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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65화 (48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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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결성 (3)

* * *

타이탄 길드의 입장에서는 리치 킹 에피소드가 클리어되지 않고 오래 지속되어야 로터스와의 경쟁에서 유리하다.

어둠의 세력으로 인해 생긴 서남부 지역의 지리적 이점을 오래 끌고 갈수록, 세력 확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샤크란은 이안에게 곧바로 답을 주지 않은 상태에서 수뇌부 회의를 열었다.

실리를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 봐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마스터. 로터스는 지금 지리적 불리를 극복하기 위해 에피소드를 빠르게 클리어하고 싶어 한다는 거죠?”

“그래. 어둠의 세력들 때문에 어지간히 골치가 아픈 모양이다.”

샤크란의 말에 세일론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흐음, 하지만 바로 엊그제 있었던 로터스와 엘리카의 전쟁 결과를 보면, 로터스는 어둠의 왕국들과 맞설 만한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샤크란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그렇지.”

“그런데 왜 굳이 무리를 해 가면서까지 판을 바꾸려는 것일까요?”

세일론의 물음에 샤크란 대신 에밀리가 대답하였다.

“로터스가 엘리카 왕국을 쉽게 점령할 수 있었던 건, 특별한 퀘스트 때문이었어.”

“그래?”

“내가 그 영상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분석해 봤는데, 엘리카 왕국의 내부자가 로터스를 도왔다는 결론이야.”

처음 ‘켠 김에 엘리카 왕성까지’영상을 봤을 때 에밀리가 생각한 것은 이안이 버그성 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 정도로 이안의 공성전 오더는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상을 여러 번 돌려 보며 분석해 보니 비슷한 패턴을 찾아낼 수 있었다.

너무도 뻔한 상황에서 뻔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엘리카 왕성의 수성병력들.

이안의 플레이가 버그가 아니라 왕성 방어군의 AI가 버그 수준으로 멍청했던 것이다.

하지만 LB사에 문의해 봐도 버그는 아니라는 답변만 돌아왔고, 때문에 에밀리는 이 멍청한 AI가 어떤 특별한 퀘스트의 영향이라고 판단했다.

에밀리와 세일론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흠……. 그렇군.”

“로터스의 저력을 폄하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강력한 전력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판이 그들의 입장에서 별로 좋지 않다는 것만은 팩트라고 생각해. 때문에 이안으로서는 판을 뒤집고 싶은 거지.”

“알려지지 않은 콘텐츠에 대한 정보까지 공개해 가면서 말이지?”

“그래. 지금 로터스의 영토 확장을 막고 있는 라마리스와 이카룬 왕국은 엘리카보다도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어둠의 왕국이야. 정확히는 몰라도, 공략하는 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게 분명해.”

에밀리가 설명을 이어 가는 동안, 장내의 모든 타이탄 길드원들의 시선은 그녀의 입에 고정되어 있었다.

잠시 탁자에 놓인 냉수로 목을 축인 에밀리가 다시 말을 이어 갔다.

“반면에 우리 타이탄 왕국이 위치한 서남부 지역은, 정말 거리낄 게 하나도 없어. 로터스가 엘리카 왕국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점령해 내기는 했지만, 그 차이를 메우는 건 앞으로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지.”

세일론이 에밀리를 향해 물었다.

“그러니까 에밀리 네 말은, 이 형국이 유지만 된다면 우리 타이탄이 로터스보다 먼저 제국 콘텐츠를 선점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이지?”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거야. 때문에 나는 이안의 제안이 영리하다고 생각하는 중이야.”

잠자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샤크란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에밀리, 너는 이안의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

“음…….”

에밀리는 선뜻 대답하지 못하겠는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또렷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닙니다, 마스터.”

“어째서지?”

“이안은 우리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리치킹을 잡을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로터스가 우리 없이 리치킹을 잡을 수 있다고?”

에밀리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아닙니다. 적어도 앞으로 한두 달 정도는 우리 없이 리치킹을 클리어할 만한 전력이 만들어지기 힘들겠죠.”

“흐음…….”

에밀리는 이안의 잠재력에 대해 무척이나 높게 평가하는 편이었다.

때문에 그에 대한 분석을 할 때는 항상 가능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했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협상의 주도권은 아마 로터스에게 넘어갈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지. 우리가 그전에 제국 선포를 할 수 있으면 몰라도 말이야.”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 타이탄에는 있고 로터스에는 없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

에밀리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샤크란이 의아한 표정이 되어 반문했다.

“우리에겐 있고, 로터스에는 없는 것……?”

에밀리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제국 선포 조건. 벌써 잊으신 건 아니겠죠?”

“아……!”

“설령 리치 킹 에피소드가 클리어되고 로터스가 우리보다 먼저 영토를 확보한다고 하여도, 그들은 제국이 될 수 없습니다.”

“역시!”

에밀리의 생각은 간단했다.

로터스를 상대로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지금, 최대한 많은 것을 뜯어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옥새가 없는 한 로터스는 결국 제국 선포를 하지 못할 것이었고, 그렇다면 판이 뒤집어져 로터스가 페널티를 극복하게 된다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어둠의 왕국들이 사라져 로터스의 정복 전쟁에 날개가 달린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제국 선포가 불가능하다면 그것은 크게 의미 없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럼…….”

결정을 내린 샤크란이 씨익 웃으며 에밀리를 향해 말하였다.

“에밀리, 협상은 너에게 맡기마.”

“알겠습니다, 마스터.”

“이안 녀석에게 가서, 최대한 많이 뜯어 와 봐.”

* * *

드르륵.

로터스 왕성의 회의실.

문이 열리며 이안이 들어오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피올란과 훈이, 카윈 등 로터스의 수뇌부가 이안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급한(?) 훈이가, 쪼르르 뛰어나와 이안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형? 타이탄이랑 협상은 잘된 거야? 샤크란 아재가 도와주겠대?”

훈이 또한 이안만큼은 아니었지만, 협상이 성사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 이유는 바로 제한 시간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히든 퀘스트인 ‘리치 킹 샬리언의 야욕 저지’ 때문.

4티어의 히든 클래스인 ‘사령의 군주’로 전직하기 위해서는 타이탄 길드와의 거래가 성사되어 리치킹을 처단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이안처럼 무지막지한 페널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안이 훈이를 응시하며 씨익 웃어 보였다.

“후후, 협상이야 잘 마쳤지.”

“……!”

“타이탄 길드도 원정대에 합류하기로 했다.”

“크, 역시 이안갓!”

훈이는 두 주먹을 불끈 말아 쥐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가장 어려워 보였던 산을 하나 넘었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피올란과 헤르스의 표정에는 기쁨보다는 신기함에 가까운 감정이 담겨 있었다.

피올란이 이안을 향해 물었다.

“샤크란이 제 생각보다 착한 인물이었던 건가요, 아니면, 멍청한 인물이었던 건가요?”

“네?”

“아니, 그렇잖아요. 제가 샤크란이었더라면, 절대 이안 님의 제안을 들어주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타이탄에서는 구경만 하고 있으면 최강의 경쟁자인 이안 님의 클래스 티어를 떨어뜨릴 수 있는 기회인데, 이걸 이렇게 쉽게 발로 차 버린다고요?”

헤르스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그러게. 나도 이해가 잘 안 되네. 나도 피올란 님이랑 같은 생각이거든.”

두 사람의 말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설마 내가 타이탄에 내 약점을 전부 까발렸겠냐?”

“그럼?”

“타이탄에서는 내 퀘스트에 대해 전혀 모르지. 그러니까 내 제안을 수락하는 멍청한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거고.”

이안의 대답에, 헤르스가 혀를 내두르며 반문했다.

“아니, 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 퀘스트에 대한 얘기를 안 했는데도 우리가 샬리언을 치려 하는 이유에 대해 납득시켰단 말이야?”

이안은 그에 대한 대답 대신 실실 웃고만 있었다.

생각보다 일이 술술 잘 풀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스 드롭 아이템 지분 좀 쥐어 줬다고 덥석 미끼를 물어 줄 줄이야…….’

어쨌든 타이탄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이상, 1할도 채 되지 않는 듯 보였던 퀘스트의 성공률이 거의 절반에 가깝게 끌려 올라왔다.

이제 남은 것은 정말 최선을 다해서 어둠의 군단을 격파하는 일뿐이었다.

어둠의 군단을 격파하고 에피소드의 모든 퀘스트가 완료되고 나면, 이제는 정말 마음 놓고 정복 전쟁을 할 생각이었다.

적어도 카일란 최초의 ‘제국’을 건설하여 황제가 될 때까지 말이다.

타이탄 길드의 ‘착각’과는 달리, 이미 로터스 왕국은 제국으로 승격되기 위한 거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어쩌면 유저들 중 제국의 옥새를 가장 처음 얻은 것이 이안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가장 큰 산이었던 타이탄 길드와의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자, 이안은 일사천리로 어둠의 성을 공략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일단 헤르스, 네가 길드 마스터의 이름으로 원정대 모집 공고를 내.”

“알겠어. 참가 조건은 어떻게 할까?”

“일단 레벨 제한을 걸자. 350레벨 이상으로.”

“그럼 너무 참가 자격이 제한되지 않을까?”

“아니야. 350레벨보다 낮으면, 사실상 도움이 되기 힘들어. 추가 조건으로, 딜러는 DPS 20만 이상. 탱커는 생명력 200만, 방어력 만 삼천 이상만 받자.”

“으음……. 충분한 인원이 모일 수 있을 지 걱정이네.”

헤르스는 빡빡한 참여 조건 때문에 조금 걱정되는 눈치였지만, 이안은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타이탄과 로터스의 연합 공격대.

이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콜로나르 대륙 각지에 있는 수많은 고수들이 모여들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자, 어서 움직이자고.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공격대가 출발해야 해.”

“알겠어, 형.”

“알겠어요, 이안 님.”

각각의 수뇌부들에게 저마다의 역할을 맡긴 이안은 왕성을 나와 어디론가 향했다.

이제 ‘드워프 한’에게 맡겨 놓은 비밀 병기를 찾으러 갈 시간이었다.

‘반나절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슬슬 완성되었겠지? 좀 쓸 만한 녀석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는데…….’

이안이 한에게 맡긴 것은 다름 아닌 라카메르를 처치하고 얻은 ‘어둠의 뼛조각 꾸러미’였다.

조립하여 만들어 낸 언데드를 소환수로 부릴 수 있게 해 주는, 무려 ‘신화’ 등급의 특별한 잡화 아이템.

‘한의 손재주는 그야말로 최상이니까……. 믿어도 되겠지.’

엘리카 왕성에서 만났던 ‘쓸모없는 뼛덩이’를 떠올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통솔력 소모 값이 없는 ‘보너스 전력’이라고 할지라도, 덩치만 크고 쓸모없는 녀석은 사양이었다.

‘고스트 드래곤 같은 게 나오면 정말 바랄 게 없는 데 말이야.’

이안이 내심 고스트 드래곤을 바라는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고스트 드래곤이 가진 최강의 패시브, ‘물리공격 면역’이 탐났기 때문이었다.

다른 종류의 드래곤들에 비해 전체적인 스텟은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뛰어난 기동성과 ‘물리면역’이라는 패시브가 단점을 충분히 커버해 주기 때문이었다.

로터스 왕성 북쪽의 커다란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한의 대장간.

까앙- 까앙-!

그곳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쨍쨍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들어선 이안을 발견한 것인지, 근처에 있던 대장장이 하나가 잽싸게 다가오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폐하, 오셨습니까.”

“그래, 한은 지금 어디 있지?”

“한 님이라면 대장간 뒤편의 대형 작업실에 계십니다.”

“대형…… 작업실?”

“그렇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대장간의 대형 작업실은, 거대한 공성병기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곳이었다.

때문에 이안은 불길한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설마……! 그 거지 같은 거대 해골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니겠지?’

작업실을 향해 걸을수록 이안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작업실에 들어선 이안의 눈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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