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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57화 (47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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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서 (1)

강력한 어둠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철문 안쪽에서 새카만 어둠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놀란 이안은 걸음을 멈춘 채 주춤하였고, 옆에 있던 레무스가 두 눈을 크게 뜨며 탄식했다.

“이, 이럴 수가……!”

레무스가 탄식하는 이유를 모르는 이안이, 그에게 물었다.

“왜 그래, 레무스?”

잠시 동안 아무 말 없이 퍼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을 응시하던 레무스의 입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라데우스, 이건 분명 라데우스의 힘이다.”

“라데우스……라고? 그게 누군데?”

이안의 물음에,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던 레무스가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샬리언의 하수인들 중 하나이자, 과거 우리 엘카릭 왕국의 대마법사였던 남자.”

“음……?”

“그러니까, 이안 그대가 뇌옥에서 처치했던 라카메르를 생각하면 된다. 라데우스는 라카메르의 사형이기도 하니 말이다.”

“……!”

‘라카메르’라는 말에, 이번에는 이안 또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이안이라 하더라도, 혼자서 라카메르 급의 어둠술사를 상대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등장했다면 보스몬스터는 아니겠고……. 에픽 몹으로 등장한 건가?’

카일란에서는 같은 등급에 같은 레벨의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던전 안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등장하냐에 따라 전투력에 차이가 있다.

때문에 라데우스가 라카메르보다는 조금 약할 테지만, 그래도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쩌지. 퀘스트만 아니었어도 한번 해볼 만 했을 텐데.’

일단 이안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레무스.”

“음?”

“혹시 ‘라데우스’라는 녀석, 꼭두각시 왕을 조종하고 있다는 심령술사 중에 한 명이야?”

만약 라데우스가 심령술사 중 한 명이라면, 빼도 박도 못하고 무조건 싸워야만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안은 우선 그것부터 물어본 것이었다.

이안의 물음에, 조금 놀란 표정이 된 레무스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라데우스는 심령술사가 아니다. 그들은 내성의 더 깊숙한 곳에 있지.”

“그렇군. 다행인 건가…….”

“그런데 심령술사의 존재는 어떻게 알았지?”

레무스가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아직 이안에게 심령술사에 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퀘스트 창’의 존재를 모르는 npc로서는 놀라는 것이 당연한 것.

이안은 그에 대해 대충 얼버무리고는, 화제를 돌렸다.

“아무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레무스.”

“다른 방법이라면……?”

“저 기관실에 들어가는 건 무리인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 라카메르만큼 강력한 어둠술사를 상대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커.”

그에 라데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확실히…… 그대의 말이 맞는 것 같군.”

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내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다른 길은 없을까?”

이안의 질문을 들은 레무스는 생각에 잠겼다.

“흐음, 다른 길이라…….”

그런데 그때, 이안의 귓전에 생각지 못했던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명왕의 목걸이 파편 (A) (봉인)’ 아이템이 어둠의 기운에 감응하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어둠의 힘이 당신을 감지합니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라데우스의 야망 (히든)(돌발)’

리치 킹 샬리언의 하수인이자, 과거 엘리카 왕국의 대마법사였던 라데우스.

그는 샬리언의 힘에 굴복하여 그의 하수인이 되었지만, 한 가지 커다란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흑마법으로 샬리언을 뛰어넘고 그를 굴복시켜, 리치 킹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원대한 계획.

하지만 어둠의 신 카데스마저 타락시킨 샬리언은 점점 더 강력하게 성장했고, 라데우스의 야망은 멀어져만 갔다.

하여 라데우스는 샬리언 몰래 금단의 비술을 연성하기로 결심했다.

샬리언은 자신 외에 다른 누군가가 리치킹이 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라데우스는 인적이 드문 엘리카 왕성 구석진 곳에 숨어들어, 샬리언의 눈과 귀를 피해 ‘리치 킹’이 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다.

샬리언만큼 강력해지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벌어진 차이를 많이 메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라데우스는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그의 비술은 오래지 않아 완성되었다.

하지만 비술이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리치킹이 되지 못했다.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리치 킹이 되기 위해서는 리치 킹의 영혼을 담을 수 있을만한 강력한 어둠의 그릇이 필요한데, 그것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구하지 못한 것이다.

인간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강력한 어둠의 집약체.

리치 킹의 영혼을 담을만한 영혼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순도 높은 어둠의 힘을 가진 재료가 필요했다.

하여 라데우스는 직접 ‘명계’에 들어가 어둠의 재료를 구하고자 했다.

때문에 그의 사제인 ‘라카메르’까지 동원하여, 흩어진 ‘명왕의 목걸이 파편’들을 찾기 시작했다.

파편을 전부 모아 명왕의 목걸이를 완성하면, 명왕을 소환하여 명계로 가는 길을 인도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라데우스가 당신에게서 명왕의 힘을 발견했다.

때문에 그는, 어떻게든 당신에게서 목걸이 파편을 빼앗으려 할 것이다.

라데우스를 처치하고, 그의 위험한 욕망을 저지하라.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명왕의 목걸이 파편’ 아이템 보유.

‘라타펠 지하 뇌옥’ 던전을 클리어한 유저.

제한 시간 : 25분

*라데우스를 처치하면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보상 : ‘명왕의 목걸이 파편 (B) (봉인)’

라데우스의 스컬 완드.

어둠의 영혼석.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갑작스럽게 등장한 새로운 퀘스트.

‘돌발’이라는 말 그대로 기습적으로 등장한 퀘스트였으나,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이안은, 시간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퀘스트 창을 정독해서 읽어 내려갔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이 돌발 퀘스트를 등장하게 한 원인인, ‘명왕의 목걸이 파편’ 아이템.

명계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파수꾼인 ‘명왕’을 소환할 수 있다는 이 목걸이는, 이안이 짐작했던 대로 명계로 갈 수 있는 단서였던 것이다.

처음 그리퍼에게 들었을 때는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던 ‘명계’라는 곳이, 숨겨진 퀘스트들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후,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기관실을 향해 걸음을 옮기는 이안.

놀란 레무스가 이안을 만류하려 하였지만, 그는 움직이다 말고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기관실의 문을 열고 나온 라데우스가 이안의 앞에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이 정령왕의 심판을 고쳐 쥐며 라데우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가 라데우스인가?”

새하얀 백발에 기다랗게 늘어뜨린 하얀 수염.

그와 상반되는 온통 새카만 로브를 입은 남자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 나는 라데우스. 네놈은 어떻게 나를 알고 있는 거지?”

샬리언의 하수인이 된 이후, 라데우스는 음지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때문에 라데우스는, 자신을 알아본 이안이 신기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안이 대답하기도 전, 라데우스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레무스, 네 녀석이 입을 놀린 모양이로구나.”

레무스는 엘리카 왕국의 국왕이었고, 라데우스는 엘리카 왕실의 대마법사였다.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라데우스가 존대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 상황.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국왕과 황실마법사 이전에 동등한 관계에서 엘리카 왕국을 세웠던 동료였다.

게다가 엘리카 왕국이 리치 킹의 손에 넘어간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라데우스의 배신이었다.

하니, 지금의 상황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그저 원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었다.

레무스가 부르르 떨며 라데우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놈, 뚫린 입이라고 말은 잘하는구나. 리치 킹의 개가 되어본 소감은 어떠한가.”

하지만 라데우스는 레무스의 분노와 비아냥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안의 앞으로 한 발짝 성큼 다가오며, 씨익 웃어 보일 뿐이었다.

“후후, 레무스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어떻게 된 것인지 감이 오는군.”

“뭐가?”

“어째서 일개 인간에 불과한 네놈에게 명왕의 파편이 있는지 궁금했었거든.”

그가 알기로 레무스는 라타펠 영지의 지하 뇌옥 깊숙한 곳에 갇혀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키고 있는 이는, 자신의 사제인 라카메르였다.

한데 레무스가 이안과 함께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는, 뇌옥을 지키는 라카메르가 죽었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라카메르를 죽인 것은 바로 이안일 것이고, 그의 손에 명왕의 파편이 들려 있는 것까지 설명이 되는 것이다.

자신을 도와 명왕의 파편을 수집하고 있던 것이 바로 라카메르였으니 말이다.

라데우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어떤 방법을 사용했든, 내 사제를 이겼다면 보통 녀석은 아니겠군.”

라데우스가 분노와 호기심이 섞인 묘한 표정으로 이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안은 귀찮을 뿐이었다.

그저 빠르게 진행해서 얼른 이 연계 퀘스트를 모조리 완수하고 싶은 생각뿐.

“아저씨, 생긴 것과 다르게 말이 아주 많네. 난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어서 덤비라고.”

그리고 이안의 도발에, 지금껏 크게 감정이 드러나 보이지 않았던 라데우스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놈, 사제를 이겼다고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로구나!”

쿠오오오-!

라데우스의 주변으로 거대한 어둠의 파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충 보아도 무척이나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라데우스의 모습.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안의 표정은 오히려 종전보다 편안해 보였다.

‘발각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면, 한바탕 싸워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안이 퀘스트 창을 통해 얻은 정보는 ‘명왕의 목걸이’가 명계로 가는 단서라는 사실뿐만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라데우스와 관련된 스토리가 담겨 있었고, 덕분에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까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퀘스트 창의 내용대로라면 라데우스 또한 리치킹의 눈을 피해 이곳에 숨어 있는 것이었고, 그렇다면 적어도 이 계단실만큼은 경비병들의 이목으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얘기였으니 말이다.

이안은 피식 웃으며 라데우스를 한차례 더 도발했다.

“안타깝지만 네놈이 가지고 있는 다른 파편도 내가 접수해야겠어.”

“……!”

“나도 명계에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라데우스의 두 눈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안의 말 속에는 평범한 ‘인간’이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여러 가지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예상보다도 훨씬 위험한 놈이었군.”

고오오오-!

라데우스가 지팡이를 치켜들자, 그의 주변으로 거대한 어둠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둥글게 회오리치던 어둠의 기운은 점점 흩어지기 시작했고, 이어서 작은 덩어리가 되어 하나 둘 형상을 만들어 갔다.

데스나이트를 비롯해 다크골렘과 스켈레톤 등 이안이 지금까지 질리도록 보아 왔던, 각종 언데드들의 모습.

그런데 그 어둠의 형체들 중, 이안조차도 처음 보는 의문의 그림자가 하나 모습을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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