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83화 (50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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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된 위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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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어둠의 기운이 이글거리는, 총 세 개의 어둠의 결정.

그리고 셋 중 하나만 폭발하더라도 던전이 무너져 내리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처음 퀘스트 창을 확인했을 때, 이안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닉’의 고유 능력이었다.

닉이 가진 최고의 능력이랄 수 있는 ‘태양신의 비호’가 떠오른 것이다.

어둠의 결정들이 폭발하는 타이밍에 맞춰 태양신의 비호를 발동시킨다면 폭발을 흡수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큰 허점이 있었다.

‘세 개의 덩어리가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 알 수 없다는 거지.’

만약 세 개의 어둠의 결정이 동시에 폭발한다면, 이 방법은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만약 셋 중의 하나라도 태양신의 비호가 지속되는 시간보다 늦게 폭발한다면, 그것은 재앙일 것이었다.

‘그렇다고 보호막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정말 애매하네.’

보호막은 아무리 강력한 피해도 한 번은 완벽히 막아 준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보호막이 답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려 두 가지나 있었다.

첫째로 보호막을 써서 유저들을 지켜 낸다 하더라도, 폭발로 인해 던전이 무너지면 그대로 게임 오버라는 점.

두 번째로는, 폭발이 한 번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한 번의 폭발이 아닌 연속되는 세 번 폭발이기 때문에, 보호막으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한 번의 폭발로 모든 보호막이 벗겨져 나갈 것임은 분명했고, 두 번째 결정이 폭발하는 순간 모두 검정 화면을 보고 있을 것이었다.

이안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을 거듭했다.

하지만 머리를 쥐어짜면 짤수록, 뭔가 더 답답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멀찍이 커다란 공터가 보이고, 허공에 두둥실 떠올라 있는 세 개의 어둠 결정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뒤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는 림롱이 보였다.

그는 이죽거리는 목소리로 이안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크큭, 주인공들께서 드디어 오시는군!”

림롱을 확인한 이안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저놈이 생존자였군. 운도 좋은 놈…….’

마계 최강의 암살자 랭커인 림롱.

하필 운 좋게 살아남은 랭커가 암살자인 림롱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림롱이 아니라 이라한이나 마틴 같은 전사 클래스의 유저가 살아남았더라면, 살아서 어둠의 결정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림롱은 계속해서 이죽거렸다.

“이안, 네 전략은 충분히 기발했다. 하마터면 이 몸까지 죽어 버릴 뻔 했다는 말이지.”

“누가 살아남아서 이런 짓거리를 벌이나 했는데……. 림롱, 네 녀석이었군.”

“후후,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그만 로그아웃할 준비나 하도록.”

이안은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이 1초, 1초가 정말 피 말리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림롱의 비아냥에 기분이 상할 틈도 없었다.

빠르게 지형을 스캔한 이안은 림롱의 뒤에 생성되어 있는 새카만 포털을 발견하였다.

‘림롱 이 녀석, 우릴 약 올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거군.’

모르긴 몰라도 림롱이 저 포털로 들어가는 순간, 포털은 닫혀 버릴 것이었다.

그렇다고 저 안으로 이안 자신이 먼저 몸을 날리는 것도 무의미한 시도였다.

저 포털 안에 뭐가 있을지도 모르거니와, 혼자 넘어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이안은 엉뚱한 생각을 떠올렸다.

‘저 어둠의 결정들을 보따리에 담아다가 저 포털 안으로 확 같이 집어넣어 버리면 좋겠네.’

물론 그런 것이 가능할 리는 없었다.

어둠의 결정에 잘못 손을 댔다가 폭발이라도 한다면, 그대로 전멸할 테니 말이다.

이안 또한 이것은 그냥 홧김에 떠올려 본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

이안의 두 눈이 커다랗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왜 이 생각을 못 했었지?’

이안의 시선이 다시 림롱을 향해 돌아갔다.

그리고 그의 눈에 능글맞은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림롱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이안은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이안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 다 시부렸으면 얼른 도망이나 가시지 그래?”

“……?”

“저 개구멍으로 도망갈 생각 아니었어?”

* * *

“엇,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 갑자기 이안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그러게요. 이안에게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방법이라도 생긴 것일까요?”

“글쎄요. 제 머리로는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데…….”

“그렇다면 단지 허세일까요?”

“그건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이안의 저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거든요.”

실시간으로 이안과 원정대의 전투를 중계하고 있는 하인스.

벌써 중계를 시작한 지 한나절이 다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지친 기색이 전혀 없었다.

상황을 해설하는 그들 또한,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흥미진진했기 때문이었다.

‘이안, 대체 이번엔 또 뭘 보여 주려고 이러는 거냐.’

하인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했다.

그는 카일란 방송을 해설하는 캐스터이기에 앞서, 카일란의 열렬한 팬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좋아하고 재밌는 일이라 하여도, 그것이 일이 되는 순간 힘들어지는 게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카일란 생방송의 경우, 오늘처럼 한도 끝도 없이 방송이 길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때문에 카일란의 해설자는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극한 직업으로 알려져 있기도 했다.

방송이 한 번 끝나고 나면, 그대로 녹초가 되어 버리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거의 10시간에 가까운 방송 시간 동안 쉬는 시간이라고는 10분씩 두 번에 불과했지만, 배고픈 것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박진감 넘치는 방송은 하인스의 머리가 다른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대체 뭘까? 여길 대체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인거지?’

이제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단 5초.

이안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정말 한정되어 있었다.

만약 이 상황마저 이안이 해결한다면, 하인스는 속된말로 오줌을 지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4초 남았습니다!”

“3초! 2초! 1초!”

흥분한 하인스와 루시아가 연신 남은 시간을 외친다.

심지어 3초가 남았을 때까지도, 이안은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여유로운 모습은, 이 일촉즉발의 상황과 대비되어 더욱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런데 그때, 이안의 뒤에 서있던 훈이가 돌연 어둠의 결정을 향해 걸음을 떼었다.

* * *

하인스와 루시아를 비롯한 수많은 시청자들이 보기에, 이안은 정말 아무런 대책이 없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점점 부풀어 오르는 세 개의 어둠의 결정 앞에서, 말 그대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은 채 가만히 서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다만 여유 넘치는 이안의 표정 뿐.

하지만 실상은 그와 전혀 달랐다.

-이안 : 빨리! 시간 없어, 인마! 얼른 소환하라고!

-간지훈이 : 아니, 그래서 어쩔 생각인데, 형?

-이안 : 일단 시키는 대로 해! 3초 남았어, 인마!

겉으로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았지만, 훈이와 긴박하기 그지없는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다른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훈이는 이안이 시키는 대로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이안에 의해 떠밀려 나온 훈이의 입에서 언데드들을 소환할 때 사용하는 어둠의 주문이 흘러나왔다.

“어둠의 힘으로 명하노니……. 망자들이여, 일어나라!”

사실 따로 주문을 영창하지 않아도 소환은 할 수 있었지만,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훈이는 주문 외우기를 빼놓지 않았다.

사실 그것이야말로, 훈이의 정체성이기도 했다.

우우웅-!

훈이의 전방으로 일어나는 옅은 공명음.

어둠의 결정들 위에 훈이의 스켈레톤들이 소환되었다.

이어서 스켈레톤들은 각각 어둠의 결정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것은,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광경이었다.

“……?”

“뭐 하는 거지?”

“설마 저렇게 끌어안아서 폭발을 막을 수 있다 생각하는 건가?”

이안과 훈이가 무엇을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원정대의 유저들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1초 후면, 검정 화면을 보게 될 것이라 여긴 것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끝까지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누군가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 미친!”

“이럴 수가!”

어느새 이안의 품에서 뛰쳐나간 빛의 드래곤 엘카릭스가, 스켈레톤들을 향해 새하얀 손을 뻗치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고닉 배리어……!”

어둠의 결정을 각각 끌어안은 스켈레톤들.

그리고 그런 스켈레톤들의 주변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새하얀 광휘의 보호막.

그 말인 즉, 엘카릭스의 배리어가 폭발하기 직전인 어둠의 결정들을 역으로 감쌌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여기 있는 랭커들 대부분이 보호막을 한 번씩은 떠올려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호막의 한계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해 보지 않았던 것.

보호막으로 아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폭발물 그 자체를 감싸 버리는 발상은, 정말 기발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엘카릭스의 배리어가 발동되기가 무섭게, 던전 안에는 예견되었던 거대한 굉음이 연속해서 울려 퍼졌다.

퍼어엉-! 펑-! 퍼엉-!

던전 전체를 무너뜨릴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폭발물답게, 어둠의 결정들이 뿜어내는 폭발음은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그 엄청난 소리와 반대로 던전 안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세 마리의 스켈레톤이 가루가 되어 쓰러져 있었을 뿐이었다.

“음?”

“하아, 이게 대체…….”

가장 앞쪽에서 이안이 하는 양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던 샤크란과 에밀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던, 완벽한 발상의 전환이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원정대의 유저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웅성이기 시작했다.

“바, 방금…… 어둠의 결정 터진 것 맞죠?”

“네. 그런 것 같네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그, 글쎄요. 저도 제대로 못 봐서…….”

“버그는 아니겠죠?”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잠시 소란스러워졌던 장내는, 이안의 말 한마디에 그대로 정리되었다.

“다들 뭐해요? 빨리 뚫고 내성으로 들어가서, 성문부터 열어야죠!”

눈앞에 직면했던 커다란 위기로 인해 원정대 유저들은 잠시 작전 자체를 망각하고 있었다.

이안의 말에 정신을 차린 유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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