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22화 (44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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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전 (1)

‘전설’등급과 ‘신화’등급.

두 등급 모두 카일란 최상위에 해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슷하게 취급될 수 있는 등급은 아니었다.

신화 등급이야말로 현존하는 카일란 최고의 등급이며, 말 그대로 ‘신화’적인 존재에게만 부여되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아이템건 NPC이건 소환수건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드래곤’이라는 종족은 특별히 심한 등급 간의 격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드래곤이라는 종족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카일란에 존재하는 모든 ‘드래곤’종족의 등급은, 영웅~신화 등급에 한정된다.

영웅 등급보다 하위 등급을 가진 드래곤이라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영웅 등급마저도 이번 프릴라니아 협곡 퀘스트가 마무리되면서 생겨난 등급이었으니, 이것은 ‘드래곤’이라는 종족 자체가 얼마나 상위 종족인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드래곤이 유달리 등급 간 격차가 심한 이유는 뭘까?

그것은 바로 ‘고유 능력’ 때문이었다.

전설 등급부터 가질 수 있는 고유 능력과 신화 등급이 되어야 가질 수 있는 고유 능력이 따로 있기 때문.

먼저 전설 등급의 드래곤부터 가질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은, 바로 드래곤 스킨Dragon Skin이다.

모든 마법 공격에 대한 피해량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40퍼센트나 줄여 주는 이 괴랄한 패시브 스킬이, 전설 등급이 되어야 생성되는 고유 능력인 것이다.

물리 피해 10퍼센트 감소와 생명력 재생 효과는 덤.

게다가 드래곤 브레스의 계수도 전설 등급이 되어야 큰 폭으로 증가하니, 그 차이가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최상위의 등급인, ‘신화’등급이 되어야 얻을 수 있는 고유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마법의 일족’ 고유 능력이었다.

완전체의 드래곤만이 가질 수 있는 전유물인 ‘마법 습득’능력.

처음 ‘마법의 일족’ 고유 능력에 대해 확인했을 때, 이안은 무척이나 사기스킬이라고 생각했었다.

비록 여러 가지 패널티가 있기는 해도,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들을 추가로 습득할 수 있다는 게 무척이나 유용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고유 능력을 추가로 습득할 수 있다는 말이랑 비슷하니까.’

하지만 이안의 생각은 절반만 맞는 것이었다.

‘마법의 일족’고유 능력은 사기적인 능력이 맞았지만,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이란 바로 ‘준수한 지능 능력치’였다.

아무리 마법을 습득해 봐야, 지능 능력치가 낮으면 아무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한데 안타깝게도 이안에게 있는 두 마리의 완전체 드래곤인 뿍뿍이와 카르세우스는, 지능이 무척이나 낮은 편에 속했다.

뿍뿍이의 전투 능력치는 ‘딜탱’이라 할 수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었고, 카르세우스는 극단적인 물리 딜러에 가까운 포지션이었던 것이다.

한마디로 두 녀석 모두 무식하게 힘만 센 녀석들이라 할 수 있다.

안 그래도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의 80퍼센트 수준밖에 위력을 내지 못하는데 지능까지 떨어지니, 실질적인 효용성이 너무도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안은 지금껏 뿍뿍이와 카르세우스에게 마법 습득을 요구하지 않았다.

보조 마법 정도만 몇 개 습득시켜, 가끔 활용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엘카릭스만큼은 다르지. 그것도 완전히.’

100레벨 언저리까지 성장시켜 본 결과, 이안은 엘카릭스를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할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엘카릭스의 스텟 구성은, 이 ‘마법의 일족’ 능력 효율을 최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엘카릭스의 네 가지 전투 스텟 비율은, 2:3:1:5 정도였던 것.

민첩성이 가장 낮고, 지능이 가장 높은 능력치 배분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초기치를 봤을 땐 탱커인 줄 알았는데…….’

엘카릭스의 1레벨 능력치는, 방어력과 생명력 위주의 구성을 가지고 있었다.

1레벨 때에도 지능이 가장 높기는 했으나, 방어력과 큰 차이 없는 수준이었던 것.

하지만 레벨이 오르니 차이는 확연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능의 성장률이 말도 안 되게 높았던 것이다.

100레벨에 가까워진 지금, 엘카릭스의 지능은 동레벨 기준의 어지간한 마법사 유저보다도 훨씬 높아졌다.

그것은 계수 패널티를 지능으로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엘카릭스에게는 특별한 점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카일란 유일의, 빛 속성 마법 극딜러로 키워 내고 말겠어.’

그것은 바로, 엘카릭스가 빛속성의 드래곤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사제’클래스의 유저들 또한, 모두 ‘빛’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제들의 경우, 지능 스텟이 높지 않다.

사제들의 경우 ‘회복’에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애초에 전투능력 자체가 현저히 낮은 것이다.

물론 지능 또한 회복량에 영향을 미치지만, 회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신성력’ 직업 스텟에 모든 능력치가 몰려 있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이안이 생각한 이 포지션은, 빛 속성의 마법사 클래스가 등장하지 않는 한 오로지 엘카릭스만이 가능한 포지션인 것이다.

그렇기에 엘카릭스는 더욱 특별할 수 있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어둠 속성의 적들을 상대해야 하는 에피소드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버프 끝나기 전에, 최소 200레벨은 찍고 만다, 내가!’

그리고 이안의 판단이 옳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엘카릭스, 플레쉬 빔!”

“알겠어요!”

위이잉-!

-소환수 ‘엘카릭스’의 고유능력인 ‘마법의 일족’이 발동합니다.

-엘카릭스가 ‘플레쉬 빔’ 마법을 발동시켰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가 ‘스켈레톤 메이지’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스켈레톤 메이지’의 생명력이 76,918만큼 감소합니다.

이제 갓 100레벨 정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무려 300레벨대의 몬스터에게 대미지다운 대미지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전투에 도움이 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점점 강력해지는 마법 공격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크으, 벌써 대미지가 7만대가 뜨잖아? 300랩 찍으면 정말 볼 만하겠는데?’

심지어 플레쉬 빔은, 그야말로 최하위 공격 스킬이라 할 수 있는 빛 속성의 기본 공격 마법이었다.

레벨을 따라잡은 뒤 최상위 공격 마법까지 습득시켜 주면, 언데드를 상대로는 상상할 수 없는 대미지를 볼 수 있으리라.

‘좋아. 200레벨까지 찍고 나면, 스킬 북부터 공수해야겠어. 빛 속성 공격 마법 매물이 잘 없긴 하지만……. 돈이 좀 많이 들어도 최상위 티어로다가 구해서 가르쳐야지.’

미친 듯이 차오르는 엘카릭스의 경험치 게이지를 보며, 이안은 흐뭇한 표정이 되었다.

* * *

엘카릭스 육성에 꽃혀 있는 와중에도, 이안은 결코 퀘스트를 잊지 않았다.

프릴라니아 협곡 퀘스트를 완료하자마자 떠오른 돌발 퀘스트인 ‘카미레스의 기대에 부응하라’.

‘용기사의 징표’라는 보상 아이템이 뭔지는 짐작할 수 없었으나, 그렇기에 더욱 놓칠 수 없는 퀘스트이기도 했다.

뭔지 모르는 아이템을 놓치고 나면 최소 일주일은 궁금증으로 인해 잠이 안 올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인정이란 걸 받으려면 어쨌든 근처에서 알짱거리는 게 좋겠지?’

용기사단장 카미레스는, 카르세우스만큼이나 거대한 드래곤을 타고 용기병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때문에 그의 옆에서 전투해봐야 눈에 들기는 힘들었다.

드래곤의 거대한 날개와 몸뚱이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게 분명했으니까.

때문에 이안은 완전히 최전방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지금까지는 엘카릭스의 레벨이 워낙 낮은 탓에 그녀를 지키며 몸을 사려야 했지만, 이제는 공격적으로 나가도 괜찮겠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험은 하나쯤 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오랜만에, 뿍뿍이 표 방패를 한번 꺼내 볼까?”

그 보험이란 바로, 뿍뿍이의 등껍질을 재료로 드워프 한이 만든 ‘귀룡의 방패’.

방패의 방어력도 방어력이지만, 방패에 붙어 있는 ‘귀룡의 혼’ 고유 능력이 진정한 보험이라 할 수 있었다.

원하는 위치에 최대 세 개까지 방패의 분신을 소환할 수 있는 귀룡의 혼 고유 능력이라면, 피치 못할 상황에서도 엘카릭스를 지켜 낼 수 있을 것이다.

척-!

-‘귀룡의 방패’ 아이템을 착용하였습니다.

-양손 무기인 ‘정령왕의 심판’의 모든 능력치가 대폭 하락합니다.

-방어력과 피해 흡수량이 대폭 증가하였습니다.

한 손에는 황금빛 창을, 한 손에는 푸른빛이 일렁이는 방패를 착용한 이안.

호기로운 표정을 한 이안이, 하르가수스를 컨트롤해 전방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 * *

용기사단장 카미레스.

평화로운 천계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그는, 오랜만에 내려진 용신의 명령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그 임무가 원 없이 때려 부수는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언데드 녀석들, 모조리 뼛가루로 만들어 주도록 하지. 영혼까지 잘근잘근 다져 주겠어.’

하여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스켈레톤과 같은 하급 언데드들은 거대한 드래곤의 뒷발로 밟아 버렸으며, 스컬 골렘이나 듀라한같은 거대한 언데드들은 창을 휘둘러 베어 냈다.

그의 창에는 어마어마한 신력이 담겨 있었고, 한낱 언데드 따위가 그 힘을 버텨 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벌써 24시간 중에 1시간이나 지났다니! 더욱 분발해야겠군!’

인간계에서 원 없이 전투를 즐길 수 있는 24시간은, 그에게 있어서 너무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때문에 그의 눈에는 오로지 언데드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눈앞의 적을 파괴하면 그 다음 적을 또 찾기 바쁘니, 다른 어떤 것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의 눈에 거슬리는 존재가 하나 생겨났다.

‘저놈은 뭐지? 인간인 것 같은데……!’

그것은 바로, 새카만 날개를 가진 말에 올라, 황금빛 창을 휘두르며 언데드를 도륙하는 이안의 뒷모습이었다.

심지어 녀석은, 아직 힘을 되찾지 못한 빛의 신룡까지 보호하며 전장을 누비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미레스는,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떨며 육성을 토해 냈다.

“지, 질 수 없다……!”

수백 년 만에 신계의 밖으로 출정하였는데, 고작 인간 따위에게 밀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용기사단장의 체면을 구기는 일.

아무리 용신의 인정을 받은 여의주의 주인이라 하여도,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저 인간 녀석은, 무기마저 자신과 같은 ‘창’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카미레스는 더욱 의지를 불태우며, 전장의 언데드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쾅- 콰쾅- 쾅-!

용신 세카이토가 직접 하사한 그의 언월도에서, 시퍼런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

그리고 그것은, 막강한 방어력을 가진 스컬 골렘의 몸뚱이마저 순식간에 녹여 버렸다.

“모조리 재로 만들어 주마!”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카미레스는 묘한 패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듀라한이나 골렘 등 강력한 언데드들을 순식간에 처치했지만, 화려한 창술로 스켈레톤들을 쓸어 담는 이안이 더 멋져 보였던 것이다.

“……!”

그리고 드래곤의 등에 올라탄 채로는, 이안의 멋짐을 상대할 방법이 없을 것 같았다.

움직임에 제약이 너무 많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군. 오랜만에 이 카미레스 님의 백병전 실력을 보여 줘야겠어.”

급기야 혼자 중얼거리던 카미레스는 거칠게 언월도를 휘두르며 드래곤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콰앙-!

달려드는 스켈레톤 한 마리를 베어 넘긴 카미레스는, 빠르게 언데드 군단을 파괴하며 이안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정신없이 적들을 상대하는 이안을 향해 짧게 말을 건넸다.

“감히 창술로 내게 도전장을 내밀다니.”

“……?”

뜬금없는 카미레스의 등장과 대사에, 이안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카미레스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진정한 창술의 신세계를 보여 주도록 하지!”

이안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카미레스의 선언.

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더욱 당황스러운 내용을 담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용기사단장 ‘카미레스’가 당신을 시험합니다!

-지금부터 90분 동안, 카미레스보다 빠르게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목표 : 언데드 150기 처치.

-유저 달성율 : 0/150 (0퍼센트)

-카미레스 달성율 : 1/250 (0.4퍼센트)

-카미레스보다 빠르게 목표치를 달성할 시, 돌발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당황스러운 표정이던 이안의 얼굴에, 의욕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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