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58화 (47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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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서 (2)

* * *

‘이놈은 대체 뭐지?’

마치 스켈레톤처럼 온통 뼈로 이루어진 몸을 가진 몬스터.

하지만 스켈레톤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몬스터가 이안의 앞에 나타났다.

거의 떡대와 비견될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화려한 문양이 새겨진 짙푸른 빛깔의 갑주를 걸친 해골 거인.

이안은 녀석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이름을 확인해 보았다.

-스컬 자이언트 킹 : Lv 475

딱 봐도 무척이나 단단해 보이는 몸체에, 번쩍거리는 판금갑옷까지 둘둘 감은 거대 스켈레톤.

라데우스의 특이한 소환수는 온몸으로 자신이 ‘탱커’임을 어필하고 있었다.

이안은 그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지만,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흠, 저 라데우슨지 뭔지 하는 녀석을 잡고 나면 뭐라도 알 수 있겠지.’

퀘스트의 보상으로 명시되어 있는 ‘라데우스의 스컬 완드’와 ‘어둠의 영혼석’.

그 둘 중 하나가 왠지 저 녀석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며, 이안은 창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쾅- 쾅-!

잠입을 위해 소환 해제해 두었던 소환수들까지 전부 소환한 이안은, 빠르게 몸을 움직여 라데우스를 향해 접근했다.

소환물들이야 처치해 봐야 다시 소환해 내는 것이 어둠술사들의 특징이었으니, 본체를 먼저 건드려 봐야 공략법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둠술사인 라데우스는 이안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지만,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안에게는 대부분 예상했던 스킬 패턴이었다.

할리를 타고 라데우스의 지근거리까지 다가간 이안이, 라데우스의 다크 실드를 깨부수며 입을 열었다.

“쩝, 넌 왜 어둠의 심령술사가 아닌 거냐?”

이안의 뜬금없는 물음에 라데우스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놈, 그게 무슨 말이냐?!”

“아니, 경험치가 아까워서 그러지.”

“……?”

이 와중에도, 라데우스가 스무 배의 경험치 보너스를 주는 심령술사가 아닌 것이 아쉬운 이안이었다.

전투는 시간이 갈수록 격렬했지만, 라카메르 때보다는 확연히 수월히 진행되고 있었다.

라데우스가 약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강력한 에픽 몬스터였지만, 일반적인 어둠술사에 비해 딱히 차별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쉽게 말해, 스텟만 월등한 어둠술사를 상대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라데우스가 아무리 강력한들, 이미 꿰고 있는 패턴에 당할 정도로 이안의 컨트롤은 녹록하지 않았다.

“엘, 드라고닉 배리어!”

“알겠어요, 아빠!”

이안은 딜이 집중된다 싶으면 배리어를 통해 흡수해 버리고, 소환물은 쌓이기를 기다렸다가 광역 마법을 한 번에 발동시켜 쓸어 버렸다.

“뿍뿍이, 카르세우스, 브레스! 핀, 분쇄!”

콰아아아-!

언데드라면 이제 이골이 날 정도로 상대해 온 이안의 능숙한 공격에, 라데우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 놈 주제에……!”

이를 부득부득 갈아 보지만, 라데우스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스텟이 아무리 높아 봐야 뭘 해 보기도 전에 족족 차단당하니, 거의 농락당하는 수준으로 속절없이 생명력이 깎여 나가는 것이다.

라데우스가 활용하는 스킬의 패턴이 죄다 이안의 예측범위 안에 있었던 것.

다만 이안의 예상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면, ‘스컬 자이언트 킹’ 이라는 조잡한(?) 이름을 가진 언데드의 생명력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부분이었다.

‘뭐, 이리 미친 소환수가 다 있어? 이거 완전 고기방패. 아니, 뼈 방패잖아?’

스컬 자이언트 킹은 덩치에 걸맞게 무척이나 둔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었다.

공격 패턴도 엄청나게 단순했으며, 심지어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도 한두 개밖에 없는 듯 보였다.

‘자가 회복 패시브에 액티브는 도발 스킬 하나 정도. 뭐 이런 무능한 소환수가 다 있지?’

물론 이안과 소환수들에 집중 공격을 당하는 데도 불구하고 버텨 내는 엄청난 생명력만큼은 이안으로서도 인정할 만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런 스타일의 소환수는 이안이 가장 싫어하는 부류였다.

‘후, 저런 녀석만 데리고 게임하라고 하면 재미없어서 하루 만에 접어 버리고 말겠어.’

너무 느려터진 데다 활용할 스킬조차 없어서, 컨트롤이라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소환수였다.

어쨌든 남의 소환수를 속으로 열심히 씹어 대는 와중에도 이안은 맹활약을 펼쳤다.

“크르르, 영혼 잠식!”

“크르륵, 크아아오!”

-소환마수 ‘크르르’의 고유 능력 ‘영혼 잠식’이 발동하였습니다.

-파괴의 발록 ‘크르르’가 허약해진 영혼(잔여 생명력 5퍼센트 미만)의 잠식을 시도합니다.

-언데드 ‘스켈레톤 워리어 (Lv.433)’의 영혼을 잠식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언데드 ‘다크 레이스 (Lv.425)’의 영혼을 잠식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언데드 ‘데스 나이트 (Lv.452)’의 영혼을 잠식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중략)

-총 11개체의 영혼을 잠식하였습니다.

-영혼잠식이 지속되는 동안, 대상은 발록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게 되며, 모든 공격 능력이 30퍼센트만큼 강화됩니다. 또, 발록이 사망할 때까지 ‘무적’ 상태가 지속됩니다.

다수와의 전투에서 항상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크르르의 ‘영혼 잠식’이 펼쳐졌으며…….

“라이, 메이지들부터 처치해 줘!”

“알겠다, 주인!”

‘펜리르의 분노’에 ‘어둠 잠식’고유 능력까지 발동시킨 라이가 후방에서 서포팅하던 스켈레톤 메이지들을 잘라 내었다.

“키에에에엑!”

“펜리르를 막아!”

그리고 모든 소환수들이 고유 능력을 쏟아부은 결과, 이안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욱 쉽게 돌발 퀘스트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크윽, 인간 따위에게 당하다니……!”

마지막 남은 생명력까지 모두 소진되어, 힘없이 주저앉는 라데우스.

이안은 분한 표정을 하고 있는 녀석을 가볍게 비웃어 주었다.

“저런 멍텅구리 소환수를 데리고 다니니까 나한테 지는 거야, 짜샤. 딱 봐도 통솔력 엄청 들어가게 생겼구만, 저런 걸 대체 왜 키우는 거야?”

바닥에 힘없이 쓰러진 채 부서져 있는 스컬 자이언트 킹을 가리키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편 이안의 조롱에 더욱 분한 표정이 된 라데우스는 씩씩거리며 대꾸했다.

“크윽, 나라고 저런 녀석을 키우고 싶어서 키운 줄 아는가!”

“엥, 이건 또 무슨 소리래?”

“어떤 멍청한 대장장이 놈이 최상의 재료를 가지고 저런 쓰레기를 만들었기에, 재료가 아까워 데리고 있었을 뿐이다!”

“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라데우스의 답변에 이안은 반사적으로 반문했다.

하지만 이안은 더 이상 그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생명력이 완전히 소진된 라데우스가, 그대로 소멸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띠링-!

-‘라데우스의 야망 (히든)(돌발)’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셨습니다!

-‘명왕의 목걸이 파편 (B) (봉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라데우스의 스컬 완드(전설)’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어둠의 영혼석(전설)’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고 꼭 필요했던 명왕의 목걸이 파편까지 손에 넣었지만, 이안은 개운한 표정이 아니었다.

라데우스가 했던 알 수 없는 말들에 담긴 정보들을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대장장이? 그럼 저 자이언트 스컬 어쩌고를 직접 만들었다는 얘긴가?’

온통 의문투성이인 라데우스의 이야기들.

그런데 그때, 이안의 뇌리에 번뜩 스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라카메르의 분노 퀘스트를 완수하고 얻었던, ‘어둠의 뼛조각 꾸러미’ 아이템이 떠오른 것이다.

‘맞아! 뼛조각을 조립해서 소환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아이템이 있었지!’

제대로 완성하기만 하면 통솔력을 들이지 않고도 부릴 수 있는, 활용하기에 따라 엄청난 가치를 가진 소환수를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아이템.

그리고 이 스컬 자이언트가 뼛조각 꾸러미로 만들어진 소환수라면 통솔력도 필요하지 않았을 테니, 라데우스 입장에서는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었다.

“하, 그나저나 내 뼛조각 꾸러미도 이런 쓰레기로 탄생하면 곤란한데…….”

쓰러져 있는 거대한 해골 거인에게 다가간 이안은, 그를 발로 툭툭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그 순간, 이안의 눈앞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어둠의 영혼석’ 아이템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둠의 영혼석’ 아이템을 사용한다면, 쓰러진 언데드 소환수에게 어둠의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살아난 소환수는 유저에게 귀속되며, 당신의 명령을 따를 것입니다.

-‘스컬 자이언트 킹’ 소환수를 되살리시겠습니까? (Y/N)

-소환수를 한번 되살리면, ‘어둠의 영혼석’ 아이템은 소멸됩니다.

메시지를 전부 읽은 이안은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아이템 사용을 취소했다.

“어후, 내가 미쳤냐? 한 번뿐인 기회를 이런 고물을 되살리는 데 쓰게.”

그러자 이어서 두 줄의 메시지가 추가로 떠올랐다.

-‘어둠의 영혼석’ 아이템 사용을 취소하셨습니다.

-‘스컬 자이언트 킹’ 소환수가 완전히 소멸합니다.

이안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덕분에 라데우스로부터 방금 얻은 아이템인 ‘어둠의 영혼석’이 어떻게 사용되는 아이템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다음에 좀 좋아 보이는 언데드 소환수와 싸우게 되면 써먹어야겠어.’

아직까지는 ‘스컬 자이언트 킹’과 같은 케이스를 처음 본 이안이었지만, 어쩐지 앞으로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았다.

인간계에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차후 ‘명계’에 가게 되면 많이 보게 될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언젠가는 이 어둠의 영혼석을 사용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소환수가 나타날 것이 분명했다.

“후, 이제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볼까?”

기관실에 들어가 레버를 내린 이안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계단실을 걸어 올라갔다.

그리고 라데우스와의 전투를 위해 소환했던 소환수들은, 원래 세팅해 두었던 멤버들을 제외하고 전부 아공간으로 돌려보내었다.

이제부터는 정말 왕성의 핵심적인 구역에 진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조금만 더 힘내면 된다, 이안. 라데우스조차 처치한 그대라면, 심령술사들 따위는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레무스의 격려에, 이안이 피식 웃으며 가슴을 팡팡 쳤다.

“알겠어, 나만 믿으라고.”

그리고 레무스의 호언처럼, 심령술사들은 라데우스에 비해 무척이나 허약한 존재들이었다.

이안은 어렵지 않게 다섯 명의 심령술사들을 전부 처치해 내었고, ‘꼭두각시 레무스’가 있다는 왕의 거처까지 순조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냐? 그래도 트리플S 난이도 퀘스트인데……. 라카메르 퀘랑 너무 비교되잖아.’

하지만 이안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이안이 이 퀘스트를 쉽게 클리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500레벨의 흑마법사나 다름없는 루가릭스와 함께했기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엘리카 왕성 내에는 심령술사들을 제외하고도 450레벨이 넘는 흑마법사들이 수두룩했고, 만약 루가릭스가 아닌 다른 흑마법사와 함께했다면 그들의 눈을 피하기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었다.

유저들 중에는 그 어떤 흑마법사도, 아직 400레벨조차 넘은 이가 없었으니까.

어쨌든 왕의 거처에 도착한 이안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퀘스트의 종착역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퀭한 눈을 한 채 용포를 두르고 있는 또 한 명의 레무스가 왕좌에 앉아 있었다.

-꼭두각시 레무스/Lv ?

‘이제 저 녀석만 처치하면 되는 건가?’

녀석을 확인한 이안은 속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레벨이 비공개 처리되어 있는 것이, 라데우스보다 강력한 상대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던전 자체를 예상보다 너무 쉽게 뚫고 들어왔으니, 마지막 보스로 보이는 이 녀석이 더욱 강해보일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레 그를 향해 걸음을 떼는 이안.

그런데 그때, 이안의 뒤쪽에 서 있던 레무스가 불쑥 튀어나오며 검을 뽑아 들었다.

“마지막은…… 내게 맡겨줄 수 있겠나?”

“응?”

“저 녀석은 나의 영혼의 일부를 갉아 내어 만든 어둠의 분신이라네. 흑마법사들의 용어로 더미라고도 부르더군.”

“에?”

더미라는 이야기는, 아무런 전투 능력도 갖지 못한 허수아비라는 소리.

이안이 당황하는 동안 성큼성큼 녀석에게로 다가간 레무스가 뽑아 든 검을 크게 휘둘렀다.

촤아아악-!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파공성과 함께 힘없이 왕좌에 앉아있던 ‘꼭두각시 레무스’가 새카만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안은 멍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 그러니까…… 이게 끝이야?’

그리고 검에 맞은 꼭두각시 레무스가 채 쓰러지기도 전, 이안의 시야에 퀘스트의 완료를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했다.

-‘엘리카 왕국의 꼭두각시 (히든)(연계)’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셨습니다!

-명성을 30만 만큼 획득하셨습니다!

-경험치를 597,089,812만큼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레벨이 올랐습니다. 400레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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