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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66화 (48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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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병기의 등장 (1)

거대하다.

이 한 단어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어마어마한 몸집을 가진 해골 기사.

“아…….”

이안의 입에서 망연자실한 듯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드워프 한이 삐질삐질 땀까지 흘려 가며 만들고 있는 소환수의 생김새가, 라데우스를 상대할 때 보았던 ‘스컬 자이언트 킹’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라데우스의 스컬 자이언트는 번쩍거리는 판금갑옷으로 무장이라도 하고 있었는데, 이안의 눈앞에 있는 이 녀석은 헐벗은 상태였다.

이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한을 향해 물었다.

“한, 혹시 이 녀석인 거야……?”

신화 등급의 재료 아이템과 한의 손재주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커다란 허탈감이 밀려왔다.

‘이 녀석만 아니기를 바랐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은 탓인지 녀석의 이름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보나마나 녀석은 ‘스컬 자이언트 킹’일 것이었다.

‘왜냐면…… 너무 똑같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우울한 표정의 이안을 향해, 한이 깔끔하게 확인 사살을 해 주었다.

“폐하, 오셨습니까?”

“응, 그래. 어제 내가 맡겼던 뼛조각 꾸러미가…….”

“맞습니다. 바로 이 녀석입죠. 어떻습니까, 늠름하지 않습니까?”

이안의 우울함을 눈치채지 못한 한이,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안은 더욱 슬퍼질 뿐이었다.

“크흑.”

만약 라데우스의 스컬 자이언트 킹을 상대해 보지 못했더라면, 지금쯤 이안은 황홀한 표정으로 이 해골기사를 올려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녀석은 지금껏 이안이 보아 온 어떤 소환수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비주얼만 보자면 녀석은 확실히 1티어 소환수처럼 보였다.

우울해진 이안은 한에게 핀잔을 주고 싶었지만, 그간의 우정을 생각해서 한번쯤 참아 주기로 했다.

‘그래, 지금까지 한이 만들어 준 무기가 몇 갠데……. 한도 한 번쯤은 실수할 수 있는 거지.’

필사적인 마인드 컨트롤로 자애의 화신이 빙의한 이안이었다.

앞으로 이 녀석을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 고뇌하며, 이안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한, 이 녀석. 완성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원래의 일정은 내일모레 완성이지만, 밤을 새서라도 내일 오전까지 완성해 내겠나이다.”

“내일 출정이라는 얘길 들었나 보네?”

“그렇습니다, 폐하.”

눈을 반짝이는 한을 보며, 이안은 하려던 말을 되삼켜야만 했다.

‘사실 전쟁에 데리고 나가 봐야 별 쓸모도 없을 것 같은데, 굳이 밤을 샐 필요까지야…….’

그래도 로터스 왕국 최고의 야장인 한의 사기진작을 위해, 이안은 타박 대신 격려를 해 주기로 결정했다.

“그래, 역시 한밖에 없어.”

“감사합니다, 폐하.”

“조금만 더 수고해 줘.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이안은 늘 하는 형식적인 격려를 끝으로 걸음을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한의 입에서 뜻밖의 요구가 흘러나왔다.

“그렇다면 폐하, 제가 청이 하나 있사온데…….”

그리고 한의 말을 듣는 동안, 이안의 표정은 점점 사색이 되어 갔다.

* * *

“후욱- 후욱-”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체구를 가진 한 남자가, 커다란 풀무의 손잡이를 연신 잡아당기며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편에 선 키 작은 드워프 하나가 신이 나서 추임새를 넣었다.

“그렇지, 리베르! 아주 완벽한 온도라고!”

드워프의 이름은 바로 로터스 최고의 대장장이인 우르크 한.

그리고 남자의 정체는 카일란 한국 서버의 대장장이 랭커 중 하나인 리베르였다.

‘으으, 내가 여기는 왜 와서 이런 고생을 하고 있는 거야?’

리베르가 로터스 왕성의 대장간에 들어온 것은, 채 보름도 되지 않은 근래의 일이었다.

그리고 멀쩡히 본인의 대장간을 운영하던 그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로터스 길드 소속인 친구로부터 왕성의 대장간 수석 대장장이가 드워프라는 정보를 얻은 것이다.

혹여 드워프만의 대장 기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로터스 왕성의 대장간에 취직하게 된 것이다.

제법 뛰어난 대장 기술을 가지고 있던 리베르는 금방 한의 눈에 들 수 있었고, 그 결과 무한 노가다의 세계로 입성하게 되었다.

드워프 한의 제자가 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리베르의 풀무질이 끝나고 거대한 쇳덩이가 알맞게 달아오르자, 쇠망치를 치켜 든 한이 메질을 시작하였다.

깡- 깡- 깡-.

무구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인 메질.

뛰어난 성능을 가진 무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균형 잡힌 형태가 필수적이었고,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메질이 필요했다.

리베르는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망치를 들고 한의 옆으로 향했다.

‘후, 아무리 NPC라도 그렇지, 어떻게 하루 종일 망치질만 할 수 있는 거지?’

지난 보름간 한을 지켜본 리베르는, 그의 끝없는 노가다 정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한은 언제나 망치를 놓지 않았던 것이다.

“스승님께선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뭐가 말이냐?”

“스승님의 노가다 정신은 도무지 따를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혀를 내두며 망치질을 시작하는 리베르였다.

하지만 한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를 향해 대답했다.

“내 노가다 정신은 아직도 부족하다.”

“예……?”

“일전에 폐하께서 보여 주셨던 노가다를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지.”

“폐하라면……?”

“사흘 동안 광산 구석에서 같은 자세로 곡괭이질하던 폐하의 모습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지.”

“…….”

“난 아직도 멀었어.”

믿을 수 없는 얘기를 중얼거리며 연신 망치를 내려치는 우르크 한.

리베르 또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메질을 이어 갔다.

깡- 깡- 깡-.

‘그나저나 이 말도 안 되는 크기의 갑주는 대체 어디에 쓰려고 만드는 거야?’

밤새 한과 리베리가 만들고 있는 무구들은 그야말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일반적인 무구들과 비교하면 거의 수십 배 이상 거대한 크기.

그중에서도 특히, 집채만 한 크기의 해머가 압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과연 저 말도 안 되는 무기를 들 수 있는 존재가 있기는 할까?’

지난 밤 두 사람이 녹여 낸 광석의 무게는 수 톤에 육박했다.

그 말인 즉, 이 장비들을 착용하려면 수천 키로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사용된 광석들이 대부분 고가라는 것이다.

미스릴만 해도 거의 500킬로그램이상이 사용되었으니, 이 무기들을 제작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후우, 그래도 이제 끝은 보이네.’

깡- 깡- 깡-.

빨갛게 달아오른 철판을 두들기며, 리베르는 흩어지려는 집중력을 다잡았다.

마지막으로 만들고 있는 이 견갑만 완성된다면, 이 정체모를 장비 세트 제작이 드디어 끝나는 것이다.

-??? 세트 아이템 : 제작 완성도 : 99.25%

애초에 도안 자체가 리베르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완성될 아이템의 이름조차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들인 노력과 재료가 어마어마한 만큼, 기대가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과연 어떤 물건이 나오려나……?’

치이익-!

차가운 물을 들이붓자, 새빨갛게 달아올랐던 금속이 하얀 빛깔을 되찾았다.

그리고 잠시 후…….

철컥-!

분리되어 있던 갑주의 이음새를 연결하는 것으로, 드디어 아이템이 100퍼센트 완성되었다.

띠링-!

-‘거신족의 미스릴 판금갑주(전설)’ 아이템이 완성되었습니다!

-‘거신족의 미스릴 판금투구(전설)’ 아이템이 완성되었습니다!

-‘거신족의 미스릴 판금 보호대(전설)’ 아이템이 완성되었습니다!

-‘거신족의 미스릴 해머(전설)’ 아이템이 완성되었습니다!

-‘거신족의 전투 세트’ 아이템 제작에 성공하였습니다!

-최초로 ‘전설’ 등급의 세트 아이템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명성이 45만 만큼 증가합니다!

-‘손재주’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75만큼 증가합니다!

리베르의 눈앞에 쉴 새 없이 이어져 나타나는 시스템 메시지.

리베르는 그것을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갈 때마다, 이틀간의 노가다로 누적된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지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었다.

* * *

“후, 내가 미쳤지. 그걸 왜 허락했을까?”

눈 뜨자마자 카일란에 접속한 이안은, 연신 투덜대며 왕성대장간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안의 머릿속에 바로 어제 나눴던 한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폐하, 제가 청이 하나 있사온데…….

-뭔데? 말해 봐, 한.

-그동안 모아 두었던 미스릴 광석들을 좀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미……스릴…… 광석?

-그렇습니다, 폐하.

-그것들은 어디에 쓰게?

-폐하의 비밀병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서, 미스릴 광석이 꼭 필요하옵니다.

-저…… 해골 말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폐하.

-얼마나 필요한데?

-해 봐야 알겠지만 상등품으로 백오십 개 정도는 필요할 듯합니다.

-그, 그렇게나 많이?

-그러하옵니다.

-대체 뭘 만들려고…….

-그리고 상급 철광석도 천 개 정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음, 또…….

한이 요구한 광물들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량이었다.

심지어 양만 많은 것이 아니었다.

하나같이 최고급의 광물들만 원했기 때문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상급 철광석 하나가 5만 골드 정도에 거래되는 물건이었으니, 철광석만 해도 5천만 골드의 비용이 소모된 것.

결국 이안이 지원한 광물들의 가치를 전부 합산하면, 거의 2억 골드에 육박하는 말도 안 되는 액수가 들어간 것이다.

‘후, 역시 충동적인 건 옳지 않아…….’

돈이라도 덕지덕지 바르면 좀 쓸모 있는 녀석으로 재탄생할까 싶어 한의 제안을 허락했던 것인데, 지금 생각해 보면 후회가 막심했다.

터덜터덜 힘없이 걸음을 옮기는 이안.

‘그래도 기왕 만들었으니 조금은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잠시 후, 이안의 시야에 커다란 그림자가 들어왔다.

“음……?”

왕성 대장간의 앞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해골기사의 그림자.

그것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에, 살짝 이채가 어렸다.

화려한 갑주와 거대한 해머로 무장되자, 크기만 크고 볼품없었던 어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짙푸른 빛깔의 판금갑주를 입고 있던 라데우스의 스켈레톤과 달리, 황금빛으로 빛나는 미스릴 갑주를 입고 있다는 점이었다.

‘뭐지? 라데우스가 소환했던 녀석이랑 좀 다른 것도 같은데?’

이안은 불안감 반 기대감 반으로, 해골기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그 뒤쪽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한이 재빨리 뛰어나와 이안을 반겼다.

“오오, 오셨습니까, 폐하!”

“그래, 한. 완성된 거야?”

“그렇습니다, 폐하. 자, 얼른 확인해 보시지요.”

한의 말에, 이안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확인은 어떻게 하면 되는데……?”

“아차차,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허둥지둥 대장간 안으로 들어간 한이, 이안을 향해 주먹만 한 묵빛 구체를 건네었다.

-‘영혼 계약석’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그리고 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이걸 사용하시면 녀석의 정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

한차례 마른침을 꿀꺽 삼킨 이안은, 곧바로 영혼 계약석 아이템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안의 눈앞에 주르륵 하고 시스템 메시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띠링-!

-‘영혼 계약석’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어둠 계약 소환수와의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명성을 5만 만큼 획득하였습니다!

-어둠 계약 소환수는 소환하는 데 통솔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중략)

-소환수 ‘파괴의 해골기사(신화)’를 손에 넣으셨습니다!

그리고 시스템 메시지들의 마지막.

‘신화’라는 단어를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대번에 휘둥그레 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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