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79화 (49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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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의 기지奇智 (2)

* * *

“후후, 아무리 이안과 샤크란이라 해도 카오스 게이트를 부수는 건 무리겠지.”

이라한은 눈앞에 떠 있는 붉은 게이트를 응시하며,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게이트의 위에 떠올라 있는 굵디굵은 생명력 게이지.

-카오스 게이트

-내구도 : 131,751,624/162,800,000 (80.92퍼센트)

-작동까지 남은 시간 : 00:03:11

인간계의 유저들이 어떤 전투를 벌이고 있는지는 게이트 너머에서 볼 방법이 없었지만, 게이트의 생명력은 마계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때문에 마계의 유저들은, 다들 득의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흐, 이거 몸이 근질근질 하는데?”

“3분 남았는데 게이트 생명력 20퍼도 채 못 깎았네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인간계 유저들 전력이 약한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못해도 절반 이상은 깎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마계의 유저들은, 오랜만에 인간계의 유저들과 전투를 벌일 생각에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성사되기만 한다면 절대로 질 수 없는 전투이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리치 킹의 버프를 받은 우리를 이길 수는 없을 터.’

카오스 게이트 앞에 모여 있는 수십 명의 마계 랭커들.

그들은 전부, 리치킹의 퀘스트를 클리어한 유저들이었다.

그리고 퀘스트의 진행 과정에서, 카오스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강력한 버프를 받게 되어 있었다.

게다가 인간계 유저들은 마계와의 싸움에 대한 준비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을 터.

심지어 어둠의 군단과 싸우느라 힘이 빠져 있을 인간계 유저들을 이 전력으로 이기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이제 2분 남았군요.”

림롱의 말에, 이라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군.”

이라한은 이를 으스러져라 꽉 깨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이안 놈을 제대로 박살 내 줘야겠어.”

“후후, 자신 있으십니까?”

“물론. 이 유리한 상황에서도 놈을 잡지 못한다면, 캐릭터 삭제하고 카일란 접어야지 않겠나?”

이를 뿌득뿌득 갈며 말하는 이라한을 보며, 뒤에 있던 사무엘진이 빈정거렸다.

“거,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시는 게 좋지 않겄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라한의 고개가 그를 향해 획 하고 돌아갔다.

“내가 카일란을 접어야 할 상황이 올 일은 없을 것이니, 네놈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안한테 10레벨도 넘게 상납하신 분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으드득-!

과거 이라한은 이안의 집요한 공격에 열 번도 넘는 죽음을 맛보았다.

즉, 데스 페널티로 인해 10레벨도 넘게 레벨이 다운된 것이다.

사무엘 진은 지금, 그것을 말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이라한의 역린과도 같은 것이었다.

“놈, 지금 네놈 먼저 죽여 버릴 수도 있음이다.”

“어디, 할 수 있으면 한번 해보시든가.”

쾅-!

벌떡 일어나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하는 이라한과 사무엘 진.

옆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림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상황을 중재했다.

“워, 워. 이제 1분 남았습니다. 우리끼리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인간계 유저들 족치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우…….”

“이라한 님이 그때 당하신 이유는, 사실상 이안의 비상식적인 항마력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둠의 군단과 싸우고 있는 지금은 이안이 항마력 세팅을 하고 있을 리도 없을 뿐더러 우리는 리치킹의 버프까지 받습니다. 그러니 이라한 님이 호언을 하실 만도 하죠.”

림롱은 이라한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세워 주면서, 두 사람을 열심히 중재했다.

아무리 지금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인간계 유저들과의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분이 일어난다면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후, 뇌에 똥만 찬 머저리들.’

속으로 이라한과 사무엘 진을 씹어 댄 림롱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카오스 게이트 상단에 떠 있는 시스템 메시지를 향해 있었다.

-작동까지 남은 시간 : 00:00:27

* * *

“저걸 안 부수고 다른 방법이 있다고?”

“그런 말이죠.”

“어떻게 할 생각이냐, 꼬마?”

“지금 그걸 설명할 시간은 없고, 날 한 번 믿어 보는 게 어떻습니까, 아재.”

“크흠, 좋다. 한 번 믿어 보도록 하지.”

살짝 주춤하기는 했지만, 샤크란의 결단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길드원들의 목숨이 걸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안’이라는 유저가 그동안 보여 왔던 행보에 대한 신뢰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는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빠르게 결단을 내리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마 샤크란이 아닌 일반적인 랭커들이었다면, 어쨌든 이안에게서 모든 설명을 들을 때까지 따르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이 아재는 이런 점이 제일 맘에 든단 말이지.’

빠른 상황판단에 이은 과감한 결단력.

이는 샤크란의 플레이 성향을 보여 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길을 뚫는다! 센터로 화력 집중해!”

샤크란의 오더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안은 하르가수스를 소환하였다.

히이이잉-!

지금의 상황에서 게이트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하르가수스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었다.

‘강하를 잘만 이용하면, 피해의 9할 이상은 흡수할 수 있을 거야.’

발동하는 순간 들어오는 모든 피해를 무력화시키는 하르가수스의 ‘강하’ 고유 능력.

하지만 강하 스킬은 그 이름 그대로 허공으로 솟아오를 수는 없는 스킬이었다.

어쨌든 허공으로 점프를 한 뒤에만 발동시킬 수 있는 스킬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지형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마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 듯한 모양새인 비밀통로의 필드.

커다란 크리에이터의 중심에 카오스 게이트가 생성되고 있는 모양새였기 때문에 게이트를 향해 이동할수록 지대가 낮아지는 것이다.

그 말인 즉, 바닥을 딛고 다시 점프를 하지 않아도, 강하를 연속적으로 펼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였다.

‘경사가 조금 더 심했으면 편했겠지만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강하 스킬이 활성화 된 상태의 하르가수스는, 마치 글라이더처럼 미끄러지듯 허공을 내려온다.

하지만 피해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강하를 비활성화 했다가 다시 발동시켜야 한다.

발동하는 순간에만 피해를 흡수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강하 컨트롤이라는 것은 적의 공격에 피격당하는 순간 강하를 껐다 켜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강하 컨트롤을 통해, 무한정 적의 공격을 흡수해낼 수 있을까?

당연히 그것은 아니었다.

강하는 허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만 발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강하를 껐다 켜는 그 찰나의 순간, 하르가수스는 수직으로 떨어지게 된다.

강하를 많이 껐다 켰다 할수록,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린다는 소리였다.

즉 높은 곳에서부터 떨어져 내릴수록, 강하를 발동시킬 수 있는 횟수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다.

이안은 경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최소한의 피해로 게이트에 접근할 생각이었다.

“하르가수스, 강하!”

하르가수스의 시커먼 날개가 펼쳐지며, 주변으로 어두운 기운이 뿜어져 나갔다.

그것은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이 짧은 타이밍을 조절하여 결정적인 공격들을 막아 내는 이안의 컨트롤은, 그야말로 신들렸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원딜러들, 게이트 그만 타격하고 내 앞 좀 뚫어 줘!”

큰 목소리로 오더를 내린 이안은, 빠르게 언데드들을 베어 넘기며 게이트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은 게이트의 위에 떠올라 있는 붉은 문구를 향해 있었다.

-작동까지 남은 시간 : 00:00:23

‘좋아, 충분히 할 수 있어!’

이제는 거의 손에 닿을 듯, 바로 앞까지 다가온 혼돈의 문.

이안은 이를 악물며 쉴 새 없이 창대를 휘돌렸다.

콰쾅- 쾅- 쾅-!

-어둠의 군단 ‘스켈레톤 워리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셨습니다!

-‘스켈레톤 워리어’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데스 나이트’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하지만 언데드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뒤늦게 이안이 게이트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흩어져 있던 병력이 전부 이안의 앞을 막아선 것이다.

‘으, 이거 조금만 더 뚫으면 되는데…….’

지금 이 순간에도 속절없이 지나가는 제한 시간.

-작동까지 남은 시간 : 00:00:07

카오스 게이트까지 남은 거리는 5미터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였으나, 적어도 3초는 남기고 그 앞에 도달해야 했다.

이안이 떠올린 ‘기막힌 한 수’를 작동시키려면 3초 정도의 시간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흐아압!”

이안의 창이 앞에 있던 다크 골렘의 허벅지를 강하게 타격했다.

콰앙-!

-어둠의 군단 ‘다크 골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셨습니다.

-‘다크 골렘’의 생명력이 1,698,092만큼 감소합니다.

골렘을 타격한 반동을 이용하여, 다시 한 번 허공으로 떠오르는 이안의 신형.

그런데 그때, 이안의 눈앞에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정령왕의 심판’아이템의 고유 능력, ‘감응’이 발동합니다.

그에 이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제발……. 바람의 가호!’

지금의 상황에 ‘감응’으로 가져올 수 있는 최상의 스킬은 소환수 할리의 고유능력인 바람의 가호.

하지만 이안의 소환수들이 가진 수많은 고유 능력들 중 원하는 능력이 발동될 리는 없었다.

-소환수 ‘빡빡이’와 감응합니다.

-소환수 ‘빡빡이’의 고유 능력, ‘절대방어’를 발동하였습니다.

-5초 동안 ‘무적’ 상태가 됩니다. (신체 조건상 페널티로 인해, 본래 계수의 50퍼센트만큼으로 적용됩니다.)

빡빡이의 고유 능력인 ‘절대 방어’가 발동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앞에 있는 언데드들을 빠르게 뚫어야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사실상 큰 쓸모가 없는 능력이었다.

그러나 이안은 실망하지 않고 빠르게 멀리를 굴렸다.

‘그래, 이렇게 하면 되겠어.’

곧바로 방법을 떠올린 이안은 허공을 향해 창을 치켜 올렸다.

그리고 공중에서 적들을 공격하던 핀을 향해 큰 소리로 오더를 내렸다.

“핀, 게이트를 향해 돌진해!”

끼아아오오!

적들의 모든 시선이 본인에게 쏠려 있는 틈을 타 편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쐐애애액-!

커다란 파공성을 뿜어내며 빠른 속도로 게이트를 향해 돌진하는 핀.

이어서 이안의 입에서 오랜만에 ‘공간 왜곡’ 스킬의 시동어가 울려 퍼졌다.

“공간왜곡!”

우우웅-!

소환수와의 위치를 바꿔 그 자리로 이동할 수 있는 이안의 생존 기술.

그것을 응용하여 게이트의 바로 위로 이동한 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게이트가 작동하기까지 남아 있는 시간은 정확히 3초.

이안의 손에는 어느새 진보랏빛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구슬’이 하나 들려 있었다.

“엿 돼 봐라, 이놈들!”

그리고 다음 순간, 카오스 게이트가 열린 바로 그 좌표에 보랏빛으로 빛나는 또 하나의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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