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21화 (44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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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신룡, 엘카릭스의 등장 (2)

* * *

“흐아암, 잘 잤다. 어디쯤 왔어, 엄마?”

“반쯤 왔다. 아직 멀었으니까 좀 더 자거라.”

“반……? 반이라고오?”

“그래, 매년 이래왔는데 뭘 새삼스럽게 그러니?”

“으아아악!”

추석 연휴의 첫번째 날.

꽉 막힌 귀경길의 고속도로에 영훈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못해도 서너 시간은 꿀잠을 잔 것 같은데, 아직 절반밖에 오지 못했다는 사실에 좌절한 것이다.

‘으, 오늘도 카일란 하기는 글렀구나. 도착하면 새벽 2시도 넘겠네.’

순간 우울한 표정이 된 영훈은,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을 켰다.

유캐스트에 들어가서 카일란 영상이라도 보면 적어도 시간은 빨리 갈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유캐스트 아이콘을 눌렀던 영훈은 순간 떠오르는 게 있는지 어플리케이션을 끄고는 카일란 공식 홈페이지 아이콘을 눌렀다.

‘맞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공식 커뮤니티에서 인기 영상 송출한댔었는데!’

물론 유캐스트에도 흥미진진한 카일란 영상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유명 랭커들의 라이브 영상은 실시간으로 구경하기 힘들었다.

개인 방송을 따로 하는 랭커가 아니고서야, 개인 영상이 유캐스트에 라이브로 올라올 일은 없었으니까.

유캐스트에 올라오는 랭커들의 영상은, 대부분 에디터에 의해 편집되어 나오는 것들이었다.

“어디 보자…… 여기 있다! 배너도 엄청 크게 걸어 놨네.”

커뮤니티의 메인 화면에서 쉽게 이벤트 페이지를 찾은 영훈은 곧바로 메신저를 열어 세미에게 연락했다.

연휴에 고통 받고 있을 동지를 위한 찐한 우정이랄까.

하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일 뿐이었다.

-야, 세미, 지금 뭐하냐?

-바쁘다.

-지금 바쁠 때가 아니야! 커뮤니티 들어가서 이안갓 영상 봐야 돼!

-그거 보느라 바쁨.

-……!

잠시 분노로 씩씩대던 영훈은 곧 정신을 차리고 랭킹 순으로 영상들을 정렬했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1위에 랭크되어 있는 영상부터 터치해 보았다.

이어서 영훈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크, 역시 이안! 아니, 진성 센빠이!”

영상을 보기 시작하자 세미를 향한 배신감 따위는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역시, 독보적인 1위군!”

진성과 이안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 이후, 진성은 영훈의 롤 모델이 되었다.

여신급 외모를 가진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전설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이안’이라는 유저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으니, 게이머 꿈나무인 영훈의 입장에서는 존경해 마지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역시 겜덕에게도 미래는 있는 거 였어!’

어쨌든 이안의 영상을 스마트폰 화면 가득 띄운 영훈은, 화면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할 듯 집중해서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영훈아, 그렇게 스마트폰 보면 눈 다 버린다.”

“아, 엄마, 지금 중요한 순간이라고!”

“어휴, 저렇게 게임만 좋아해서 뭐가 되려고…….”

“이안될 거야.”

“이안? 그게 뭐니?”

“그런 게 있어요.”

엄마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영상을 시청하는 영훈이었다.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하자, 차가 밀리는 것은 아무런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다.

“크으, 그래! 이거지!”

공교롭게도 영훈이 영상을 켠 시점은 칼리파를 처단하는 부분이었고, 때문에 시작부터 박진감이 넘쳤다.

데스 메테오의 폭풍으로 시작해서 용기병들의 등장까지.

어느 한 군데 흥미진진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특히 용기사단장 카미레스가 등장할 때는, 육성으로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캬, 지렸다.”

“영훈이 화장실 가고 싶어? 휴게소 잠깐 들를까?”

“…….”

엄마의 기습적인 공격을 가까스로 흘려 낸 영훈은, 다시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용기병들이 등장한 이후, 거의 30여 분 정도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영상이었다.

퀘스트를 완료한 이안 일행이, 어디론가 향하는 것이 영상의 전부였으니까.

꾹 참고 시청하던 영훈도 꾸벅꾸벅 졸음이 밀려올 정도였다.

그런데 잠시 후…….

채챙- 챙! 챙!

이어폰을 타고 울려 퍼지기 시작한 병장기 소리에, 영훈의 두 눈이 기계처럼 번쩍 뜨여졌다.

‘드디어 전투가 다시 시작되는 건가?’

영훈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어느새 이안 일행이 전투에 합류하였고, 이제부터가 하이라이트일 게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영상을 시청하던 영훈의 두 눈이 순간적으로 커다랗게 확대되었다.

‘뭐, 뭐야, 저 처음 보는 꼬마는?’

전장의 한복판을 향해 소환 주문을 외운 이안과, 그 자리에 소환된 앙증맞은 여자아이.

‘진성선배한테 저런 취향이……!’

게다가 여자아이가 소환된 곳은 고스트 드래곤의 브레스를 직격당할 수밖에 없는, 무척이나 위험한 위치였다.

그러다 보니 영훈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진성의 취향을 의심하는 것도 잠시였을 뿐.

이어서 발동한 어마어마한 스킬에, 영훈의 입이 쩍 하고 벌어지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빛이 퍼져 나가더니, 전장에 있던 모든 전투 병력에게 새하얀 실드가 씌워진 것이다.

실드가 씌워진 직후 드래곤의 브레스가 전장을 쓸고 지나갔고, 당연한 얘기지만 그 누구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실드의 내구도가 아무리 약하다고 하더라도, 카일란의 시스템 상 무조건 한 번의 공격은 완벽하게 막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내구력이 30 남은 실드를 가진 대상을 공격한다고 친다면, 30만큼의 대미지를 세 번 줄 때 총 60의 피해를 입히게 된다.

하지만 90만큼의 대미지를 한 번 입혀 봐야 실드만 사라질 뿐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어쨌든 브레스로부터 모든 병력을 지켜 낸 어마어마한 스킬의 위용에, 영훈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앙증맞은 여자아이의 정체에 대해서도 곧바로 추론해 낼 수 있었다.

‘빛의 신룡 엘카릭스! 엘카릭스가 폴리모프한 모습이 저 여자아이였어!’

영훈은 더욱 영상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갈수록 이안의 전투는 흥미진진해지고 있었으니까.

* * *

“이안! 이안님이 오셨다!”

“이안 폐하께서 친히 전장에 납시었다!”

“전고를 울려라! 폐하께서 지원군을 끌고 오셨다!”

“됐다! 케이튼 영지를 다시 수복하자고!”

이안을 발견한 즉시 전장의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유저들은 물론 로터스 왕국의 NPC들에게까지.

이안은 그야말로 승전의 보증수표와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특히 전황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말단 병사일수록, 이안에 대한 믿음과 신뢰도는 더욱 높았다.

그것은 거의 신앙 수준이었다.

“내 지금껏, 폐하께서 납신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그럼, 그럼! 우리 폐하야 말로 전쟁의 신이 아니신가!”

전쟁의 신 마레스가 들었다면, 이안에게 질투심을 갖게 되었을 정도.

그리고 잠시 후, 불이 붙기 시작한 로터스 왕국군의 사기는 더욱 활활 타올랐다.

이안이 나타난 뒤편에서, 수많은 용기병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원이 400레벨대인 용기병들의 위용은, 그야말로 눈이 부실 수준이었다.

“와아아, 다 부숴 버리자!”

“승리의 로터스!”

“어둠의 군대를 처단하자!”

전장을 지휘하던 헤르스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와, 이안이 하나 등장했다고 이런 반전이라니.’

물론 이안이 드래곤의 브레스를 막아 내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실 이 거대한 전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안이 등장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불붙은 로터스의 진영이 전선을 밀어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에 언데드 군단은, 주춤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게 사기의 힘인 건가?’

카일란에서 ‘사기’라는 시스템은, 대규모 전쟁일수록 전력에 더욱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었다.

인원이 모일수록 사기의 효과가 배가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거의 천문학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는 이안은, 왕국군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열쇠였다.

물론 명성 외에도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 사기를 계속 유지하는 게 관건인데.’

‘사기’라는 스테이터스는, 한순간 솟구쳐 올랐다가도 전황에 따라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는 능력치였다.

때문에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했다.

만약 계속해서 어둠의 군대를 밀어붙인다면 더욱 효과적인 시너지가 생기겠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말짱 도루묵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헤르스의 시선이 늠름한 갑주로 무장한 용기병들에게로 향했다.

‘저 녀석들이라면 각자 어지간한 랭커 1인분 정도는 해 주겠지?’

그런데 그때, 용기병 무리의 중심에서 한 드래곤이 훌쩍 앞으로 튀어나왔다.

이어서 전장 전체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자후가 울려 퍼졌다.

-세카이토 님의 가호가 함께하신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거대한 진동이 느껴지는 강렬한 외침.

-적을 섬멸하라!

그리고 잠시 후, 대규모 학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 * *

이안은 지금까지 카일란을 플레이하면서, 제법 여러 번 NPC 버스를 타 본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단연코, 그 어떤 버스도 세카이토의 버스보다 승차감이 뛰어난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안의 시야를 전부 가릴 정도로, 쉴 새 없이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들.

물리 공격에 면역을 가진 고스트 드래곤을 제외한다면, 그야말로 짚단 베어 넘기듯 쓸어 버리는 용기병들이었다.

“용신 세카이토 님의 이름으로!”

“더러운 어둠의 종자들, 무로 돌아가거라!”

그리고 이쯤 되자, 고스트 드래곤도 딱히 문제될 것이 없었다.

지금 전장에 등장한 고스트 드래곤은 총 다섯 기.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병력이 순식간에 쓸려 나가자, 아무리 녀석들이 까다로운 상대라 하여도 의미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왕국군의 수많은 마법사들이 모든 화력을 고스트 드래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화르르륵-!

콰콰쾅-!

거기에 사제 랭킹 1위인 레비아까지 가세하여 신성 마법을 퍼부어 대니, 어둠 속성인 고스트 드래곤으로서는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고스트 드래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습니다!

-‘고스트 드래곤’을 처치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연이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하지만 아무리 쾌적한 버스라고 해도, 이안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경험치 극대화를 위해 엘카릭스를 제외한 모든 소환수들을 소환 해제한 상태였지만,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최전방에서 언데드 군단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쾅- 콰쾅-!

하르가수스의 위에 올라탄 채, 수많은 언데드들을 도륙하는 이안의 모습.

하르가수스는 경험치 배분의 대상이 아니었기에, 지금 상황에서 그야말로 꿀 같은 녀석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건, 하르가수스 위에 탑승해 있는 사람이 이안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안의 바로 앞에는, 터질 듯한 볼을 가진 귀여운 외모의 숙녀가 하나 앉아 있었다.

“엘카릭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얼마나 남았지?”

“4분 남았어요!”

“그래, 있다가 내가 또 쓰라고 할 때 정확히 써 줘야 해?”

“알겠어요, 아빠!”

이안을 향해 방실방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귀여운 여아의 모습.

그리고 당연한 얘기겠지만, 그녀는 폴리모프한 엘카릭스였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엘카릭스는 이안을 아버지로 인식한 모양이었다.

“아빠, 무서워요! 끄아아!”

이안의 앞에 앉아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엘카릭스의 모습은 엄청난 귀여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걱정 마, 이 아빠가 지켜 줄게!”

졸지에 미혼부가 된 이안은, 어디선가 부성애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 엘카릭스에게 단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을 테다!’

그래서인지 이안은 평소보다 더욱 필사적으로 열을 올렸다.

맞아 줘도 상관없는 저레벨 스켈레톤의 화살들까지 일일이 창대로 쳐 내며,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을 보여 준 것이다.

“우아앗!”

엘카릭스의 감탄사가 한 번씩 들려올 때면, 소진되었던 체력이 다시 충전되는 느낌마저 받는 이안이었다.

“좋아, 이대로 엘리카 왕국 수도까지 털어 버리자!”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시너지가 되어, 엘카릭스의 광 렙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환수 ‘엘카릭스’의 레벨이 57이 되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기가 무섭게 엘카릭스의 레벨은 50을 넘겨 버렸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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