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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32화 (45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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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타펠 영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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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처음 라타펠에 잠입할 계획을 세웠을 때, 이안은 혼자서 움직일 생각이었다.

빛의 엘카릭스와 루가릭스 남매가 함께 움직인다면, 어지간해서는 위험에 빠질 일이 없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물론 홀로 라타펠의 영지군과 맞설 생각은 아니었지만, 지하 뇌옥을 탐사하는 정도는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레미르의 이야기를 들은 뒤,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러니까 누나, 마계에서도 리치킹과 관련된 퀘스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거지?

-그렇다니까. 샤크란 님이랑 퀘스트 같이 하다가 마계 놈들한테 당했어.

-그럼 차원문은 부수지 못했겠네?

-그렇지. 아마 조만간 마계 놈들이 대륙 어딘가로 유입되기 시작할 거야.

-데이드몬이랑 관련이 있겠네.

-맞아. 역시 척하면 척이야. 그건 대체 어떻게 알았어?

-아, 그건…….

이안은 이전에 훈이에게서, 마신 데이드몬과 어둠의 신 카데스의 관계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때문에 마계의 차원문과 리치킹의 연관성에 대해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이다.

‘마계 놈들이 어떻게든 연관되어 있다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어.’

항마력 세팅이라도 되어 있다면 모르겠지만, 리치킹 에피소드가 진행 중인 지금, 이안의 모든 장비는 어둠 저항으로 세팅되어 있었다.

때문에 이라한을 비롯한 마계의 랭커들과 맞닥뜨린다면, 이안 혼자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하여 이안은 가지고 있는 차원의 구슬을 이용하기로 했다.

차원문을 열어 동료들을 데려온 것이다.

훈이와 레미르, 레비아.

거기에 유신까지.

이 정도의 전력이면 어지간한 위험이 닥쳐도 이겨 낼 수 있으리라.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미리 정찰해 두었던 위치로 일행을 데려온 이안은, 지하 뇌옥의 입구를 찾기 위해 카카를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카카의 시야를 통해 몇 가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입구에 경비병이 셋. 레벨은 400정도네.”

카카의 시야를 확인한 훈이가 중얼거리듯 말했고, 이안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제대로 찾았네.”

“응?”

“이 지하 뇌옥. 그때 우리가 에피소드 오픈했던 지하 뇌옥이랑 비슷한 성격이야.”

이안의 설명에, 이번에는 레미르가 물었다.

“야, 던전 입구만 보고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일반적인 영지의 지하 뇌옥일 수도 있잖아.”

그에 이안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수정구를 가리켰다.

“저기, 경비병들 속성 안 보여?”

“속성?”

“레벨 옆에 떠 있는 아이콘. 어둠 속성이잖아.”

“어, 그러네?”

레비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것만 보고 확신할 수는 없지 않나요? 경비병 NPC의 속성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일례로 로터스 왕성의 경비병들은 노멀 속성인데, 파이로 영지의 경비병들은 화염 속성과 노멀 속성이 섞여 있잖아요.”

레비아의 의문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이안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안은 기다렸다는 듯 그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그건 지역과 관련이 있어요.”

“지역이라면……?”

“일반적으로 인간형 NPC들은 노멀 속성을 가져요. 하지만 그 지역의 환경에 따라 속성이 변화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사막 지역인 중부 대륙의 NPC들은 대부분 화염 속성, 빙하 지역인 북부 대륙의 NPC들은 거의 냉기 속성.”

“오호, 그렇다면 이안 님 말씀에 따르면, 여기 경비병들은 노멀 아니면 냉기 속성을 가져야 한다는 거네요?”

“그렇죠. 지금까지 제가 본 어둠 속성의 인간형 NPC들은 전부 다 언데드였어요. 뭐, 저 경비병들이 처음 보는 케이스가 될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낮다고 생각해요.”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이안의 정보력에 감탄한 일행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행들 또한 카일란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빠삭하지만, 이안 정도는 아니었다.

꼭 필요하고 유용한 팁들이야 모르는 게 없는 수준이지만, 사실 이런 지식들은 필수적인 것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특히 레미르와 같이 컨트롤 능력과 감으로 플레이하는 케이스의 경우에는, 랭커임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것이 많았다.

일행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카카의 정찰은 끝이 났다.

카카도 들키지 않는 선에서만 정찰을 해야 했기 때문에, 대략적인 진입루트를 확인하는 정도에서 정찰을 마친 것이다.

“수고했어, 카카.”

“별것 아니다, 주인.”

카카는 거만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에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 준 이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장비를 꺼내어 들었다.

“자, 그럼 슬슬 움직여 보실까?”

* * *

대륙 동부의 한 유적.

70레벨대 유저들의 사냥터인 이곳을, 90레벨대 정도로 보이는 한 꾀죄죄한 유저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저 사람 뭐지?”

“그러게. 장비가 좀 구질구질해 보이긴 해도 최소 90레벨 제한은 넘는 템들인 것 같은데……. 쪼렙존에 무슨 볼일이 있어서 온 거야?”

“그러니까. 재료 아이템이라도 수급하러 온 건가?”

“쩔 받아서 90레벨 넘게 찍어 놓고, 실력이 안 되니까 쪼렙존에서 기웃거리는 허접 아닐까?”

“그래, 그럴 수도 있겠는걸?”

남자의 옆을 지나가며 수근대는 일단의 무리들.

초등학생. 혹은 많이 쳐 줘야 중학생 정도인 무리의 수근거림에, 남자가 발끈하며 입을 열었다.

“90레벨대? 게다가 쩔이라니! 난 탑 클래스! 최상위 랭커라고!”

하지만 남자의 그 대사는, 초딩들의 비웃음을 더욱 증폭시켰다.

“아저씨가 랭커라고요?”

“그래, 그것도 최정상급!”

“에이. 아저씨가 최상급 랭커면, 나는 이안이다.”

“나는 훈이.”

“나는 이라한!”

“에이, 이라한은 마족이잖아. 샤크란으로 바꾸자.”

“그래그래, 난 샤크란!”

초딩들의 조롱에 귓불까지 빨개진 남자는, 씩씩거리며 대꾸했다.

“이래 봬도 내 레벨이 300이 넘어 이것들아!”

그리고 남자의 말에, 잠시 동안 정적이 흘렀다.

사람이 너무 황당한 이야기를 들으면 순간적으로 사고가 정지하는 법.

어이없다는 표정이 된 초딩 하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휴우. 이 아저씨 허언증 장난 아니네. 라리카 유적에 들어왔으면서 300레벨이라니, 크큭.”

“그러게. 우리 도덕샘보다 허언증 심한데?”

“그러니까 말야. 샘은 최소 양심은 있었잖아. 한 30레벨정도 속였었나?”

“크큭, 여기 PK존이었으면 저 아저씨 털어 주는 건데. 아쉽다 아쉬워.”

초등학생들의 대화 내용은 묘하게 남자의 신경을 살살 건드렸다.

하지만 남자는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꾹 눌러 참아야만 했다.

당장 레벨 정보를 오픈하면 간악한 초딩들로 인해 실추된 자존심을 복구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퀘스트가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참아야 하느니…….’

남자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초딩들의 공격을 버텨 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릴슨이었다.

지금 릴슨이 있는 이 던전은, 레벨의 상한선이 존재하는 던전이었다.

100레벨 이상의 유저는 입장이 불가능한 던전인 것이다.

때문에 초딩들이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릴슨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는 게 맞았으니까.

그러나 탐험가 클래스인 릴슨은 ‘위장’이라는 특수한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본인의 레벨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스킬.

하지만 만약 여기서 레벨 정보를 공개하여 인증한다면, 위장 스킬은 풀리게 된다.

그리고 그 즉시 릴슨은 던전 밖으로 튕겨져 나가게 될 것이었다.

심지어 진행 중인 퀘스트까지 실패로 돌아가게 되니, 릴슨의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지더라도 초딩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으, 내 이 수모는 반드시 갚아 주마. 잊지 않겠다, 간지철이. 무적은찬!’

물론 위장을 사용하여 레벨을 바꾼다고 해서, 능력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해당 레벨 제한의 장비를 착용할 수 있으니, 완벽한 그 레벨대의 유저들처럼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탐험가들 중 자신을 고레벨 랭커로 위장하여 마을에서 거들먹거리는 부류들도 적지 않았다.

지금 릴슨의 경우에는 완전히 반대의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에이, 이 허언증 아저씨 졸아 버렸네.”

“그러게. 할 말 없으니까 땅만 파고 있잖아.”

“우우, 재미없어. 우리 사냥이나 하러 가자 얘들아.”

“그래! 오늘은 은찬이 75레벨 찍어야 된다고!”

“가자, 친구들!”

더 이상 반응이 없는 릴슨이 시시해졌는지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사냥터를 향해 떠났다.

마지막 순간까지 울컥했던 릴슨은 잘 참아 낸 자신을 독려했다.

‘후, 이 릴슨 게임 인생 최대의 위기였다. 잘했어, 릴슨!’

아이들이 떠난 뒤 릴슨의 삽질은 계속되었다.

물론 초딩들의 추측처럼, 릴슨이 아무 의미 없이 땅을 파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탐험가인 릴슨이 찾고 있었던 것은 바로 고대의 유적.

무려 쿼드라S등급의 히든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던 릴슨은, 한낱 격장지계를 견디지 못하고 퀘스트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가 높더라니……. 이유가 있었어.’

실없는 생각도 한 번씩 하긴 하지만, 릴슨의 삽질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그야말로 무아지경의 경지.

재봉사와 더불어 노가다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탐험가 클래스의 랭커답게, 릴슨의 뚝심은 대단했다.

“뮤란의 기록서가 분명 여기 어딘가에 있다고 했는데…….”

미니 맵과 지도의 좌표를 번갈아 확인한 릴슨은, 투덜대며 다시 삽자루를 들었다.

그리고 다시 흙바닥을 향해 삽을 찍어 내리는 순간이었다.

까앙-!

흙바닥과 부딪쳐서는 날 수 없는 경쾌한 소리가, 삽 끝에서부터 울려 퍼졌다.

“찾았다!!”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른 릴슨은, 삽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는 호미를 꺼내어 들었다.

-‘파이로 행정 보급관의 야삽(전설)’ 아이템을 해제했습니다.

-‘드워프 판의 호미(영웅)’ 아이템을 장착하셨습니다.

호미를 단단히 움켜 쥔 릴슨은, 소리가 난 지점을 중심으로 살살 파내기 시작했다.

유적을 발굴하는 릴슨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후으읍……!”

숨까지 참아 가며 조심스레 호미를 놀렸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정한 시스템 메시지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발굴 과정에서 유적의 내구도가 1.25퍼센트 만큼 손상되었습니다.

-발굴 과정에서 유적의 내구도가 0.97퍼센트 만큼 손상되었습니다.

숨도 제대로 못 쉬어 가며 발굴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신 떠오르는 경고 메시지에, 릴슨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발굴이 끝나기 전에 유적의 내구도가 전부 떨어지면, 유적복원에 실패하게 되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릴슨의 마음이 급해졌다.

만약 작업이 끝나기 전에 다시 초딩들이 몰려온다면, 유물발굴에 실패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릴슨이 발굴을 시작한 지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릴슨이 고대하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고대 루스펠 제국의 유적, ‘뮤란의 기록서(전설)’ 아이템 발굴에 성공하셨습니다!

-발굴 경험치가 729,380만큼 상승합니다.

-명성이 15,000만큼 상승합니다!

온갖 모욕을 참아 낸 끝에 얻은 성취감에, 릴슨은 뿌듯한 표정이 되었다.

“자, 이제 한번 열어 볼까?”

릴슨의 손에 들린 것은, 빛바랜 동판으로 장식되어 있는 작은 목함이었다.

그는 조심스러운 손짓으로, 목함의 뚜껑을 천천히 오픈했다.

그런데 그 순간, 릴슨의 귓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둠이 다시 세상에 내려오는 날, 나의 후예가 깨어나 세상을 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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