 확 구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기분이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이번에 이안과 함께 움직이면서 그의 능력을 새삼 다시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전까지도 충분히 이안을 높게 평가하고 있었으나, 그것은 단지 게이머로서의 ‘피지컬’에 국한된 것이었을 뿐.

이안이 이렇게 심계心計까지 뛰어난 인물인 줄은 몰랐던 것이었다.

그저 로터스의 행보를 보며 에밀리와 같이 뛰어난 책사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샤크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꼬마, 그럼 어떻게 움직이면 되나?”

그리고 잠시 후,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한 발짝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1분쯤 뒤. 제가 신호하면, 일제히 덮치면 됩니다.”

* * *

드륵- 드르륵.

거대한 도르레가 천천히 굴러가며, 그 위에 감겨 있던 묵직한 쇠사슬이 풀려 내려갔다.

끼기기기긱-!

쇳덩이가 맞물리며 울려 퍼지는 듣기 거북한 마찰음과 함께, 팔카치오 성의 서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문의 안쪽에는, 늠름한 흑마黑馬에 올라탄 림롱이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림롱 님? 적들의 숫자가 제법 많습니다.”

림롱의 뒤편에 있던 어둠술사 하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무려 리치킹 샬리언이 직접 림롱에게 붙여 준, 470레벨이나 되는 강력한 네임드 NPC.

하지만 그의 걱정어린 이야기에도, 림롱은 무척이나 자신만만했다.

“걱정 마십시오, 디케일 님. 저들은 그저 오합지졸일 뿐입니다.”

쿠궁- 쿠쿠궁-!

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열리기 시작한 성문 사이로 환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리고 멀찍한 곳에 인간계 유저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씨익 웃어 보인 림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보십시오. 저 녀석들은, 우리 방어 타워의 사정거리 안쪽으로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만약 힘에 부치는 것 같으면 타워들의 사정거리 안쪽으로 병력을 빼면 될 겁니다.”

타당하기 그지없는 림롱의 말에 어둠술사 디케일 또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림롱 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군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대치만 하고 있을 바에는, 차라리 밖으로 나가 놈들을 쓸어버리고, 동문의 수성병력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좋습니다. 어쨌든 우리들의 왕께서 림롱 님께 전권을 위임하셨으니, 저희는 그에 따르도록 하지요.”

쿠쿵- 쿵-!

가로 10미터에 높이는 족히 20~30미터가량 되어 보이는 거대한 성문이 완전히 열리자, 그 안쪽에 대기하고 있던 언데드 군단의 함성이 커다랗게 울려 퍼진다.

“크아아아! 건방진 인간 놈들을 무찌르자!”

“감히 샬리언 님의 영역에 발을 들인 인간들을 절대로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왕을 위하여!”

그리고 살짝 뒤를 돌아본 림롱은 흡족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그의 뒤에 있는 이 강력한 언데드 군단이 지금부터 자신의 훌륭한 버스기사가 되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

‘크크, 저 앞에 있는 인간계 놈들 싹 쓸어버리고 나면, 못해도 2레벨은 오르지 않겠어?’

전리품이야 전부 챙길 수 없겠지만 경험치만큼은 그야말로 독식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상대는 인간계에서도 최상위권 레벨의 유저들로 구성된 원정대.

방어 타워의 사정거리를 교묘히 이용하여 영리하게 전투를 벌인다면 림롱이 생각하기에 이곳이야말로 노다지였다.

스르릉-!

림롱은 허리에 꽂혀 있던 검을 뽑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일반적인 장검과 비교하면 짧지만, 단도短刀라고 하기에는 제법 길쭉한 검신을 가진 붉은 빛깔의 세검細劍.

강화 등급도 최소 3차 초월 이상으로 되었는지, 검에서는 빨간 기운이 이글거렸다.

“전군, 돌격하라! 저 건방진 인간 놈들을 모두 몰살시킨다!”

“와아아아!”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를 뿜어내며, 전장을 향해 뛰쳐나가는 수많은 어둠의 군단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인간계 유저들의 진영은 무척이나 조용해 보였다.

분명 성문이 열리고 어둠의 군대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했을 것임에도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에 림롱은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후후, 역시 예상대로군. 하긴, 저 머저리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타탓-!

흑마를 타고 달리던 림롱은 돌연 말의 등을 밟고 허공으로 뛰어 올랐다.

그러자 그의 신형이 짙게 깔린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사실 마상전馬上戰은 암살자에게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어둠 속에 스며들어 최대한 많은 인간계 유저들을 암살하는 것이었다.

“와아아아!”

“돌격!”

시간이 지날수록 어둠군단과 원정대 진영 사이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100미터도 넘었던 두 진영 간의 거리가, 50미터, 30미터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제는 상대의 면면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로 무척이나 가까워진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그때까지도, 인간계의 유저들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더라면, 수성군과 공성군의 진영이 바뀌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방어 타워 사거리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을 테니, 저놈들도 어쩔 수 없겠지.’

그렇다면 인간계의 유저들은, 림롱의 짐작처럼 방어 타워들의 사정거리 때문에 움직일 수 없는 것일까?

사실 조금만 더 림롱이 침착했더라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방어타워의 사정거리 때문에 움직임이 제약된다고 해도, 수많은 적들이 갑자기 뛰쳐나왔는데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소 병력들을 뒤로 움직여 전선戰線을 뒤쪽으로 빼는 것이 정상적인 움직임이라 할 수 있었다.

지금 이대로 난전이 벌어진다면, 절반쯤은 방어 타워의 사정거리 안에서 전투가 벌어지게 되기 때문이었다.

인간계의 지휘관이 아무리 멍청하더라도, 그런 우를 범할 확률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림롱은 본인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에 너무 큰 확신을 가진 상태였다.

게다가 인간계 유저들 중 가장 강력한 전력들이 전멸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완벽한 상황판단을 하는 것은, 아무리 림롱이라도 힘든 것이었다.

“후후, 한번 놀아 볼까?”

작게 중얼거린 림롱의 신형이 길쭉하게 늘어나며 전방을 향해 쏘아졌다.

암살자 클래스의 최상위 티어 스킬 중 하나인 ‘쉐도우 블링크Shadow Blink’가 발동된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둥- 둥- 둥-!

조용하기 그지없던 인간계 유저들의 진영으로부터, 거대한 전고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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