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27화 (44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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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카릭스와 루가릭스 (3)

* * *

“루가릭스, 이쪽으로 몰아 와!”

“오케이, 좋았어! 소울 스톰!”

“그렇지! 최고야, 루가릭스!”

루가릭스에게 양질의 정보를 뜯어 낸 뒤, 이안은 어둠의 드래곤을 신나게 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루가릭스는 생각보다도 훨씬 유능한 인재였다.

루가릭스가 구사할 수 있는 마법은 대부분이 흑마법이었고, 때문에 스켈레톤부터 시작해서 데스나이트까지 각종 언데드를 소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이동속도가 빠른 ‘레이스’같은 언데드를 동원해서 어둠의 군대를 몰아오고, 소울스톰이나 브레스를 사용해서 일망타진하는 완벽한 매커니즘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이거 완전 새 나라의 일꾼인데?’

이안의 기준에서는 그야말로 참된 일꾼인 루가릭스.

가만히 있어도 경험치가 쭉쭉 오르니, 이안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놀고 있을 이안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이안은 이안 나름대로,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었다.

모든 사냥 효율을 따져 가면서 말이다.

“어, 저기 네임드다! 루가릭스, 내가 저놈 상대하고 있을 테니까, 저쪽으로 다 몰아와!”

“저 녀석, 강해 보이는 데……. 최강의 드래곤인 이 루가릭스의 힘이 필요하지 않겠어?”

“잔말 말고 저 녀석들이나 몰아와, 짜샤.”

광역기 한 방에 정리되지 않을 것 같은 높은 등급의 네임드 몬스터는, 루가릭스가 잡몹들을 모으는 동안 이안이 미리 나서서 생명력을 빼 놓았다.

게다가 중간중간 루가릭스의 반발을 잠재우는 기술도 점점 탁월해지고 있었다.

“이안, 지금 나한테 명령한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우리 중에 네가 제일 잘하니까 부탁한 것뿐이라구.”

“그……런 거야?”

“그렇다니까?”

한 번씩 루가릭스가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을 제기할 때도 있었지만…….

“이안, 혹시 네가 센 놈 잡아서 나보다 더 용맹해 보이려는 건 아니지?”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 생각해 봐, 루가릭스. 난 일대일로 엄청 오래 싸워야 하지만, 넌 한 방에 수십 놈을 쓸어 버리잖아.”

“그, 그렇지.”

“그럼 누가 용맹한 거야?”

“당연히 나지!”

“그렇지?”

“응!”

“그럼 얼른 다녀오도록.”

“알았어! 내가 멋지게 해 볼게!”

돌발 상황마저 완벽히 대처하며 ‘테이밍 마스터’다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었다.

심지어 이제는 거의 분위기가 파악된 엘카릭스도 한 마디씩 거들고 있었다.

“오라버니, 멋있어요!”

“……!”

엘카릭스의 한마디에 루가릭스의 양 볼이 즉각적으로 발그레해졌다..

“내, 내가 원래 좀 멋있지.”

두 부녀는 죽이 척척 맞았다.

그리고 그것은 이안조차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나저나 엘이 이 녀석은 좀 무서운데……?’

어쨌든 루가릭스는 이안이 비행기를 태워 줄 때마다 신나서 어둠의 군대를 쓸어 담았고, 덕분에 엘카릭스는 엄청난 속도로 레벨 업을 하고 있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라 169레벨이 되었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라 170레벨이 되었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라 171레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안이 항상 루가릭스에게 달콤한 말만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당근이 있다면 당연히 채찍도 있어야 하는 법.

“흐음, 이제 어둠의 군대는 충분히 소탕한 것 같아, 이안. 레어로 돌아가서 좀 쉬어야겠어.”

“에헤이,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제 준비운동 끝났구먼.”

“으응?”

“루가릭스 너, 용맹하긴 한 것 같은데, 보기보다 좀 허약하다?”

채찍질과 동시에 슬쩍 미끼를 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강하다고!”

“에이, 아닌 것 같은데? 지금 피곤하고 힘들어서 쉬러 가고 싶었던 것 아니야?”

“무슨 소리! 그럴 리가 없잖아?”

그리고 루가릭스가 미끼를 물면, 낚아 올리는 타이밍 또한 예술에 가까웠다.

“그래? 역시 그렇지? 용맹한 어둠의 드래곤이 그렇게 허약할 리 없었어.”

“당연할 말씀! 내가 허약할 리가 없지!”

“미안해, 내가 잘못 생각했어, 루가릭스.”

“헤헤, 아니야, 이안. 오해할 수도 있지 뭐.”

루가릭스가 나름의 공격을 해 봐도, 그것은 제 무덤을 파는 꼴일 뿐이었다.

“난 오히려 이안이 쉬고 싶을까 봐 그랬던 거야. 사실 나도 이제야 준비운동이 막 끝나던 참이었거든!”

“아, 그런 거였구나? 역시! 루가릭스는 배려심도 대단해!”

“후후, 난 항상 대단하지.”

“그럼 어서 다시 시작하자! 난 아직 멀쩡하니까 말이야. 만약 힘들면 쉬자고 얘기할게!”

“그래, 좋았어!”

그리고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엘카릭스는, 이안의 목마를 탄 채 꼼지락거리며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눈은, 마치 만화영화를 처음 보는 3세 영유아의 그것처럼 초롱초롱 빛났다.

루가릭스가 사냥감 몰이를 하러 떠나자, 엘카릭스가 몽롱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아빠.”

“으응?”

“오늘 대단한 걸 배운 것 같아요.”

“그, 그렇지?”

“네. 엘이 인생 일주일에 이렇게 유익한 경험은 처음이에요!”

“유익?”

“네! 방금 엄청난 걸 깨달았거든요.”

궁금해진 이안이 조심스레 물었다.

“엄청난 깨달음이라면……?”

이어서 엘카릭스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아빠처럼 살면 어디 가서 손해 볼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깨달음이요.”

그에 이안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녀의 말에 수긍했다.

“맞아, 이 아빠가 어디 가서 손해 보고 그런 타입은 또 아니지.”

그리고 생후 일주일도 안 된 드래곤의 놀라운 학습 능력에,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드래곤은 다른 건가?’

루가릭스도 드래곤이며, 심지어 엘카릭스의 쌍둥이 오빠라는 사실을 어느새 까먹은 이안이었다.

* * *

엘카릭스가 경험치 버프를 받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그동안 로터스 왕국은 세 차례나 더 엘리카 왕국을 공격했으며, 무려 다섯 개의 영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첫 영지인 케이튼 영지가 어려웠을 뿐, 한 번 물꼬가 트이자 엘리카 왕국군이 차례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전쟁에 이안이 참전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였다.

‘루가릭스만 데리고 하는 사냥도 쏠쏠하긴 하지만……. 역시 경험치 폭탄은 전쟁이 최고지.’

쿵-!

다섯 번째 영지의 영주성에 로터스의 깃발을 꽂은 이안은,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큰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적은 강력한 몬스터가 아니다.”

그에 순간적으로 시끌벅적하던 전장이 조용해졌다.

이안이 뭔가 그럴싸한 말을 시작하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좌중을 한 번 둘러본 이안이,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으로 힘주어 말을 이었다.

“다만 아이템과 경험치를 주지 않는 적이 두려울 뿐!”

어딘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이안의 대사였지만 분위기에 취한 로터스 왕국군은 미친 듯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우와아아!”

“이안 폐하 만세!”

“로터스 왕국 만세! 이안 폐하 만세!”

그리고 영주성을 둘러싼 수천의 왕국군이 환호하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만했다.

“크으, 취한다!”

이안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안은 분위기에 취한 것이 아니었다.

어느새 레벨 업이 보일 정도로 가득 차오른 경험치 게이지에 취한 것일 뿐이었다.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단상에서 내려오는 이안을 향해, 헤르스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야, 뭔가 대사가 이상하잖아!”

“뭐가?”

“그, 그러니까 뭔가 틀린 것 같은데…….”

일단 함께 환호하기는 했지만, 뭔가 위화감을 느낀 헤르스였다.

그리고 비교적 말짱한 정신 상태인 피올란이 문제점을 지적해 주었다.

“그거 알렉산더 대왕 명언 아닌가요?”

“그, 그래 맞아. 따라할 거면 좀 제대로 따라하든가! 이거 수많은 카일란 유저들이 라이브 영상으로 보고 있을 텐데!”

“맞아요, 이안님. 쪽팔림은 길드원 몫이라고요.”

하지만 이안은, 지적을 당했음에도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말이야, 틀렸다니. 난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낀 그대로를 표현한 것뿐이라고.”

“뭐, 뭘 느꼈는데?”

“경험치, 그리고 득템의 위대함! 크으!”

“…….”

할 말을 잃은 헤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이안은 그저 실실 웃으며 정보 창을 확인할 뿐이었다.

‘캬, 392레벨이라니……. 일주일 만에 나도 4레벨이나 올렸군.’

정령왕으로부터 퀘스트를 받았을 때는 까마득해 보이기만 했던 400레벨이, 어느새 금방이라도 잡힐 듯 다가온 것이다.

이어서 이안은 엘카릭스의 정보 창을 오랜만에 열어 보았다.

-엘카릭스 (빛의 신룡)

레벨 : 279

분류 : 신룡

등급 : 신화

성격 : 겁이 많은.

완전체

공격력 : 5301

방어력 : 6975

민첩성 : 4185

지능 : 12,555

생명력 : 2,130,165/2,130,165

(후략)

엘카릭스의 정보 창을 확인하자마자 떠오르는 이안의 뿌듯한 미소.

어느새 1만이 훌쩍 넘은 지능과 200만이 넘는 생명력 수치를 보고 있자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느낌이 들 정도였다.

‘카르세우스의 공격력도 이맘때쯤 겨우 다섯 자리 수 찍었던 것 같은데 벌써 1만2천이라니……. 확실히 지능 성장률만큼은 어마어마하네.’

카르세우스의 능력치 구성은 거의 공격력에 몰려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엘카릭스의 지능 수치가 그보다 더한 수준인 것이다.

물론 공격력이나 민첩성은 드래곤이라기에 형편없이 부족한 수준이었지만, 준수한 탱킹 능력을 감안하면 흠이랄 만한 것도 아니었다.

‘이제 고위 공격 마법만 몇 개 장착시켜 주면, 화력이 제법 나오겠어.’

빛 속성의 고위 공격 마법이 담긴 스킬 북은 경매장에서 잘 팔리지도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수요가 거의 없는 것이다.

애초에 빛 속성을 갖고 있는 사제는 딜러 포지션이 아니었으며, 빛 속성을 가진 마법사는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끔 사제들이 일탈 용도로, 싼 맛에 구매하는 게 지금까지의 빛 속성 공격 마법 스킬 북이었다.

덕분에 이안은 반사이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으흐흐, 한 1천만 골드 정도면 우리 엘이 마법 풀세팅해 줄 수 있겠어.’

최상위 티어 화염 공격 마법인 잉걸불의 경우, 최대 1억 골드에도 거래가 성사된다.

그것과 비교하면 1천만 골드로 골라서 쇼핑할 수 있는 빛 속성의 공격 마법은, 정말 거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경험치 버프도 끝났으니, 좀 여유롭게 경매장 가서 쇼핑이나 해 볼까?’

로터스 왕국의 다음 전쟁은 내일 모레나 되어야 다시 시작될 것이니, 이안은 오랜만에 여유를 즐겨 보기로 했다.

“엘아, 우리 쇼핑이나 하러 가 볼까?”

이안의 물음에 엘카릭스가 두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쇼핑? 그게 뭐예요, 아빠?”

그리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반짝이는 그녀의 눈빛을 본 이안이, 본능적으로 슬쩍 거짓말을 했다.

“음……. 그러니까, 우리 엘이가 갖고 싶은 거 구경하는 걸 쇼핑이라고 한단다.”

하지만 이안의 거짓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에이, 아빠. 그건 아이쇼핑이잖아요.”

“……?”

“우린 아이쇼핑 말고 진짜 쇼핑하러가는 거 맞죠?”

순간 이안의 등을 타고 흐르는 한 줄기의 식은땀.

그리고 이안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엘이, 너 쇼핑이 뭔지 알고 있었잖아?”

하지만 똑똑한 엘카릭스는 함정을 교묘히 피해 갔다.

“에이, 설마요. 저는 아이쇼핑이 뭔지 알고 있었을 뿐이라고요. 쇼핑이 뭔지는 몰랐어요.”

“…….”

할 말이 없어진 이안은 벙 찐 표정이 되었고, 엘카릭스는 빠른 애교로 상황을 정리하였다.

“아빠, 저 빨리 쇼핑하러 가고 싶어요.”

“쇼핑이 뭔데?”

“뭔지는 모르는데 막 하고 싶고 그런 거 있죠.”

“…….”

이안은 어느새 엘카릭스의 손에 이끌려 경매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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