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19화 (438/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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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세카이토'와의 재회 (2)

* * *

드래곤을 타고 나타난 수십 기의 용기병들.

‘군대’라는 말을 감안하면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풍겨내는 위용만큼은 백만 대군 못지않은 정예부대가 프릴라니아 협곡에 나타났다.

귀에 걸린 이안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띠링-!

-용신 세카이토의 친위부대가 파티에 합류합니다.

-용기사단장 ‘카미레스’가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용기병 50기가 파티에 합류했습니다.

-파티장 ‘이안’에게 부대의 통솔권이 주어집니다.

총 오십 기의 용기병과 ‘카미레스’라는 이름을 가진 네임드 NPC.

기병들이 탑승하고 있는 군청색의 드래곤들은 신룡에 비하면 그 덩치가 작은 편이었으나, 수십 마리가 한데 모여 있으니 기세가 엄청났다.

게다가 기병들뿐 아니라 드래곤들까지 판금갑주로 무장하고 있으니 휘광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설산에 반사된 빛이 갑주의 곳곳에 광택으로 맺힌 것이다.

특히 ‘용기사단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카미레스와 그의 드래곤은, 개중에서도 더욱 돋보였다.

군청색의 비늘을 가진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홀로 황금빛 갑주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시선이 절로 그를 향해 고정되었다.

-용기사단장/카미레스/Lv : 500

‘크으, 나도 카르세우스 전용 갑주 같은 거 만들어서 입혀 주고 싶은데……. 저런 건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이안이 카미레스의 위용에 감탄하는 동안 드래곤의 등에서 내린 그가 이안에게 다가왔다.

카미레스가 손을 들어 악수를 청하였다.

“그대가 용신께서 말씀하셨던 여의주의 주인이로군.”

이안은 얼떨결에 그의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좋아, 내 이 차원계에 머무는 동안만큼은, 전력을 다해 그대를 도와보도록 하지.”

무려 500레벨짜리 네임드 NPC의 말이어서 그런지, 이안은 그의 목소리에서 무한한 신뢰가 느껴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감사합니다, 단장님.”

카미레스는 마지막으로 씨익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 그대의 용맹을 기대하고 있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안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띠링-!

-돌발 퀘스트가 발동합니다.

-카미레스의 기대에 부응하라(돌발)

용신 세카이토의 신하이자 용기사단장이라는 직함을 가진 카미레스는, 여의주의 주인인 당신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세카이토로부터 당신을 도우라는 명을 받은 지금, 그는 당신과 함께할 전투를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다.

카미레스와 용기병단이 인간계에 머물게 될 24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어둠의 군단을 처치하여 그의 기대에 부응하자.

만약 당신이 카미레스의 기대를 충족시킨다면, 그는 커다란 선물을 안겨 줄 것이다.

퀘스트 난이도 : ? (알 수 없음)

퀘스트 조건 : 용신 ‘세카이토’의 인정을 받은 자./‘여의주의 주인’ 칭호를 가진 자.

제한 시간 : 24시간

보상 : 용기사의 징표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퀘스트의 내용을 전부 읽은 이안은, 더욱 의욕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용기사단장의 인정을 받으라는 건가?’

구체적인 퀘스트 달성 조건은 알 수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복잡할 것이 없었다.

그냥 지금 이 순간부터 언데드 군단을 닥치는 대로 다 때려 부수면 클리어될 퀘스트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없다면, 누구도 클리어할 수 없는 퀘스트겠지.’

카일란 한국 서버에 현존하는 어떤 랭커들과 비교하더라도, PVE만큼은 독보적인 영역이라 자부하는 이안이었다.

이안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라갔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카미레스.”

그렇게 말라카대륙의 최북단, 프릴라니아 협곡에서 용기사단이 전장에 합류하였다.

* * *

“흐음, 제 기억으로는 여기가 맞는 것 같은데…….”

“그래? 그런데 왜 아무런 흔적도 없는 거지?”

“글쎄요, 하지만 이 자리에 있던 소환마석을 제가 파괴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요.”

“음……. 그렇다면 결국 이번에도 허탕인 건가.”

다른 마계의 구역들에 비해 몇 배 이상은 거대한 맵을 가지고 있는 마계 50구역.

그리고 50구역의 외곽 부근에 있는 한 던전에서 붉은 머리의 여성과 까만 갑주를 입은 전사클래스의 남자 하나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남녀의 정체는, 다름 아닌 레미르와 샤크란이었다.

“레미르, 이번 던전이 네 번째 던전……이었던가?”

“맞아요, 아저씨.”

“야 씨, 아저씨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아저씨를 아저씨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해요?”

“내가 왜 아저씬데?”

“그야 딱 봐도…….”

레미르와 샤크란.

두 사람의 종족은 모두 인간이다.

그렇다면 인간계의 유저인 두 사람이, 어째서 마계에 와 있는 것일까?

그것도 리치킹의 대군이 창궐하여 어둠의 퀘스트가 널려 있는 지금의 상황에 말이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두 사람이 마계에 있는 것을 보았더라면 ‘어째서’보다는 ‘어떻게’가 더 궁금할지도 몰랐다.

지금 마계와 인간계는 공식적으로 오갈 수 없는 상태였으니까.

“어쨌든 이제 두 군데 남았군.”

“그러네요.”

“퀘스트 내용대로라면, 남은 두 곳 중에는 분명히 소환마석이 존재하는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당연히 있겠죠. 이 아저씨, 걱정도 팔자시네.”

레미르와 샤크란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것은 바로 퀘스트.

심지어 두 사람이 진행 중인 퀘스트는, 지금 인간계에 진행되고 잇는 메인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기 위한 것이었다.

홍염의 군주인 레미르가 태양의 신으로부터 받은 퀘스트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퀘스트는 마계의 지원군을 막으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마신의 신탁을 받은 마계의 군단이, 리치킹을 돕기 위해 또다시 차원문을 열려고 한다는 것.

하여 차원문이 열리기 전에 먼저 마계로 가서, 소환마석을 부수어 그들의 계획을 저지하라는 내용이었다.

과거 마계의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되기 전 레미르와 이안이 함께 소환마석을 파괴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때와 비슷한 퀘스트가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때와는 퀘스트 진행과정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당시는 총 여섯 개의 소환마석 중 두 개를 파괴해야 했던 퀘스트라면, 이번에는 하나의 소환마석만 파괴하면 되는 퀘스트인 것.

다만 소환마석의 위치가 정해져 있었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여섯 군데의 정해진 위치 중 소환마석이 어디에 생성되어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골치 아프게 됐군. 남은 두 곳은 마족들의 거점을 지나야 갈 수 있는 위치인데…….”

“어쩔 수 없죠 뭐. 애초에 난이도가 트리플S인데, 쉬운 위치에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잖아요?”

“하긴, 그것도 그렇군.”

“자, 빨리 움직이기나 하죠. 이러다가 마계 유저들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니 말이에요.”

과거 이안과 레미르가 차원마석 파괴 퀘스트를 진행할 때에는 지금과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때는 마계 50구역에 올 수 있는 유저 자체가 이안과 레미르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족 NPC들의 거점도 제대로 형성되기 전이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랐다.

어지간한 상위권의 마족들은, 이미 20~30구역대까지를 전부 사냥터로 쓰고 있었으니까.

만약 레미르와 샤크란이 경계를 소홀히 한다면, 당장 마계 유저들에게 발각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던전을 꼼꼼히 뒤진 레미르와 샤크란은, 소환마석을 찾기 위해 다음 장소로 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두 사람의 귓전에, 생각지도 못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이게 누구신가. 두 분 모두 정말 오랜만이로군.”

어두컴컴한 던전의 복도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유저의 목소리.

이에 당황한 레미르와 샤크란이 재빨리 전투 태세를 갖추었고, 목소리의 주인공은 천천히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확인한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이라한……!”

이라한은 지금까지도, 마계의 유저들 중 최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이미 오래전에 350레벨을 넘긴 그가, 200레벨대 중후반의 사냥터인 마계 50구역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놀람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허, 생각지도 못했던 거물이 걸려들었구먼.”

“레미르와 샤크란이 올 줄이야.”

“랭커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도 더 유명하신 분들이 왔군.”

어둠 속에서 수많은 유저들이 추가로 등장한 것이다.

심지어 그들 하나하나가 전부 마계의 랭커들.

주먹을 꾸욱 말아 쥔 레미르가, 이라한을 향해 물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지?”

그에 이라한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

“바보 같은 얘기를 하는군, 레미르. 그러는 넌 여기에 어떻게 오게 된 건가?”

“나야 당연히 퀘스트…….”

말을 하던 레미르는 순간 깨달을 수 있었다.

‘아, 마족의 유저들도 마신의 퀘스트를 받은 거 였어! 그 생각을 왜 못 한 거지?’

사실 레미르는 이 퀘스트를 받은 뒤 곧바로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각지에서 창궐한 수많은 어둠의 군단들을 사냥하며 공헌도를 충분히 쌓은 뒤 마계로 넘어온 것이었다.

시간 제한이 무척이나 넉넉한 퀘스트였기 때문에, 여유를 부렸던 것이다.

‘젠장, 퀘스트 받자마자 바로 했으면 이럴 일은 없었을 텐데.’

하지만 후회는 이미 늦어 버렸다.

레미르와 이라한이 아무리 강력하다 하더라도, 두 사람을 잡기 위해 이 자리에 온 수많은 마족 랭커들을 전부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라한이 샤크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군, 샤크란.”

그에 샤크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마계로 넘어가 일인자 노릇을 하더니, 신수가 훤해졌군 그래.”

샤크란의 비아냥에 이라한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

“난 원래 일인자였다. 그 말은 마치, 내가 일인자가 되기 위해 마계로 넘어갔다는 말로 들리는군.”

“후후, 인정하마. 원래 일인자이기는 했지. 곧 따라잡힐 운명이긴 했지만 말이야.”

마족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 이라한이 이끌었던 다크루나 길드는 분명 랭킹 1위에 빛나는 최강의 길드였다.

그리고 이라한 또한 항상 레벨 랭킹 1위를 지키던 최고의 유저였다.

하지만 샤크란만큼은 결코 이라한이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투기장에서 이라한을 이겼던 전적이 있었으며, 그 후로 이라한은 계속 샤크란과의 전투를 피해 왔었으니까.

당연히 이라한 또한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고, 때문에 지금 샤크란은 그 부분을 비꼬고 있는 것이었다.

아픈 곳을 찔린 이라한이 샤크란을 향해 검을 뽑아들었다.

“곱게 죽어 줄 생각은 없겠지, 샤크란?”

샤크란 또한 등에 메고 있던 쌍검을 뽑아들며 이라한을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물론이다. 오랜만에 재밌게 놀아 볼 수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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