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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52화 (47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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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무스의 비밀 통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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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태양의 세계수’를 최초로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10만 만큼 증가합니다.

-‘친화력’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5퍼센트만큼 증가합니다!

-‘화염 저항’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만큼 증가합니다!

-‘태양의 오벨리스크’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였습니다!

-이제부터 ‘썬 엘프’ 종족이 대륙에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안의 시야에는 쏟아지는 새하얀 빛과 함께 수많은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들을 확인한 이안은 조금 놀란 표정이 되었다.

‘태양의 세계수라고? 그냥 피닉스가 사는 좀 커다란 나무 정도인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뭐가 좀 많네?’

‘태양의 오벨리스크’부터 시작해서 ‘썬 엘프’까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한 용어들이 튀어나왔다는 것은, 곧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저 엘리카 왕국의 왕성에 잠입하기 위해 시작했던 퀘스트에서 생각지 못한 수확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커다란 수확은, 가장 처음에 떠오른 보상인 ‘친화력’능력치의 상승이었다.

소환술사인 이안에게, 가장 중요한 직업 스텟 중 하나를 보상으로 얻은 것이다.

“크으!”

이안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 탄성은, 단지 친화력 스텟이 올랐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대륙을 여행하는 중에 ‘대자연’에 속하는 경관을 발견하게 되면, 친화력 스텟을 주는 경우가 제법 많았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안의 입꼬리가 귀에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인 즉, 친화력 보상이 고정 수치가 아닌 퍼센트 수치였기 때문이었다.

‘크으, 미쳤다. 대체 친화력이 몇이나 오른 거지?’

이안은 현존하는 소환술사 유저들 중 독보적인 랭킹 1위 유저였다.

게다가 온갖 콘텐츠를 선점하여 직업 스텟들을 지금까지 쓸어 담아 왔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친화력 능력치 자체가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이번 보상을 받기 전 이안의 친화력 스텟이, 아이템의 옵션으로 붙은 수치를 제외하고도 무려 2,700에 육박했던 것.

일반적인 랭커 소환술사들의 친화력이 1,500~2,00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엄청난 수치인 것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받은 보상으로 인해, 15퍼센트만큼의 친화력이 추가로 올라 버렸다.

그것도 영구적으로 말이다.

‘4, 400? 나무 하나 발견했다고 친화력 400이 오른 거야 지금?’

정확히 말하자면 이안이 얻은 친화력 수치는 403.

친화력과 관련된 히든 퀘스트 너댓 개는 클리어해야 얻을 수 있는 양의 능력치를 얻은 것이다.

그러니 이안으로서는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후후, 고맙다, 레무스.”

“뭐가…… 말인가?”

“무튼, 그런 게 있어.”

“흐음…….”

그리고 이안이 헤벌쭉해 있는 사이, 세계수로부터 쏟아지던 빛이 점점 잦아들기 시작했다.

이어서 이안의 시야에, 전체적인 맵의 구조가 들어왔다.

‘이제 통로는 끝난 거고, 여긴 허공으로 트여있는 콜로세움 같은 구조네.’

눈앞에 드러난 구조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기둥들과 그 가운데 웅장하게 솟아오른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

이안이 그동안 발견했던 ‘대자연’들 중에도 단연 돋보일 만큼 감탄스러운 풍경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빛이 잦아들자, 이안의 시야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신수 ‘피닉스’의 구역에 들어섰습니다.

-‘피닉스’가 당신을 발견하였습니다.

-‘피닉스’가 당신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끼요오오-!

수많은 기둥들로 둘러싸인 거대한 홀 안에, 피닉스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울음소리를 들은 이안은, 긴장한 표정으로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레무스의 말에 의하면 피닉스는 아직 어리다고 하였으나, 그래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허공에서 거대한 화염이 뿜어져 내려왔다.

화르르륵-!

이안 일행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강렬한 광역 화염 공격.

그것은 완전히 처음 보는 종류의 이펙트였다. 때문에 이안은 반사적으로 엘카릭스의 배리어를 발동시켰다.

“엘, 드라고닉 베리어!”

“알겠어요, 아빠!”

위이잉-!

파티원 전원의 주변으로 새하얀 막이 생성되자, 그 표면을 코팅하기라도 하듯 피닉스의 불줄기가 흘러 지나갔다.

그런데 이펙트에 비해 위력이 강력하지는 않았던 것인지, 배리어의 내구도는 얼마 깎여 나가지 않았다.

‘이 정도면 어지간한 300레벨대 화염법사의 광역 마법보다도 약한 것 같은데…….’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피닉스의 레벨을 추측해 보는 이안.

잠시 후 피닉스는 모습을 드러내었고, 이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피닉스(신수) : Lv. 95

“뭐라고?”

잘못 확인한 것이라 생각한 이안은, 한차례 눈을 비빈 뒤 피닉스의 머리 위를 다시 한 번 응시하였다.

하지만 피닉스의 레벨은 정확히 95였다.

당황한 이안이 레무스를 향해 물었다.

“레무스, 피닉스라는 신수가 원래 이렇게 괴물 같은 녀석이었어?”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레무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괴물 같은 녀석이라니, 무엇을 말함인가?”

이안이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방금 저 녀석이 쏘아 냈던 화염 공격. 그게 95레벨이 낼 수 있는 위력이라고 생각해?”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이안의 말을 들은 레무스가, 그제야 이해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이 녀석에 대해 잘 모르는 그대라면 충분히 놀랄 만하군.”

“……?”

“방금 그 화염 공격은 분명 강력했지. 저 어린 피닉스의 공격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야.”

“그런데?”

“물론 피닉스라는 신수의 공격력이 워낙 뛰어나기도 하지만, 그 화염 공격의 위력은 사실 ‘태양의 세계수’ 덕분이다.”

“태양의 세계수라면…… 저 나무?”

“그래. 피닉스가 둥지를 틀 수 있는 유일한 나무가 바로 태양의 세계수. 그리고 세계수의 영향력이 미치는 곳 안에서는, 피닉스가 두 배에 달하는 힘을 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

“아…….”

레무스의 설명을 듣고 난 이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특별한 이유가 있었어.’

하지만 두 배의 공격력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분명 100레벨도 되지 않은 녀석의 공격 치고는 강력한 공격이었다.

확실한 것은 놈을 테이밍한 뒤에 알 수 있겠지만, 어쩌면 녀석은 공격력 깡패인 카르세우스에 준할 정도의 공격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안은 점점 녀석이 탐나기 시작했다.

‘왕성 진입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이 녀석을 어떻게든 포획해야겠어.’

오랜만에 이안의 테이밍 욕구를 자극하는 소환수가 등장하였다.

그것도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말이다.

이안이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리며 허공을 응시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안을 내려다보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새가 있었다.

온몸이 화염에 뒤덮여 활활 타오르고 있는, 마치 동양 신화의 ‘봉황’을 연상케 하는 녀석.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자 눈치를 보는 것인지, 녀석은 가만히 이안 일행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테이밍하려면 일단 생명력을 좀 깎아야겠지.’

카일란에서 소환수를 포획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포획하고자 하는 소환수의 체력을 깎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체력’이란, 비단 생명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생명력을 최대한 깎는 것은 물론이요, 오랜 시간 소환수를 괴롭혀서 힘을 빼야 하는 것이다.

해서 체력이 바닥난 소환수가 지쳐 움직이지 못할 때, 소환수가 좋아할 만한 맛있는 요리나 특별한 아이템 같은 것으로 유혹하여 포획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테이밍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것.

소환수에 따라 특별한 방법으로 잡을 때 쉽게 포획할 수 있는 녀석들도 존재하기는 했지만, ‘당근과 채찍’은 어떤 소환수에게도 통하는 카일란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일단 체력을 좀 빼 볼까?’

예상외의 강력한 공격력을 보여 주기는 했지만, 어쨌든 녀석의 레벨은 고작 두 자리 수밖에 되지 않는다.

거의 400레벨에 근접한 이안의 일행 중 누구에게라도 잘못 맞으면 한 방에 사망할 수 있을 만큼 낮은 레벨인 것이다.

이안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기로 했다.

실수로 죽이기라도 한다면, 그것만큼 큰 낭패가 없었다.

“레무스, 녀석에 대한 정보 좀 줘.”

“정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방금 말해 줬던 세계수로 인한 버프처럼, 녀석의 특이점이 있다면 다 알고 싶어.”

“흐음…….”

이안과 레무스가 대화하는 동안 피닉스는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엘카릭스의 드라고닉 배리어를 벗겨 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이안은 여유 있게 레무스의 설명을 경청할 수 있었다.

“일단 세계수 버프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주자면, 버프의 효과는 공격력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

“오히려 공격력보다는, 녀석의 생존력에 훨씬 큰 영향을 주지.”

이안은 레무스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고, 레무스는 손을 뻗어 무언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기 저 붉은 빛줄기 보이는가?”

레무스의 물음에 이안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그곳을 향했고, 그곳에는 피닉스와 세계수를 잇고 있는 정체불명의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보여. 근데 저게 뭔데?”

레무스의 말이 이어졌다.

“저게 녀석의 생명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세계수가 만들어 낸 거대한 생명의 힘을, 저 줄을 통해서 녀석이 공유받는 것이지.”

“음? 그러니까 피닉스가 세계수의 생명력을 공유받는다는 말이야?”

“조금 다르다. 만약 세계수의 생명력 자체를 공유받는다면 불사의 존재가 될 것이다. 세계수는 무한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럼 뭔데?”

“쉽게 말해, 세계수가 자신의 생명력 일부를 피닉스에게 부여해 준 뒤 그것을 계속해서 채워 준다고 생각하면 될 거다.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계수의 나뭇가지 안쪽에 넘실거리는 붉은 구체가 바로 그것이지.”

이안은 안력을 집중하여 나무 안쪽에 떠 있는 붉은 구체를 응시했다.

그러자 구체 위에 떠있는 작은 글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명력 : 5,000,000/5,000,000

이어서 그것을 확인한 순간, 이안은 레무스의 설명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저 생명의 구체까지 파괴할 정도로 강력한 데미지를 입혀야 녀석이 죽는다는 거네?’

그리고 이렇게 되면, 오히려 피닉스 포획이 훨씬 쉬워지는 것이었다.

녀석을 공격할 때, 실수로 죽여 버릴 일은 없어질 테니 말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저 생명력 구슬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만 계속해서 피닉스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것이었다.

“좋았어. 다른 건 또 없고?”

이안은 의욕 넘치는 표정으로 레무스에게 물었다.

그리고 레무스는 몇 가지 정보를 더 건네주었다.

“피닉스는 생명력이 다하면 화염의 알로 변한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면 알에서 깨어나지.”

“오호, 그래?”

이렇게 되면 더욱 조심할 필요가 없어진다. 마구잡이로 공격을 다 때려 넣어 설령 생명의 구슬이 터진다고 하더라도, 녀석은 죽지 않는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레무스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지만 화염의 알까지 깨어 부수면 녀석은 소멸할 것이다. 그리고 알에서 깨어나더라도 힘을 전부 되찾기 전에 다시 사망하면 화염의 알이 되지 못하고 소멸하게 되니 유의해야 하지.”

“힘을 되찾았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지?”

“그건 녀석의 꼬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세 개의 꼬리가 온전히 돋아났다면, 힘을 전부 되찾았다는 뜻이다.”

“아하, 그렇군.”

게임에 잔뼈가 굵은 이안으로서는, 이 설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알로 부활하는 고유능력에 쿨타임이 있는 거겠지.’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이안을 향해, 레무스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소환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녀석을 알로 만들어 놓고 포획하는 것을 추천한다.”

“음? 화염의 알 상태일 때 포획을 시도하라고?”

“그렇다. 그때가 녀석의 저항력이 가장 떨어졌을 때이니 말이다.”

“그거 좋은 팁이군.”

레무스의 정보들은 이안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보대로라면, 피닉스의 포획은 생각보다 훨씬 쉬워질 것 같았다.

“오케이, 이 정도면 충분해. 녀석을 금방 포획해 보이도록 하지.”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씨익 웃어 보이는 이안이었다.

그런 이안을 향해 레무스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모르긴 몰라도 쉽지는 않을 거다, 이안. 내가 알기로 콜로나르 대륙의 역사상 피닉스 포획에 성공했던 소환술사는 손에 꼽을 정도니까 말이다.”

이안은 걱정 말라는 듯 손을 휘휘 저은 뒤 피닉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려 ‘테이밍 마스터’인 이안이 생각하기에 이 포획은 어려울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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