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70화 (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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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의 망치질 (2)

* * *

거대한 바윗덩이가 허공에서부터 떨어져 내렸다.

시야를 그림자로 가득 메울 만큼, 거대한 바윗덩어리.

“피해!”

“흩어져!”

주변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이미 늦었다.

‘으……. 괜히 참전 신청했나? 그냥 하던 대로 던전 파티사냥이나 뛰러 갈걸…….’

330레벨의 마법사 클래스인 리아나는 어느새 자신의 바로 앞까지 쇄도하고 있는 바윗덩이를 발견하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레벨이나 컨트롤 실력에 비해 장비가 무척이나 좋았던 그녀는 로터스 길드에서 내건 DPS 기준을 충족시켰고, 어둠의 군대와의 전쟁에 합류할 수 있었다.

사실 그녀는 이 전쟁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참전한 이유는 오로지 ‘이안갓’의 플레이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기 때문.

방금도 넋을 놓고 이안의 플레이를 지켜보다가, 빠져나갈 타이밍을 놓쳐 위험에 노출된 것이었다.

그녀의 컨트롤이 조금 부족하다고는 하나 300레벨대의 마법사 유저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고, 본래의 실력이라면 적어도 느릿하게 날아오는 투석기의 바윗덩이 따위에 맞는 일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던 탓에, 느릿한 바윗덩이에 깔려 죽는 수치스런 경험을 하게 생긴 것이다.

‘그……래도 이안느님의 플레이를 바로 뒤에서 볼 수 있었잖아? 데스 페널티야 며칠 노가다하면 복구할 수 있겠지 뭐.’

리아나는 눈을 질끈 감은 채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그녀는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

이미 사망하여 로그아웃됐어야 할 상황이었건만, 몇 초가 흐른 지금까지도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질끈 감았던 눈을 슬쩍 떠 보았다.

이어서 하늘을 본 그녀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던 바윗덩이는 파괴되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으며, 그 자리에 처음 보는 붉고 아름다운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날아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 새의 주변으로는 강렬한 황금빛 기운이 넘실거렸다.

리아나는 조금 전까지 위험했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채, 아름다운 피닉스의 모습을 몽롱한 표정으로 응시하기 시작했다.

끼아아오오-!

* * *

거대한 어둠의 구체들이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전장에 있는 대부분의 병력들이 뒤로 물러섰지만, 단 한곳, 로터스의 진영만은 거침없이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넋을 놓고 TV를 시청하던 영우는, 황당한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아니, 로터스 진영은 왜 안 빠지는 거야? 저거 저러다가 전원 몰살 각인데?”

카일란의 골수팬인 영우는, 이안의 팬이기도 했다.

하여 그는 이안의 행적들 중 모르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안갓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데스 메테오라면 본인이 칼리파와 싸울 때 그렇게 유용하게 써먹었으면서 그 위력을 모르지 않을 텐데.”

TV의 화면은 지금, 거대한 스켈레톤의 시선으로 화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 전장에서 가장 시야가 높은 곳에 있는 존재가 스켈레톤이기 때문인지, 거의 5분째 화면은 그의 시점에서 방송되고 있었다.

“답답하네. 엘카릭스의 드라고닉 베리어를 쓴다고 해도 저 넓은 범위를 다 막아 낼 수는 없을 텐데…….”

심지어 이안의 소환수가 가진 스킬들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김영우.

물론 구체적인 계수 등은 알지 못했지만, 이안이 대충 어떤 스킬들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그였다.

“으아아아!”

느릿느릿한 어둠의 구체들이 지상으로 다가갈수록 영우의 심장은 점점 더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TV의 스피커를 타고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닉스, 태양신의 비호!

이안의 방송만 수십, 수백 가지를 챙겨 본 영우가 도저히 모를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와 함께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던 바윗덩이 하나가 그대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폭발한 바윗덩이를 뚫고, 한 마리의 아름다운 새가 허공으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끼요오오오!

정황상 이안의 소환수임이 분명해 보이는 아름다운 피닉스의 모습.

영우는 넋을 잃은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지? 이안이 저런 소환수도 가지고 있었어?”

영우가 놀란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떨어져 내리는 바윗덩이에 실린 파괴력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저 바윗덩이를 몸으로 받아 내고도 멀쩡하다는 것은, 지금 저 화려한 소환수가 ‘무적’ 상태라는 말과 다름이 없었다.

놀람에 이어 흥미로운 표정이 된 영우의 얼굴.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피닉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황금빛 기운이 점점 넓게 퍼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 황금빛 기운에 닿는 순간…….

“메, 메테오가 사라졌어!”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던 데스 메테오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마치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 * *

강력하기로는 그 어떤 공격 마법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지만, 투사 속도가 무척이나 느리다는 단점을 가진 데스 메테오.

그리고 이안은, 이 데스 메테오의 단점을 완벽히 이용하였다.

‘좋아. 닉, 하늘에 있는 모든 데스 메테오를 지워 버리는 거야!’

이안의 새로운 소환수 ‘닉’의 고유 능력인 태양신의 비호.

피닉스를 중심으로 반경 50미터 이내의 모든 공격마법을 무효화시켜 버리는 이 사기적인 고유 능력은, 이안이 피닉스를 탐냈던 가장 큰 이유였다.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적 마법사들의 뒤통수를 제대로 후려 줄 수 있는 스킬이었으니 말이다.

“대, 대체 뭐야?”

“메테오가 사라지고 있어!”

닉이 날아오른 순간 허공에 떠 있던 메테오의 30퍼센트 정도가 그대로 황금빛에 녹아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안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엘, 헤이스트!”

“알겠어요, 아빠!”

엘의 헤이스트 마법까지 동원하여 그렇지 않아도 빠른 닉의 이동 속도를 더욱 빠르게 버프시킨 뒤 ‘태양신의 비호’가 지속되는 3초 동안 하늘의 모든 메테오를 없애 버린 것이다.

끼요오오!

쉽게 말해 사방 50미터의 범위를 지울 수 있는 지우개를 3초 동안 슥삭 움직여서, 떨어져 내리던 메테오를 전부 지웠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광경을 목격한 유저들은,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표정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방금 봤어?”

“와…….”

방송을 시청하던 네티즌들 또한 난리가 났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헐……. 님들, 저거 밸붕 사기 스킬 아님?

-ㅇㅇ 이건 진짜 너무했다. 저렇게 광역으로 한 번에 마법 다 무효화시켜 버리면, 마법사들은 뭐 먹고 살라는 거지?

-ㄴㄴ 진짜 좋은 스킬이긴 한데, 밸붕까진 아닌 듯요.

-왜죠? 나도 벨붕 같아 보이는데.

-생각해 보셈. 방금 이안이 보여 준 건 투사 속도 느린 데스 메테오 같은 마법 상대할 때나 가능한 거지, 눈 깜짝할 사이 터져 버리는 헬파이어나 블리자드같이 10초 이상 길게 지속되는 마법 상대로는 무용지물임.

-그리고 저 정도 스킬이면, 재사용 대기 시간도 충분히 길겠죠.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이건 그냥 갑자기 든 생각인데, 이안이라면 헬파이어 캐스팅 모션만 보고 미리 발동시켜서 막아 버릴 수도 있을 듯.

-ㅋㅋㅋ 진짜 그럴 수도.

-어쨌든 이안갓! 방송 시작하자마자 팬티 갈아입고 와야겠네. 후…….

어쨌든 방금 이안의 한 수는, 수성하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치명적인 것이었다.

데스 메테오를 통해 제법 시간을 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는데, 생각지 못했던 한 수 때문에 너무도 빨리 방어선이 뚫려 버린 것이다.

성벽에 접근을 허용하는 순간 방어시설에 직접적인 피해가 들어오기 시작하기 때문에, 어둠술사들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성벽에 오르지 못하도록 뜨거운 기름을 부어라!”

“내성에 있는 병력까지 끌어와 성벽을 사수하라!”

“사다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불을 질러라!”

성벽의 위에서 부산히 움직이는 어둠군단들.

이안은 어둠술사들이 내리는 오더를 들으며, 속으로 히죽히죽 비웃었다.

‘대체 누가 성벽 위로 올라간다는 거야?’

핀의 위에 올라탄 이안이, 허공으로 솟아오르며 오더를 내리기 시작했다.

“좌우 방어병력은 지금부터 토르만 지킵니다! 마법사들은 실드 연계해 주시고, 성벽은 오를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이안의 오더에 따라 로터스의 병력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거대한 망치를 치켜 든 토르를 중심으로 원진圓陣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이안이 그토록 써먹어 보고 싶었던 토르의 고유 능력이 차징되기 시작했다.

“토르, 파괴의 망치질!”

그어어어-!

자신의 몸집만 한 미스릴 망치를 번쩍 치켜 든 토르가, 입을 쩍 벌리며 기합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망치의 주변으로 황금빛 기류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어둠술사들은, 황급히 오더를 변경하였다.

“놈이 성벽을 공격하려 한다!”

“수리공을 동원해서 성벽 수리를 준비해!”

‘파괴의 망치질’ 고유 능력은, 5초라는 제법 긴 차징시간을 필요로 하는 충전 기술이다.

그렇다면 이 5초 동안 이안은 가만히 스킬이 발동되기를 기다리고만 있었을까?

물론 그것은 아니었다.

쐐애애액-!

모든 방어병력의 시선이 토르에게로 쏠린 틈을 타, 이안은 핀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거친 파공성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구름 위로 날아오른 이안.

성 안의 방어타워에서 쉴 새 없이 화살이 날아왔지만, 이안은 아껴 뒀던 드라고닉 베리어까지 활용하며 공격을 버텨내었다.

바로 이 한 방을 위해서 말이다.

“빡빡이, 소환!”

이안의 입이 떨어짐과 동시에 허공에 거대한 한 마리의 귀룡이 소환되었다.

토르만큼은 아니지만 엄청난 몸집과 무게를 자랑하는 소환수인 빡빡이.

이안은 과거 파이로 영지 수성전에서 활용했던 방식을, 이번에는 공성전에 활용해 볼 생각이었다.

콰아아아-!

파공성이라기에는 무척이나 과격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빡빡이의 거구가 쏜살같이 성벽을 향해 추락한다.

방어타워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얼른 뒤쪽으로 몸을 뺀 이안이, 긴장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고도가 낮아질수록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낙하하는 빡빡이.

그리고 그 순간.

크아아아아-!

널따란 전장 전체에, 커다란 토르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5초간의 차징을 끝낸 토르의 미스릴 망치가, 어둠성의 성벽에 떨어져 내린 것이다.

콰쾅- 콰콰쾅-!

토르의 망치질은 단 한 번이었지만, 폭발음은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다.

‘파괴의 망치질’ 고유 능력에 붙어 있는 추가 피해 때문이었다.

-소환수 ‘토르’가 고유 능력 ‘파괴의 망치질’을 발동합니다.

-‘어둠의 성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어둠의 성벽’의 내구도가 5,879,809만큼 감소합니다!

-‘무생물’을 공격하였으므로 추가 피해가 발동합니다.

-‘어둠의 성벽’의 내구도가 17,609,890만큼 감소합니다.

이안의 눈앞에 순간적으로 주르륵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

그것을 확인한 이안은, 순간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크으, 역시 모든 계수가 곱 연산이었어! 패시브도 중첩인 것 같고.’

도합 2천만이 넘는 말도 안 되는 대미지를 꽂아 넣은 토르의 ‘파괴의 망치질’.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치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기본적으로 150퍼센트만큼의 공격력 버프를 주는 데다, ‘무생물’을 공격할 시 500퍼센트의 추가 버프를 입혀 주는 패시브 스킬인 ‘거인의 해머’.

이미 여섯 배 뻥튀기 된 토르의 공격력이 ‘파괴의 망치질’에 붙어 있는 1,000퍼센트 계수로 인해 추가로 열 배 증가하였고, 그것은 588만이라는 괴랄한 수치가 되어 나타났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파괴의 망치질’에 붙어 있는 옵션인, 50~500퍼센트 계수의 랜덤 추가피해.

이것이 300퍼센트 언저리의 수치로 터지면서, 그 세 배에 달하는 추가 피해가 들어가 버린 것이다.

그리고 2천만에 달하는 피해는 아무리 높은 내구도를 가진 성벽이라 하더라도 버텨 낼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쿠릉- 쿠르릉-!

해머가 떨어져 내린 자리에서부터 금이 쩍쩍 가며, 성곽에 균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더욱 다급해진 어둠술사들이 성벽에 달라붙은 수리공들을 재촉하였다.

“성벽을 사수해야 한다! 온 힘을 다해 수리하란 말이야!”

하지만 그 명령들은, 다음 순간 공허한 외침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콰앙-!

어느새 황금빛으로 빛나는 빡빡이가 금이 간 성벽 위에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던 어둠성의 한쪽 성벽이 두부처럼 부서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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