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81화 (49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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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된 위기 (1)

위이잉-.

-카오스 게이트에 입장하였습니다.

-‘인간계’ 차원으로 이동합니다.

-‘팔카치오 성 비밀 통로’ 필드에 입장하였습니다.

온통 새카만 어둠으로 가득한 곳.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폭발음과 함께 인간계의 유저들과 어둠의 군단이 정신없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광경을 확인한 림롱은 흐뭇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후후, 타이밍 한번 제대로군. 다 쓸어 주도록 하지.’

수많은 인간계의 랭커들을 쓸어 담고 얻을 전리품 생각에, 림롱은 신이 났다.

-‘리치 킹의 가호’버프가 부여되었습니다.

-모든 전투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암살자가 활동하기 가장 적합한 시커먼 어둠에 리치킹의 든든한 버프 지원까지.

이제 남은 것은 전장을 누비며 전리품들을 수확하는 것뿐이리라.

스르륵.

림롱의 신형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바로 인간계 진영의 후방에 있는 힐러들.

소리 소문 없는 암살로 후방의 지원을 끊어 내는 것이야말로, 전장에서 암살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 할 수 있었다.

‘좋았어. 이제 인원이 전부 넘어왔겠지?’

인간계의 땅을 내딛자마자 전방으로 도약하여 어둠 속에 스며든 림롱은, 슬쩍 고개를 돌려 포털을 응시하였다.

카오스 게이트는 한 번에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는 없는 구조였지만, 그래도 지금쯤이면 거의 모든 이들이 이곳으로 넘어왔으리라.

하지만 다음 순간…….

“……!”

림롱은 본인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카오스 게이트의 바로 위에 웬 기이한 빛깔의 포털이 하나 더 생성되어 있었고, 넘어온 마계의 유저는 전체 인원의 30%도 채 못 되어 보였기 때문이다.

‘미친,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림롱이 아무리 눈을 부릅떠 보아도, 보이지 않는 다른 주요 랭커들.

림롱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른 길드의 랭커들이 계획적으로 자신을 함정에 몰아넣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혹시 날 엿 먹이려고 작당이라도 한 건가?’

당황한 림롱은 서둘러 채팅창의 옵션을 열어 파티 채팅을 오픈하였다.

평소 홀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탓에, 그는 파티 채팅을 꺼 두는 편이었다.

그러니 파티 채팅을 열어 보면,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띠링.

-파티원 ‘이라한’ 유저가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사무엘 진’ 유저가 사망하였습니다.

-파티원 ‘마틴’ 유저가 사망하였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파티 채팅을 열자마자 끊임없이 떠오르는 메시지들은, 믿을 수 없게도 유저들이 사망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열댓 정도의 유저들이 사망하자, 당황한 나머지 유저들은 게이트를 타지도 않은 상태였다.

림롱은 구석에 몸을 숨긴 채, 황급히 파티 채팅을 하기 시작했다.

-림롱 : 님들, 이거 어떻게 된 상황이죠?

-카리아 : 아, 림롱 님, 살아계셨네요! 그건 저희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대체 왜 들어가자마자 다 사망하는 거예요?

-랄크스 : 으, 저도 구석에 지금 숨어 있는데, 이거 아무래도 함정인 것 같습니다.

-림롱 : 함정요?

-랄크스 : 네. 저 보라색 포털이 함정인 것 같아요. 제가 옆에서 봤는데, 이동하자마자 저 안으로 빨려 들어간 분들이 전부 사망하시더라고요.

-림롱 : ……!

어이가 없어진 림롱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인간계 유저들을 완벽한 함정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되레 그들의 함정에 당하고 만 것이다.

‘이건 대체 누구의 계략이지? 이안? 샤크란?’

림롱은 이제야 정황이 완벽히 이해되었다.

인간계 유저들의 ‘포털 겹치기’에, 자신들이 제대로 당해 버리고 만 것이다.

‘나도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거지, 그대로 뒈질 뻔했군.’

카오스 게이트의 크기는 의문의 보랏빛 포털보다 약간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보랏빛 포털의 범위 밖으로 소환된 유저들만 빨려 들어가지 않고 살아남은 것이다.

이것은 이안조차 계산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으나,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마족 유저들의 절반 이상이 의문사한 상황이었고, 나머지 유저들 중 절반은 마계에서 넘어오지도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마계 유저들 중 최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핵심 전력들은, 모조리 죽어 버린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는 아무리 림롱이 머리를 잘 굴려 보아도, 해결책을 찾을 방법이 없었다.

‘제기랄! 다시 카오스 게이트를 타고 마계로 돌아가야 하나?’

림롱은 ‘은신’스킬의 남은 시간을 한 번 확인한 뒤, 입술을 질겅질겅 깨물었다.

인간계 유저들의 손바닥에서 완벽히 놀아난 채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마계로 도망치듯 돌아간다면, 너무나도 굴욕적인 기분이 될 것 같았다.

-마틴 : 제기라아아알!

-파티원 ‘마틴’유저가 사망하였습니다.

-랄크스 : 음? 마틴 님은 왜 두 번 사망하시는 거죠? 아까 사망 메시지 봤던 것 같은데…….

-림롱 : 부활 아티펙트라도 발동했나 보죠.

-랄크스 : 허얼, 그 비싼 걸…….

-카리아 : 마틴 님 부활 아티펙트 1,700만골인가 주고 산 걸로 아는데.

-림롱 : 경차 한 대 폐차 했다고 생각하면 되죠, 뭐.

-카리아 : …….

농담처럼 채팅을 하지만, 림롱은 전혀 농담을 하고 싶은 상황이 아니었다.

‘뭐라도 해야 돼. 이대로 무력하게 마계로 돌아갈 순 없어.’

심지어 마계로 돌아가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좌표를 살짝 잘못 밟기라도 한다면, 마틴이나 이라한처럼 그대로 검정 화면을 보게 될 것이었다.

‘랭커라도 몇 놈 따고 돌아갈까? 아니면 몰래 남아 있다가 뒤를 기약해?’

머리를 팽팽 회전시키며, 림롱은 전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때, 그의 눈앞에 구원과도 같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특별한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리치 킹의 지원 요청 Ⅱ(히든)(돌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그리고 퀘스트의 내용을 빠르게 확인한 림롱의 한쪽 입 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 * *

“하, 하하…….”

털썩-.

리모콘이 으스러져라 한 손으로 꾹 쥔 채, 긴장된 표정으로 TV를 시청하던 한 남자.

나지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뭐 저런 참신한 놈이 다 있어?”

포털 위에 다른 포털을 겹쳐 다른 곳으로 보내 버리는 전략.

사실 이것은, 머리를 굴리다 보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만한 방법이기는 했다.

이안이 수정구를 꺼내 드는 순간, 나지찬 또한 이안의 생각을 알아채고는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지찬이 놀라는 이유는 이안의 순발력과 임기응변능력 때문이었다.

이안은 책상에 앉아 문제를 풀 듯 가만히 정신을 집중하여 이 전략을 떠올린 것이 아니었다.

정신없이 전투가 이어지는 전장에서 수많은 소환수들을 컨트롤 해 가는 와중에,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이다.

게다가 이안에게 주어졌던 시간은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기에도 무척이나 짧은 시간이었다.

여러모로 놀라운 대응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후우, 내가 아직도 이안을 과소평가 하고 있었던 건가?”

본인이 현장에 있기라도 한 것인지, 어느새 땀으로 흥건히 젖은 나지찬.

그는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살짝 훔쳐 내며, 다시 TV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이제 생각을 달리해야겠어. 어쩌면 이안이, 마지막 남은 함정조차 피해 갈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야.”

나지찬의 표정에서 놀라움이 가시고, 다시 흥미로움이 가득 들어찼다.

인간계 유저들에게 닥칠 위기가 아직 끝이 아니라는 것은, 그만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들이닥칠 마계의 유저들을 성공적으로 저지하면서 첫 번째 난관은 극복하였지만, 이 뒤에 남아있는 난관은 아예 극복이 불가능해 보이는 함정이었다.

‘지금쯤이면 마계의 생존자에게 리치 킹의 지원 요청 Ⅱ 퀘스트가 주어졌겠지. 퀘스트를 받아 들어온 마계의 유저들 중 절반 이상이 사망하면 발동되는 퀘스트니까.’

나지찬의 예상처럼, 현재 전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여 생존해 있는 마계의 유저들에게는 돌발 퀘스트인 ‘리치킹의 지원 요청 Ⅱ’ 퀘스트가 부여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퀘스트의 내용은, 간단히 말해 이 던전을 폭파하라는 것이었다.

“이안……. 던전이 무너지고 난 다음에도 네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마계의 지원군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상, 인간계의 유저들은 이제 금방 카오스 게이트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던전의 조금 더 깊숙한 곳까지 진입하면, ‘어둠의 결정체’를 만나게 될 것이었다.

‘인간계 유저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마계의 유저들보다 빨리 어둠의 결정체를 발견해야겠지. 그게 작동되는 순간, 파멸일 테니 말이야.’

하지만 정황상 인간계 유저들이 어둠의 결정체를 먼저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금 인간계 유저들은 그런 것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였고, 마계의 유저들에게는 지령이 떨어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지찬은 이제 ‘불가능’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말하지도, 생각하지도 않기로 했다.

“자,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테냐? 얼른 보여 달라고, 이안갓.”

오히려 나지찬은 이안이 이번에도 함정을 극복해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어느새 기획자의 본분을 잊은 채, 이안을 응원하고 있었다.

* * *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거의 다 처치한 인간계 유저들은, 카오스 게이트의 앞으로 모여 열심히 게이트를 부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크, 저 포털 대체 뭐임?”

“캬……. 이안 님, 대체 무슨 마술을 부린 겁니까?”

그리고 그 와중에, 이안이 오픈한 포털이 뭔지 정확히 알고 있는 훈이는 홀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역시 저 형이랑 적이 되면 안 된다니까. 난 이 게임 접을 때까지 저 형 뒤만 졸졸 따라다녀야겠어.’

과거 이안과 틀어질 뻔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훈이였다.

그리고 이안의 옆으로 슬쩍 다가간 훈이가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형.”

“왜?”

“어디로 보냈어?”

차원 게이트를 어디로 연 것인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궁금하면 한번 들어가 보던가. 안으로 던져 줄까?”

“히익……!”

이안의 말에, 훈이는 손사래를 치며 멀찍이 도망가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저 너머에 무슨 지옥도가 펼쳐져 있을지 알 수 없는 마당에, 들어가 본다는 것은 자살행위였으니까.

이번에는 옆에서 열심히 게이트에 딜을 넣고 있던 샤크란이, 이안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꼬마, 이 게이트는 계속 부술 필요가 있는 건가?”

“퀘스트 깨야죠.”

“어차피 퀘스트 클리어는 물 건너갔잖아? 제한 시간 이미 지났는데.”

“그거, 제한 시간이 아니고 게이트 발동 시간이에요. 퀘스트 클리어는 그 시간이랑 무관할걸요? 한번 퀘스트 창 열어서 확인해 보시죠.”

“어, 진짜네.”

그 와중에 퀘스트의 내용조차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는 이안의 모습에, 유저들은 혀를 내두르며 집중해서 카오스 게이트를 공격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띠링-!

-‘카오스 게이트’를 파괴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카오스 게이트를 파괴하라 (히든)(돌발)’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120,930,000만큼 획득하였습니다.

-명성치를 10만만큼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떠오르며, 커다랗게 생성되어 있던 붉은 게이트가 스르륵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짭짤한 보상에, 유저들은 만족스런 표정이 되었다.

“크, 이제 빨리 안으로 밀고 들어가죠?”

“그럽시다. 여기만 다 뚫으면 이제 팔카치오 내성 아닙니까?”

신이 나서 의욕적으로 걸음을 옮기는 원정대의 유저들.

그런데 그때, 방심하고 있던 유저들의 눈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시스템 메시지가 또다시 떠올랐다.

띠링-!

-‘비밀 통로 폭파 저지’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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