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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54화 (47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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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길들이기 (1)

마법사 유저라면, 아니, 카일란과 같은 RPG 게임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플레이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한 마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전격계 마법사라면 응당 가지고 있을 법한 이 체인 라이트닝 마법은, 전류를 쏘아 내어 대상에게 피해를 입히는 공격마법이다.

하지만 이 체인 라이트닝이 다른 논타깃 공격 스킬들과 다른 점은, 쏘아진 전류가 피격하는 대상이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체인chain이라는 말 그대로, 여러 대상을 타고 움직이며 연속적으로 피해를 주는 마법이 바로 이 기술인 것.

그렇다면 이 체인 라이트닝 스킬이 특정 대상에게 최대한 많은 피해를 줄 때는 어떤 경우일까?

그것은 바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두 개체의 공격 대상이 근접하여 있을 경우였다.

대상이 두 개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힘을 전부 잃을 때까지 계속해서 번갈아 가며 피해를 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안의 가신인 헬라임이 가지고 있는 고유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체인 라이트닝과 흡사한 발동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름만 떠올려도 바로 알 수 있겠지만, 그 스킬의 이름은 ‘체인 다크펄스Chain Darkpulse’였다.

‘크,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지금 이안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은 ‘피닉스’ 단 하나였다.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이 체인 다크펄스는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없다.

주변에 다른 대상이 없다면, 다크펄스는 튕겨 나가는 대신 소멸하고 말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안이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기초 흑마법 중 하나인 더미.

피닉스를 복제하여 바로 옆에 더미를 만들어 놓고, 그와 동시에 체인 다크 펄스를 쏘아 보내는 것이었다.

‘다크 펄스의 최대 공격 횟수가 10회니까…….’

다크 펄스는 피닉스와 더미를 오가며 10회의 피해를 전부 입힌 뒤에야 사라질 것이었고, 피닉스는 연속으로 다섯 번의 어둠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헬라임은, 다크 펄스를 발동시켜 입힐 수 있는 이론상 최대의 피해를 피닉스에게 입히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헬라임의 고유 능력들 중 이안이 가장 잘 써먹고 있는 능력인 다크 비전.

다크 펄스가 피닉스에게 닿는 횟수만큼, 다크 비전의 괴랄한 단일 공격이 연속으로 피닉스의 머리 위에 떨어져 내릴 것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생명력이 오백만이 아니라 천만이라도 순식간에 지워 버릴 수 있겠어.’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이안은 곧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루가릭스, 버프 다시 걸어 줘!”

“알겠다. 다크니스 블레싱!”

위이잉-!

이안의 주변으로, 예의 그 어두운 기운이 피어올랐다.

이어서 이안의 시야에, 두 줄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둠의 신룡 ‘루가릭스’가 ‘다크니스 블레싱’ 고유능력을 발동합니다.

-일시적으로 ‘어둠’ 속성의 추가 공격력을 얻었습니다.

그것이 스킬 연계의 시작이었다.

피핑- 핑-!

깨끗한 소리와 함께, 너댓 발의 화살이 피닉스를 향해 쏘아졌다.

‘자, 한 대만 맞아라!’

그리고 이미 한번 성공했던 공격이라 그런지, 이안의 화살은 어렵지 않게 피닉스에게 명중했다.

퍼퍽.

끼요오-!

깃털 사이를 파고드는 화살을 느꼈는지, 피닉스가 성난 목소리로 이안을 노려보며 울부짖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안이 주춤할 리는 없었다.

“헬라임, 다크 비전!”

“알겠습니다, 주군!”

화르륵-!

조금 전에 그랬듯이, 헬라임의 신형이 허공에 녹아들더니 순식간에 피닉스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이어서 헬라임의 대검이 피닉스의 위에 떨어졌다.

콰득- 콰쾅-!

여기까지는 조금 전의 스킬 연계와 다를 바 없는 순서였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였다.

지금부터는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고, 스킬을 연계해 내야 이안이 생각한 완벽한 그림을 그려 낼 수 있었다.

“루가릭스, 더미! 헬라임, 체인 다크펄스!”

헬라임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재주가 없다.

때문에 다크 비전을 명중시킨 후, 바닥으로 낙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인 즉 피닉스와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소리였고, 헬라임의 장기인 평타를 넣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허공을 격해서 어둠의 기운을 쏘아 보내는 스킬인 다크 펄스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거리가 벌어지기 전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서 다크 펄스를 쏘아 보낸다면, 이동속도가 빠른 피닉스도 피해 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안은 더욱 완벽을 기하기 위해, 다크 펄스의 타깃을 피닉스가 아닌 더미에게로 지정했다.

콰아아아-!

‘체인’류의 논 타깃 마법의 경우, 첫 번째 대상만 맞추고 나면 다음 대상부터는 타깃팅 스킬처럼 들어가기 때문이다.

피닉스의 바로 옆에 소환된 채, 허공에서 가만히 날갯짓을 하고 있는 복제품 더미.

체인 다크펄스가 향한 곳은 바로 그곳이었고, 한 위치에 가만히 고정되어 있는 더미를 맞추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었다.

스하아아-!

헬라임이 쏘아 보낸 다크 펄스가 더미를 관통하자 음산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어서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체인 다크펄스’가 발동하였습니다.

-가신 ‘헬라임’이 ‘더미’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더미’의 생명력이 3,782,681만큼 감소합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어둠의 기운이 향한 다음 타깃은 바로 옆에 있던 피닉스였다.

스하앗-!

순식간에 많은 스킬들이 발동되었지만, 여기까지의 상황이 전개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시간이었다.

다크 비전을 맞춘 뒤 낙하하기 시작한 헬라임의 신형이 아직까지도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안은 조금 전과 달리 낙하하는 헬라임에 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바닥에 떨어지기 전, 핀이나 카르세우스를 컨트롤해 헬라임을 받아 주었을 이안이었다.

한데 헬라임의 신형은 속절없이 떨어져 내려가고 있었고, 이안의 소환수들은 그쪽에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안이 헬라임이 받을 낙하 대미지를 까먹은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이안의 시야에 기다렸던 메시지가 떠올랐고…….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체인 다크펄스’가 ‘피닉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피닉스’의 생명력이 1,891,340만큼 감소합니다.

그 즉시 이안의 오더가 이어졌다.

“헬라임, 다크 비전!”

파하앗-!

시커먼 연기가 솟아오르며, 바닥으로 낙하하는 듯 보였던 헬라임의 신형이 허공에서 그대로 사라졌다.

더미에서 튕겨 나간 체인 다크 펄스가 피닉스에게 적중되었고, 덕분에 어둠피해가 다시 한 번 묻은 것이다.

그 말인 즉, 헬라임이 다크 비전을 또 한 번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스하아.

어느새 순간 이동한 헬라임의 검이, 피닉스의 머리 위로 또 한 번 떨어져 내렸다.

콰쾅- 쾅-!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다크 비전’이 발동하였습니다.

-가신 ‘헬라임’이 ‘피닉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피닉스’의 생명력이 2,874,621만큼 감소합니다.

이안의 화살이 피닉스의 몸에 틀어박힌 순간부터 이 순간까지의 시간은 고작 1~2초 남짓.

그 사이에 틀어박힌 대미지는 거의 750만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안의 화살이 입힌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다크 비전 두 방에 다크 펄스까지 들어갔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2초 사이에 세계수가 회복시킨 피닉스의 생명력도 만만치 않았다.

750만의 피해를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피닉스의 생명력이 가득 차올라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안은 무척이나 득의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세계수의 안에 있는 ‘생명의 구슬’의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생명력 : 2,175,120/5,000,000

피닉스의 생명력만 본다면 조금의 피해도 입히지 못한 것 같이 느껴질 수 있지만, 실상은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줄어들기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회복되는 생명의 구슬 게이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져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의 구슬은 차오르고 있었다.

하나 이안의 공격 또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스하앗- 스하하하-!

체인 다크펄스가 피닉스에게 입힐 다섯 번의 피해 중, 이제 고작 한 번의 피해를 입혔을 뿐이니까.

끼아아오오!

피닉스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이안의 눈앞에 연속적으로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체인 다크펄스’가 ‘피닉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피닉스’의 생명력이 945,670만큼 감소합니다.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다크 비전’이 발동하였습니다.

-‘피닉스’의 생명력이 2,874,621만큼 감소합니다.

-가신 ‘헬라임’의 고유 능력 ‘체인 다크펄스’가…….

체인 다크펄스가 튕겨 나올 때마다, 여지없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헬라임의 묵빛 대검.

체인 다크펄스의 위력은 한 번 튕길 때마다 절반으로 줄어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지만, 그것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메인 대미지는, 연속해서 떨어져 내리는 다크 비전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헬라임의 네 번째 다크 비전이 떨어져 내렸을 때였다.

끼요오오오-!

절대로 잦아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뻘건 피닉스의 불길이, 까맣게 죽어 가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그것을 확인한 이안이, 두 주먹을 불끈 뒤며 쾌재를 불렀다.

“좋았어!”

이안의 머릿속 가상의 공간에서 구상되었던 대로, 완벽하게 재현된 그림 같은 스킬의 연계.

핀과 버금갈 정도로 커다란 몸집을 가진 피닉스가 점점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타원 모양의 알이 되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우우웅-!

주황빛의 불길에 휩싸인 채, 은은한 빛을 내뿜는 피닉스의 알.

어느새 임무를 완수한 헬라임은 카르세우스의 등에 올라타 있었고, 이안은 핀을 컨트롤하여 천천히 알에게로 다가갔다.

‘크흐흐, 이제 이 녀석도 내 거라고!’

알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이안은 오랜만에 포획 스킬을 발동시키기 위해 두 손을 뻗었다.

그런데 그때, 지상에서부터 레무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을 포획하기 전에 차갑게 만들어야 해!”

그에 화들짝 놀란 이안이 두 손을 멈추고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차갑게 만들라고?”

“그래! 알에서 타오르는 불길을 최대한 제압해야 포획이 더 쉬워질 거다!”

“그걸 왜 이제 말해 주는 건데?”

“그야 성공하기 힘들어 보였으니까…….”

“쳇.”

레무스에게 한차례 핀잔을 준 이안이, 뿍뿍이를 향해 오더를 내렸다.

그러자 본체로 현신해 있던 뿍뿍이의 거대한 몸집이 천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폴리모프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새삼스러운 것은 폴리모프한 뿍뿍이의 생김새가 거북의 형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저 알을 얼리면 되는 거냐, 주인아?”

건방진 꼬마아이의 모습이 되어 이안의 앞에 나타난 뿍뿍이.

심연의 드래곤인 뿍뿍이가 냉기 계열의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기 때문에, 마법을 캐스팅하기 편한 인간의 형태로 폴리모프시킨 것이다.

지능 스텟이 낮은 뿍뿍이의 마법은 위력이 약한 편이었지만, 이런 작은 알을 얼리는 정도는 가능할 것이었다.

“그래, 부탁해.”

이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뿍뿍이의 양손에서 새파란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것은 빙계 마법사의 기본 마법 중 하나인 프리징Freezing.

이름 그대로 대상을 얼리는 마법이었다.

꾸득- 꾸드득-!

서리가 맺히는 소리와 함께, 주홍빛으로 타오르던 피닉스의 알이 점차 하얗게 변해 갔다.

그리고 잠시 후.

“포획!”

무척이나 오랜만에, 이안의 손에서 ‘포획’ 스킬이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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