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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밍 마스터-430화 (449/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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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카릭스의 활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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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치킹 에피소드의 시작점과 같았던 지하 뇌옥.

이안은 당시 파티원들과 함께 지하 뇌옥 던전을 성공적으로 클리어하였으나, 아쉬운 부분이 하나 있었다.

‘헬라임을 찾을 수 있었으면 했는데…….’

루스펠 제국 최고의 기사인 헬라임.

그를 찾아내지 못한 것에 아직까지도 미련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무려 카이자르와 비교해도 무력이 뒤처지지 않는 데다 제국의 기사단장까지 역임했던 인물인 헬라임은, 지금 로터스 왕국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귀찮아서 기사단 같은 것은 맡을 수 없다는 카이자르보단 도움이 되겠지.’

국왕의 권한으로 기사단을 생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가 예산의 일부를 배정하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생성된 기사단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사단의 단장으로 임명된 NPC의 능력치에 비례하여 기사단의 수준이 결정되니 말이다.

현재 로터스 왕국 기사단 중 가장 강력한 기사단은, 이안의 오랜 가신인 ‘폴린’이 단장으로 있는 기사단.

400레벨 정도인 폴린이 기사단장으로 있는 기사단도 충분히 강력하였으니, 아마 500레벨이 다 되었을 헬라임을 영입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기사단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하지만 지하 뇌옥에서 헬라임을 찾을 수 없었을 뿐 아니라, 그 안에 갇혀 있던 다른 제국의 충신들도 헬라임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그렇다고 모든 영지마다 최소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지하 뇌옥’을 전부 뒤져볼 수도 없었던 것.

그러나 라타펠 영지의 지하 뇌옥은, 뭔가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지하 뇌옥과 어둠의 성소가 무슨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야?

-맞아. 리치킹 샬리언의 지령을 받아 켈스가 하고 있었던 어둠의 의식. 어쩌면 막연한 추측일지도 모르지만, 어둠의 성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둠의 기운이 어떤 방향으로든 의식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흐음, 그럴싸하긴 하네.

-그렇지. 만약 내 추측이 맞다면 이 지하 뇌옥이 리치킹과 연관이 있는 곳일 테고, 루스펠 제국의 충신들이 갇혀 있을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그들의 도움을 얻는다?

-빙고. 성소를 파괴하고 성문을 열어젖히면, 그대로 게임 끝 아니겠어?

헤르스와의 대화를 잠시 떠올리던 이안은, 서둘러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만 더 움직이면 라타펠 영지의 영역에 진입할 테니, 더 이상 상념에 빠져 있는 것은 좋지 못했다.

“주인아, 정말 혼자 괜찮겠냐?”

불쑥 걱정 어린 말을 꺼내는 카카를 보며, 이안이 피식 웃었다.

“다 생각이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느니라.”

“아무리 주인이라도 어둠의 성소는 위험한데…….”

“그건 그렇고 너 웬일로 안 자고 있냐?”

“나도 모르겠다. 잠이 안 온다, 주인아.”

“오, 그래……?”

잠을 잘 수 있게 된 뒤부터, 카카는 툭하면 잠에 빠져들었다.

전투할 때만 제외하고는 항상 잠에 들어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동할 때조차도 반쯤 눈을 감고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렇다고 꿈속에서 쓸모 있는 걸 가지고 나오는 일도 드물었으니, 이안의 입장에서는 카카의 변화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카카의 걱정을 뒤로한 채, 이안의 일행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가 산을 넘어야 하기에 이동속도는 더딘 편이었지만, 차근차근 이동하니 어느새 고지에 도달했다.

“읏차.”

높다란 산등성이에 올라서자, 깊은 계곡이 나타난다.

이안은 지도를 펼쳤다.

“오케이, 여기부터는 비행해서 움직여도 될 것 같은데.”

국경을 넘는 동안은 눈에 띄면 안 되기에 숲길로 이동했으나, 이제 산속으로 들어온 이상 굳이 험로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계곡을 지나 산맥을 하나 더 넘어야 라타펠 영지에 도달할 것이니, 비행 이동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나은 선택이었다.

지도와 미니 맵을 꼼꼼히 비교한 이안이, 뿍뿍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뿍뿍아.”

이안의 부름에, 뿍뿍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대꾸했다.

“불렀뿍?”

“오랜만에 날아 볼까?”

현재 비행 이동수단으로 이안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제법 많았다.

뿍뿍이부터 시작해서 핀과 카르세우스, 그리고 최근에 얻은 엘카릭스까지.

하지만 핀은 승차감이 드래곤에 비해 좋지 못했고, 금쪽같은 딸내미(?)를 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여 남은 선택지는 결국 카르세우스와 뿍뿍이.

카르세우스는 소환 대기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으니, 뿍뿍이가 선택된 것이다.

하지만 뿍뿍이는 반발했다.

“싫다뿍. 요즘 날개가 무겁뿍.”

그에 이안이 침음성을 흘렸다.

“크흠, 도착하면 미트볼 다섯 개 줄게. 어때? 딜?”

하지만 이안의 제안은 소용이 없었다.

“이제 나 미트볼 많이 먹을 수 있뿍. 안 줘도 된다뿍.”

“……?”

“하린 누나 가게에서 요즘 일하고 있뿍. 일하면 하린 누나가 미트볼 준다뿍.”

“일? 무슨 일하는데?”

“나 일 잘한다뿍. 내가 얼음 잘 얼린다뿍.”

“얼음?”

뿍뿍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꾸했다.

“얼음 만들어서 하린 누나 주면, 누나가 미트볼이랑 바꿔 준다뿍. 나 이제 미트볼 많다뿍! 뿌뿍!”

신이 나서 등껍질까지 씰룩이는 뿍뿍이를 보며, 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으, 미트볼 카드를 잃어버린 건 좀 큰데……!’

그렇다고 해서 뿍뿍이의 알바(?)를 강제 중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면 뿍뿍이가 문제가 아니라 하린에게 혼날 게 분명했다.

이안은 깊게 파인 협곡을 가리키며, 뿍뿍이를 구슬리기 시작했다.

“뿍뿍아, 이 형 좀 도와줘라. 우리가 여길 걸어서 내려갔다가 올라올 순 없잖아?”

한눈에 보아도 육로로 이동하기에는, 최소 2시간 이상 걸릴 것 같은 험준한 지형이었다.

하지만 뿍뿍이는 요지부동이었다.

“다른 친구 타고 가자뿍. 아침에 먹은 미트볼이 아직 소화가 안 되서 힘들다뿍.”

“몇 개 먹었는데?”

“기억 안 난다뿍. 배부를 때까지 먹었뿍.”

“후우…….”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에 봉착한 이안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그때, 이안의 등에 매달려 있던 지원군이 등판했다.

“아빠, 아빠.”

“응?”

“아빠가 쟤 형이에요?”

뿍뿍이에게 이야기할 때, 이안은 종종 ‘이 형이’라는 말을 쓴다.

때문에 엘카릭스가 이안을 뿍뿍이의 형 정도로 인식한 듯싶었다.

“으응, 그런데?”

이안은 무슨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엘카릭스를 응시했다.

그리고 엘카릭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아빠 동생이면…… 내 삼촌?”

“……!”

이안의 등에서 내려온 엘카릭스가 뿍뿍이의 앞으로 쪼르르 다가갔다.

이어서 엘카릭스의 입에서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뿍삼촌, 나 비행기 태워 줘여!”

“뿌, 뿌뿍?”

“난 뿍삼촌 비행기가 제일 좋더라.”

“……!”

“뿍삼촌 변신하면 완전 멋있으니까!”

엘카릭스의 3중 공격에, 고고하던 뿍뿍이는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 * *

로터스 길드가 세운 왕국의 이름이 로터스이듯, 길드가 세운 왕국의 이름은 보통 길드의 이름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것은 타이탄 길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동북부에서 유저가 세운 왕국 중 가장 큰 왕국이 로터스 왕국이라면, 서부에서 가장 큰 왕국은 타이탄 왕국인 것이다.

그리고 타이탄 왕국의 국왕인 샤크란 또한, 이안과 마찬가지로 정복 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심지어 타이탄 왕국은, 이미 한 개의 왕국을 정복하여 집어삼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정복한 왕국이 로터스가 정복 중인 엘리카 왕국과는 달리 영지 열 개짜리인 소규모 왕국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쨌든 로터스에 못지않을 정도로 강력한 세력을 가진 타이탄 왕국.

국왕 샤크란은, 타이탄의 정예군을 이끌고 대륙 서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일견 의아할 수 있는 행보였다.

모든 유저들이 리치킹의 군대와 싸우기 위해 북진하고 있는 지금, 평온하기 그지없는 남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말이다.

“흐음, 지도상 여기쯤이었던 것 같은데…….”

샤크란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세일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마스터. 이제는 말해 주실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음?”

“지금 스켈레톤 한 마리라도 더 잡아서 공헌도 쌓아야 하는 시점에 남쪽에는 왜 내려오신 겁니까?”

세일론의 물음에, 샤크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그렇게 궁금했냐?”

“당연하죠. 지금 동쪽에서는 로터스 왕국이 계속해서 정복전쟁 하고 있는데, 이러면 또 차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세일론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다.

쉴 새 없이 정복전쟁을 펼친 끝에 로터스를 거의 따라잡았는데, 이렇게 다른 데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격차가 훌쩍 벌어질 것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샤크란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없었다.

“세일론.”

“예, 마스터.”

“지금 우리가 영토를 넓히는 궁극적인 목표가 뭐냐.”

“그야 당연히…….”

잠시 생각하던 세일론이, 곧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제국건설’이죠. 아직 요건 맞추려면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최종 목표는 그거 아니겠습니까?”

그에 샤크란이 씨익 웃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예?”

“지금 우린, 그 최종 목표를 위한 포석을 하나 깔기 위해 움직이는 거라고.”

“……?”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 세일론은 멀뚱한 표정으로 샤크란을 응시했고, 샤크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세일론, 제국 선포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 조건이 뭐가 있지?”

“그야, 최소 이백 개 이상의 영지 확보에 황제 즉위하는데 필요한 명성. 그리고 왕국 발전도 90퍼센트 이상 달성…….”

샤크란이 세일론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자잘한 건 됐고, 제일 중요한 하나를 빼먹었잖아.”

“제일 중요한 거라니요?”

“후후.”

샤크란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세일론을 향해 지도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짚으며 말을 이었다.

“고대 아르노빌의 유적.”

“예?”

대화 내용과는 관계 없어 보이는 다소 뜬금없는 이야기에 세일론이 반문하였고, 샤크란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카이몬 제국의 전신이 아르노빌 제국인 건 알고 있지?”

“네, 뭐……. 그야 카일란 플레이하다 보면 모를 수 없지요. 그건 왜요?”

“여기, 아르노빌 유적지에…….”

잠시 뜸을 들인 샤크란이 낮은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제국의 옥새가 숨겨져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거든.”

“그게…… 정말입니까?”

“목소리 크다, 인마. 조용히 말해.”

“아, 알겠습니다, 마스터.”

샤크란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영토 확장하는 것보다 여기 오는 게 훨씬 중요하단 말이지. 이 카일란 대륙 안에 제국 옥새가 몇 개나 있겠어? 제국이 두 개뿐이었는데 말이야.”

“그, 그렇죠.”

“게다가 재밌는 사실 하나 더 알려 줄까?”

“네?”

“이건 얼마 전에 에밀리가 입수한 정보인데, 멸망한 루스펠 제국의 옥새는 이미 블루윙 왕국에서 입수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샤크란의 이 말에, 세일론은 더욱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그의 놀라움은 아르노빌 제국의 옥새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보다도 훨씬 큰 것이었다.

“그, 그게 진짜입니까?”

“후후, 내가 너한테 뭐 하러 거짓말을 하냐?”

“……!”

“자, 이게 뭘 의미하는 건지 알겠나?”

샤크란의 질문에도, 세일론은 잠시 동안 굳어 있었다.

머리를 열심히 굴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샤크란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고대 아르노빌 제국의 옥새이자 카이몬 제국이 사용하던 제국 옥새. 이것만 우리가 입수하면…….”

샤크란이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을 이었다.

“앞으로 로터스는 아무리 용을 써도 우릴 넘을 수 없단 말씀이야.”

그리고 모든 상황이 정리가 된 세일론도 기분 좋은 미소를 베어 물었다.

“크, 로터스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영원한 왕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겠군요.”

“그렇지. 블루윙이 로터스에 흡수되지 않는 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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