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테이밍 마스터-418화 (43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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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세카이토'와의 재회 (1)

이안 일행의 앞에 넘실거리던 푸른빛은 점차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아름다운 은발을 가진 신비로운 분위기의 소년이 나타났다.

-역시 그대로군, 여의주의 주인이여.

용신 세카이토.

그와 이안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그리고 그 순간, 이안 일행의 통제권은 다시금 AI에게로 넘어갔다.

히든 스토리 진행이 시작된 것이다.

이안이, 아니, 이안의 AI가 세카이토를 향해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세카이토 님.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그 말에 세카이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이다.

이어서 이안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허공에 두둥실 떠 있는 세카이토의 신형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날아와 일행의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이 이번에는 카노엘을 향했다.

-수고했다, 오클리의 후예여.

“감사합니다, 세카이토 님.”

-그대의 용맹 덕에 이곳 프릴라니아를 억누르던 마룡의 잔재가 완벽히 지워졌구나.

“응당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대가 치하받을 이유는 충분하지.

세카이토가 한쪽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새파란 섬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이 수두룩하니 말이야.

눈이 부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세카이토가 뿜어낸 섬광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이어서 프릴라니아 협곡 전체를 비추던 그 파란빛은, 허공으로 퍼져 나가며 협곡 여기저기에 스며들어갔다.

또, 수많은 드래곤의 그림자가 협곡에 내려앉았다.

그것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만한 것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기계음과 함께 월드 메시지가 울려 퍼졌다.

띠링-!

-프릴라니아 협곡에 용신 세카이토의 권능이 내립니다.

-드래곤 빌리지Dragon Village가 다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제부터 대륙의 곳곳에 ‘드래곤’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이제부터 왕국의 수호룡을 설정할 시, ‘드래곤 나이트’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특정 조건을 달성할 시 소환술사 클래스와 전사 클래스의 퓨전 클래스인 ‘드래곤 워리어’ 클래스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퓨전 클래스는 한 캐릭터 당 최대 세 개 까지 가질 수 있습니다.)

-2티어의 히든 클래스인 ‘드래곤 브리더’ 클래스가 추가되었습니다. (소환술사 클래스에 한해, 특정 조건을 충족할 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월드 메시지의 내용은 그야말로 놀라운 것이었다.

특히 ‘국왕’이라는 신분을 갖고 있는 이안의 경우 ‘드래곤 나이트’라는 병력을 양성할 수 있다는 부분에 유독 흥미가 생겼다.

‘이름부터 간지 나네. 드래곤 나이트라니……. 와이번 나이트보다 배 이상은 강력하겠지?’

이안이 월드 메시지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카노엘에게 볼일이 끝난 세카이토가 다시 이안을 향해 다가왔다.

물론 이안은 따로 반응을 할 필요가 없었다.

여전히 캐릭터는 AI에 의해 통제되는 중이었으니까.

세카이토가 입을 열자 둘 사이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나의 보는 눈은, 역시 틀리지 않았었군.

“이를 말씀이십니까.”

-칼리파의 잔재를 이겨 낸 것으로 모자라 숨겨진 진실마저 찾아내다니. 과연 여의주의 주인이로다.

“과찬이십니다, 용신이시여.”

그리고 잠시 후, 세카이토의 시선이 이안의 뒤쪽에 서 있던 밀로스를 향했다.

정확히는 밀로스가 아닌, 그녀가 들고 있던 ‘영혼석’을 향한 것이다.

-그대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역시 저 아이 때문이겠지?

이안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카이토 님. 인간계에 내린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잠들어 있는 빛의 신룡이 필요하나이다.”

세카이토의 입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그는 밀로스를 향해 손짓했다.

-그대는 빛의 사자로군. 이리 오라.

앞으로 나온 밀로스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이며 대답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용신이시여.”

세카이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지금껏 오랜 세월 동안, 그 아이를 지키느라 수고가 많았느니라.

“아닙니다, 저는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겠지.

우우웅-!

밀로스가 양손으로 조심스레 감싸고 있던 순백색의 알.

그 위에 푸른빛이 맴돌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허공으로 떠오른 알은 세카이토의 앞으로 천천히 부유해 움직였다.

세카이토의 시선이 다시 이안을 향했다.

-사실 드래곤 빌리지가 부활한 순간.

세카이토가 신룡의 영혼석을 쓰다듬었다.

-이 아이에게 걸려 있던 영혼의 봉인은 해제되었노라.

쩌적- 쩍- 쩍-!

뭔가 갈라지는 소리가 나며 푸른빛으로 휘감겨 있던 신룡의 영혼석이 더욱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광경을, 이안은 일전에도 본 적이 있었다.

‘카르세우스……! 카르세우스의 영혼석이 깨어날 때와 거의 비슷한 이펙트야.’

그 광경을 지켜보는 이안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후우웅-!

빛의 신룡 엘카릭스.

완전히 새하얀 빛이 되어 버린 엘카릭스의 영혼석이, 점점 커져 갔다.

잠들어 있던 엘카릭스의 영혼이 깨어나며, 드래곤의 형체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일행은 넋을 놓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세카이토의 말이 이어졌다.

-오랜 기간 봉인되어 있던 이 아이는, 아마도 영혼의 기억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의주의 주인이라면……. 이 녀석을 잘 보살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커다란 백색의 날개와,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유려하게 뻗어나간 꼬리.

전신에 새하얀 빛을 머금은 빛의 신룡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띠링-!

-새로운 신룡이 나타났습니다.

-이제부터 빛의 신룡 엘카릭스를 왕국의 수호룡으로 등록할 수 있습니다.

새로이 떠오른 두 줄의 월드 메시지.

그리고 이안의 눈에만 보이는 개인 시스템 메시지도 한 줄 추가되었다.

-빛의 신룡 ‘엘카릭스(Lv 1)’를 획득하였습니다.

* * *

“헤르스 님, 큰일 났습니다!”

“네? 무슨 일이죠?”

“지금 알리타 영지 쪽이 급격히 밀리고 있다고 합니다!”

엘리카 왕국과 로터스 왕국의 혈전.

양국을 합하여 십만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병력이 맞붙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헤르스는 직접 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물론 십만이라는 숫자가 하나의 전장에서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총 일곱 개의 영지가 엘리카 왕국과 국경이 인접해 있었으니, 일곱 개의 전장에서 동시에 전면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다.

각 영지에 수뇌부들이 골고루 참전하여 왕국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헤르스가 있는 곳은, 처음 엘리카 왕국으로부터 빼앗은 ‘케이튼’ 영지였다.

“아니, 알리타 영지라면 조금 전까지 오히려 우세했던 전장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한데 갑자기…….”

“갑자기?”

“새로운 언데드들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헤르스는 의아한 표정이 되어 되물었다.

“새로운 언데드라니요? 데스나이트보다 더 상위 언데드가 나타나기라도 했답니까?”

그리고 잠시 숨을 고른 길드원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아닙니다만……. 상대하기는 데스나이트보다 더 까다롭다고 합니다.”

“듀라한……입니까?”

듀라한은 상대하기 무척 까다로운 언데드 중 하나였다.

데스나이트보다 공격력은 훨씬 떨어지지만, 딱히 약점이 없고 재생력이 무척이나 좋아서 어지간한 딜로는 때려잡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길드원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마스터. 새로 나타난 언데드는……. 고스트 드레이크Ghost Drake입니다.”

“네……?”

“물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 괴물 같은 녀석이라고 합니다.”

헤르스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확실히 까다로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의 언데드들 중에도 ‘레이스’나 ‘고스트 워리어’같은 경우 물리 공격에 완전히 면역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명력 자체가 무척이나 약해서 광역 마법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했는데, ‘드레이크’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 분명했다.

애초에 드레이크라는 종족 자체가 딜탱 포지션의 준수한 생명력을 가진 몬스터였기 때문이었다.

‘후, 그렇다고 여기 있는 메이지들을 지원 보낼 수는 없는데…….’

머리가 아파진 헤르스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알리타 영지에 고스트 드레이크들이 나타났다면, 곧 케이튼 영지에도 나타날 게 분명했다.

‘어쩐다…….’

생각지 못했던 변수에 헤르스의 고민이 깊어지던 그때, 전장의 동쪽에서 거대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캬아아오오!

그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시에 소리가 난 쪽을 향해 움직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헤르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헤르스의 표정이 창백하게 변하고 말았다.

그곳에 나타난 것은, 고스트 드레이크보다도 훨씬 더 위협적인 언데드였기 때문이었다.

“고스트 드래곤……!”

지금껏 카일란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최상위 티어의 언데드가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 * *

빛의 신룡을 얻은 이안뿐만 아니라, 다른 파티원들도 퀘스트 난이도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보상들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퀘스트의 초과 달성으로 인한 것이었다.

원래 칼리파의 생명력을 절반 이하로만 떨어뜨리면, 마지막 순간에 용신이 나타나 일행을 돕는 것이 원래의 시나리오였던 것.

한데 이안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칼리파를 처치해 버렸고, 그로 인해 히든 스토리까지 오픈되었던 것이다.

-본래 나의 역할은 여기까지였으나 그대들 덕분에 칼리파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몇 가지 나의 권능을 추가로 내리겠노라.

게다가 용신 세카이토는 일주일이나 지속되는 ‘용신의 축복’이라는 어마어마한 버프를 내려 주었다.

모든 전투 능력이 조건 없이 30%만큼이나 뻥튀기되는 사기적인 버프.

게다가 빛의 신룡 엘카릭스는, 버프 지속 시간 동안 경험치가 다섯 배로 적용되는 추가 버프까지 부여됐다.

하니, 이안의 입이 찢어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크으, 무슨 이런 꿀 같은 버프가 다 있냐. 일주일 동안 잠은 다 잤네, 이거.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수업도 다 째야겠는데?’

두 배도 아니고 세 배도 아닌, 무려 다섯 배라는 무지막지한 경험치 버프.

여기서 최대 효율을 뽑아내고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무한으로 사냥하는 것만이 정답이었다.

다행히도 추석 연휴가 앞으로 나흘이나 남아 있었으니, 수업은 사흘 정도만 포기하면 될 것 같았다.

이제 AI의 통제가 풀린 이안이 세카이토에게 말했다.

“세카이토 님, 그럼 저희는 이제 어둠의 군대를 몰아내러 가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버프 효과의 지속 시간은 줄어들고 있었다.

이안으로서는 1분 1초가 아까울 수밖에 없는 상황.

세카이토에게 볼 일은 다 보았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언데드들을 사냥하기 위해 움직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 세카이토의 입이 다시 열렸다.

-과연 그대들의 용맹은 대단하군.

잠시 뜸을 들인 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나의 군대를 하루 동안 빌려줄 터이니, 간악한 어둠의 군단을 섬멸하고 돌아오라.

세카이토는 또 한 번, 이안 일행에게 꿀 같은 보상을 얹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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