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48화 (46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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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단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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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리치Lich’와 관련된 클래스들에 대한 정보는 이미 알음알음 알려진 상태였다.

많은 흑마법사들이 상위 히든클래스와 관련된 퀘스트들을 진행하기도 했으며, 리치 킹 에피소드로 인해 곳곳에서 숨겨진 단서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알려진 두 개의 히든클래스는 바로, 훈이가 거부했던 ‘리치 메이지Lich Mage’클래스와 동급의 전사 클래스인 ‘리치 나이트Lich Knight’.

때문에 이안도 리치 나이트라는 클래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상태였다.

‘리치 나이트라고 했지? 4티어의 기사 클래스로 알고 있는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는, 그 어떤 유저도 4티어의 클래스를 갖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이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만약 헬라임이 리치 나이트 클래스를 가지고 있고, 이안이 그를 가신으로 얻게 된다면, 가신이 오히려 더 높은 클래스 유저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나쁠 것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다.

이안은 당장이라도 헬라임의 정보 창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일단 참아야만 했다.

정보 창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가신으로 만드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었다.

“오랜만이야, 헬라임경.”

이안의 말에, 헬라임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대공을 다시 뵙게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어째서지?”

“이대로 샬리언의 하수인이 되어 버렸다면, 저는 껍데기만 남았을 테니 말입니다.”

“그것도 그러네.”

이안이 어둠의 성소를 파괴하지 않았더라면, 헬라임의 영혼은 그 안에 영원히 갇혀 버렸으리라.

그리고 영혼 없는 헬라임이 리치 나이트가 되어 이안을 다시 만난다고 한들, 그를 알아볼 리 없는 게 당연했다.

헬라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황실기사단에 입단한 이후 지금까지 루스펠 제국만을 위해 살아왔습니다.”

“그랬지. 그대야말로 제국의 충신이었으니.”

“그러나 이제…… 제국은 없습니다.”

더 없이 슬퍼 보이는 헬라임의 표정에 이안은 침묵했고, 헬라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모든 것이 신의 불찰 때문입니다. 저의 무능함이 폐하를 지켜 내지 못했고, 결국 이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헬라임의 말을 듣던 이안이, 속으로 혀를 끌끌 찼다.

‘그게 왜 너 때문이겠냐. 카일란 스토리가 그렇게 생겨먹은 건데…….’

물론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안이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헬라임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오니 대공께서, 이 불충한 소신의 목을 쳐 주시옵소서. 루스펠의 영웅이셨던 대공께서 벌을 내리신다면, 제 죗값을 조금이나마 치를 수 있을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헬라임의 말에 어안이 벙벙해진 이안이,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죗값? 내 손에 죽겠다고?”

“그렇습니다, 대공. 제국을 지켜 내지 못한 죄……. 죽음으로 씻어 내겠나이다.”

“…….”

“하나 다른 기사단원들의 불충은 저 한사람의 목으로 감당하게 해 주시옵소서. 제 목을 치시고 나머지 기사단원들을 대공께서 거두어 주신다면 여한이 없겠나이다.”

쿵-!

이안의 앞에 무릎 꿇은 채, 쿵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머리를 찧는 헬라임이었다.

이어서 헬라임의 뒤에 도열한 다른 기사단원들도, 비장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물론 당사자인 이안은 어이가 없었지만 말이다.

‘본인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혼자서 무슨 수로 제국의 멸망을 막아?’

헬라임의 과도한 책임감에 당황한 이안이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엉뚱한 생각도 떠올랐다.

‘만약 여기서 이놈 목을 베어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470레벨에 신화 등급일 텐데……. 경험치는 좀 짭짤하려나?’

본인의 실없는 생각에 실소를 흘린 이안이, 천천히 헬라임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그 순간. 오랜만에 느껴지는 감각이 이안의 전신을 지배했다.

우우웅-

퀘스트의 진행을 위해, 카일란의 AI가 이안의 몸을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헬라임을 향해 다가간 이안, 아니, 이안의 AI가 돌연 헬라임의 허리에 꽂혀 있던 대검을 뽑아 들었다.

스르릉-!

보랏빛의 광채가 흘러나오는, 새하얀 검신이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관조하던 이안은, 더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야, 이 미친 AI야! 설마 진짜로 베려는 건 아니지? 특S급 가신을 네 손으로 없애려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속으로만 집어삼켜야 할 뿐 이안의 목소리가 전해질 리는 없었고, 이안의 AI는 허공으로 대검을 번쩍 치켜 올렸다.

‘……!’

그야말로 ‘대참사’가 벌어지기 일보직전.

모두의 시선이 이안과 헬라임을 향해 모였고, 이안의 입이 다시금 천천히 열렸다.

“헬라임 단장.”

그리고 이안의 부름에, 헬라임이 땅에 박고 있던 머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하문하십시오, 대공.”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분명 황제폐하를 지켜 내지 못한 그대의 죄는 막중하다.”

“그렇습니다, 대공.”

“하나 그대와 황실기사단은, 분명 목숨을 바쳐 루스펠을 위해 싸웠노라.”

“그렇……습니다.”

이안과 헬라임의 눈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이어서 이안은, 치켜 들었던 대검을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쾅-!

그러자 헬라임이 무릎 꿇은 바로 앞의 바닥에, 보랏빛의 대검이 푹 하고 박히었다.

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하여 나 이안은, 그대의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대공……!”

“하나, 내가 묻지 않는다 하여 그대의 죄가 사라지지는 않을 터.”

이안은 바닥에 꽂힌 대검의 손잡이에 한 손을 올린 뒤, 천천히 말을 이었다.

“배후에서 제국의 멸망을 주도한 어둠의 군단을 처단하여, 그대의 불충을 씻어내도록 하라!”

“……!”

“나, 이안 로터스가 그대와 그대의 수하들을 거둘 것이다.”

쿵-!

이안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있던 모든 기사단원들이 한쪽 무릎을 바닥에 찧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이어서 헬라임의 입에서, 떨리는 음성이 새어나왔다.

“망극 하옵니다, 대공 저하……!”

그리고 그 모습에, 헬라임의 목을 베기라도 할까 봐 불안에 떨던 이안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휴우, 다행이야…….’

거꾸로 꽂혀 있는 대검의 손잡이에 손을 올려놓은 이안과 그 앞에 도열해 있는 수십 기의 황실 기사단들.

그 멋들어진 모습에 이안은 벅찬 감정을 느꼈고, 그의 시야에는 기다렸던 시스템 메시지들이 주르륵 떠오르기 시작했다.

-‘헬라임’을 ‘로터스 왕국’의 신하로 영입합니다.

-‘로젠’을 ‘로터스 왕국’의 신하로 영입합니다.

-‘밀리언’을 ‘로터스 왕국’의 신하로 영입합니다.

루스펠 제국 최고의 기사 헬라임.

드디어 그를 영입한 이안은, 곧바로 정보 창부터 오픈해 보았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헬라임의 정보 창을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 * *

-헬라임 -

레벨 : 470

종족 : 언데드

직업 : 기사(다크 나이트)

신분 : 평기사

성격 : 용맹함

인재 등급 : 신화

전투 능력 (펼쳐 보기)

세부 능력 (펼쳐 보기)

보유 능력

- 다크 비전Dark Vision

'다크 나이트' 헬라임은, 어둠의 힘이 머무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다크 나이트는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공격력을 가지게 되며, 그 일검一劍으로 베지 못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둠’속성의 스킬에 피격된 대상의 앞으로 순간이동 하여 대검을 내리치고, 공격력의 375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입힙니다.

*다크 비전을 사용한 직후 10초 동안, 헬라임의 공격력이 250퍼센트만큼 상승합니다.

*다크 비전으로 적을 처치했을 시, 다크 비전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최대 10회까지 적용되며, 10회 연속으로 다크 비전이 발동하였을 시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지 않습니다.)

(사용가능 범위 : 20미터)

(재사용 대기 시간 : 1분)

-소울 디스트로이어Soul Destroyer

‘다크 나이트’ 헬라임은, 영혼 파괴자입니다.

그의 검은 대상의 영혼까지 베어 버릴 수 있으며, 영혼의 상처는 치유할 수 없습니다.

*헬라임이 일반 공격으로 적을 공격할 시, 15퍼센트의 확률로 발동됩니다.

*대상에게 공격력의 150퍼센트만큼의 ‘어둠 속성’피해를 추가로 입힙니다.

*대상에게 15초 동안 ‘회복 불가’ 상태를 부여합니다.

(패시브)

-어둠의 역습

‘다크 나이트’ 헬라임은 역습에 능합니다.

적의 공격을 회피했을 시, ‘어둠의 역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둠의 역습을 사용하면, 헬라임을 공격한 대상의 후방으로 순간이동하여, 공격력의 150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입힙니다.

(패시브)

-체인 다크펄스Chain Darkpulse

헬라임이 검을 휘둘러 어둠의 파동을 뿜어냅니다.

어둠의 파동은 대상에게 공격력의 450퍼센트만큼의 피해를 입힌 뒤, 5미터 이내의 가까운 적을 향해 쏘아집니다.

*다크 펄스는 한 번에 최대 10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습니다.

*쏘아진 다크 펄스의 대상이 바뀔 때마다, 피해량이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 : 7분)

과거 루스펠 제국의 황실기사단 단장이었던, 용맹한 기사이다.

샬리언의 하수인 ‘라카메르’의 실험에 의해 언데드화되었으나, 영혼을 되찾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는 어둠을 지배하는 기사, ‘다크 나이트’이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헬라임의 정보 창.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헬라임의 클래스였다.

그의 클래스가 애당초 이안이 예상했던 ‘리치 나이트’가 아니었던 것이다.

‘뭐지? 다크 나이트라고?’

생소하기 그지없는 특이한 클래스 네임.

이안은 헬라임의 정보 창을 꼼꼼히 읽어 내려갔고, 전부 다 읽은 뒤에는 ‘다크 나이트’라는 클래스가 어째서 생겨났는지 대해 어느 정도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정보창의 하단에 쓰여 있는 헬라임에 대한 설명에, 그 단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리치 나이트가 되기 전에 영혼을 되찾아서 변종이 되었다는 거네.’

이안은 아직 ‘리치 나이트’라는 클래스에 대해 알지 못한다.

카일란 어디에도 아직 리치 나이트 클래스를 가진 유저가 없었으니,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때문에 다크 나이트와 리치 나이트 중, 뭐가 더 좋은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안은 이 다크 나이트가 더 마음에 들었다.

몇몇 유저들이 그 존재를 알고 있는 리치 나이트와 달리, 다크나이트는 무척이나 유니크했으니 말이다.

‘스킬 구성도 엄청 재밌어 보이고 말이지.’

헬라임의 전투 능력 계수는, 이안이 예상했던 대로 카이자르보다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430레벨쯤 된 카이자르에 비해 40레벨이나 높기 때문에, 당장의 전투 능력은 조금 우세한 수준.

게다가 스킬의 유틸성과 공격 계수가 카이자르보다 나았으니, 차후에 비슷한 레벨이 되더라도 전체적인 전투능력은 비등할 것으로 보였다.

‘크으, 빨리 써 보고 싶다……!’

헬라임의 고유 능력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갈 때마다, 이안의 머릿속에서 스킬들의 연계가 그려졌다.

‘다크펄스에 비전까지 제대로 연계되면 진짜 볼 만하겠네.’

마치 마법사 클래스의 체인 라이트닝 마법처럼, 적을 타고 다니며 피해를 입히는 ‘체인 다크펄스’ 스킬.

그리고 그 어둠의 파동을 타고 다니며 대검을 내리꽂는 헬라임의 모습이 상상되자, 이안은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자, 빨리 정리하고 나가자! 헤르스한테 연락하고, 우리도 이제 공성전 합류해야지!”

엘리카 왕국 공략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라타펠 영지를 해결하였으니, 이제 왕국 정복은 시간문제다.

새로 얻은 헬라임과 기사단까지 합세하면, 순식간에 엘리카왕국의 모든 영지를 함락시킬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의욕에 넘치는 이안과 달리, 다른 파티원들은 피곤에 절어 있는 상태였다.

“아, 형. 좀 쉬어 가면서 하자.”

“그래요, 이안 님. 우리 아직 아이템도 다 못 주웠단 말이죠.”

레비아의 푸념에, 이안이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시간제한 퀘스트를 정신없이 진행하느라고, 던전 여기저기 드롭되어 굴러다니는 아이템들을 하나도 줍지 못한 것이다.

이안이 씨익 웃으며 레비아와 레미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럼 정비 다 끝나고는, 두 사람도 우리 길드 공성전 돕는 겁니다?”

“…….”

“그게 왜 그렇게…….”

이안은 로터스의 길드원인 훈이나 유신뿐만 아니라, 두 랭커까지 길드 전력으로 써먹을 생각이었다.

두 사람에게 결국 확답을 받은 이안은, 모든 소환수를 동원하여 던전에 떨어진 아이템들을 줍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잡템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 난이도의 던전에서 드롭되는 잡템들은 모으면 제법 큰돈이 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멀리서부터 포롱포롱 날아온 카카가 이안을 향해 특이하게 생긴 물건 하나를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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