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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82화 (49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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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된 위기 (2)

* * *

-아,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하인스 님?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YTBC 직원들이 사방으로 뛰고 있습니다.

-이안이 소환한 보랏빛의 포털은 대체 뭘까요?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제 추측으로는, ‘포털 겹치기’를 이용한 이안의 기발한 전략인 것 같습니다.

-포털 겹치기……라고요?

-예. 마계의 병력들이 몰려 들어올 포털 위에 다른 포털을 겹쳐 열어서, 포털을 타고 들어온 이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는 거죠.

-아, 그럴 수가……!

-마계에서 어떤 이들이 왔으며 어디로 보내졌는지는 확인해 봐야 알겠지만, 이안갓의 임기응변 능력은 정말 어마어마하군요!

-그러게 말이에요. 하인스 님 덕분에 이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것 같아요. 하인스 님의 게임 이해도는 역시 대단하신 것 같아요.

-하핫, 과찬의 말씀을요.

-그나저나 하인스 님.

-말씀하시죠, 루시아 님.

-그럼, 이안의 포털 겹치기에 당하지 않은 몇몇 마계의 유저들은 어떻게 그 함정을 피할 수 있었던 건가요?

-그야 운이죠.

-네?

-그냥 운이 좋아서, 포털 위치에서 약간 벗어난 좌표에 떨어진 겁니다.

-아하!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게 운이 좋다고 하기도 좀 애매하네요. 어쩌면 운이 더 안 좋은 것일 수도 있어요.

-왜죠?

-포털을 통해 다른 곳으로 이동된 유저들은, 어쩌면 살아남았을지도 모르잖아요? 반면에 이 전장 안에 남겨진 마계 유저들은, 죄다 사망 페널티를 면치 못할 거예요.

-호호, 그것도 그러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저 포털 안쪽에 뭐가 있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하하핫, 저도 마찬가집니다, 루시아 님. 이제 곧 알 수 있게 되겠지요.

쾅-!

지직- 지지직-!

커다란 충돌음과 함께 거실의 한쪽 벽을 가득 채울 만큼 커다란 TV의 스크린이 까맣게 터져 나갔다.

TV를 보고 있던 남자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화면을 향해 리모컨을 던진 탓이었다.

“이안, 이노옴……!”

남자의 정체는 바로 이라한.

영문도 모른 채 사망한 그는, 로그아웃한 즉시 카일란의 본사에 전화를 걸었었다.

버그로 인해 사망하였으니 페널티 복구해 달라는 문의전화를 한 것이다.

다시 접속하여 해야만 할 일이 있으니, 1초라도 빨리 캐릭터를 복구해 달라는 것.

한 치 의심 없이 버그로 인한 사망이라고 생각한 이라한은 상담원을 다그쳤지만,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결같았다.

-고객님, 정상적인 게임 플레이 도중에 발생한 게임 오버입니다. 도움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라한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답변이었다.

분노를 못 이기고 씩씩거리던 이라한이 그 다음으로 한 것은, 바로 TV를 켜는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YTBC의 방송을 켜 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방송을 통해 확인한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인 것이었다.

이안의 비겁하고 비열하기 그지없는 계략으로 인해 자신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깨달아 버리고 만 것이었다.

“으아아, 이안, 이 씹어 먹어도 시원치 않을 노옴!”

분노에 찬 이라한은 씩씩거리며 연신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라한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얌전히 데스 페널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것뿐.

그리고 한참을 씩씩거리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이안 놈을 제대로 박살내 줘야겠어.

-후후, 자신 있으십니까?

-물론. 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놈을 잡지 못한다면, 캐릭터 삭제하고 카일란 접어야지 않겠나.

-거,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시는 게 좋지 않겄소?

얄밉기 그지없는 사무엘 진의 기생오라비같이 하얀 얼굴이 떠오름과 동시에, 그와 했던 대화가 생각나고 만 것이었다.

“하아, 제기랄.”

이제는 화 낼 힘조차 없어진 이라한이 그대로 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번에도 이안을 잡지 못한다면, 캐릭터를 삭제하고 카일란을 접겠다는 자신의 호언장담.

간사하기 그지없는 사무엘 진이 그 장담을 기억하지 못할 이 없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이건 정당한 대결이 아니었어. 난 캐릭터를 삭제할 이유가 없다고.”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연신 중얼거리는 이라한.

이라한은 최선을 다해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이안이랑 검 한번 맞대본 것도 아니고……. 야비한 수에 당한 것뿐인데 약속을 지킬 필요는 없겠지.”

이성으로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라는 것을 이라한도 잘 알고 있었다.

어쨌든 이라한이 했던 장담은 ‘이안을 이번에도 잡지 못하면 캐릭터를 접겠다.’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본능은 그 사실을 계속해서 부정하고 있었다.

“그래, 데스 페널티만 끝나면, 내가 어떻게든 놈을 처치하러 가야겠어. 그래야 사무엘 진 그 짜증나는 놈한테 할 말이 생기겠지.”

이미 이성을 잃은 이라한은 카오스 게이트가 파괴되어 인간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는 사실도 망각한 모양이었다.

* * *

‘비밀 통로 폭파 저지……라고?’

퀘스트의 내용을 전부 읽은 이안은 머릿속에서 경종이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거, 진짜 위험해. 어떻게든 막아야 해!’

현재 원정대의 유저들이 있는 던전은 땅속 깊숙한 곳에 뚫려 있는 비밀 통로였다.

이곳이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살아날 방법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간이 부족한데, 24시간 데스 페널티까지 받으면 너무 어려워져.’

이안은 이를 악문 채, 빠르게 할리의 위로 올라탔다.

“여러분, 시간이 없어요! 최대한 빨리 저 안쪽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안과 마찬가지로 상황을 파악한 랭커들은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안만큼 상황 판단이 뛰어나지는 않을지언정, 그들 또한 카일란 최상위의 랭커들이었다.

퀘스트 창을 확인했다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정도는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마법사, 헤이스트!”

“암살자들은 먼저 뛰어!”

할리의 고유 능력까지 발동시킨 이안은, 정신없이 던전을 헤치고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몇몇 언데드 몬스터들이 앞길을 막았지만, 이안은 대부분의 몬스터를 무시하고 안쪽으로 침투하였다.

놈들을 공격할 시간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 다 죽였다고 생각했는데…….’

차원의 게이트로 들어가지 못하고 던전에 남은 마계의 유저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원정대 유저들의 손에 사냥당했다.

때문에 이안은 생존해 있는 마계 유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어. 좀 더 치밀했어야 했는데…….’

이안은 자책했지만, 사실 그가 안일했던 부분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던전 폭파 퀘스트 같은 것이 생성될 것임을 미리 알고 있지 않고서야, 마계의 생존자를 신경 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날벼락을 맞은 이안과 원정대 유저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언데드들을 뚫고 움직였다.

그렇게 20여 분 정도가 지났을까?

띠링-!

원정대 유저들의 눈앞에, 암울하기 그지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둠의 결정체’들이 마기에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잠들어 있던 어둠의 힘이 깨어납니다.

-잠시 후, 어둠의 결정체가 순차적으로 폭발합니다.

-폭발까지 남은 시간 : 00 : 04 : 59

“하…….”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이안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순간적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탓이었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으면……. 카오스 게이트를 부술 게 아니라 우리도 차원 게이트를 탔어야 했는데.’

이안이 소환한 차원문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닫히게 된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렇게까지 길지 않았다.

즉, 던전 폭발이 기정사실화된 이 순간, 포털을 오픈할 방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귀환석을 사용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메시지는 역시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귀환석’ 아이템을 사용할 수 없는 지역입니다.

-던전을 클리어 해야만 세이브 포인트로 귀환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절망적이기 그지없는 상황.

원정대의 유저들은 거의 체념하는 분위기였고,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안은 이대로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잘 생각해 보면 뭔가 또 방법이 있을 거야. 아까도 충분히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극복했잖아?’

이안은 정령왕의 심판을 치켜들며, 원정대 유저들에게 큰 소리로 오더를 내렸다.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봅시다!”

이안의 외침에, 유저 하나가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안 님, 뭔가 방법이 있으신 건가요?”

“아뇨. 하지만 찾아봐야죠.”

“크흑…….”

“이대로 던전이 무너지기를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말을 마친 이안은 걸음을 돌려 던전 안쪽으로 향했다.

“그래, 저 녀석 말이 맞다. 모두 일어나! 이대로 포기하는 게 가장 멍청한 짓이라고!”

이어서 샤크란이, 이안을 따라 걸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뒤를 따라서 원정대 유저들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 * *

“흐흐, 으하핫!”

새카만 불길에 휩싸여 활활 불타오르는 세 개의 어둠의 구체.

그것을 지켜보는 림롱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인간계 놈들, 이젠 완전히 포기해 버리기라도 한 건가?”

세 개의 어둠의 결정 뒤에는, 까만 포털이 하나 열려 있었다.

그 포털은 바로, 림롱이 던전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리치 킹이 열어 준 탈출구.

림롱이 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포털은 없어질 것이고, 인간계의 유저들은 이 폭발하는 던전 안에 완벽히 갇히게 될 것이었다.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정말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뭐, 시간이 30분 정도라도 있었다면, 비밀 통로의 철문을 파괴하고 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야.’

이 구간을 지나 던전의 깊숙한 곳으로 이동한다면, 내성으로 통하는 철문이 나타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5분 내로 철문을 찾아내고, 또 그것을 파괴한다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고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이안, 이 녀석이 포기했을 리가 없는데……. 얼른 여기까지 와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림롱이 포털을 타지 않고 던전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이안과 인간계의 유저들이었다.

그는 인간계의 유저들이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보면서, 결국 자신이 승리했다는 사실을 만끽하고 싶었던 것이다.

림롱의 시선이 시야 한쪽 구석에 떠올라 있는 시스템 메시지를 향해 움직였다.

-폭발까지 남은 시간 : 00:00:47

‘후후, 47초라……. 이제는 운영자가 빙의해도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 따윈 없겠지.’

림롱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던전 안쪽에서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는, 이안과 샤크란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크큭, 주인공들께서 드디어 오시는군!”

어느새 폭발까지 남은 시간은, 20초대까지 떨어졌다.

숨을 헐떡이며 어둠의 결정 앞에 도착한 이안과 샤크란을 향해, 림롱이 비웃음을 날려 주었다.

“이안, 네 전략은 충분히 기발했다. 하마터면 이 몸까지 죽어 버릴 뻔했다는 말이지.”

림롱의 웃음기 어린 비아냥에, 이안이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대꾸했다.

“누가 살아남아서 이런 짓거리를 벌이나 했는데……. 림롱, 네 녀석이었군.”

“후후,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그만 로그아웃할 준비나 하도록.”

던전이 무너져 내리는 것은, 외통수라고 할 수 있었다.

무적이나 부활 아티팩트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죽음을 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폭발로 인한 대미지로 사망하는 것이 아닌 던전 자체가 무너짐으로 인한 사망이기 때문이었다.

림롱은 이안의 구겨진 표정을 보기 위해 그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얼굴이 구겨진 것은 오히려 림롱이었다.

이안의 표정이 림롱이 상상하던 모습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자, 다 씨부렸으면 얼른 도망이나 가시지 그래?”

“……?”

“저 개구멍으로 도망갈 생각 아니었어?”

오히려 림롱을 향해 비웃음을 날리는 이안이었다.

림롱은 이안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서둘러 포털을 향해 몸을 날려야만 했다.

던전이 폭발하기까지, 이제 10초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뭘 믿고 허세를 부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패기 하나는 대단하군.”

“그야, 잠시 후면 알게 되지 않겠어?”

림롱의 시선이 다시 이안을 향했다.

이어서 그의 눈에 들어온 이안의 표정은, 한 치의 거짓도 묻어 있지 않았다.

‘이놈, 정말 살아나갈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결국 림롱은 찜찜한 마음을 거두지 못한 채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이안의 믿는 구석이 뭔지 확인하기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주먹만 하던 어둠의 결정체들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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