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63화 (48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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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결성 (1)

-20초 후, 엘리카 왕성 측면의 성문이 오픈됩니다.

-1분15초 후, 동:245 남:1,728 위치의 지하 요새가 개방됩니다.

-45초 후, 성벽 전체에 라이트닝 트랩이 발동됩니다.

보라색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특이한 형태의 시스템 메시지.

이것은 다름 아닌 ‘특별한 아이템’으로 인한 효과였다.

‘크으, 진짜 성능 한번 죽여주는구먼.’

꼭두각시 레무스 퀘스트가 끝난 뒤,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었던 레무스와의 대화가 있었다.

이안은 잠시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였다.

-이 물건을 가지고 가시게 이안.

-음? 방어성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달라니까 웬 뜬금없는 얘기야?

-이 기록서만 지니고 있으면, 그대는 승리할 수 있을 거라네.

-응? 뭐라고?

-‘대마법사의 기록서’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엥? 이게 뭔데?

-시간이 없네. 어서 되돌아 이곳을 빠져 나가시게!

-……?

-경비병이 몰려오고 있어! 어서!

-돌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엘리카 왕성 점령’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 ‘엘리카 왕성 점령 (히든)(연계)’

당신은 엘리카 왕성에 침입하여 꼭두각시 레무스를 처치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여 레무스는, 엘리카 왕성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는 대마법사의 기록서를 당신에게 건네주었다.

이제 레무스의 도움을 받은 당신은 샬리언의 하수인들을 처단하고 어둠에 물든 엘리카 왕성을 점령해야 한다.

엘리카 왕성을 점령하여 샬리언에게 대항할 기반을 마련하자.

*엘리카 왕국에 전면전을 선포할 시 ‘대마법사의 기록서’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엘리카 왕국의 꼭두각시’ 연계 퀘스트를 전부 클리어한 유저.

‘공작’이상의 작위를 가진 유저.

‘레무스’와의 친밀도가 최대치인 유저.

‘대마법사의 기록서’ 보유.

제한 시간 : 없음

*‘대마법사의 기록서’ 아이템은 봉인이 풀린 뒤 36시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보상 : NPC ‘레무스’를 가신으로 등용.

‘최초의 정복자’ 칭호 획득.

‘정복자의 왕관’(전설) 아이템 획득.

처음에 이안은, 이 ‘대마법사의 기록서’ 아이템이 대체 뭐 하는 물건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템의 정보 창에도 물음표 세 개만 떡하니 박혀 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면전을 선포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엘리카 왕국과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대마법사의 기록서’ 아이템이 작동합니다.

이 두 줄의 메시지와 함께 이안에게 실시간으로 엘리카 왕국 방어 병력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주 친절하고 상세히, 이안에게 방어병력의 움직임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마법서.

이안은 이 마법서의 성능을 확인하자마자, 방송국과 라오렌에게 동시에 연락했다.

이 사기적인 아이템만 손안에 있으면, 순식간에 왕성까지 삼켜 버릴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크흐, 24시간 컷 말고 15시간 컷이라고 타이틀 달 걸 그랬나? 잘하면 15시간에도 끊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물론 이 정보가 있다고 해서 누구나 이안처럼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정확히 캐치해서 전투에 활용해야만, 이러한 미친 퍼포먼스가 가능한 것이니 말이다.

어쨌든 공성전이 시작되자마자 ‘대마법사의 기록서’는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로터스 왕국군이 엘리카 왕성 A섹터를 전부 점령하였습니다!

-A섹터 점령률 : 100퍼센트

-B섹터 점령률 : 58퍼센트

-C섹터 점령률 : 77퍼센트

(중략)

-외성 전체 점령률 : 32.75퍼센트

-외성의 모든 섹터를 점령하면 내성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공성전이 진행되고 있는 ‘엘리카 왕성’ 맵 안에 있는 모든 유저들의 시야에 붉은색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당연히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의 눈에도 들어왔고, 채팅 창은 또 한 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뭐지? 시작한지 5분도 채 안 지났는데 외성 30퍼센트 점령이라고?

-ㅋㅋㅋㅋㅋ 왕성이라고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이건 뭐…….

-아까 왕성은 3시간 이상 걸릴 거라고 장담하던 놈 어디 갔냐? 이거 3시간이 아니라 30분 각인데?

-에이, 윗 님. 30분은 좀 오바고ㅋㅋ 1시간30분 정도 걸릴 각임.

-와, 근데 진짜 관전할 맛 나네요. 이렇게 속도감 쩌는 공성전 처음 봄.

-그나저나 저 섹터별로 점령률 뜨는 건 처음 보는데, 아시는 분 있으면 설명 좀.

-아, 저거요? 저거 방어성 티어가 3티어 넘어가야 오픈되는 콘텐츠에요. 저도 지난번에 타이탄 길드가 공작령 점령하는 거 관전하다가 처음 봤음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렇게 메시지 뜨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죠?

-섹터가 하나 점령될 때마다 방어 타워 전체에 버프가 걸려요. 그거 버프 이름이 있었는데…….

-그거 ‘위기 관리 Ⅱ’였나 그럴 거예요, 아마. 섹터 하나당 방어타워 전투력 버프 15퍼센트였나?

-헐, 그럼 점점 더 뚫기 힘들어지겠네요?

-일단 이론상으론 그래요. 저 화면 보고 있으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말이죠.

거의 끝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이안은 침착하기 그지없었다.

수호령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였으며, 온 신경을 곤두세워 길드병력의 손실을 최소화시키는 데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엘리카 점령으로 끝이 아니니까.’

엘리카 왕국을 복속시키는 것은, 사실 시간문제일 뿐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남아 있는 과제인 ‘리치킹 샬리언 처치’는, 이안조차도 장담할 수 없는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한다.

펜타S 등급이라는 괴랄한 표기 난이도도 압박이었지만, 무엇보다 이안은 샬리언을 이미 만났던 적이 있었다.

때문에 누구보다 그의 강력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계에 봉인되어있던 샬리언을 풀어 준 게 나랑 훈이였네.’

당시에 발동되었던 퀘스트가 ‘샬리언으로부터 살아남아 도주하라’는 것이었다는 부분만 생각해 봐도, 샬리언이 괴물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했다.

소실된 전력을 보충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이제 이안에게는 보름 정도의 시간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니 말이다.

‘자, 레무스. 이제 슬슬 백기를 들고 나오라고. 난 갈 길이 바쁘니까 말이야.’

엘리카 왕성의 사면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외성에 하나둘 로터스의 깃발이 꽂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성의 점령률이 100퍼센트가 되는 순간…….

띠링-!

-엘리카 왕성, 외성의 모든 섹터의 점령률이 100퍼센트가 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내성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엘리카 왕성, 내성의 섹터가 새롭게 갱신됩니다.

외성 안쪽을 뿌옇게 휘감고 있던 결계가 사라지더니, 높게 솟아오른 내성이 그 위용을 드러내었다.

원래대로였다면 공성전의 두 번째 국면의 시작일 것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더 이상 오더를 내리지 않았다.

핀의 위에 올라타 내성을 내려다보며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안.

휘이잉.

병장기 소리와 폭발음으로 시끄럽기 그지없던 전장이, 순간 바람소리마저 들릴 만큼 고요해졌다.

그러자 숨죽이고 공성전을 지켜보던 여러 유저들의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왜 오더하지 않는 거지?

-방어군 페이스 말렸을 때 그대로 밀었어야지, 갑자기 왜 멈춘 거임?

-이안갓이 뭔가 생각이 있겠죠. 성질들도 급하시네, 참.

-아니, 답답하니까 그러죠. 이대로 다 뚫어버릴 기세였는데 갑자기 멈추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띠링-!

-엘리카 왕성의 첨탑에 백기가 걸렸습니다.

-엘리카 왕국의 국왕 ‘레무스’가 항복을 선언합니다.

전장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엘리카 왕국의 왕성이 점령되었습니다.

-엘리카 왕국의 모든 영지가 점령되었습니다.

-로터스 왕국과 엘리카 왕국의 전면전에서 로터스 왕국이 승리하였습니다.

-엘리카 왕국의 모든 영토가 로터스 왕국에 귀속됩니다.

(중략)

-로터스 길드가 최초로 ‘왕국’을 복속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로터스 길드 소속의 모든 유저들에게 ‘전쟁의 화신(전설)’ 칭호가 부여됩니다.

이안의 시야에는 추가로 몇 가지 메시지가 더 떠올랐다.

-NPC‘레무스’가 가신이 되기를 청합니다.

-‘정복자의 왕관’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최초의 정복자(신화)’ 칭호를 획득하셨습니다.

* * *

15시간에 걸친 정복 전쟁이 끝나자마자 이안이 선택한 것은 달콤한 휴식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휴식이라기보다는 수면이었다.

아직까지 체력은 제법 남아 있었지만, 미리 잠을 보충해 둬야만 남아 있는 하드코어한 일정을 소화해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10시간 뒤에 다시 카일란에 접속한 이안은, 곧바로 왕성에 있는 집무실에 틀어박혔다.

리치 킹 ‘샬리언’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을 짜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퀘스트창을 오픈하자마자 한숨부터 새어 나왔다.

‘영웅의 책임은 무슨…….’

지금 이안이 처한 급박한 상황의 이유이자, LB사 기획 팀이 야근하게 된 원흉인 바로 그 퀘스트.

이안은 뮤란의 호의를 거절하고 받아 낸, ‘영웅의 책임’ 퀘스트를 다시 한 번 읽어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냥 오버하지 말고 전직할 걸 그랬나.”

나지찬이 들었더라면 거품을 물고 쓰러졌을 대사를 중얼거린 이안은, 씨익 웃으며 콜로나르 대륙 지도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들었다.

“어디 보자……. 최단 시간에 샬리언을 치려면 어떤 루트로 움직여야 할까?”

무려 ‘퀘스트 실패 시 테이밍 마스터 클래스 티어 하락’ 이라는 어마어마한 페널티를 가진 ‘영웅의 책임’ 퀘스트의 제한 시간은, 이제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그 강력함을 측정할 수 조차 없는 괴물인 ‘리치 킹 샬리언’을 처치해야만 완수할 수 있는 이 퀘스트.

그렇다면 이안은 이렇게 급박한 상황에 어째서 엘리카 왕국을 먼저 점령한 것일까?

이미 진행 중인 퀘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그런 일차원적이고 단순한 이유는 아니었다.

이안이 엘리카 왕국과의 전면전을 강행한 데에는, ‘그래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결국 어둠의 성을 치기 위해서는 여길 뚫어야만 했으니까.’

이카룬과 라마리스, 그리고 엘리카 왕국.

이 세 왕국 중 하나를 지나야만 유피르 산맥으로 향할 수 있었는데, 그들 중 가장 만만했던 왕국이 엘리카였던 것이다.

퀘스트의 연계와 잘 맞물려 떨어지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소규모 파티로 움직인다면, 굳이 왕국을 통하지 않아도 유피르 산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유저들이 유피르 산맥과 헤인츠 고원을 사냥터로 애용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리치킹이 있다는 어둠의 성은, 결코 소규모의 전력으로 비벼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안은 로터스 왕국의 병력까지 대거 동원할 계획이었고, 그래서 전쟁을 강행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단 말이지…….”

이제 남아 있는 시간은 온전히 리치킹을 공략하는 데 써야만 할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안이 판단하기에, 로터스의 전력만으로는 도저히 리치킹을 공략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당연한 결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애초에 ‘리치 킹’ 이라는 보스 몬스터는 에피소드 전체의 보스로 등장한 녀석인 것이다.

최소 반년은 우려먹을 목적으로 만든 보스라는 의미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단일 세력이 클리어할 수 있도록 설계한 보스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고민에 빠진 이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결국 ‘아재’를 어떻게든 꼬드겨야 한다는 말인데…….”

누군가를 떠올린 이안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자신이 만약 그 ‘아재’라면, 절대로 도와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방법이 필요해, 방법이…….”

이안은 연신 중얼거리며 방 안을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드르륵.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이안의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묵직한 목소리와 어울리는 두툼한 뱃살을 출렁이며 들어오는, 짜리몽땅한 다리를 가진 한 사내.

남자와 눈이 마주친 이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한,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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