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39화 (45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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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라임과의 재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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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카 왕의 눈물 (히든)(돌발)’

엘리카 왕국은 어둠의 신 카데스를 섬기는 종교인 ‘카데스교’를 국교로 하는 왕국이다.

하지만 카데스교를 숭배한다고 하여, 왕국 전체가 어둠에 물들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어둠의 신 카데스가 타락하기 전까지, 카데스교는 무척이나 건전한 종교였으니 말이다.

인과율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망자와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었던 카데스교.

하지만 어둠의 신이 타락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카데스의 묵인 하에 리치킹이 마수를 뻗쳐 왔고, 종래에는 엘리카 왕국 전체가 완벽히 어둠에 빠져 버린 것이다.

리치킹 샬리언의 음모로 인해 엘리카 왕국은 어둠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리고 엘리카의 국왕이자 성군으로 칭송받던 ‘레무스 엘리카’는 라타펠 영지 지하 뇌옥에 갇히고 말았다.

지하 뇌옥을 통제하는 샬리언의 하수인 라카메르.

그를 처치하고 어둠의 성소를 파괴한 뒤, 지하 뇌옥 어딘가에 갇혀 있는 레무스 엘리카를 구출하자.

그를 성공적으로 구출한다면 아직 왕성에 남아 있는 엘리카 왕국 충신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SSS

퀘스트 조건 : 350레벨 이상의 유저.

라타펠 영지 지하 뇌옥, 최하층에 입장한 유저.

명성 1,500만 이상을 보유한 유저.

제한 시간 : 80분

보상 : 엘리카 국왕의 징표.

레무스 엘리카와의 친밀도 대폭 상승.

(해당 NPC보다 명성과 직책이 높을 시, 가신으로 영입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에 실패할 시, 명성이 20만 만큼 감소됩니다.

“……!”

퀘스트 내용을 전부 확인한 이안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이거 잘하면, 엘리카 왕국을 통째로 먹을 수도 있겠는데?’

만약 로터스가 제국의 단계까지 성장했더라면, 엘리카 국왕을 등용하고 엘리카 왕국을 속국으로 편입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로터스는 아직 왕국이고 이안의 지위 또한 국왕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카 왕국을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어둠에 물들어 있는 엘리카 왕국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다.

‘레무스 엘리카라는 녀석의 현재 직책은 국왕이 아닐 테니 말이야.’

지하 뇌옥에 갇혀 있는 한, 레무스 엘리카는 죄수의 신분일 뿐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명성 수치였는데, 이안은 결코 자신의 명성이 엘리카 왕국의 국왕이라는 NPC보다 낮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동안 쌓아 놓은 명성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아도 지금 이안의 명성은 황제 즉위 조건에도 근접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 다음은 간단했다.

레무스 엘리카의 명분을 등에 업는다면, 아직 어둠에 물들지 않은 엘리카 왕국의 신하들이 정복 전쟁을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만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엘리카 왕국 왕성까지 뚫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정복에 걸리는 시간을 절반 이하로 단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왕성을 먹은 뒤에 레무스 엘리카 라는 녀석을 국왕으로 앉히면, 남은 자잘한 영지들은 알아서 항복하겠지.’

물론 앞에서도 설명했듯, 로터스가 제국은 아니기 때문에 엘리카 왕국을 속국으로 편입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엘리카 왕국과 로터스 왕국은 군신관계가 될 것이고, 나중에 로터스가 제국이 된 뒤 합병하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재 엘리카 국왕인 ‘레무스 엘리카’가 뇌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라 할 수 있었다.

아귀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크, 레무스라는 녀석. 스텟도 좀 뛰어났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그를 가신으로 영입하게 된다면, 헬라임이나 카이자르처럼 뛰어난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 이안에게도 이득이다.

척-!

무려 전직‘국왕’을 가신으로 들일 생각에 들뜬 이안은 창대를 고쳐 잡으며 걸음을 내디뎠다.

“라카메르인지 뭔지, 때려잡으러 가 볼까?”

* * *

-지하 뇌옥의 최하층에 입장하셨습니다.

-‘엘리카 왕의 눈물’ 퀘스트의 남은 제한 시간 : 01:19:23

-라카메르의 하수인들이 깨어납니다.

-던전, 첫 번째의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우우웅-!

커다란 공명음이 이안의 귓전을 강타했다.

거의 반나절에 걸친 전투 끝에 찾아낸 뇌옥의 최하층.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일행을 반겨 준 것은, 수많은 언데드들이었다.

“키에엑, 인간들이 침입했다!”

“이곳은 어둠의 성역! 모조리 죽여 주마!”

새로운 전장에 입장한 이안은, 먼저 맵의 구조부터 파악했다.

‘널찍한 복도식으로 쭉 이어진 직선 구조네. 양쪽으로는 뇌옥들이 들어서 있고…….’

지하뇌옥 던전의 최하층은, 지금까지의 맵들 중 가장 넓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하 뇌옥’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거쳐서 내려온 층들에는, 뇌옥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죄수들이 갇혀 있는 곳이, 바로 이 최하층이었던 것.

뇌옥의 생김새가 복잡하지 않고 넓은 편이었기 때문에, 다수를 상대하기에는 불리한 구조였다.

‘탱커들만 앞에 세워 놓고, 나머지는 횡으로 늘어서야겠어. 둘러싸여 버리면 위험할 수 있으니까…….’

생각을 정리한 이안이,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직접적인 통제가 불가능한 뮤란이야 어쩔 수 없었지만, 소환수들을 비롯해 나머지 파티원들을 통제하여 진형을 갖춘 것이다.

“이대로 복도 끝까지 쭉 밀고 나가자. 뚫리면 바로 얘기하고.”

“오케이!”

“알겠어요!”

이안파티의 진형은 간단했다.

파티원들이 횡으로 쭉 늘어서서, 복도 전체를 막아 버린 것이다.

빡빡이나 훈이가 소환한 어둠의 골렘 등, 탱커들만 앞으로 배치해 두고, 나머지는 전부 일렬횡대를 유지하였다.

유일하게 후방에 배치된 것은, 힐러인 레비아였다.

“이거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나랑 훈이는 뒤로 빠지는 게 낫지 않을까? 간격을 좀 넓게 하더라도 말야.”

레미르의 질문에 이안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누나. 두 사람이 빠지면 방어선이 너무 헐거워져서 안 돼. 정신없이 싸우다 보면 진형 유지도 힘들다고.”

“음, 그래도 마법사가 방어선에 서는 건 좀 위험한데…….”

“그래서 둘이 양쪽 끝이잖아. 거긴 생각보다 딜 많이 안 들어올 거야.”

“그런가? 알겠어. 일단 해 보지 뭐.”

이안에게 명령을 받지 않는 뮤란은, 자연스레 선봉에 서 길을 뚫기 시작했다.

횡대로 밀고 올라가는 이안 파티의 앞에 서서, 신들린 듯 언데드를 학살하는 뮤란.

그리고 이것까지도 이안의 계획에 있던 시나리오였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양쪽 진영이 살짝 밀려 내려가겠지.’

일렬횡대를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하더라도, 뮤란이 활약하는 센터진영이 자연스레 앞으로 솟아오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결국 가운데가 뾰족하게 올라온 삼각진三角陣의 형태가 되는데, 이러면 훈이와 레미르가 위치한 양쪽 끝은 대미지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양옆은 막혀 있는 데다 전방 각도가 음각이 되어 버리니, 공격받을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적들이 양쪽 끝으로 파고들려 해도 탱커들의 도발스킬이 있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었다.

한 번 진형이 자리 잡히자, 이안 파티는 파죽지세로 던전을 돌파하기 시작했다.

“핀, 분쇄! 카르세우스는 5초 뒤에 브레스 장전하고……. 훈아, 다크 스웜프Dark Swamp!”

이렇게 앞뒤로 탁 트인 맵에서는, 한 번 둘러싸이면 골치 아픈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마법사들의 경우 사방에서 공격이 들어오기 때문에 마법을 캐스팅할 타이밍조차 잘 나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캐스팅 시간이 2초 이내인 단발성 마법이야 가능하겠지만, 최소 5초 이상의 시간 동안 캐스팅해야 발동시킬 수 있는 광역기의 경우 발동시키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전방을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는 지금의 진형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다.

양쪽 끝에서 거의 공격을 받지 않는 레미르와 훈이가, 신나게 마법을 난사할 수 있는 것이다.

펑- 퍼퍼펑-!

그리고 이안의 주문에 따라, 훈이가 광역 흑마법인 ‘다크 스웜프’를 발동시켰다.

다크 스웜프는 말 그대로 어둠의 늪이다.

공격력은 약하지만, 광역으로 각종 디버프를 거는 고위 흑마법인 것이다.

다크 스웜프의 범위 안에 들어선 적들은, 이동속도가 대폭 감소하게 되며, 마법 저항력도 현저히 낮아진다.

꾸룩- 꾸루룩-!

훈이의 다크스웜프가 발동되자, 바닥에서부터 끈적끈적한 어두운 기운이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밟은 언데드들은 우왕좌왕했다.

“케륵- 케켁!”

“광역 마법이다! 후방으로 후퇴하라!”

높은 통솔력과 AI를 가진 데스나이트들이 후퇴 명령을 내려 보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이동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상태였고, 거기에 레미르가 빙계氷系 광역 마법을 추가로 얹어 준 것이다.

이것은 미르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였다.

“오, 레미르누나 굳!”

“이 정돈 기본이지!”

레미르는 화염법사다.

화염법사라고해서 빙계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공격계수뿐 아니라 빙결이나 동상 같은 부가 효과의 계수 또한 빙계 마법사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는 것이다.

방금 레미르가 사용한 빙계 마법인, 브로드 프리징Broad Freezing 또한 마찬가지다.

빙계 마법사가 사용했더라면 최대 45퍼센트의 이동속도 감소 효과를 줄 수 있는 이 마법이, 레미르가 발동시키니 20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 계수로 적용된 것.

그래서 일반적으로 마법사들은, 다른 속성의 마법을 아예 익히지 않는다.

효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달랐다.

같은 둔화 효과라 하더라도 어둠 속성의 둔화 효과 위에는 중첩하여 둔화를 걸 수 있고, 프로드 프리징과 다크스웜프의 둔화 효과가 합쳐지자 거의 80퍼센트에 가까운 둔화 상태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애초에 움직임이 느린 스켈레톤들의 경우, 아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발이 묶여 버린 것.

그 위에, 카르세우스의 브레스가 쏟아져 내려왔다.

콰아아아아-!

카르세우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의 기류가, 폭풍처럼 언데드들을 쓸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다크스웜프의 마법저항력 감소 효과 때문인지, 400레벨대인 언데드들 대부분의 생명력이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하지만 후방에 있는 흑마법사들의 지원을 받는다면, 떨어진 언데드들의 생명력은 금세 다시 차오를 것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이안은 그것을 그대로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뿍뿍아, 브레스!”

카르세우스보다야 약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위력이 떨어지지는 않는 게 뿍뿍이의 브레스다.

어느새 본체로 현신한 뿍뿍이가, 전방을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콰쾅- 콰아아아-!

이쯤 되자 스켈레톤이나 레이스와 같은 하급 언데드들은, 모조리 전멸했다.

“키에에엑-!”

“케켁, 너무 아프다!”

이제 전방에 남아 있는 적들은 소수의 데스나이트들과 골렘들뿐.

그들을 살리기 위해, 후방에 있던 어둠법사들이 마법 캐스팅을 시작했다.

“어둠의 힘이여, 망자의 영혼을 치유하라!”

하지만 마법사들은 캐스팅을 끝까지 이어 가지 못했다.

슈슈슉-!

뮤란의 거대한 세 자루 대검이, 어둠법사들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기 때문이었다.

쐐애액-!

허공을 찢어 버리기라도 할 듯, 대검들은 엄청난 파공음을 뿜어내며 쇄도했다.

어둠법사들은 결코 그것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엄호해 줄 병력도 없는 상황에서 극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뮤란의 검을, 마법사들이 버텨 낼 수 있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대검에 심장이 뚫린 마법사들이, 절규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라카메르 님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망자들의 군주, 샬리언 님께 영광을!”

그것으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후방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생명력이 반토막난 너댓 기 정도의 데스나이트는, 이안의 밥이나 다름없었으니 말이다.

-‘데스 나이트’를 성공적으로 처치하셨습니다!

-경험치를 13,089,209만큼 획득합니다!

그리고 이안들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첫 번째 웨이브를 돌파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돌파 등급 : SSS

-첫 번째 구간을 통과하셨으므로, A섹터의 죄수들이 풀려납니다.

-높은 돌파 등급을 획득하였으므로, 10만 만큼의 명성을 획득합니다.

-리치 메이지 라카메르가 분노합니다.

-잠시 후, 두 번째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멀찍이 자욱하던 어둠의 연기가 걷혀 나가고, 새로운 언데드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 웨이브와 그 숫자는 비슷했지만, 한눈에 보아도 훨씬 상향된 몬스터들의 등급.

이안은 긴장한 표정으로 창대를 고쳐 잡았고, 다른 파티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광역기로 한 번에 쓸어내는 전략이 쉽게 통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안의 귓전으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안 대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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